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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글을 쓰면 좋겠습니다 - 나와 당신을 돌보는 글쓰기 수업
홍승은 지음 / 어크로스 / 2020년 1월
평점 :
책을 읽는 사람은 글을 쓰고 싶어 하고 글을 쓰는 사람은 소통하기를 원한다. 결국 작가는 자신의 일상에서 평범한 것을 특별한 관계를 맺고 많은 사람이 읽을 수 있는 글로 더 많은 사람과 소통하는 관계를 이어지게 하는 마술사인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면 작가라는 직업은 참 고맙고 매력적인 직업이다.
이 책의 표지는 검은 바탕에 노랑색의 빛과 책을 설명하는 글씨가 있다. 마치 어둠속에 자신에게 집중한 모습을 노오란 빛이 보호해주는 것 같다. 그리고 글을 쓰는 것이 아니라 그림을 그리는, 자신의 모습이 아니라 사슴을 그리는 여성이 있다. 역으로 생각하면 그림을 그리전 자신은 그저 배경에 불과한 사슴이었는데, 자신을 표한하기 위해 애를 쓰자 사지를 가진 여성으로, 그리고 그 여성이 자신의 그림을 그리자 풍경이 아닌 진짜 자신을 드러내는 생명체가 되는 것처럼 보인다. 그림에 집중할수록 노랑빛이 더 진하게 보인다.
등받이도 없는 불편한 의자에 앉아 다양한 도구도 없이 달랑 연필하나 들고 그림에 집중하는 모습이 스스로를 기억하기 위해 필사적인 행위로 보인다. 마치 작가 자신이 아닐까?
내용은 초반에는 작가의 이야기가 중반에는 작가와 관계를 맺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그리고 끝부분에는 진짜 글을 쓸 때의 작가의 생활이야기 나온다.
규칙적인 글쓰기에서 작가가 진짜 틀에 매지 못하는 사람이이구나 생각했다. 9시 출근 6시 퇴근이 숨이 찰 때가 있다. 그리고 그것이 꼭 시계추처럼 느껴져서 그런 회사생활이 힘들때가 있다. 전화는 받드시 받아야 하고, 메일은 매일 확인하는 거라고, 톡은 수시로 확인하고 답을 하라고 하는 사람도 있다. 왜?
유명한 사람이 되고 싶지는 않다. 작가가 되고 싶지만 또 되고싶지 않기도하다. 그렇지만 내가 생각하는 어떤 주제에 대한 영감을 놓치고 싶지는 않다. 어떤 것이든 내가 그 자리에 있기만하면 받을 수 있는 만날 수 있는, 알 수 있는 그 영감을 그래도 평생 한 번 쯤은 느껴 보고 싶은 것이다.
진짜 작가가 해주는 현실판 조언같은 책이라 씁쓸하기도 하고 웃기기도하고, 안타깝기도 한 이야기가 마음을 끌었다. 그리고 글을 쓰려면 많이 읽어야 하는 구나를 또 새삼스럽게 느꼈다.
어느 북토크에서 글을 쓰는 이유가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았다.
.13 글은 존재를 고정하지 않는다. 입 없이 몸만 있었던 여성이 글을 쓰는 행위는 ‘여성은 성기가 아니라 인간이다’라는 권리 선언과도 같다.
.15 비웃기 위해서 나는 글을 쓴다 (중략) 편견을 깨기 위해 나는 읽는다.
.116 머리로 상황을 해석하고 감상을 적는 쓰기의 습관을 버리고, 있는 그대로 써보는 게 시작이다.
.121 다른 언어나 악기, 드로잉을 배울 때처럼 쓰기에도 꾸준한 연습이 필요하다. 외면하기 않고 직시할 용기, 말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 사이에 좀 더 솔직해지려는 노력, 머리에서 머물던 이야기를 손으로 옮겨 적어 보는 실천 이 세 가지는 꾸준한 쓰기를 통해서 단련할 수 있다.
.139 간혹 페미니즘 이슈에서도 ‘나는 창녀처럼 강간당했다. 여성이 애 낳는 젖소입니까, 우리는 창녀가 아니다’라는 식의 구호를 쓸때가 있다. 성노동여성과 비인간 동물로부터 확실하게 거리를 두고 외치는 구호는 어떤 의미를 가질수 있을까. 또 다른 폭력을 수긍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질 수 있을까? 궁금하다. 배제하는 않는 구호, 여러 개의 팔로 모든 존재를 끌어안는 언어는 어떻게 가능할지
.146 <쓰레기 고서들의 반란>에서 장유승은 말했다. "별한 존재와 평범한 존재를 판가름하는 기준은 존재 자체의 가치가 아니라 관계다. (중략) 평범한 존재를 나와 관계를 맺음으로써 특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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