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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는 것만으로 위로가 되는 식물의 말 - 마음을 회복하는 자연 필사 100일 노트
신주현(아피스토).정진 지음 / 미디어샘 / 2025년 5월
평점 :
자연이 들려주는 사색의 언어를 따라 마음의 고요를 찾아가는 100일의 여정이다. 시인의 따뜻한 문장과 정신과 전문의의 해설이 더해진 구조는 치유를 설득하거나 감정을 유도하지 않는다. 오히려 무해한 언어로 독자를 조용히 바라볼 뿐이다. 감정을 과잉하지 않고, 사유를 강요하지 않으며, 문장들은 마치 식물처럼 존재하되 설명하지 않는다.
원래 있던 식탁의 꽃처럼. 그 자리에 뿌리를 내린 다육이처럼.필사라는 행위는 단지 ‘쓰는 것’에 머무르지 않는다. 눈으로 보고, 손끝으로 느끼고, 마음으로 잠시 멈추는 경험이 된다. 매일 한 문장을 베껴 쓰는 동안 문장은 손끝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내면 깊은 곳에 닿고, 그렇게 문장 하나에 멈추게 되는 순간, 우리는 문장과 자신을 조용히 대조하게 된다. 억지로 다독이려 하지 않고, 설득하려 들지 않으며, 애써 치유하겠다는 포즈조차 취하지 않는다. 그저 거기, 식물처럼 조용히, 그러나 분명히 살아 있는 숨결로 곁에 머문다.정제된 해설은 감정을 억제하는 듯 보이지만, 그 억제 속에 오히려 더 큰 열정이 있다. 이 책은 차갑지도 뜨겁지도 않다. 다만 ‘살고자 하는 사람’ 곁에 머물 줄 안다. 시와 상담, 자연이 어우러진 이 섬세한 책은 스스로를 돌볼 틈조차 없었던 사람에게, 쓰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고르게 되는 감각을 되찾게 한다. 위로가 되지 않더라도, 하루 한 문장을 따라 쓰며 마음의 근육을 만들어나가는 과정은, 어쩌면 가장 적극적인 회복의 시작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