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기서 나는 죽어도 좋았다
김병종 지음 / 너와숲 / 2022년 10월
평점 :
일시품절


이 책은 여행 에세이다.
여행 에세이이지만, 특이한 점은 사진이 아니라 그림이, 그것도 작가가 직접 그린 그림이 다 들어가 있다.
(김정운 교수가 생각났다. 어쩔수 없이 이렇게 귀결되는 구나😅)

후반부로 갈수록 글의 힘이 빠지기 마련인데, 이 작가의 글은 후반부로 갈수록 농익는 느낌이다. 그림도 좋고, 글도 점점 좋았다.

📖그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춤이 육체로 쓰는 가장 아름다운 시라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삶은 한바탕 춤판이라는 생각도

<본문 중에서>

📖삶이 춤이라.... 그 뒤에는 탱고 이야기가 나온다.
내가 기억하는 탱고는 강하고, 격정적이고, 아름답도록 슬픈 춤이이다. 자가

탱고는 육체로 쓰는 시라고 한다. 한 공간상에서 남녀의 육체가 만나 흩어지며 그 눈빛과 동작만으로 많은 사연을 전해주기 때문.
애달프고, 잔잔하며, 격정적인 그 춤은 몸의 서사시다.
<본문 중에서>

이런 문구를 어디에 쓰면 좋을까? 춤에 대한 책을 좀 읽어볼까? 누가 춤에 대해 이렇게 표현하는가? 예전에 인스타 알고리즘에 나타난 그 영상이 떠올랐다.(피드참조)

그림에 대한 작가의 일화도 신선했다.
교내 백일장에서 장원을 한 나를 불러놓고 당부했다.
“사물에는 주인이 있는 것처럼 말에도 주인이 있다 .그러나 앞으로는 언어를 고를 때 주인이 있나부터 살펴라. 국화는 서정주 것이니 근처에도 가지 말아라. 나그네는 박목월의 것이니 손대지 말아라. 진달래? 소월이 주인이다”

이 문장에서 배를 잡고 웃었다.
선점하면 끝이야? 저작권이야?
그리고 나서 작가는 작가의 선생님보다 한술 더 뜬다.

사과는 세잔, 수련은 모네, 해바라기는 반고흐다. 새우는 치바이스요, 말은 쉬베이후잉다.

그럼 노인은 헤밍웨이고, 죄는 도스토옙스키, 눈은 야스나리야???

그리고 작가가 그린 그 에트르타는.... 에트르타를 알고 보면 보이나, 모르고 보면, 이삭줍기 느낌이 강했다. 그렇게 치니, 누가 그리는가가 아니라, 누가 보는게 중요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책도 누가 쓰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떤 사람이 읽는 게 중요한 것처럼 말이다.
그렇게 치니, 세상에 쉬운일이 없다.

그림과 글이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작가의 그림설명이 아닌 여행을 통한 사유와 그림, 글 그리고 그곳의 정취의 블랜딩이 엄청 자연스러운 책이다.
내용을 생각하면 그림이 떠오르는 마법☺️🌊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