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도예찬 - 문학에 나타난 그리움의 방식들 예찬 시리즈
왕은철 지음 / 현대문학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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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영문학자인 저자가 애도라는 모티브를 통해 널리 알려진 문학작품, 그리스 신화, 성서는 물론 홀로코스트 등에 이르기까지 특정 작품, 특정 작가의 삶과 작품세계, 역사적 사건 등을 재해석한 글들을 엮어 낸 것이다. 친숙한 텍스트를 소재로 하고 있어 재미있게 읽었다

 

이 책에 실린 글 중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을 몇 개 꼽아보자면, 햄릿폭풍의 언덕, 페미니스트 시인으로 널리 알려진 실비아 플라스와 그녀의 남편 테드 휴즈의 삶과 작품 세계를 분석한 것들이다. 테드 휴즈에 관한 글은 다른 글들과는 사뭇 다른 결을 보인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테드 휴즈는 아내 실비아 플라스의 자살 이후 당대 페미니스트들의 원망과 비난을 한 몸에 받은 바 있다. 그의 작품 세계에 대한 저자의 해석은 단순히 텍스트 분석에 그치지 않고 이러한 개인사를 맥락으로 하고 있다. 당대의 극렬 페미니스트와 관련하여 테드 휴즈가 겪었던 수난에 대한 저자의 개인적 공감과 분노가 느껴졌다. 나는 오히려 동시대 일군의 페미니스트들이 왜 실비아 플라스의 시에 왜 매료되었는지, 그녀의 죽음을 왜 테드 휴즈의 탓으로 여겼는지 궁금해졌다. 어쨌든 테드 휴즈를 다룬 글에서는 테드 휴즈의 고통에 대한 저자의 동일시로 인해 이런 물음들이 생겨날 공간이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좀 아쉽고 답답한 부분이 있기는 했으나, 텍스트에 대한 저자의 태도와 관점 면에서 흥미롭기도 했다.

 

3년 전에 이 책을 처음 접했을 때, 󰡔애도 예찬󰡕이라는 제목에서 확 끌렸다. 삶과 죽음, 만남과 이별의 순환이 이상한 방식으로 깨어져 버린 후기 근대의 삶 속에서 애도의 문제는 인간다운 삶이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 질문을 다시 생각해 보게 한다. 인간의 비극은 궁극적으로 애도의 상실 혹은 실패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는 저자의 견해가 깊이 와 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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