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은 나의 것 - 어린이 성폭력 예방의 첫걸음 어린이 성교육 시리즈 1
린다 월부어드 지라드 글, 로드니 페이트 그림, 권수현 옮김 / 문학동네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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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는 어른들에게


어린이 성폭력 예방은 자신의 몸과 마음을 이해하는 일에서 출발합니다.


이 책은 성폭력은 누구에게나 일상적으로 일어날 수 있다는 전제에서 출발하여, 이 문제를 화재나 교통사고처럼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는 어린이 안전의 문제로 접근합니다. 이러한 접근은 어린이들에게 불특정 다수에 대한 막연한 공포감을 심어주지 않으면서도, 발생가능한 문제에 대해 효과적인 대응력을 키워줄 수 있습니다.


가해자가 낯선 사람이 아니라 주변 사람일 경우, 그리고 선물이나 회유 등의 수단을 이용할 경우, 어린이는 이를 ‘폭력’으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또한 대부분의 어린이 성폭력은 아는 사람에 의해서 발생하기 때문에 반복되는 양상을 보입니다. 따라서 어린이 성폭력 예방을 위한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조치는 피해 초기 단계에서 어린이와 보호자가 이를 빨리 인지하여 피해를 중단시키는 것입니다.


이 책은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전달함으로써 사건 발생 초기 단계에서 어린이와 보호자의 성폭력 대응력을 키우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첫째, 어린이 스스로 성폭력 문제를 감지할 수 있는 인지력이 있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구체적으로 자신의 몸에서 다른 사람이 함부로 만져서는 안 되는 곳이 어느 곳인지 알려주어야 합니다. '거기', '아래', '밑' 같은 추상적인 단어가 아니라 구체적인 단어를 사용하시기 바랍니다. '어깨', 팔', '다리'처럼 신체 부위를 구체적이고 정확하게 지칭하는 단어를 사용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합니다. 그런데 여성과 남성의 성기를 지칭하는 '보지', '자지'라는 단어는 욕이나 비속어로 사용되어 불쾌감을 일으키는 말이 되어 버렸습니다. 그래서 어떤 분들은 '잠지', '찌찌', '고추'처럼 성기를 지칭하는 '아기말'이 대신 사용되기도 합니다. 아이가 직접 자신의 성기에 특별한 이름을 붙여 주거나 보호자와 함께 이름을 지어 함께 사용하는 것도 좋습니다. 물론 이렇게 자신이 직접 붙인 이름은 일상적으로 다른 사람과 함께 사용하기는 어렵겠지만, 어린이에게는 자신의 성기에 대한 인지와 함께 자신의 몸에 대한 통제 감각을 부여해 줍니다. 성기가 이름이 없는 모호한 곳으로 남아 있는 한 어린이는 성기와 관련해서 일어나는 일들을 인지하거나 표현하기 어려우며, 성기가 아이에게 부끄럽고 죄의식을 불러일으키는 곳으로 남아 있는 한 어린이는 성폭력이 발생하더라도 도움을 요청하기 어렵습니다. 이 책의 주인공 줄리는 자신의 성기와 엉덩이는 자기만 볼 수 있고, 만질 수 있는 곳이며 다른 사람이 함부로 해서는 안 되는 ‘나만의 것’이라는 점을 잘 알고 있습니다. 이것은 단지 ‘나의 것’ 즉, 소유 개념을 이해하는 차원이 아니라 자신의 감정과 인격, 결정권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차원의 훈련입니다.


둘째, 어린이로 하여금 자신의 마음과 의견을 먼저 이해하고 존중하도록 격려해 주시기 바랍니다. 상대가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이거나, 친한 사람인 경우, ‘싫다’라고 말하는 것은 어린이에게 무척 어렵습니다. 또한 상대방에 대한 좋은 감정과 신체 접촉에 대한 거부감 사이에서 어린이는 혼란을 느끼게 됩니다. 성폭력은 바로 이러한 상황에서 지속되거나 악화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 책은 가까운 사람과의 관계에서 발생하는 신체 접촉에 대해 어린이가 혼란을 느끼는 상황을 제시하고 그런 상황에 현명하게 대처하는 방법을 보여 줍니다. 줄리 부모님처럼 어린이의 감정과 인격을 존중하는 환경이 갖추어질 때 성폭력은 예방될 수 있습니다.


어린이의 몸과 마음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일, 그것은 성폭력 없는 사회로 나아가는 첫걸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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