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과 땅 식료품점
제임스 맥브라이드 지음, 박지민 옮김 / 미래지향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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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다 보면 주인공을 찾기가 어렵다. 등장인물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인물관계도를 정리하려다가 결국 포기한 지점에서, 어쩌면 이 작품은 한 명의 주인공을 중심으로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가 마을인 '치킨힐'을 주인공으로 삼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치킨힐이라는 공간이 점점 위축되어 가는 모습이야말로 이 이야기의 핵심이다.

등장인물들은 모두 각자의 결점을 지니고 있다. 소설에서는 이를 장애라고 표현하지만, 나는 결점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예를 들어, 처음 등장해 주인공처럼 보이는 모셰는 마을을 떠나고 싶은 마음이라는 결점을 가지고 있다. '하늘과 땅 식료품점'의 주인 초나는 육체적 결점을, 그녀가 돌보는 도도는 감각적 결점을 지니고 있다. 그리고 모든 인물들이 인종이라는 결점을 가지고 있다. 이는 사회가 그들을 결함으로 바라볼 때 갈등이 발생함을 보여준다. 인종차별, 유대인에 대한 차별, 여성에 대한 차별, 도도의 청력장애 등 이 모든 요소들은 그들이 속한 사회에서 결함으로 여겨지지만, 이 마을 사람들에게는 결코 문제가 되지 않는다.

모셰는 사랑하는 초나와 함께 마을을 떠나려고 하지만, 초나는 이를 거절하며 심각한 병을 앓게 된다. 병이 길어져서 나는 초나가 죽는 줄 알았다. 그러나 결국 죽지 않는다.

이 이야기에서 '연대와 공동체의 힘'은 중요한 주제 중 하나다. 치킨힐은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사는 작은 마을이지만, 그 안에는 깊은 갈등과 이해 부족이 존재한다. 특히 흑인과 유대인 커뮤니티 간의 관계가 중심이 되는데, 서로 다른 배경과 문화적 차이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서로를 돕기 위해 연대한다. 이 과정에서 드러나는 인간성의 따뜻함과 타인을 위한 희생은 독자로 하여금 진정한 공동체의 의미를 생각하게 만든다. 이 책은 우리 사회가 직면한 문제들을 돌아보고, 서로에 대한 이해와 협력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훌륭한 예시다.

또 다른 중요한 주제는 '편견과 소외'이다. 도도는 청각장애를 가진 흑인 소년으로, 사회의 가장 취약한 계층에 속해 있다. 그는 여러 가지 편견에 마주하고, 그를 둘러싼 사람들은 그런 편견에 맞서 싸우며 도도를 지키기 위해 노력한다. 이 과정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인물들의 복잡한 내면이 이 책을 더욱 깊이 있게 만든다. 각자의 상처와 두려움을 가진 사람들이 서로를 이해하고 지켜내는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용기와 희망이 필요한지, 이 책은 아주 잘 보여주고 있다.

치킨힐의 주민들은 오랜 시간 동안 서로에게 쌓인 갈등과 오해를 안고 있지만, 어려움이 닥쳤을 때는 결국 서로를 돕는다. 인간의 삶은 무엇일까? 인간에게 인간은 어떤 의미일까? 이런 질문들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우리는 눈이라는 훌륭한 감각 기관을 가지고 있지만, 그 눈 때문에 오히려 더 많은 편견에 휩싸이기도 한다.

번역가의 글을 통해 이 작품에 등장인물이 많은 이유를 이해하게 되었다. 모두가 각자의 삶에서 주인공이기 때문이다. 모든 사람이 자신의 인생에서 주인공으로 살고 있으며, 이 작품 속에서는 각자가 주인공이자 주변인이 된다. 그래서 이 작품에는 수많은 인물들이 등장하고, 그들 각각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이 책을 읽으며 소설을 대하는 자세에 대해 배운 것 같다. 책을 읽는 방식이 다양해지고, 등장인물 하나하나의 이야기를 통해 더 깊은 의미를 찾을 수 있게 되어 참 뜻깊은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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