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다섯 마리의 밤 - 제7회 황산벌청년문학상 수상작
채영신 지음 / 은행나무 / 2021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개 다섯 마리의 밤 - 7회 황산벌청년문학상 수상작

채영신 (지은이)은행나무 2021-07-20

 

#개다섯마리의밤 #7_황산벌청년문학상_수상작

#채영신 #도서지원

 

 밥을 순식간에 감추게 하는 반찬계의 대도 밥도둑 간장게장 선생이 있다면 

시간을 순식간에 삼켜버리는 또 다른 대도가 등장했다.

 

그만 읽을까? 싶을 냥이면 내 맘을 읽은 듯이 눈을 잡아채서 책장을 넘기게 했다. 난 은행나무의 덫에 단단히 걸렸다. 기분좋은 덫인 걸 안다. 그런데 읽으면서 너무 아파서 결국 울었다.

 

세한이의 담담한 표현과 자신을 그로 표현하는 박혜정의 표현부분은 시리도록 아팠다.

 

개 다섯 마리의 밤...

 

몇 년전 총균쇠를 읽다가 덮고 다시 도전하지 못한 책. 그 책에서 나온 말이다.

 

한 마리를 안고 자는 밤

두 마리를 안고 자는 밤

.

.

.

너무 추운 날은 개 다섯 마리를 안고 자는 밤

 

소름끼쳤다. 시렸다. 뭉클했다. 동시에 뜨거웠다.

 

중간 중간 나오는 백색증의 증상은 책에서 나오는 백색증의 증상보다 훨씬 더 실감나게 와 닿았다. 이 책도 나의 컨텐츠에 들어올 것 같은 아픈 예상이 든다.

 

첫 문장

형사가 마네킹을 바닥에 눕혔다.

 

끝문장

애통하고 애통하는 자로 거듭나게 하기 위해서, 심령이 가난하고 가난한 자로 거듭나기 위해서, 여호화께선 이토록 고되고 고되고 고된 길을 통해서만 천국에 이르게 하시는 걸까요

 

백색증은 라틴어의 하얗다라는 뜻의 알부스(albus)에서 유래된 말로, 알비노증(albinism)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의 희귀질환 중 200명이 넘는 희귀질환에도 속하지 않는 희귀질환 중에도 더 희귀질환이다. 이 질병은 유전질환으로 두 가지 종류로 나눌 수 있다. 눈피부백색증 즉 눈과 피부에 모두 멜라닌 색소가 부족한 상태이며, 눈백색증은 눈에만 색소가 부족한 상태를 의미한다.

 

주인공인 세한은 이 둘 중에 눈피부백색증으로 눈의 색깔은 벰파이어처럼 붉고, 피부는 눈처럼 하얗고, 머리색 또한 빛이 나는 빛색일 것이다. 세한이는 태양을 피하기 위해 선그라스를 쓰고 다니고, 약하기 짝이 없는 피부는 그 태양빛에도 화상을 입기 때문에 꼭 긴팔을 입고 다녀야한다. 그리고 더 자신을 절망스럽게 만드는 것은 점점 나빠지는 시력과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학급 아이들의 시선, 괴롭힘, 그리고 남녀노소을 가리지 않는 따가운 시선과 혐오이다.

 

.228

우습게 보이는 것보단 재수 없어 보이는 편이 훨씬 나아요

 

아이답지 않는 냉정함이 스스로를 얼마나 단련시켜왔는지 보여준다. 이 아이는 대한민국 나이로 12살이다. 고작 12살이 생각하는 것은 어른도 그냥 어른이 아닌 성숙한 어른의 모습을 보여줬다. 역시 나이가 많다고 어른은 아니다. 나이가 많은 사람은 그냥 나이만 많이 먹은 어린이일 뿐이다.

 

가장 나약한 모습으로 태어났지만, 나약하게 살고 싶지 않았던, 자신의 존재 이유를 끊임없이 찾는 세한이가 한 마리, 두 마리.... 매일 밤 함께 보내는 개의 숫자를 늘려가는 오스트레일리아의 원주민처럼 보였다. 곧 따뜻해질 아침을 기다리듯이.

 

첫 문장
형사가 마네킹을 바닥에 눕혔다.

.266 애통하고 애통하는 자로 거듭나게 하기 위해서, 심령이 가난하고 가난한 자로 거듭나기 위해서, 여호화께선 이토록 고되고 고되고 고된 길을 통해서만 천국에 이르게 하시는 걸까요

.228
우습게 보이는 것보단 재수 없어 보이는 편이 훨씬 나아요

.64
천국을 바로보고 있는 곳, 거기가 지옥이라는 거.
...
그 지옥마저 부러워서 침을 삼키며 바라봐야 하는 곳은 뭐라고 이름 붙여야 할까

.71 세민은 책상 서랍 맨 아래 칸을 열어 소주병을 꺼냈다. 그리고 뚜껑을 열어 몇 모금 삼킨 뒤에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일기를 다 쓰고 나서 머리카락을 하나 뽑아 갈피에 꽂아놓고 공책을 덮었다. 세민은 일기장을 엄마가 찾기 쉽도록 맨 위 서랍에 넣었다. 하지만 엄마가 아들의 일기를 읽은 일은 없을 거라는 걸 세민을 알고 있었다. 엄마는 한 번도 세민의 일기를 읽은 적이 없었다.

.189
세민은 눈을 감았다. 햇볕이 강해 벌써 얼굴이 화끈거리기 시작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