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의 첫 문장 - 역사로 익히는 과학 문해력 수업
수잔 와이즈 바우어 지음, 김승진 옮김 / 윌북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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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이라는 말은 언제나 묘한 울림을 준다. 학교에서 배운 공식이나 그래프는 흐릿해져도, 뉴턴의 사과나 갈릴레오의 망원경 같은 상징적인 장면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인류는 언제나 자신을 둘러싼 세계를 이해하려 애써 왔다. 그 노력이 축적된 것이 과학이고, 그 과학은 시대의 절박함과 호기심이 얽혀 만들어낸 거대한 이야기다. 이 책은 그런 이야기들의 궤적을 따라간다. 과학을 단순히 개념이나 이론으로 설명하지 않고, 그 배경과 사람, 그리고 사고의 전환점을 중심으로 풀어낸다. 책장을 넘기다 보면 먼지 쌓인 고전 속에서 아직도 살아 숨 쉬는 질문들과 마주하게 된다.

전체 구성은 시대순이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들이 ‘세상은 무엇으로 이루어졌는가’를 물으며 시작한 여정은, 중세의 억눌림과 근대의 반격을 지나, 현대 우주론과 분자생물학까지 도달한다.

단순한 ‘요약’이라기보다, 사유의 과정과 의문이 어떻게 진화했는지를 따라가는 구성이다.

히포크라테스, 다윈, 아인슈타인, 그리고 허블과 같은 인물들이 등장하는 장면마다, 그들이 마주했던 물음의 무게가 고스란히 전해진다.

특히 과학이 시대와 인간의 필요 속에서 어떻게 등장하고 수용되었는지를 강조한다는 점이다.

☺️진화론은 생물학적 이론이기 이전에, 인간이 자기 존재를 이해하려는 시도의 산물이었다.

☺️천체물리는 우주의 구조를 파악하는 도구이기 전에, 인간이 ‘나는 어디에 있는가’를 묻는 방식이었다.

이 책은 과학을 공식과 데이터로만 보지 않고, 그 이면에 있는 감정과 두려움, 철학과 야망을 함께 읽는다. 그래서 과학을 좋아하지 않던 사람에게도, 과학이 삶의 문제와 닿아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힘이 있다.👍

하지만 모든 장면이 매끄러운 건 아니다. 후반부로 갈수록, 설명은 여전히 친절하지만 다루는 개념의 무게가 묵직해진다.🤔🙄

상대성이론과 우주론, 양자역학과 같은 영역은 다루는 폭에 비해 깊이가 부족하다는 인상을 준다. 중요한 개념들이 스쳐 지나가듯 정리되어, 독자가 감정적으로 몰입하거나 이해의 끈을 단단히 쥐기엔 다소 아쉽다.

특히 천체물리 파트에서는 ‘이건 내가 아는 단어인데, 왜 이해는 안 되는 거지?’ 싶은 낯선 기시감이 피어오른다. 넓은 스펙트럼을 커버하기 위한 선택이었겠지만, 가끔은 지적 호흡이 가빠지는 구간도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웃겼던 건, 과학이 진보할수록 인간의 무지는 더 또렷해진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장면들이다.

"지구는 우주의 중심이 아님"이라는 코페르니쿠스의 충격 선언 이후에도 사람들은 여전히 "내 인생은 내가 중심"이라고 믿는다.
🤣

우주가 팽창하고 있다는 허블의 이론을 읽고도, 내 월급은 왜 안 팽창하냐는 현실을 직면할 뿐이다. 🤣🤣

과학이 세상을 설명해 줄수록, 인간은 점점 더 본질적 질문 앞에서 쩔쩔맨다.

아마도 과학이 도달한 최후의 진리는,
‘인간은 정말 알 수 없다’는 걸지도 모른다. 그게 참 블랙코미디같다.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이 책이 2015년에 출간된 교양서라는 사실이다.

그 말은 곧, 이 책이 다루는 과학사의 범위는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의 등장도, CRISPR-Cas9 이후의 생명윤리 논쟁도, AI가 과학적 예측에 개입하기 시작한 현상도 담고 있지 않다는 뜻이다.

과학의 전선은 그 이후에도 눈부시게 확장되었지만, 이 책은 그 변화의 문턱에서 멈춰 있다.

🌊다시 말해,
지금 이 책을 읽는다는 것은 ‘최신’을 기대하기보다는,
🌊그 직전까지 인류가 어떻게 사유를 확장해왔는지를 되짚는 일이다.

결국
이 책은 과학을 인간의 사유가 축적된 서사로 읽힌다.

공식이 아니라, 질문의 역사.
실험이 아니라, 해석의 다양성.

과학은 언제나 객관성의 이름으로 출발했지만, 그 발자취를 따라가다 보면 결국 인간의 불완전함이 곳곳에 스며 있음을 깨닫게 된다.

그 불완전함은 곧 매혹이다. ❤️💙

그리고 그 매혹을 따라가고 싶은 독자라면, 이 책은 좋은 동반자가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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