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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작가가 되었습니다 - 쓰기의 기술부터 작가로 먹고사는 법까지, 누구도 말해주지 않은 글쓰기 세계의 리얼리티
정아은 지음 / 마름모 / 2023년 10월
평점 :
글쓰기 책을 나름 많이 읽어왔다고 생각했는데, 여전히 글쓰기가 무엇인지 명확히 알지 못하고 있다. 다시 생각해보니, 글쓰기가 무엇인지 모르는 게 아니라, 정작 글을 쓰지 못하고 있는 게 문제인 것 같다.
공부를 하지 않으면서 '공부란 무엇인가'를 고민하는 것이나, 비행을 해보지도 않고 '비행'의 의미를 묻는 것과 같은 느낌이다. 사지를 마음대로 다루지 못하면서 비행을 꿈꾸는 것처럼 말이다.
그렇다면, 글쓰기는 무엇일까?
이 질문은 글을 잘 쓰는 사람들, 혹은 글쓰기를 업으로 삼는 사람들에게 해당하는 것이다. <이렇게 작가가 되었습니다>를 통해 처음 북스타그램을 시작할 때, 한 출판사 대표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자신이 가장 잘 아는 분야에 대해 글을 쓰는 게 가장 좋아요.“
그렇다면 내가 잘 아는 분야는 무엇일까? 얼마 전 <간호사부서탐방>이라는 책에 혹평을 했던 기억이 난다. 애둘러 답변을 했지만, 사실 그 책에는 내용이 없었다. 돌아서서 생각해보니, 내용이 없을 수밖에 없었다. 2년 차 경력으로 과연 무엇을 알 수 있을까? 그 입장에선 최선을 다했을지도 모른다.
이 책은 자신이 가장 잘 아는 분야에 대해 쓰라고 제안한다. 그러나 그 '잘 안다'는 수준이 미비하다면, 그 분야를 알고 싶어 하는 사람이나 이미 잘 아는 사람에게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 예를 들어, 8월 베스트셀러에 오른 <청년 택배기사의 자본주의에서 살아남기>는 택배 일을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사람도 택배 일을 경험한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구체적으로 표현되어 있었다.
그렇다면 '잘 안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할까? 내가 잘 아는 분야에 대해 15주 동안 수업을 할 수 있을까? (대학교 한학기 커리큘럼)
대학은 살아남기 위해 노력 중이다.
(중략)
정아은 작가는 일단 시도해보라고 권한다. 해봐야 자신이 할 수 있는지, 없는지를 알 수 있다는 것이다. 그녀는 자신이 단편을 쓰는 데 실패한 경험을 이야기하며, 어떻게 거절해야 했는지, 왜 단편을 쓸 수 없었는지에 대해 논리적으로 설명한다.
(중략)
작가는 단편을 거의 읽지 않았다고 한다. 읽는 건 다 장편인데, 어떻게 단편을 쓸 수 있겠는가? 이건 마치 거북이에게 초록 잎을 주면서도 주황색 똥을 싸라고 하는 것과 같다. 그래서 작가는 단편 의뢰를 정중하게 거절할 수밖에 없었다.
이 책은 단순히 작가의 성공담을 다루지 않는다. 어떻게 글을 써야 하는지에 대한 기술적인 면도 소개하지 않는다. 작가가 되기까지의 실패와 작가가 되고 나서의 허망함, 그리고 작가가 된 후에도 거듭되는 실패담을 담담하게, 그러나 아름답게(미사어구는 없지만 그렇게 느껴졌다) 전한다.
이게 글이다. 정아은 작가의 책을 보고 있으면, 그녀를 칭찬하는 인친들의 말이 이해가 된다. 이 책도 좋고, 저 책도 좋다고 말하는 사람들. 처음에는 '왜?' 했는데, 읽다 보면 나도 그들과 같아질 수밖에 없다.
무엇을 써야 할지 모르겠는가?
실패가 두려운가?
안될까 봐 두려운가?
자신의 주제가 아닌 다른 주제를 쓰고 싶은가?
왜 안되는지 이 책에 명확하게 나와 있다.
결국 제자리로 돌아왔지만,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나는 다르다.^^
이 책은 글을 쓸 수 있는 연료를 채워주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