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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제일 존경하는 학자인 다치바나 다카시의 책이다. 그가 살고 있는 고양이 빌딩엔 약 15만권의 장서가 쌓여있다. 내가 그를 처음 만난건 <나는 이런 책을 읽어 왔다>였다. 우연찮은 기회로 접한 그 책은 나의 가치관을 송구리째 바꾸어 놓았는데, 그 책을 통해 내가 얼마나 교양이 없는지 절실하게 깨달았고 내가 걸어야 할 길에 대해서 확신할 수 있었다. 다치바나 다카시는 스물 다섯살 이후로 읽고 쓰는 일이 전부인 삶을 살고 있다. 아침에 눈을 떠서부터 저녁에 잠들때까지 책을 손에서 놓지 않는다.

 

나는 책을 읽지 않았다. 언제 책을 읽었는지 기억도 나지 않을정도로 말이다. 내가 인문학에 관심이 생긴건 스물 세살 무렵. 그 때 이후론 간간히 책을 읽긴했지만 한달에 두 세권이 전부였다. 가볍게 하루에 두 세권을 읽어대는 다치바나 다카시는 현 시점 내 인생의 멘토이다. 나 또한 그 처럼 박식해질 수 있다면. 나 또한 그와 같은 길을 걸어갈 수 있다

 

<다치바나 다카시의 서재>는 사진가 와이다 준이치가 서재를 촬영하면서 다치바나 다카시가 자신의 독서 편력에 대해 서술하는 구조로 되어 있다. 실로 지의 거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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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만 서술한 것이다. 큰 주제서 부터 작게는 인물까지 두서없이 적었는데 보통 사람은 거의 알지 못하는 영역이 많다. 다치바나 다카시는 하나의 영역에 매몰되어 있지 않다. 그는 왼쪽에서 오른쪽 모두를 아우르고 있으며 문학적 지식에서부터 과학적 지식 모두를 전체적으로 조망하고 있다. 

 

철학의 종말

 

오늘 날 철학이 사라졌다고 말한다. 유용한 학문이 대학을 점유하고 있는 오늘날의 상황은 더 이상 놀랄만한 일이 아니다. 더 이상 형이상학에 인생을 거는 사람은 없다. 이제 사람들은 형이상학이라고 하면 알 수 없는 철학적 개념들이 난무하는 해괴망측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형이상학이 무엇을 다루는 학문인지 조차 알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다. 이제 철학의 자리는 더 이상 없다. 철학의 종말이다. 그리고 그 자리는 과학이 대신한지 오래 되었다.

 

다치바나 다카시는 대략 스무 권 정도 책을 집필했다. 그리고 그가 말하길 죽기 전 자신의 원대한 계획은 <형이상학>을 집필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거의 모든 학문을 넘나들며 세계 지식의 원리를 탐구한 그가 최종적으로 서술하고 싶어하는 것은 이 세계의 작동 방식이다.

 

그로서도 철학은 더 이상 사람들을 매혹시키지 못하는 것이라고 말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계의 최종적인 지식은 반드시 철학이 풀어내야 한다고 말한다. 현대 철학은 현대 과학을 따라가지 못한 채 고담준론이 되어버린지 오래되었지만, 과학의 영역을 온전히 이해한 자가 새로운 철학을 만들어내는 것이 필요하며 그 역할은 본인의 것이라는 말이다.

 

교양

 

이 모든 건 교양으로 귀결된다. 아인슈타인은 철학 없는 과학은 절름발이고 과학 없는 철학은 맹목이라고 말한 바 있다. 스페셜리스트만이 요구받는 오늘날에 교양의 미덕은 부가 상품이 되어버린지 오래되었다. 다치바나 다카시는 교양의 힘을 강조하는데 어느 한 가지에만 골몰되어 세상을 자유롭게 바라보지 못하는 것. 그것은 교양의 상실을 의미하고 또 그런 지적으로 편협한 사고가 일본을 지배하고 있기에 앞으로의 일본을 걱정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교양이란 어느 한 말로 규정할 수 없는 것이다. 열린 사고를 가지고 자유의 눈을 가질 수 있게 되는 것. 시대를 포착할 수 있는 힘을 가질 수 있는 것. 그것이 교양을 얼추 나타내는 서술이며 독일어로 교양이란 buildung이다. '쌓는 것'이란 의미다.

 

저자가 말하길 현대의 교양은 까뮈, 데카르트, 칸트, 쇼펜하우어가 아니라 뇌과학이며 물리학이라고 말한다. 물론 그렇다고 과학적 지식이 전부라는 것이 아니라 교양 또한 시대에 따라 움직일 필요가 있다는 의미가 함축되어 있다. 

 

책은 무한대의 힘을 가지고 있다.

 

누군가가 말했다. 책은 무한대의 힘을 가지고 있다고. 나 또한 전적으로 동감하는 바이다. 제 아무리 즐거운 것이라도 지식을 탐구하는 것보다 즐거운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글을 쓰고 글을 읽는 것보다 아름다운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말하면 위선적으로 들릴지 모르겠다. 하지만 짧은 인생을 살아오면서 내 마음이 편안했던 순간은 방 안에서 외부와 연락을 끊은 채 나 홀로 지적으로 탐구할 때 뿐이었다. 

 

책은 무한대의 힘을 가지고 있다.

 

그런 측면에서 다치바나 다카시는 내 인생의 멘토이다. 나 또한 그와 비슷한 인생을 살아보고 싶다. 항상 불운했던 내 인생은 책을 통해서 조금은 괜찮아 졌다. 인생의 의미를 찾지 못한 채 방황할 때 나를 보다듬어 준 건 책 뿐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책의 힘과 교양의 힘을 알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글을 마친다. 끝.




https://larus3.tistory.com/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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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미안..

이 책을 처음 만났던 건 아마 드라마 <프로듀서>를 보고 나서 였을거다.

드라마 중에 김수현이 데미안의 제일 감동적인 구절을 독백으로 하는 내용이 나온다.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알은 세계이다. 태어나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군대에서 이 책을 읽으려고 여러번 시도 했었다. 

책이 너무 어려워서 후반 부는 무슨 내용인지 잘 이해도 못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싱클레어가 프란츠크로마의 예속에서 벗어나 자신의 길을 향해 계속해서 걸어가고

데이안을 통해 선과 악의 아프락사스를 내면에서 찾아내는 과정만큼은

내 마음속에 뚜렷하게 남아 있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25.

더 이상 늦기 전에 다시 데미안을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데미안의 서문에서부터 끝까지.

헤세가 이 책을 통해서 말하고 싶었던 바는

한결 같다.

자기만의 길에 이르라는 것이다. 

어떻게 자기만의 길을 찾고, 그 삶을 살아낼 수 있을까? 


악과 충동의 세계가 발현되는 것은 어쩌면 인간의 조건일지도 모른다.

선과 악의 투쟁과 대립속에서 자신만의 아프락사스.

삶의 신념과 믿음을 만드는 것은 참으로 힘겨운 과정이다.

그리고 오직 그것만이 인간이 자신의 인생에서 실현해야 하는

단 하나의 목적이다..


나의 길.


도대체 나라는 인간은 어떻게 살아가야 하며,

무엇을 위해 나는 존재하는 걸까?

내가 살아야 하는 이유는 무엇이고

내 생은 가치가 있는걸까?


잠시 모든 것을 묻어두고

무인도 섬에서 일년 정도 살게 되면 알게 될까?

불멸의 사랑을 하게 되면 알게 될까?

모든 책을 섭렵하게 알게 될까? 아니면 시간이 해결해줄까?


그 길은 힘든 것이다..

그 길을 이뤄내려는 건 오직 인간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의 길을 이뤄내는 것이 가치있는 것이다..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알은 세계이다.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내 속에서 솟아 나오려는 것.
바로 그것을 나는 살아보려고 했다. 왜
그것이 그토록 어려웠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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