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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의 불안을 다루는 법 - 에피쿠로스에게 배우는 덜 두렵고 더 단단한 삶
김용하 지음 / 헤이북스 / 2026년 6월
평점 :
책을 읽다 보면 두 종류의 책을 만난다. 처음부터 끝까지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책이 있는가 하면, 읽는 내내 "맞는 말인데... 잠깐만?" 하며 작가와 토론하게 만드는 책도 있다. 『서른의 불안을 다루는 법』은 분명 후자였다. 🤣
문장도 좋았고, 에피쿠로스 철학을 현대적으로 풀어낸 방식도👍 메시지에는 충분히 공감했다. 그런데 심심찮게 폭풍 댓글을 달고 싶은 부분이 심심찮게 등장했다. 가장 먼저 걸린 것은 제목이었다. 왜 하필 '서른'일까. 책을 덮고 난 지금도 이 질문에 대한 명확한 답은 찾지 못했다. 저자는 인터뷰에서 20대는 아직 가능성이 열려 있고, 40대 이후는 어느 정도 삶의 윤곽이 잡히지만, 30대는 그 사이에서 가장 큰 불안과 절망을 마주하는 시기라고 했다.
글쎄, 정말 그럴까. 오히려 저자가 살아온 시대가 그랬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평생직장의 개념이 비교적 강했던 시대와 45세에도 조기퇴직을 걱정해야 하는 지금의 노동시장은 너무나 다르다. 하나의 직장에서 차근차근 자리를 잡아가던 시대와, 언제든 다시 시작할 준비를 해야 하는 시대는 삶의 리듬 자체가 다르다. 그렇다면 '40대에는 삶의 윤곽이 잡힌다'는 전제 역시 지금 세대에게는 쉽게 적용하기 어려운 말처럼 들렸다.
책에서 말하는 대부분의 내용은 서른만의 이야기로 읽히지 않았다. 불안, 욕망, 비교, 평온, 행복은 특정 나이가 아니라 현대를 살아가는 거의 모든 사람에게 해당하는 이야기다. 오히려 『현대인의 불안을 다루는 법』이라는 제목이 더 자연스럽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또 하나 흥미로웠던 점은 과거의 자신(30살)에게 보내는 편지처럼 읽혔다는 것이다. "그때는 그렇게까지 불안해하지 않아도 됐는데.", "조금은 내려놓고 살아도 괜찮았는데." 이미 그 시간을 통과한 사람이 염려과 아쉬움을 담아 과거의 자신, 혹은 자식 세대에게 건네는 조언 같았다. 그래서 현재진행형으로 불안을 견디고 있는 30대의 숨 가쁜 호흡과는 다소 거리가 느껴졌다.
무엇보다 가장 크게 고개를 갸웃하게 만든 것은 '평온'이었다. 에피쿠로스는 평온을 최고의 가치로 둔다. (중략) 그 이전의 나는 평온보다 도전이, 안정보다 성장이 더 중요했다. 그래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지금의 서른에게 과연 '평온'이 맞는 처방일까.
지금의 30대는 인생의 기반을 만드는 시기다. 직장을 잡고, 자리를 만들고, 가정을 꾸리고, 실패도 하고, 다시 도전하면서 40대와 50대를 준비한다. (심지어 40대, 50대에도 새로운 일을 시작한다) 쉽게 말해 에너지의 방향이 밖으로 향하는 시기다. 그런데 책은 자꾸 안으로 들어오라고 말한다. 물론 자신을 돌아보는 일은 중요하다. 하지만 현실의 30대는 치열한 하루하루와 불안을 품은 채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 사람들에게 평온을 말하는게 과연 맞는 순서일까.
그렴 불안과 두려움은부정적인 것일까?
이들은 대체로 부정적인 감정으로 여겨지지만 조금만 방향을 바꾸면 그것은 설렘이, 도전이, 추진력이 된다. 설렘과 두려움은 늘 함께 오고, 도전에는 반드시 불안이 따른다. 그래서 불안을 모두 걷어내라고 말하는 순간, 어쩌면 도전까지 함께 걷어내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렇다고 이 책을 나쁘게 읽은 것은 아니다. 오히려 반대다. 읽는 내내 생각이 많아졌다. 반박도 하고, 고개도 끄덕이고, 밑줄도 긋고, 혼자 작가와 토론도 했다. 좋은 독서는 반드시 동의하는 독서일 필요는 없다. 때로는 계속 질문을 던지는 책이 더 오래 남는다.
다만 이 책을 읽으며 끝까지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던 비유가 하나 있다. 좋은 옷인데, 단추를 하나 잘못 끼웠다. 옷은 좋다. 원단도 좋고, 디자인도 좋고, 색도 마음에 든다. 그런데 첫 단추를 잘못 끼우는 바람에 전체적인 균형이 흐트러졌다. 옷은 여전히 좋은데 입은 사람은 계속 어딘가 불편하다. 이 책도 그랬다. 에피쿠로스라는 철학은 충분히 가치 있었고, 문장도 좋았으며, 전달하려는 메시지에도 공감했다. 하지만 그것을 '서른'이라는 삶의 단계에 입히는 순간 끝내 단추가 하나 어긋난 느낌이었다.
저자는 1961년생이다. 고도성장기와 IMF를 모두 통과한 세대이며, 지금의 30대와는 전혀 다른 사회적 환경을 살아왔다. 그 시대를 통과한 사람에게 평온은 삶의 끝에서 얻은 지혜일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의 30대에게는 아직 싸워야 할 시간이 더 많이 남아 있다. 그래서 이 책은 시대를 초월한 철학을 이야기하면서도, 역설적으로 지금 시대의 30대를 충분히 담아내지는 못했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럼에도 이 책을 재미있게 읽었다. 좋은 책은 반드시 정답을 주는 책이 아니라, 읽고 난 뒤에도 계속 생각하게 만드는 책이기 때문이다. 나는 이 책에 여러 번 반박했고, 여러 번 공감했다. 어쩌면 그것이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