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자살했다 - 상처를 품고 사는 이들에게 건네는 위로
곽경희 지음 / 센시오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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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소설인 줄 알았으나, 실제로는 작가의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한 에세이였다.

남편의 자살 이후 남겨진 가족이 겪는 감정의 소용돌이를 솔직하게 풀어낸다.

책은 총 네 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챕터는 상실과 애도의 과정을 담고 있다. 어느 날 갑자기 남편이 자살하면서 시작되는 충격과 부정,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상을 유지하려는 분투, 깊은 상실과 우울을 겪으며 마침내 애도의 과정에 이르는 이야기다.

마지막에는 준비하지 못한 이별 속에서도 회복을 향한 발걸음을 내딛는 모습이 담겨 있다.

책을 읽으며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가 말한 ‘죽음 적응의 5단계’가 떠올랐다. 부정, 분노, 타협, 우울, 수용이라는 흐름은 일직선적인 것이 아니라 반복되는 하나의 사이클에 가깝다.
감정은 계단처럼 한 방향으로만 흐르지 않고, 우울과 수용을 오가며 계속 순환한다. 이 책도 그런 감정의 사이클을 따라가며, 그 안에서 작은 사이클들이 다시 끊임없이 반복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초반부터 강한 답답함과 몰입감을 주는 작품이었다. 알코올 의존, 이혼 요구, 죽음 협박, 네 명의 아이, 시어머니와의 갈등 등 복잡한 현실이 날것 그대로 드러난다.

처음에는 책을 읽으며 댓글을 달며 감정을 표출하고 싶었지만, 책이 전달하는 감정의 무게가 너무 커서 점점 침묵하게 되었다. 작가는 스스로를 돌보고, 아이들을 지키며, 삶을 지속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애도의 과정을 지나 결국 삶을 이어가는 한 사람의 모습을 보여주는 책. 단순한 비극이 아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가는 이야기다. 마지막으로, 건강할 수 있기를 침묵으로 응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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