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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어붙은 여자
아니 에르노 지음, 김계영 외 옮김 / 레모 / 2021년 3월
평점 :
#아니에르노 #얼어붙은여자 #레모 #La_femme_gelée
#표지이야기 #크리스마스 #프랑스 #대한민국 #일기
본 서평은 도서를 지원받았으나 내돈내산의 심정으로 진솔하게 썼습니다.
이 책은 염상섭의 ‘표본실 청개구리’처럼 비이커 속에서 올라가는 온도를 감내하며 인생을 참아 온 한 인간의 고백이며, 자전적 소설이다.
소설은 아무렇지 않게 어린 시절의 주변의 인물들을 묘사한다. 그 묘사에 나오는 인물들은 우리가 흔히 보는 자연스러운 동네의 친인척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런 모습을 주인공은 그들의 삶으로 받아들이고, 자신도 자신의 삶을 살면 되는 구나 생각한다. 그러나 학교를 다니면서 그 생각은 혼란과 적응을 통해 자신도 남이 정한 틀에 맞추려 노력하게 된다. 그리고 아무렇지 않았던 자신의 부모님에 대해 부끄러움을 느낀다.
보통 이런 것을 우리는 좋은 말로 '사회화 되었다'고 말한다. 말이 좋아 사회화지 모든 사고의 체계를 천편일률적으로 만드는 것이다. 그래놓고 사회는 창의적인 인재를 원한다며 앞뒤안맞는 말을 한다.
#저는비정규직초단시간근로자입니다에서 인용된 #유현준 의 책에서는 이런 아이러니한 학교를 실날하게 비판했다.
📘.122
평생 양계장에서 키워놓고는 닭을 어느 날 갑자기 닭장에서 꺼내 독수리처럼 하늘을 날아보라고 한다면 어떻게하겠는가? 양계장 학교에서 12년 동안 커온 아이들게게 졸업한 다음에 창업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닭으로 키우고 독수리처럼 날라고 하는 격이다.
< #어디서살것인가 .28>
여성 운동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은 대한민국 학교 교육이 아직도 양성평등에 대해 밑바닥 수준이라고 말하기도 감읍하다는 것을 단편적으로 보여준다. 공교육기관의 선생들은 원하던 원치 않던 끊임없이 여자 아이들에게 이상한 열등감을 심어준다.
📖.107
여자아이가 아무것도 할 줄 모른다고 하면 사람들은 제대로 다림질하고, 요리하고, 청소할줄 모르는 것으로 이해한다. 나중에 결혼하면 어떻게 할래? 반박하기 힘든 논리를 가진 대단한 질문, 궁지에 몰아넣는다. 달걀도 삶을 줄 모르는 구나, 그래, 됐다. 됐어. 네 남편이 시골 사람들이나 먹는 야채스프를 좋아 할지는 네가 알게 되겠지. 결혼은 한참 멀었는데, 나는 키득키득 웃었다. (...) 나는 나에게 ‘뭔가 부족하다’라는 사실을 생각하기 시작한다. 왜냐하면 여자아이는 모두 다 여자는 모두 다 집안일에 신경을 써야만 하니깐.
📖.203
내 자유에서 잃어버린 것은 어쩌면 슬퍼할 가치도 없는 개인주의의 찌꺼기 일 뿐이라고 확신했다. 함께 산지 1년 반이 되는 때였다.
여기서 더 이상 넘기지 못하고 어깨를 들썩였다. 잊고 있었던 예전의 기억이 떠올랐다. 한 카페였던거 같다.
😱“내가 더 많이 도와줄게”
이 말을 듣고 뱃속과 마음속 깊은 곳에서 올라오는 빡침은 눈빛을 변화시키기에 충분했다.
결혼기념일도 잊고, 내 생일도 잊지만, 저것은 기억한다. 저 ‘도와주겠다’는 말...
메인은 나고 자기는 어시만 하겠다는 뱃속과 마음속을 넘어선 DNA에 박힌 사고. 😳저 사고를 뜯어 고치고 싶지도, 뜯고 고칠 의향도, 힘도 없었다.
“육교 올라가는 할머니 짐 들어주는 정도의 책임감으로 결혼의 집안일과 육아를 하겠다는 거야? 학교에서 당번도 돌아가면서 하는데 같이 사는데 왜 나 혼자만 당번을 혼자해야해? 이게 집이 아닌 학교라면 ‘그것이 알고 싶다’에 나와야 하는 거야. 같이 살고 나 혼자 독박인데 왜 처벌 안되냐고!!! ”
찢어지는 마음은 갈라지는 목소리로 고스란히 나오고 있었다.
같은 시대 같은 교육 같은 추억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 그는 집안일과 육아에 대해 전혀 다른 태도를 취하고 있었다. 그 태도는 의식적인 학습에 의해 습득된것이 아닌 삶의 모든 순간에 보고 듣고 느끼고 체득한 것이다.
그에 대한 배신감
이런 선택을 한 나을 향한 자괴감
이따위 세상에 던져놓은 신에 대한 원망이 한순간에 몰려왔다.
그와 한 공간에서 같이 숨을 들이쉬고 내쉬는 것조차 치가 떨렸다. 성냥에 불이 붙이 한순간 화르륵 스스로를 태우고 있었다.
그러나 작가는 달랐다. 그의 문체는 감정이 있는 것인가 싶을 정도로 냉철했다.
작가는 책의 어느 부분에서도 어느 흥분하지 않았다. 그러나 작가가 택한 방법은 비아냥과 비꼼이었다. 그녀의 원서로 작가의 비아냥을 읽지 못해 안타까울 정도다. 약간의 비꼼을 동반한 단백하다 못해 내정한 문체는 마음을 더 많이 뜯어놨다.
소설의 내용중에 감정을 여과 없이 드러내는 부분은 부모로써, 엄마로써 갖는 죄책감이었다. 이것은 그 어떤 비아냥과 비꼼이 되지 않았나보다. 자식보다 자신을 먼저 생각하는 마음을 "비열함"이라고 표현함으로써 미안함을 표현했다.
왜 엄마는 자신을 먼저 생각하면 안되는가?
왜 엄마는 늘 희생해야 하는가?
각자의 개성이 존중되어야 한다고 부르짖는 세상에 엄마에게만은 왜 틀에 박힌 모습을 기대하는가?
자신의 자아성취를 강조하는 시대에 왜 엄마는 아직도 일을하면서도 집안일과 육아를 모두 책임져야 하는가?
✍소설의 주인공의 이름은 끝까지 등장하지 않는다. 그것은 읽다보면 소설의 주인공이 이미 독자가 되어있기 때문에 이름이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이 차갑게 단백한 이 책은 소설이며, 모든 여성의 자서전이며, 아무에게 말하지 못하고 혼자 끄적였던 내 일기와 같다.
✍ 이 책을 선물할때 결혼한 사람에게 선물해도 될지 몰라서 망설였다고 했다. 결혼 유무와 상관없이 남녀가 생긴 이래 함께 했지만 서로를 이해 못하는 생물학적 성, 두 개는 반드시 읽어야 한다. 그래야 조금은 서로를 이해 할 수 있을 것이다.
. 13 상처받기 쉽고 가녀린 여자, 보드라운 손을 가진 요정같은 여자, 소리없이 질서와 아름다움을 만들어 내는 집안의 자상한 숨결, 묵묵히 순종하는 여자. 아무리 돌이켜 봐도 어린 시절 내 주변에서 이런 여자를 찾아볼수 없었다.
.107 여자아이가 아무것도 할 줄 모른다고 하면 사람들은 제대로 다림질하고, 요리하고, 청소할줄 모르는 것으로 이해한다. 나중에 결혼하면 어떻게 할래? 반박하기 힘든 논리를 가진 대단한 질문, 궁지에 몰아넣는다. 달걀도 삶을 줄 모르는 구나, 그래, 됐다. 됐어. 네 남편이 시골 사람들이나 먹는 야채스프를 좋아 할지는 네가 알게 되겠지. 결혼은 한참 멀었는데, 나는 키득키득 웃었다. (...) 나는 나에게 ‘뭔가 부족하다’라는 사실을 생각하기 시작한다. 왜냐하면 여자아이는 모두 다 여자는 모두 다 집안일에 신경을 써야만 하니깐.
.185 어느 정도 시간이 흘러야 한다. 참아야 한다. 그 문장은 아마 그가 아무 생각없이 뱉어낸, 경솔한 말이었을 것이다.
.190 그가 바흐를 들으며, 공부한다. 나도 공부하지만, 적게한다. 설거지와 요리가 나의 공부와 바흐를 조금씩 갉아먹기 때문에. 그래서 그에게 책임감을 불편함을 느끼레 하려는데 아이보다 더 나은 건 없으리라 ‘예스’에 모든 것이 들어 있었다.
.191 심지어 가족의 자궁이 되어버린, 내 자궁에도 혐오감을 느낀다.
.203 내 자유에서 잃어버린 것은 어쩌면 슬퍼할 가치도 없는 개인주의의 찌꺼기 일 뿐이라고 확신했다. 함께 산지 1년 반이 되는 때였다.
.181 그가 헌법 공부하는 동안 당근 껍질을 벗기고, 저녁을 먹은 대가로 설거지를 해야하는가? 어떤 우월성의 명목으로 이런 일이 가능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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