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주식회사 - 대학의 상업화에 대한 심층 탐사 르포
제니퍼 워시번 지음, 김주연 옮김 / 후마니타스 / 2011년 3월
평점 :
절판


교육은 평등과 인간다운 삶이라는 가치를 위해 공공성을 담보해야할 마지막 보루와 같은 영역이다. 이 책은 대학과 기업이 짝짓기를 한 이후 이른바 기업화된 대학의 부조리한 풍경들을 적나라하게 고발한다. 사회과학 저서에 비해 저널리스트가 쓴 책의 미덕은 현장감이다. 저자는 이 책 University Inc - The Corporate Corruption of Higher Education(원제목)에서 대학과 기업의 경계가 모호해지면 ‘교육’의 핵심 가치가 뿌리부터 훼손되고 부패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저자가 집요하게 추적하고 있는 문제들, 교육의 가치와 함께 공공성이 무너지고 있는 미국 사회의 풍경은 마치 한국 사회의 그것을 보는 듯하다. 읽다보면 한국에서 ‘황우석 사태’가 어떻게 가능했는지, 그것이 예외적 사건이라기보다는 “기업의 하청업체”가 된 대학에서 일어나는 일들의 일부임을 이해하게 된다. 저자는 대학과 기업의 짝짓기는 공공성을 위한 것이라는 기대가 한갓 허구에 지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어떻게 온갖 부패와 부조리를 양산하는 역기능을 하고 있는지 실제 사례를 통해 조목조목 설득해낸다.

“대학이 지금 스스로를 지역 기업들의 하청업체로 전락시키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됩니다....대학은 사람들이 비판적으로 읽고 쓰고 생각하도록 가르쳐야 합니다”
p.423-5. 1990년대 말 미국의 조지메이슨 사태(기업이 대학에 침투하면서, 인문사회과학 관련 학과가 통폐합되거나 없어질 위기에 처함) 당시, 인류학자 케빈 에브러치 교수.


p.125. 사회학자 로버트 머튼 Robert Merton은 1942년에 출간한 그의 고전적인 논문에서 과학계의 문화를 공산주의적 이상에 비유했다. 지적 재산은 공동으로 소유하고, 새로운 발견은 무상으로 교환되었다. 머튼은 “과학자가 ‘자신’의 지적 ‘재산’으로 주장하는 것은 인정과 존경에 한했으며,” 과학 지식은 공공의 재산으로 간주되었다고 기술했다.


한국에서 대학과 기업의 짝짓기가 본격화된 1990년대에는 대학 실험실이 기업이 자금을 댄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것을 바람직하게 바라보는 분위기였다. 당시의 담론은 대학에서 생산되는 지식의 실용성을 강조하면서 이러한 추세가 청년 고용률을 높일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했다. 이제 거의 모든 대학들이 교육, 연구, 경영에 이르기까지 전 영역에서 대학-기업 복합체가 되어버린 상황에서, 과연 그러한 믿음과 기대가 어느 정도 현실화되었는지 차분히 검증해 볼 필요가 있다. 대학의 상업화를 생명공학, 의학, 약학 등 과학 지식의 생산 측면에서만 주로 조명했다는 점이 조금 아쉬웠다. 이제 서점에 가면 일부 대형서점을 제외하고는 사회과학 코너, 시집 코너는 아예 찾아볼 수가 없다. 대학에서 천대받는 지식이 되어가고 있는 인문사회과학이 사회에서도 주변부로 밀려나고 있는 것. 대학은 과연 어떤 곳이어야 하는가, 사회에서 ‘고등 교육’은 어떠한 기능을 수행해야하는가, 이런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보아야 할 때이다. 이런 책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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