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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라노 건축 여행 - 이탈리아 건축가와 함께 걷는 도시 산책
조항준 지음 / 여가도시 / 2026년 5월
평점 :
작가 조항준은 이탈리아 로마에서 태어나 밀라노에서 청소년기를 보냈고, 현재도 이탈리아에서 활동하는 건축가다.
패션의 도시 이탈리아. 쇼핑의 도시 밀라노.
그곳에서 나고 자라고 살아가는 현지인이 말하는 건축은 조금 다르다. 이 책은 “이 건물이 예쁘니 보세요”가 아니다. 건물이 왜 여기에 위치하는지, 왜 이 도시가 이런 구조를 갖게 되었는지 끊임없이 질문하고 답하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읽다 보면 작가가 무언가를 더 알려주고 싶어 안달 난 사람처럼 느껴진다. 공간의 구조와 맥락을 읽게 만들고, 우리나라 건축가 유형준이 말하는 ‘시퀀스’를 자연스럽게 따라가게 한다. 건축책인데도 도시인문학 책처럼 읽힌다.
책은 6개의 도보 코스와 145개의 건축물을 중심으로 밀라노를 설명한다. 나는 이 책을 건축·도시재생·공공공간을 엮어낸 현장형 가이드북으로 읽었다. 밀라노를 단순한 패션 도시가 아니라 ‘변화하는 도시 시스템’으로 해석하고 있다고 느꼈다.
작가도 인트로에서 말하듯, 순서대로 읽지 않아도 된다. 특히 QR 코드는 이 책의 큰 장점이다. 단순히 건물을 보여주는 수준이 아니라 실제 동선과 위치 확인이 가능하다. 구글 지도 링크를 QR 코드로 연결한 방식은 정말 좋은 선택이었다. 읽다가 문득 한 번도 가보지 못한 밀라노 한복판에 떨어진 기분이 든다. 밀라노 여행을 준비 중이라면 꽤 유용할 책이다. 세계지도가 다시 보이는 느낌까지 든다.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도시재생을 바라보는 시선이었다. 화려한 랜드마크를 기대했다면 조금 다를 수도 있다. 오래된 산업 공간과 도시 구조를 지우는 대신 재배치하고 재해석하는 방식은 ‘도시는 건물의 집합이 아니라 시스템’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단순히 예쁜 건축 사진을 보는 것이 아니라, 왜 이 공간이 지금의 기능을 가지게 되었는지를 이해하게 만든다. 정보를 정말 빽빽하게 눌러 담아서 읽다 보면 “이런 게 있었어? 진짜?”라는 말을 반복하게 된다.
다만 단점도 있다. 순전히 개인적인 취향이다. 나는 원래 고유명사에 약하다. 건축물 이름, 건축가 이름, 연도, 지역명. 어린 시절부터 세계사가 어려웠던 이유도 비슷했다. 이야기는 아는데 등장인물 이름은 모르는 사람. 그래서 중반부터는 ‘혹시 이걸 외워야 하나?’ 하는 묘한 압박감이 들기도 했다. 물론 책의 문제라기보다 내 문제에 가깝다.
그래도 읽는 내내 한 가지 생각만 들었다.
나도 밀라노. 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