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글씨책] 나의 미친 페미니스트 여자친구
민지형 지음 / 나비클럽 / 2021년 6월
평점 :
절판


몇 년 전,
오디오북 샘플로 이 책을 처음 접했다.
처음엔 그냥 웃겼다. 그런데 읽다 보면, 어딘가 모르게 마음에 잔잔한 파문이 일어난다. 이상하게 불편하다. 그 불편함이 무언지 생각해보니, 그게 바로 '시선'이었다.

“아, 이런 게 시선이구나.”“다른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는 구나.”“왜 그렇게 '보이는 것'에 신경 쓰는 걸까?”

이야기의 주인공은 페미니스트 여성을 사귀게 된 평범한 남자친구다. 겉으로는 다 이해하는 척하지만, 속으로는 끊임없이 딴생각을 한다. 표현하지 못하고 머릿속에만 물음표를 가득 품은 그의 모습이 우습고도 짠하다. 그런 앙큼하고 어정쩡한 태도에 자꾸 웃음이 났다.

이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면 정말 재미있을 것 같은데, 왜 안 만들었을까?

생각하자마자 『82년생 김지영』 영화가 떠올랐다.그 영화처럼 이 작품도 어느 세대의 초상일 수 있을 텐데 말이다.
읽으며 마음속에 물음표가 계속 생겼다.

"도대체 뭘 그렇게 지키고 싶은 걸까?“
"왜 20대 남녀는 그렇게까지 다른 세상에서 사는 것처럼 갈라졌을까?“
"그들에게 작용한 건 어떤 조건이었을까?“
"그런데 왜 40대 이후는 남녀 갈림이 덜할까?“

결국은 잘 모르겠더라. 나도 반백년을 살았지만 여전히 모르는 게 많다.

작년 12월 3일 저녁부터 유튜브의 그 넓고도 좁은 세계를 접했다. 팸코 라는 단어를 얼마전 바바리맨 발언을 한 젓준스톤을 통해 알게 되었다.
대선 후본데 그런 .... 아.......
40대인데 근로소득을 받아본적 없는데, 자꾸 젊은이들의 마음을 이해한데...... 어이없다.

 이 책은 20대의 연애 안에서 드러날 수 있는 젠더 감각의 미세한 충돌과 오해들을 소소하게, 때론 유쾌하게 그린다.그리고 중요한 건, '페미니스트'에 대한 편견을 슬쩍 비트는 데 성공하고 있다는 점이다.

작중 남자 주인공이 던지는 질문이 기억에 남는다.

“근데 페미들은 섹스 같은 거 싫어하는 거 아니었어?”

이런 편견이 아무 비판 없이 확장되면, 정말 온라인 커뮤니티의 혐오 담론에 자연스레 편입될 수도 있겠다 싶었다.문득 내 20대 시절, 내 남자친구들 중에도 이런 생각을 가진 이들이 있었을까, 떠올려 보게 됐다.

📌 이 책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평범한 20대 남성 주인공은 어느 날 자신을 페미니스트라고 소개하는 여자친구를 만나게 된다.
처음엔 당황하지만 그녀를 좋아하게 되며 연애를 시작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성별 역할, 페미니즘, 젠더 감수성이라는 주제를 마주하게 된다.
남자 주인공은 혼란스러운 내면을 꾹 참고 '착한 남자친구'인 척하지만, 머릿속엔 물음표가 한가득이다.
이야기는 웃기지만 결코 가볍지 않게, 이 둘 사이에 벌어지는 일상의 에피소드를 통해
현대 사회의 젠더 인식 차이를 꼬집는다

페미니즘은 남성의 권리를 침해하려는 운동이 아니다.그것은 단군 이래 지속된 구조적 불평등 속에서 여성의 권리를 회복하려는 운동이며, “남자는 이래야 해”, “여자는 이래야 해” 같은 성역할 고정관념을 비판하고 저항하는 일 역시 페미니즘의 핵심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왜 이렇게까지 페미를 불편해할까?

나는 정치처럼 페미니즘에도 다양한 스펙트럼이 있다고 본다.급진적 흐름부터, 일상 속 성찰형까지. 마치 채식주의자의 여러 단계처럼 말이다.

세상에 갈등은 늘 존재하지만, 그 갈등을 해결하는 방식이 갈라치기나 혐오, 조롱이라면 나는 반대다. 그렇다고 양비론도 반대다. 틀린 건 틀린거다. 전국민을 상상대로.... 하지말자.
세종대왕처럼 끊임없는 질문과 대화, 논의가 필요하다고 믿는다.

이제 곧 성인이 되는 아이와 가치관이 달라질까 봐 솔직히 두렵다.그래서 늘 말한다.

“난 코치야. 선수는 너야. 난 네 인생을 대신 살아줄 수 없고, 잔소리를 가장한 조언만 할 뿐이야. 판단은 네 몫이야. 지금은 책임도 같이 지지만, 언젠가는 모든 책임이 네 것이야. 잘 판단하길 바란다.”

그래서 이 책을 언젠가는 아이에게도 꼭 읽히고 싶다.(고2지만, 살짝 야한 부분이 있어 조금 더 크면... 사실 고전문학에도 더 야한 내용은 많다.)

🌊“우리는 아직도 페미니즘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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