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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 포터 ㅣ 은행나무세계문학 에세 17
저메이카 킨케이드 지음, 김희진 옮김 / 은행나무 / 2024년 7월
평점 :
🌊한줄평)만년체ㆍ명상적ㆍ주술적ㆍ감상적ㆍ글을 즐겨야 한다
자메이카 킨케이드의 소설 Mr. Potter는 독특한 문체와 깊이 있는 주제 의식을 통해 독자를 끌어들이는 작품이다.
이 소설은 주인공 Mr. Potter의 삶을 중심으로, 그의 딸이자 화자인 "나"의 시선을 통해 이야기가 전개된다. 읽을 줄도 쓸 줄도 모르는 Mr. Potter의 삶은 무미건조하고 감정적으로 단절되어 있다. 킨케이드는 이 단조로운 삶을 통해 식민지 경험이 남긴 흔적과 그로 인한 정체성의 혼란을 탐구한다.
Mr. Potter는 전통적인 서사 구조를 따르지 않으며, 내러티브보다는 감정과 기억의 흐름에 집중한다. 킨케이드의 문체는 반복적이고 리드미컬하며, 그래서 몹시 길다. 이것은 독자에게 일종의 최면 효과를 불러일으킨다. 일종의 주문같다.
이러한 문체는 Mr. Potter의 단절된 삶과 그의 딸이 느끼는 복잡한 감정의 중첩을 효과적으로 드러낸다. 작가는 때로는 동일한 문장을 반복함으로써, 특정 감정이나 상황을 강조하며 독자가 그 의미를 곱씹게 만든다. 이처럼 문체는 소설의 중요한 장치로 작용하며, 단순한 이야기 이상의 깊이를 부여한다.
이 작품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주제는 부재와 침묵이다. Mr. Potter는 감정적으로나 육체적으로 자주 부재하는 인물로, 그의 딸은 이러한 부재 속에서 자라났다. 그녀의 목소리는 단순히 아버지의 삶을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 그 부재 속에서 자신이 겪은 고독과 소외를 표현한다. 이 소설은 이러한 부재가 세대를 거쳐 어떻게 이어지는지를 탐구하며, 특히 식민지 시대의 역사적 맥락 속에서 개인의 정체성이 어떻게 형성되는지를 보여준다. Mr. Potter의 삶은 그가 속한 사회의 역사적, 정치적 배경에 깊이 뿌리박혀 있으며, 그의 감정적 무관심은 식민주의의 유산으로 읽힐 수 있다.
킨케이드는 이 소설을 통해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를 조명하는 동시에, 그 관계가 역사적, 사회적 맥락에서 어떻게 영향을 받는지를 보여준다. 이 작품에서 아버지와 딸의 관계는 단순히 개인적인 것이 아니라, 더 넓은 사회적 맥락에서 이해되어야 한다. Mr. Potter의 감정적 단절과 그의 딸이 느끼는 정체성의 혼란은 모두 식민주의의 결과로 읽힐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이 소설은 개인의 삶과 역사적 맥락을 교차시키는 강력한 텍스트이다.
또한, 이 소설은 기억과 기록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화자인 딸은 아버지의 삶을 기록하는 동시에 자신의 정체성을 재구성하려고 한다. 그녀는 아버지의 부재를 통해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며, 그 부재 속에서 새로운 의미를 찾아내려 한다. 이 과정에서 그녀는 자신의 이야기를 주체적으로 기록하며, 역사적 침묵에 저항한다. 이처럼 킨케이드는 기억의 서사적 힘을 통해 개인과 사회의 역사를 재조명한다.
결론적으로, 자메이카 킨케이드의 Mr. Potter는 복잡한 감정과 정체성의 혼란을 깊이 있게 탐구하는 작품이다. 이 소설은 단순히 아버지의 이야기를 넘어, 식민지 경험과 그로 인한 정체성의 위기를 조명한다.
킨케이드의 독특한 문체와 반복적인 서술은 이 작품을 더욱 강렬하게 만들며, 독자로 하여금 인물들의 내면에 깊이 빠져들게 한다. Mr. Potter는 개인적이고 역사적인 서사가 교차하는 지점에서, 독자에게 깊은 사유를 촉구하는 소설이다.
이 작품은 현대 문학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며, 킨케이드의 문학적 성취를 다시 한 번 확인시켜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