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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웰의 장미 - 위기의 시대에 기쁨으로 저항하는 법
리베카 솔닛 지음, 최애리 옮김 / 반비 / 2022년 11월
평점 :
이 책의 추천에서 은유 작가는 "정치적 글쓰기를 예술로 만들겠다는 오웰의 다짐이 솔닛을 통해 구현되었다"고 말했다.
안타깝지만 은유작가도 모른다.
모르는 작가의 이야기를 모르는 작가가 쓰고, 또 모르는 작가가 추천한 책!!
오웰의 장미는 그렇게 내게 오묘한 마케팅으로 왔다.
쏟아지는 레퍼런스와 쏟아지는 리베카의 이야기, 또 오웰의 이야기가 새로운 세계를 경험한 듯 했다.
이 책을 통해 내가 쓴 모든 글들이 쓰레기라고 생각했다. 일기는 빼고~ 그건 나만 보니깐.
인스타그램을 닫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매우 부끄럽다.
첨에는 이게 오웰이야기인가, 리베카의 이야기인가 헷갈리기도 했는데 나중에는 누가 오웰이고 누구 리베카인지 구분하는 것을 그만 두었다. 그냥 오롯이 읽고 삼키는데 주력했다.
쉽지는 않다. 수많은 책 이야기를 따라가다보면 이게 뭔소리인가 싶을때도 있고, 이게 작가의 이야기인가 싶어보면 책이야기이고 그런 경계가 생기지 않는 글을 느꼈다.
이게 글인가?
이건 물과 같이 오웰을 흐르고 솔닛을 흐르고 나를 흘렀다.
뭐가 남아야하는지 뭐를 남겨야 하는지 뭐는 남겨져 있는지 모르겠지만, 밑줄긋다가 포기했다. 다 줄치고 있는 내가 바보 같아서 말이다.
아쉬운점
간혹 긴문장에 기암을 하기도 하지만, 그 정도 쯤 뭐~ 인내심을 가지고 읽으면 된다. 이해가 안되면 끊어 읽으면 된다.
무수한 레퍼런스
이건 독자의 지갑을 털겠다는 작가의 확고한 의지가 느껴지는 부분이었다.
책 안에 책이 이렇게 많으면 나는 어떻하지?? 이미 장바구니는 500만원에 근접해 있는데.
이 모든 책들을 다 보고싶게 하는 이런 필력은.... “작가는영업중”이라는 문구를 힘없게 만들었다.
어린시절 집에서 간혹 있었던 방판이 생각났다. 신들린 영업으로 영업을 하지 않았지만, 모든 동네 주민들은 자기 돈을 주고 사고도 그 사장님을 “좋은 사람”이라고 말했더랬지.
이 책은 신들린 작가을 흘러 작두를 탄 작가의 글쓰기로 독자의 안방에서 자기도 모르게 지갑을 내어주는 신기한 책이다.
.148 오웰은 즉각적이고 특수한 것들에 대한 놀라움에 대해, 그것들이 얼마나 단정적인 사고를 약화하는지에 대해 여러번 썼다.
1931년 에세이 <교수형>에서 (...) "이상한 일이지만, 바로 그 순간까지 나는 건강하고 의식 있는 사람의 목숨을 끊어버린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전혀 알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다 죄수가 웅덩이를 피하느라 몸을 비키는 것을 보는 순간, 한창 물이 오른 생명을 뚝 끊어버리는 일의 불가사의함을 말 할 수 없는 부당함을 알아봄 것이었다."
.286 그 천장 낮은 방 안에 있는 수천 송이 장미꽃에서는 아무 냄새도 나지 않았다. 향기란 일종의 목소리, 꽃이 말하는 방식이다. 시인 라이너 마리라 릴케는 그것을 "공중에 감도는 애무"라고 했다. 꽃으로 마음을 전하라는데, 이 꽃들은 벙어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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