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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당신들
이주옥 지음 / 수필과비평사 / 2021년 3월
평점 :
세상의 당신들
이주옥 (지은이)수필과비평사2021-03-20
#세상의당신들 #이주옥 #수필과비평사 #에세이 #여성의삶 #봄햇살
이 글은 도서를 지원받았으나 지극히 주관적으로 썼습니다.
내 안에는 수시로 두 개의 바람이 불었다. 하나의 바람(風)은 흔들림과 가벼움이고, 또 다른 바람 (望)은 꿈이고 희망이었다.
----- 작가의 말 중에서 -----
이 문장이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바람’의 중의성.
작가의 말대로 이것이 바람이라면, 내 속엔 태풍이 수시로 불어 재낀다. 장마다.
얼마나 많고 다양한 형태의 바람이 있을지, 그것은 나와 같을까?
.29
K야, 언제 나 모르게 땅 사고 집 지어서 이사했니?
이 에피소드는 충격이었다. 그리고 내게 곧 다가올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오랜만에 만난친구. 그리고 갑작스런 연락두절. 한참 뒤의 부고.
이제는 결혼식보다 장례식이 더 잦은 나이라고 하더니... 세월은 그렇게 누구에게나 비슷한 경험을 안겨준다.
.185
목적지를 벗어났습니다. 경로를 다시 탐색합니다.
가장 재미있는 에피소드였다. 작가는 이 글을 어떤 느낌으로 쓴지 몰랐지만 내가 읽을 적에는 완전 #코미디빅리그 로 보았다. 이런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시골의 한 어르신 댁을 방문해야 했다. 초행길에다가 길이 워낙 꼬불꼬불 그리고 차가 가야하는 길인지 아닌지 구분도 안되고.... 결국 들어섰는데....
나는 애가 마르고 입술이 바삭바삭 타들어가는 데 아주 담담한 목소리
“경로를 이탈하여, 재검색합니다.”
잠시 그 외길에 차를 세우고 웃었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 좀! 빨리 말해야지!”
아줌마, 아저씨들이 네비게이션과 대화한다더니, 나도 그러고 있었다. 핸들을 가슴에 한아름 안고, 웃고 있었지만 차 뒷바퀴는 논두렁에 빠졌지, 주변을 둘러보니 아무도 없지, 차에서 내리면 나도 떨어질 것 같고... 전화를 어디로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머릿속이 순간 엄청 복잡해져서 귀에 살포시 꽃을 얹은 상태였다.
결국 작가는 스스로 판단하여 바른 길로 돌아왔지만, 나는 예수님이 어린양을 찾아구하듯, 그 마을 이장님 손에 구출 당했다. 인생을 살면서 뜻하지 모르는 분들에게 도움 받는 경우가 많아서 조상님의 은덕으로 생각하고 항상 감사하게 생각한다.
이 에세이는 전반적으로 삶의 거친 면이 아닌 보드랍고 포근한 최고급 이불 같아서 나도 모르게 마음이 느슨해지고, 따뜻해진다. 작가의 삶이 어떤지 모르지만 이 내용만으로 생각하면 포근한 봄 햇살 같은 삶이 아니었을까 생각했다.
그런데 대한민국에서 여성으로 태어난 삶이 봄 햇살 같을 수 있을까? 진짜 과연 봄 햇살이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여름의 가운데 잔인하게 내리쬐는 태양의 기운을 작가 특유의 긍정적인 마음으로 봄 햇살로 받아들인 것은 아닐까? 내가 감히 그 삶을 판단하겠냐 만은 작가의 삶을 대하는 태도는 바람처럼 누구나에게 보듬고, 누구에게나 선량하고, 누구에게나 나눠주려 애쓰는, 스스로 나서서 품은 그런 삶이 아니었을까?
느즈막하게 작가의 길을 택한 용기와 강인한 세월의 힘에도 주눅 들지 않고 도전하는 작가의 삶을 응원을 할 수밖에 없다. 인생 선배로써, 다양한 인생의 보기가 되어주심에 감사를 표한다.
내 안에는 수시로 두 개의 바람이 불었다. 하나의 바람(風)은 흔들림과 가벼움이고, 또 다른 바람 (望)은 꿈이고 희망이었다.
.29 K야, 언제 나 모르게 땅 사고 집 지어서 이사했니?
.41 친정 부모님은 딸만 내리 다섯을 낳고 여섯 번째로 아들을 품에 않으셨다. 그때 아버지 연세 마흔이었다.
.127 삶에 배반당한 주인의 서슬에 소리 한번 내지 못하고 어두운 상자 안에서 언제고 때가 되면 어떤 차가운 것이라도 따뜻이 품을 준비를 하며 침묵했을 것이라 생각하니 뭉클하기만 했다.
.185 목적지를 벗어났습니다. 경로를 다시 탐색합니다.
끝나기 전에 끝나지 않는 것이 초행길이던가, 아니면 길이 있는 곳에 또 다른 길이 있는 것이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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