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올레트, 묘지지기
발레리 페랭 지음, 장소미 옮김 / 엘리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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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개의 묘지 비석에 새겨진 글들을 읽으면 어느새 나도 비올레트와 함께 미소 짓게 된다.








프랑스의 공동묘지는 우리나라의 묘지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사랑하는 이를 잃은 슬픔이 지나가고 일상을 마주하는 곳이 된다. 매일 방문해서 죽은 이의 안부를 물을 수도 있고, 생전에 좋아했던 음악을 틀어놔 줄 수도 있고, 매일 꽃이 놓이며 주변엔 화분과 나무가 심어져 죽음 이후의 세월을 함께 보낸다. 비올레트가 있는 묘지엔 웃음도 슬픔도 낭만도 있다.





『비올레트, 묘지지기』는 현재와 과거를 오가며 수많은 이야기가 얽히고설킨다. 책장을 넘기는 속도가 빨라지고 이야기가 퍼즐처럼 하나씩 맞춰진다. 기구한 비올레트의 삶이 공동묘지의 첫 느낌처럼 암울하게 느껴졌다. 점점 비올레트의 아늑한 집처럼, 풍성한 텃밭처럼, 파스텔톤 그의 방처럼 환해진다. 아름다워진다.









💜스포 있어요💜







책을 읽는 내내 많이 울었다. 상실의 슬픔이 너무나도 생생하게 다가와서. 나 또한 비올레트처럼 삶의 차단기를 제 시각에 올리고 내리는 것만을 위해 살고 있었나 보다. 묶여 있는 삶이 너무나 안타까워서 너무나 벗어나고 싶은데 벗어나는 방법을 몰라서 벗어나는 것이 두려워서 그랬나 보다.





비올레트의 남편인 필리프가 너무 미웠고 시가가 너무너무 미웠다. 네이트 판의 무수히 달린 댓글처럼 당장 도망치라고 말하고 싶었다. 그러나 독자로써 할 수 있는 게 무엇이겠는가. 비올레트를 좀먹는 그 삶에서 벗어나게 하고 싶어 더 열심히 책을 읽었다.






반면에 따뜻한 사람들의 선한 행동이 내 화를 누그러트려주었다. 사샤처럼 비올레트에게 선뜻 친절을 베풀 수 있을까, 셀리아의 여행 가방을 들고 온 것처럼 내 집을 내어줄 수 있을까. 셀리아의 별장에 비올레트의 가족이 휴가를 갔을 땐 내 일처럼 무척 기뻤다. 평생 본 적 없는 지중해를 본 비올레트처럼 눈물이 고였다. 대가 없는 친절을 베푼 비올레트에게 이보다 더 큰 선물이 어딨을까. 아름다운 풍경, 소중한 가족들, 즐거운 추억 모두 다 사랑스러웠다.








프랑스 사람들의 사랑 방식은 나 같은 유교 걸에겐 매우 당혹스럽다. 이렌과 가브리엘처럼 오랜 세월을 피하고 만나면서 그리워할 수 있을까? 필리프와 프랑수아즈의 사랑은 어떻고? 아무리 생각해도 답 없는 물음표만 가득하다.




그래도 가브리엘이 이렌에게 선물을 주는 방식은 참 멋졌다. 팔찌를 목걸이를 반지를.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팔아 집을 살 정도의 어마어마한 값도 한몫했지만 무엇보다 이렌을 생각하는 마음이 요즘은 보기 드물지 않은가. 선물 주는 장소와 방법까지 상대를 배려하고 고심한 흔적이 엿보였다. 미술관 데이트도 그렇고. 저자 발레리 페랭의 낭만적인 생각이 이 부분에 담겨 있었다.






『비올레트, 묘지지기』 에선 인간의 이중적인 마음이 잘 드러난다. 사랑하지만 사랑하지 않는, 새로운 사랑을 소유하고 싶으나 현실의 책임감과 고민하는 모습이 이렌과 프랑수아즈 그리고 비올레트를 통해 잘 드러난다. 왜 배우자의 마음이 떠난 걸 알지만 헤어지지 못할까? 처음엔 인정하지 않고 거부하다 나중에 받아들이는 마음은 어떤 것일까? 비올레트도 그렇고 폴도 그렇고 장기간의 사랑에는 관성이 법칙이 존재하는가 싶다. 그대로 그 자리에 머물면 관성의 법칙대로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






프랑스 소설은 주인공들이 다 죽는다더니 비올레트의 딸도, 남편도 다 죽었다. 비올레트에게 큰 상실을 주었지만 사샤의 말처럼 과거를 끌어안고는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비올레트, 묘지지기』에선 사샤가 비올레트에게 해준 말이 마음에 오래도록 남는다. 비올레트가 힘들 때 일어설 수 있게 도와준 인물이라 그런가.






비올레트에게 따뜻한 차를 끓여 주고 제철 재료로 맛있는 식사를 만들어 준다. 여행 가방 안에 비올레트를 위한 기념품을 한가득 담아 시의적절하게 돌아와 위로해 주는 사람 사샤를 비올레트에게 나타난 천사라고 생각했다.







추천사는 소설을 다 읽고 다시 읽으면 감동이 생생하게 다가온다. 추상적이었던 글이 생생하게 마음에 들어온다. 나를 살게 하는 사람은 누구일까? 비올레트에게는 필리프, 레오렌이었다가 사샤로 그리고 쥘리엥이 되었던 것처럼 나도 한때 나를 살게 한 사람이 있었다. 즐거웠다 행복했고, 그러나 나 스스로 온전하지 않았다. 슬펐고 헤어짐이 날 성숙하게 만들었다. 지금은 날 살게 하는 게 사람이 아니라 그물망처럼 뻗어나가는 배움의 갈망이다. 책을 읽고 차를 마시고 울고 웃는 이 시간이 무척 즐겁다. 책을 읽으면 사샤도 쥘리엥도 모두 만날 수 있으니까. 심지어 가브리엘의 달콤한 말도 읽을 수 있다. (번지르르한 말만 좋았다!) 누누의 결혼도 비올레트의 새 출발도 너무 좋았다. 해피엔딩이 좋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자유롭게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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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득 윌북 클래식 첫사랑 컬렉션
제인 오스틴 지음, 송은주 옮김 / 윌북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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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윌북 클래식 클럽 단원으로 뽑혀 '첫사랑 컬렉션 세트'를 선물 받았다.


고전을 읽어보고 싶었지만 만만치 않은 두께와 어려운 옛 글투로 선뜻 도전하기 어려웠다.



윌북 첫사랑 컬렉션은 '문학을 처음 맛났을 때 두근거림과 감동을 현대적인 번역으로 다시 만나자는 슬로건'으로 세기의 문학 4편을 골랐다.



『설득』 제인 오스틴


『순수의 시대』 이디스 워튼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위대한 개츠비』 F 스콧 피츠제럴드




파스텔톤 표지에 간결한 사진과 제목이 적힌 첫사랑 컬렉션을 직접 눈으로 보니 더욱더 감동이었다. 사진으로 본 것보다 더 예쁘고 생각보다 가벼워 한 손에 쏙 들어왔다. 네 편이 쪼르륵 꽂혀 있는 상자부터 시작해서 소장 욕구를 불러일으키기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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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에서 영화화돼 화제를 모은 제인 오스틴의 『설득』을 먼저 읽어 보았다.





제인 오스틴의 깊은 통찰력을 엿볼 수 있는 『설득』은 막힘없이 쭉 읽을 수 있었다. 현대적으로 번역하여 바로바로 이해할 수 있었고, 차별 없는 언어로 번역하려 애쓴 옮긴이의 노력이 엿보였다.




약 200여 년 전 쓰인 소설이기에 문화와 생각이 많이 달라 현대의 시각으로 보면 부당하기도 하고 불편한 표현이 포함돼 있다. 그러나 반대로 생각해 보면 차별과 억압이 당연한 시대에 작가 제인 오스틴은 이 부분을 정확히 집어주고 있다. 자신이 속한 영국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면서도 잘못된 점을 비판하고 자신이 생각하는 지성인의 지향점을 주인공 앤을 통해 진솔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제인 오스틴의 『설득』은 과거에 이루지 못한 사랑을 마침내 이루는 주인공 앤과 엔트워스 대령의 사랑 이야기다. 표면적으로 보면 주변의 만류로 헤어진 연인이 8년 반 후에 만나 끝내 정리하지 못한 감정을 확인하는 이야기로 보인다. 그러나 여기서 제인 오스틴만의 매력적인 다양한 사건의 직조 능력이 펼쳐진다. 그리고 소설 말미에 이 모든 것이 연결돼 마지막 퍼즐이 완성된다.




💛스포 있음💛






제목처럼 설득은 이 소설의 전체 내용의 관통한다. 각자 자기가 처한 상황과 역할에 맞추어 상대를 설득한다. 레이디 러셀은 부모와 같은 마음으로 앤 엘리엇을 설득한다. 앤은 그의 주장이 타당성 있다고 보고 페트릭 엔트워스(나중에 엔트워스 대령이 된다.)와 약혼을 파기한다. 또 엘리엇 가를 생각해 레이디 러셀은 앤과 엘리엇 씨의 결혼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도록 앤을 설득한다. 반면에 스미스 부인은 앤이 올바른 선택을 하도록 설득한다. 엘리엇 씨의 어둡고 악랄한 면이 앤에게 좋지 않은 결과를 가져올 것을 이야기하며 완벽한 증거를 보여준다. 앤은 스미스 부인의 설득을 받아들인다. 좋은 대화와 설득이란 상대방의 마음을 얻는 것이다. 앤과 엔트워스 대령에게는 슬픈 헤어짐을 안겨줬지만 레이디 러셀의 설득은 공감 가는 부분이 크다. 비록 혈연은 아니더라도 진심을 다해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최선을 다해 가장 좋은 것을 권했을 것이다. 8년 반이란 시간이 페트릭 엔트워스를 좀 더 성숙하게 만든 시간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솔직히 말하면, 네가 미래의 켈린치 가의 안주인, 미래의 레이디 엘리엇이 될 수 있다면, 네가 사랑하는 어머니의 자리를 물려받아 어머니의 모든 미덕은 물론, 권리와 사랑까지 물려받는 모습을 보게 된다면 나로서는 그보다 더 기쁜 일음 없을 거다. 너는 외모나 성품이나 네 어머니를 꼭 닮았어. 네가 어머니의 지위, 이름, 집을 다 물려받고 같은 곳에서 안주인 노릇을 하면서 어머니보다도 더 훌륭하다는 평을 듣게 된다면! 사랑하는 앤, 내 평생 그보다 더 기쁜 일은 없을 거야!


P. 235





앤의 모든 주장과 설득을 자신의 의견과 비교하고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한다. 아마 제인 오스틴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여성의 모습일 것이다. 시대를 관통하는 가치라고 생각한다. 주인공 앤이 여성으로 설정됐지만 모든 지성인이 반드시 갖춰야 할 덕목이라고 생각했다.



친애하는 스미스 부인, 당신의 이야기에는 근가가 부족해요, 그 정도로는 안 돼요. 엘리엇 씨가 저에 대해 가지고 있는 생각만으로는 그가 아버지와 화해하려 애쓰는 노력이 설명되지 않아요. 그건 다 제가 바스로 오기 전의 일이었어요. 도착해 보니 벌써 아주 가까운 관계가 되어 있더라고요.


P.306







『설득』에서는 주인공 앤의 아버지 준남작 엘리엇 경과 첫째 언니 엘리자베스, 엘리엇 가문의 유산을 물려받을 친척 엘리엇 씨를 통해서 부를 가진 자의 덕목과 부를 대하는 태도를 이야기한다. 아무리 재산이 있다고 해도 자신의 경제 규모에 맞게 사용하고 분별없는 자선도 문제가 될 수 있음을 이야기한다. 다른 사람을 의식하기 보다 자기 자신과 가족에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제인 오스틴은 말하고 있다. 시대가 변함에 따라 부를 열망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 아니나 오로지 부를 위한 결혼, 친구가 재산을 탕진하게 부추기고, 명예와 재산을 위해 친척을 감시하고 결혼까지 이용하는 것은 크게 잘못된 것이라고 말한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보기엔 너무나 당연한 것이지만 언제나 사람은 머리론 알고 있지만 아는 그대로 행동하지 못한다. 앤 상대방을 배려하기보다 엘리자베스처럼 자신에게 함몰돼 주변에 관심은커녕 무시하기도 한다. 『설득』을 읽으면서 앤과 비교하며 나를 한 번 더 성찰할 수 있었다.



뭐라고! 삶의 위한을 전부 다 버리라고! 여행, 런던, 하인들, 말, 만찬! 온통 다 줄이고 절제하라는 말뿐이군. 신사의 체면도 차리지 말고 살라니! 안 되지, 이렇게 불명예스럽게 남아 있느니, 차라리 켈린치 홀을 떠나고 말겠어.


P. 22




여기서 당신이 알아야 할 것이, 그 무렵에는 준남작 지위의 가치에 대한 엘리엇 씨의 견해가 예전과는 크게 달라졌다는 점이에요. 혈연과 연줄에 관해서라면 그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었어요. 오래전에 재산은 쓸 만큼 충분히 손에 넣었고, 탐욕이나 사치 면에서는 더 바랄 것이 없어지게 되니까 자신이 상속받게 될 것에 점차 마음이 쏠리게 된 것이지요.


P. 308








『설득』이 쓰인 시대가 시대인 만큼 지금과 같은 기준으로 성 역할을 볼 수는 없을 것이다. 그래도 제인 오스틴의 소설은 가장 주체적인 여성을 다룬다. 『설득』에서 주인공 앤은 자신의 삶을 사랑하고 주체성을 지키기 위해 노력한다. 자신을 무시하는 행동과 언사를 보이는 아버지와 큰언니에게 예의를 다하고 질투와 불만이 많은 막냇동생에게도 정성을 다하고 사려 깊게 대한다. 자신의 미숙함을 받아들이고 레이디 러셀의 설득을 받아들이기도 하지만 시간이 지나 올바른 판단을 하기 위해 웬트워스 대령과의 만남을 피하지 않는다. 자신의 감정을 똑바로 대하고 주변의 수많은 설득에 휘둘리지 않는다. 당시에 사회에서 여성에게 요구한 것은 그저 재산이 많은 남자의 청혼을 받아들여 가정을 돌보고 아들을 낳아 가문을 잇는 것이었다. 그래서 앤에겐 찰스 머스그로브의 청혼을 거절한 것이 작은 흠이 되고 주변 사람들이 친척 엘리엇 씨와 좋은 관계를 이어나가 결혼하라고 부추기는 것이다.



앤이 인내심을 발휘해 조금 더 버티고 활기를 짜낸 덕에 메리의 기운은 꽤 회복되었다.


P. 60




현대적으로 재번역 한 『설득』을 보면서 한결 읽기 편했던 것은 번역으로 인해 우리말엔 없는 '그녀'를 최대한 '그'로 표현한 점이다.



레이디 러셀은 바스를 좋아했고, 그들 모두에게도 틀림없이 잘 맞을 거라 믿었다. 그의 젊은 친구도 더운 계절에는 자기와 함께 켈린치의 집에서 보내게 되면 전혀 걱정할 일이 없을 것이다.


P. 24








제인 오스틴의 소설이 마음에 드는 점은 결말이 행복하기 때문이다. 오해가 풀리고 사랑이 이루어지고 삶이 조금 더 나아지는 결말을 보여주기 때문에 독자로써 책을 덮을 때 마음이 가볍다. 그리고 현대적으로 번역하여 『설득』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더 잘 이해하고 저자가 의도한 바대로 감정선을 따라갈 수 있었다. 나머지 세 권의 고전도 기대된다. 즐거운 고전 읽기가 시작되어 기쁘다. 고전 읽기를 주저했던 독자들에게 권하고 싶은 윌북 클래식, 첫사랑 컬렉션 『설득』이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자유롭게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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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애하는 스미스 부인, 당신의 이야기에는 근가가 부족해요, 그 정도로는 안 돼요. 엘리엇 씨가 저에 대해 가지고 있는 생각만으로는 그가 아버지와 화해하려 애쓰는 노력이 설명되지 않아요. 그건 다 제가 바스로 오기 전의 일이었어요. 도착해 보니 벌써 아주 가까운 관계가 되어 있더라고요. - P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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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우트 마인드셋 - 감정 왜곡 없이 진실만을 선택하는 법
줄리아 갈렙 지음, 이주만 옮김 / 와이즈베리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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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라는 말이 있다.


우리는 오늘 점심으로 무얼 먹을지부터 시작해 학교, 직장, 결혼 등 인생의 중대한 문제까지 현대의 우리는 수많은 선택을 하며 살아가고 있다.





나에게 가장 적합하고 합리적인 선택을 하기 위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줄리아 갈렙은 TED 강연에서 '왜 우리는 틀렸을 때조차 옳다고 생각하는가(Why you think you're right-even if you're wrong)'로 큰 화제를 모았다. 그의 강연을 더 자세히 풀어 『스카우트 마인드셋』으로 출간했다. 어떻게 하면 감정에서 한 발자국 떨어져 진실에 기반한 합리적인 판단을 할 수 있는지 알려준다.





『스카우트 마인드셋』을 우리가 이미 머리로 알고 있는 사실을 왜 실행하지 못하는지 먼저 이야기한다. 위안, 자존감, 의욕, 설득력, 좋은 인상, 소속감. 이 6가지 동기화된 추론(motivated reasoning)이 우리 스스로를 의도적으로 합리적이라고 믿게 만드는 것이다. 사회과학과 심리학의 그 어디쯤 되는 내용인 것 같다. 가장 먼저 필요한 건 우리 인간의 사고방식과 불완전함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이었다. 이 정도 배웠으면, 이 정도 연륜이 있으면 옳은 결정을 하겠지 하는 과신을 버려야 한다는 것은 실로 나에게 조금 충격적이었다. 책을 읽으면서 실험으로 인정한 인간 본연의 모습을 보면서 인정하게 됐지만, 초반에는 내 알량한 자존심을 버릴 수가 없었다.






인간을 불완전하게 만드는 인지 편향에서 벗어나 객관성을 유지하며 진실을 바라보기 위해 줄리아 갈렙은 '스카우트 마인드셋'을 제시한다.



스카우트 마인드셋 Scoutmindset

정찰병 관점 - 마치 승리를 위해 전투의 실제 지형이나 적의 동향을 꼼꼼하고 정확하게 살피는 정찰병과 같이, 자신을 바라는 대로 대상을 보지 않고 '사실 그대로를 직시하는 태도'를 뜻한다.





드레퓌스의 결백을 밝혀낸 조르주 피카르 중령과 베서니 브룩셔 기자처럼 자신의 잘못을 시인할 수 있을까? 시인을 넘어서 손해 혹은 위협을 당하면서까지 진실을 고집할 수 있을까?


쉽게 단정할 수 없는 대답이 입안을 맴돌았다. 나의 불완전하고 사실을 직시하지 못하는 태도를 반증한 것이다.







소위 행복 회로를 돌리지(나에게 최대한 유리한 쪽으로 생각하는 것을 빗댄 말) 않고 스카우트 마인드셋(정찰병 관점)을 장착하여 더 좋은 선택을 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사실 테슬라가 성공할 줄은 전혀 예상치 못했습니다. 실패할 확률이 훨씬 크다고 생각했죠.

어떤 일은 시도할 가치가 있습니다. 설령 실패할 게 뻔히 보여도 말이죠.

- 일론 머스크




가치 있는 것에 베팅하고 변수를 인정하고 복기해야 한다. 첫 시도의 성공 확률은 낮더라도 조금씩 성공률을 높여 장기적으로 반복하면 결국 성공에 가장 가깝게 다가갈 수 있다.






내가 집중해야 할 것은 복기와 유연한 태도에 있었다. 실수를 떠올리기만 하는 것은 자학이만 실수를 인정하고 교훈을 얻고 흘려보내는 것은 복기다. 스스로가 괴로운 것에 집중하기 보다 나를 성장시키고 다음에 올 행운을 잡기 위해 올바른 교훈을 얻는 방법을 터득해야 한다. 그리고 알량한 자존심이라고 표현한 유연하지 못한 태도는 내가 상대보다 많이 알고 있다는 자만심이 뿌리가 있었다.





나의 신념이 정체성이 되지 않도록 가벼운 태도를 유지하는 것도 유연한 태도를 유지하고 발전시켜 나갈 수 있게 해주는 것이었다. '선택적 비건'이란 표현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환경을 생각해서 채식주의자가 되고 싶지만 사회문화와 오랜 내 식습관으로 단번에 채식주의자가 되기는 어렵다. 그렇다고 해서 괴로운 채식 식단을 이어나가고 육식을 하는 사람을 비난할 게 아니라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시작하고 유지하는 것이다. 일주일에 5번 먹던 고기를 3-4번으로 줄여도 된다. 채식주의자가 아니면 육식주의자라는 이분법적 생각을 벗어나 '프레임 바꾸기'를 시도하는 것이다.






전투병이 아니라 정찰병처럼 사실 그대로를 직시하고 진실과 옳은 것에 온전히 나를 맡기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 매 선택의 순간에 고민할 나 같은 독자에게도 좋은 책이지만, 창업을 준비하거나 자신의 사업을 이끌어 가는 리더들에게도 꼭 필요한 책이라 추천해 주고 싶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자유롭게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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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갈은 블루다 - 느릿느릿, 걸음마다 블루가 일렁일렁
조용준 지음 / 도도(도서출판)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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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상치 않은 대형 판형에 푸른 아치 프레임 안 아줄레주로 장식된 성당 사진을 손으로 만지작거리며 설레는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560여 쪽에 달하는 『포르투갈은 블루다』를 읽으면서 저자 조용준 작가의 진심이 느껴졌다. 가장 유명한 리스본, 포르투를 비롯해 작은 어촌마을인 코스타 노바와 한국인에겐 생소한 프론테이라 궁전까지 소개한다. 방대한 포르투갈의 역사와 주요 인물들 그리고 포르투갈의 대중문화를 이끈 스타와 다양한 와인까지. 그야말로 포르투갈 인문학을 이 책 『포르투갈은 블루다』에 꾹꾹 눌러 담았다.






포르투갈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재밌게도 마카오에 방문했을 때다. 이국적인 포르투갈어가 반짝거리는 버스 전광판을 보고, 바닥에 정교하게 깔린 모자이크와 푸른 타일로 장식했지만 무심한 듯 제자리를 지키고 있는 이정표, 냄새부터 맛있는 에그타르트까지 모두 포르투갈에서 온 것이라 했다.


이후 조용준 저자의 『유럽 도자기 여행 북유럽 편』를 읽었다. 금보다 비싸고 귀한 청금석이 포르투갈에서 아줄레주로 자리 잡아 포르투갈의 일부가 된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다른 포르투갈 관련 책과는 달리 『포르투갈은 블루다』는 리스본이 아닌 포르투에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포르투갈이라는 나라 이름이 유래했으며 가장 아름다운 아줄레주로 장식된 기차역이 있는 곳이다. 포트와인의 생산지로만 알고 있었는데 오랜 세월 동안 외세의 침략을 받은 요충지였고 포르투갈 역사에서 중요한 인물인 엔히크(헨리) 왕자가 태어난 곳이다.



흔히 찾으면 알 수 있는 포트와인의 역사 외에도 나라에서 포도밭은 관리하는 방법과 구획을 나누어 놓은 것, 포도밭 철길, 와이너리 역사와 세계적으로 유명하고 규모 있는 와이너리가 된 과정 등 흥미진진한 이야기로 가득하다. 프랑스 보르도보다 100년 앞서 세계에서 처음으로 와인 생산지 표기 제도를 도입한 포르투 와인인데 흥미로운 이야기가 끊임없이 나올 것 같다. 게다가 아줄레주 박물관을 겸하고 있는 아제이탕에 있는 바칼로아 와이너리와 포르투갈에서 가장 오래된 와이너리인 마리아 다 폰세카 편을 읽으면서는 너무나도 와이너리 투어를 가고 싶었다. 포르투갈 와인 이야기만 모아서 따로 책을 내주셨으면 할 정도로 와인 책보다 더 넓고 깊이 있는 포르투갈 와인 이야기가 무척 재밌었다. 








이 같은 역사에서 보듯 오늘날 포르투갈의 출발점은 포르투다. 868년 '포르투갈 자치령'에서 출발해 테레사 공주의 결혼과 함께 '포르투갈 백작령'이 되었고, 이 당에서 무슬림을 몰아내는 데 전력을 다한 아폰수 1세의 레콩키스타로 점점 넓어진 것이 바로 오늘날의 포르투갈인 것이다.

P. 20






2개 면이 바다를 향하고 반대편으로는 유럽 대륙에 맞닿은 지리적 특징으로 지중해, 대서양 그리고 유럽 대륙성 기후의 영향을 받는다. 이처럼 수백 가지의 포도 품종들이 서로 다른 토양과 다양한 기후의 영향 아래서 자라기 때문에 포르투갈에서는 그 어느 곳보다도 다양하고 고유의 개성이 넘치는 많은 종류의 와인이 생산된다.

P. 317








역설적이게도 푸른 아줄레주가 가득한 포르투갈에서 아랍 양식이 가미되고 알록달록 채색된 스페인식과 이탈리아식 아줄레주가 눈길을 끈다.



거대한 꽃상여라 표현한 발레가 성당은 현대에 와서 지금의 모습을 갖추었다. 20세기의 아줄레주로 장식된 성당은 아무것도 모르는 관광객의 입장에서 보면 그저 아름다운 외관을 갖춘 곳일 것이다. 그러나 저자가 느낀 마음이 어떤지 조금은 알 수 있을 거 같았다. 위상을 잃어버린 부질없는 과시. 그러나 아줄레주 소중하게 생각하는 포르투갈의 마음도 느낄 수 있었다. 신성한 곳을 오랜 역사와 전통이 담긴 것으로 치장하고픈 그 마음이 조금은 서글프게 느껴졌다.



발레가 주 성모 마리아 성당 앞에서 '로드리고의 허울'을 생각한다. 마음에 덕지덕지 붙어 있는 허울을 느낀다. 그런 점에서 이 성당의 아줄레주는 참 역설적인 기능을 한다. 허울을 극대화해서 보여줌으로써 자기 자신의 허울을 들여다보게 만들어 준다.

P. 123





관광객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사유지 프론테리아 궁전은 정말 아름다웠다. 그곳의 아줄레주는 서민의 역사를 담고 있다. 세월을 머금은 역사적 사료로 남아 지금의 우리에게 감동을 준다. 대지진에도 운 좋게 살아남는 궁전엔 아직도 주인이 거주한다고 한다. 자신의 거처가 가진 역사적 가치와 의미를 아는 것일까? 가진 자의 사회적 기여가 이렇게도 빛을 발하는 게 참 멋있었다.




우리나라에 대비하자면 농부의 열두 달 생활을 묘사한 일종의 농가월령가를 이렇게 타일로 장식한 것이므로 그 가치가 매우 높다. 특히 귀족이 이렇게 일반 서민들의 삶을 아줄레주로 묘사해 장식할 만큼 많은 관심을 쏟고 있었다는 점에서 높이 살 만하다.

P. 545





상벤투역의 아줄레주를 비롯해 고화질로 큼지막하게 실려있는 작품 사진에 얼굴을 바짝 대고 감상했다. 현장에서 감상하는 것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다. 시스티나 성당의 천장화도 현장에선 너무 높아 목만 아프다고 하던데. 이렇게 고화질로 보고 포르투갈에 가서 현장의 공기와 바람과 습도를 느끼며 감상하면 감동이 배가 될 거 같다.







포르투갈이 매력적인 이유는 무엇일까?


책을 읽으면서 저자와 내가 그토록 매력을 느낀 포르투갈에 대해 생각해 봤다.

화려한 아줄레주로 장식된 성당도, 100년이 훌쩍 넘은 맥줏집도, 아름다운 노을이 어울리는 테주 강변도 무엇 하나 이유가 아닌 게 없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근본적이고 근원적인 이유를 짚어주는 저자의 글이 마음에 닿았다.




포르투갈 식민지였고, 한때는 포르투갈 왕이 직접 통치하기도 했던 브라질은 남미에서 유일하게 포르투갈어를 사용하는 나라여서 브라질의 오브제들을 비스타의 제품 모티브로 훌륭하게 차용될 수 있었다. 문화는 역시 이종교배, 혼혈이 최대의 강점이 된다.

P. 150





그러니 문화의 혼혈은 예술 행위에서 너무 소중한 자산이다. 소위 '영감의 지평'이 달라진다. 그가 동남아나 남미 여행지 어디에서 보았을 바나나 꽃은 이렇게 포르투갈 그의 저택에서 매우 색다른 장식으로 거듭났다. 비단 장식 문화뿐만 아니라 리스본이 가지는 고유의 색깔은 이렇듯 다양한 혼혈에서 발현된다.

P. 480




포르투갈은 외세에 침입당하고 대항해시대에는 식민지를 거느리면서 다양한 인종과 문화가 자연스레 섞였다. 지역과 인종의 한계에서 벗어나 다양성의 기반이 마련된 것이다. 다양함을 인정하고 장점을 받아들여 발전시킬 때 폭발적인 성장이 일어난다. 로마가 그랬고, 포르투갈이 그랬고, 미국이 그랬다. 지금의 그 물길은 어디에서 일어나고 있을까?



대항해시대를 열었으나 영광을 지속하지 못한 안타까운 포르투갈을 보면서 세계적으로 부상하는 우리나라의 몇십 년 후가 궁금해져 잠시 생각에 잠기기도 했다.






『포르투갈은 블루다』엔 저자 조용준 작가의 11년의 애정이 담뿍 담겨 있다. 단순히 이국적인 관광지로써 포르투갈이 아니라 그곳의 역사를 하나하나 짚어주고 쉽게 알 수 없었던 이야기를 풀어내어 더 깊이 몰입하게 만든다.

그리고 나도 언젠간 이렇게 애정이 가득한 나만의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서양에서는 블루(Blue 파란색)를 우울하고 슬픈 색으로 여긴다고 한다. 아마 생계를 위해 죽음을 각오하고 푸른 바다로 나가야 했던 삶을 반영한 것 같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쾌청한 하늘을 닮아 파란색은 경쾌하고 맑다. 『포르투갈은 블루다』에는 이 두 가지 의미가 모두 담겨 있는 것 같다. 아름답고 즐거운 관광지인 포르투갈과 과거의 영광을 품고 살아가는 몰락한 귀족 가문의 우울함을 담은 포르투갈. 그래서 더욱 매력적이고 떠올릴 때마다 나를 설레게 하는 푸른색의 포르투갈. 양면의 매력을 가진 포르투갈을 알고 싶은 독자에게 추천하고 싶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자유롭게 작성하였습니다.




#포르투갈은블루다 #조용준 #포르투갈 #도도 #퍼시픽도도 #아줄레주 #책추천 #여행책 #인문학



이 같은 역사에서 보듯 오늘날 포르투갈의 출발점은 포르투다. 868년 ‘포르투갈 자치령‘에서 출발해 테레사 공주의 결혼과 함께 ‘포르투갈 백작령‘이 되었고, 이 당에서 무슬림을 몰아내는 데 전력을 다한 아폰수 1세의 레콩키스타로 점점 넓어진 것이 바로 오늘날의 포르투갈인 것이다. - P20

2개 면이 바다를 향하고 반대편으로는 유럽 대륙에 맞닿은 지리적 특징으로 지중해, 대서양 그리고 유럽 대륙성 기후의 영향을 받는다. 이처럼 수백 가지의 포도 품종들이 서로 다른 토양과 다양한 기후의 영향 아래서 자라기 때문에 포르투갈에서는 그 어느 곳보다도 다양하고 고유의 개성이 넘치는 많은 종류의 와인이 생산된다. - P317

발레가 주 성모 마리아 성당 앞에서 ‘로드리고의 허울‘을 생각한다. 마음에 덕지덕지 붙어 있는 허울을 느낀다. 그런 점에서 이 성당의 아줄레주는 참 역설적인 기능을 한다. 허울을 극대화해서 보여줌으로써 자기 자신의 허울을 들여다보게 만들어 준다. - P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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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슨 인 케미스트리 1
보니 가머스 지음, 심연희 옮김 / 다산책방 / 2022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현실에 굴하지 않고 변화를 주도하는 롤 모델을 『레슨 인 캐미스트리』에서 만났다.



『레슨 인 캐미스트리』 제목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주인공 엘리자베스 조트는 화학자이다. 또한 결혼을 거부한 비혼모이다. 동시에 TV 요리 프로그램 진행자이고 조정을 한다. 그것도 1950-60대 미국에서.





『레슨 인 캐미스트리』는 총 두 권으로 번역돼서 출간됐다.


저자인 보니 가머스가 예순이 넘은 나이에 등단했다는 것도 대단하지만 화학자 이야기를 써 나가기 위한 전문성을 갖춘 것도 눈여겨봐야 할 부분이다. 그리고 출간하자마자 전 세계에서 주목을 받는 이유는 책을 읽어보면 자연스레 알게 된다.




『레슨 인 캐미스트리』 1권은 엘리자베스가 화학자이며 요리 프로그램 진행자인 현재 모습을 먼저 보여준다. 그리고 과거로 돌아가 매들린을 낳고 TV에 출연하게 된 엘리자베스의 삶을 보여준다.






엘리자베스는 영웅이다.


저자 보니 가머스는 극사실주의 묘사로 독자의 감정에 불을 지핀다.


여성이 가정만을 지키고 남성의 부수적인 역할을 강요받던 시대에 엘리자베스는 화학자로 일한다. 모욕과 차별을 겪어도 실낱같은 희망과 굳은 의지를 갖고 자신의 길을 간다. 엘리자베스를 흉보거나 무시하는 사람의 속내는 거침없이 글로 표현된다. 우리는 굳이 알고 싶지 않기도 했고 두렵기도 했던 차별을 자행하는 사람들의 속내를 읽으며 엘리자베스의 입장에서 그가 느꼈을 감정을 온전히 느낄 수 있다. 가감 없는 표현에 억누를 수 없는 화가 계속해서 올라와 몇 번이고 책을 덮고 마음을 가다듬어야 했다.



그러나 엘리자베스는 과학자 다운 논리정연함으로 자신의 의사를 밝히고, 상대의 비논리적인 부분을 지적한다. 이 부분이 굉장히 사이다이다. 비록 자신이 밟아야 할 박사학위와 직장이 위태로울지라도 기꺼이 용기 내어 옳은 선택을 한다. 가만히 앉아 다른 사람과 사회를 탓하기보다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을 시도하고 또 해낸다. 화학자로 집에서 연구를 계속하고, 비혼모로 아이를 키우면서, 요리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자신에게 주어진 것을 포기하지 않는 엘리자베스를 열정적으로 응원하게 된다. 나보다 먼저 태어난 여성들이 엘리자베스처럼 싸웠기 때문에 지금의 내가 누릴 수 있는 것에 감사하다.




구급차가 마이어스 교수를 실어 간 뒤 학교 담당 경찰관이 물었다.

"당신 정말 이 학교 학생이 맞습니까? 학생증 좀 보여주시죠."

엘리자베스는 찢어진 옷차림에 이마에 커다란 멍 자국을 단 채 손을 덜덜 떨다가 그 질문을 듣고 믿을 수 없다는 듯 뒤를 돌아보았다. 경찰관은 재차 말했다.

"당연히 물어볼 수 있는 지문인데요. 여자가 이런 야밤에 연구실에 뭐 하러 왔답니까?"

"나는 대, 대학원생입니다. 화학과 대학원생이라고요."

그녀는 더듬대며 말했다. 토할 것 같았다.

P.42



"저 여자를 정말 이해 못 하겠어. 에번스가 자기 건데, 대체 왜 아직도 여길 다녀?"

이렇게 말한 지질학자가 잠깐 말을 멈추고 온갖 가능성을 가늠해 보다가 덧붙였다.

"혹시 에번스가 쟤랑 결혼하고 싶어 하지 않는 건가?"

"공짜로 우유를 주는 데가 있는데 뭐 하러 젖소를 사겠어?"

P.82



"이해가 안 됩니다. 제가 결혼하지 않고 임신했다는 이유로 해고하다니요. 그렇다면 남자도 이렇습니까?"

"무슨 남자? 에번스 말인가?"

도나티가 물었다.

"아뇨, 전체 남자 말입니다. 여자가 결혼하지 않은 상태로 임신해서 해고당하면, 그 여자를 임신하게 만든 남자도 같이 해고됩니까?"

"뭐? 지금 무슨 소릴 하는 거야?"

"예를 들어 지금 상황에서 에번스 씨를 해고할 수 있었을까요?"

"당연히 아니지!"

"그렇다면 엄밀히 말해서 저를 해고하실 근거가 없습니다."

도나티는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 이게 무슨 소리야? 그는 더듬더듬 말했다.


"아니, 당연히 해고할 수 있어. 당연히 할 수 있다고! 넌 여자잖아! 임신한 건 너란 말이야!"

P.194





과학 이야기, 화학 이야기가 더욱 궁금해진다.


과학적 배경지식이 별로 없어도 『레슨 인 캐미스트리』를 재밌게 읽었다. 중간중간 나오는 화학 공식을 알면 더 재밌을 거 같다. 캘빈 묘비에 새겨진 화학 공식도 궁금하다. 카피라이터인 보니 가머스가 어떻게 첫 소설로 과학 이야기가 담긴 소설을 썼는지도 매우 궁금하다.



엘리자베스와 캘빈의 과학 지식이 곁들여진 대화도 참 재밌다. 전문 지식이라 그렇지 덕후의 대화라고 생각하면 좋아하는 이야기를 마음껏 할 수 있는 상대를 만나 얼마나 행복할까. 이야기가 통하는 사람을 만났을 때 그 기쁨이란!



엘리자베스 주방에 만든 실험실에서 내린 커피도 맛보고 싶었다. 정확하게 계산해서 내린 커피는 얼마나 맛있을지 그 커피를 마신 해리엇이 부러웠다.




슬로운 부인이 지켜보는 가운데, 그녀는 스테인리스강 실험대로 비틀비틀 걸어가서 증류수 한 병을 플라스크에 부은 다음 코르크 마개로 막았다. 그리고 플라스크를 분젠 버너 두 개 사이에 있는 스탠드에 끼운 다음, 이상하게 생긴 금속 기구를 쳐서 부싯돌에 부딪치는 것처럼 불씨를 만들었다. 이윽고 불꽃이 일더니 물이 가열되기 시작했다. 이제 그녀는 선반에서 C8H10N4O2(카페인의 분자식)라는 이름표가 붙은 자루를 가져다가 내용물을 작은 사발에 붓더니 막자로 빻았다.

P.241







운동하는 여성은 멋지다.


저자 보니 가머스가 조정이라는 우리에겐 다소 생소한 운동을 『레슨 인 캐미스트리』에서 소개한다. 유명한 예능 프로 덕분에 조정이라는 이름만 알고 있었다. 조정을 삶에 빗대어 이야기하는 부분이 참 좋았다. 운동을 사랑하고, 자신의 삶의 방향을 결정짓는 요소로 활용했다는 점. 생활체육이 덜 발달한 우리나라에서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부분이다. 작가인 보니 가머스가 자신이 사랑하는 조정을 작품 속에 녹여서 잘 표현했다.




그녀는 계속 책을 읽으면서 더욱 많은 공식을 적었다. 그러자 복잡한 알고리즘 속에서 조정이란 게 무엇인지 서서히 감이 잡히기 시작했다. 이윽고 그녀는 의자에 털썩 몸을 기대며 말했다.


"오, 세상에나. 조정은 별로 어려운 게 아니네."

P.123




그러자 메이슨 박사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아닙니다, 조트 양. 에번스 때문만이 아니에요. 배를 잘 타려면 여덟 명 모두 노를 잘 저어야 하거든요. 전부 다요. 어쨌든 하던 말을 계속하자면, 저는 당신의 상황에 대해서 좀 낙관하게 되었어요."

P. 224










⭐스포 있어요⭐






엘리자베스와 캘빈의 가정사가 나오는 부분은 정말 마음이 아팠다. 정서적으로 불안정하게 클 수밖에 없는 환경에서 사회성은 부족하지만 둘 다 공부로 두각을 나타낸 게 신기하다. 영미문학에서 나오는 '뛰어난 개인'이기도 하다. 셜록 홈즈도 사회성 없고 불친절하나 뛰어난 추리 능력으로 사건을 해결하고 사회적으로 인정받지 않는가. 우리나라에서는 사회성을 기르라고 주변에서 간섭해서 이런 뛰어난 능력자들이 성잘할 틈이 없는 것 같기도 하다.



책 이야기가 나오는 부분이 참 좋다. 엘리자베스가 반려견 여섯시 삼십분에게 책을 읽어 주는 부분도 좋고, 말을 막 배우기 시작한 딸 메들린에게 책을 읽어 주는 부분도 좋다. 또래보다 수준 높은 글을 읽는 매들린을 비정상적인 아이로 보는 학교 담임 선생님은 선생님 자질이 의심되지만, 독서는 똑똑한 엄마에 똑똑한 딸이 자랄 수 있는 이유라 생각한다.



글 쓰는 사람들은 책을 좋아하기 때문에 소설에는 어떤 식으로든 책 이야기가 나오기 마련이다. 작가가 어떤 책을 어떤 이유로 언급했는지 보는 것도 소소한 재미다. 신기한 건 대부분 고전을 많이 언급하는데, 『레슨 인 캐미스트리1』에선 노먼 메일러의 '벌거벗은 자와 죽은 자'와 제인 그레이의 작품을 언급했다. 물론 모비딕도 나온다.




스포 끝







샘플 책만 보면 뒷이야기가 너무너무 궁금할 것이다. 『레슨 인 캐미스트리1』의 딱 절반 그리고 가장 중요한 부분에서 책장이 끝나기 때문이다. 역시 마케터 분들은 대단해!



『레슨 인 캐미스트리』는 애플 티비 드라마 시리즈로 제작 예정이고 캡틴 마블의 브리 라슨이 주인공이다. 드라마가 나오기 전에 책으로 미리 읽어 보는 것도 좋겠다.




드라마도 빨리 보고 싶고 『레슨 인 캐미스트리』 2편도 기대된다. 빨리 다음권을 읽고 포스팅해야겠다.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자유롭게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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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가 안 됩니다. 제가 결혼하지 않고 임신했다는 이유로 해고하다니요. 그렇다면 남자도 이렇습니까?"

"무슨 남자? 에번스 말인가?"

도나티가 물었다.

"아뇨, 전체 남자 말입니다. 여자가 결혼하지 않은 상태로 임신해서 해고당하면, 그 여자를 임신하게 만든 남자도 같이 해고됩니까?"

"뭐? 지금 무슨 소릴 하는 거야?"

"예를 들어 지금 상황에서 에번스 씨를 해고할 수 있었을까요?"

"당연히 아니지!"

"그렇다면 엄밀히 말해서 저를 해고하실 근거가 없습니다."

도나티는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 이게 무슨 소리야? 그는 더듬더듬 말했다.



"아니, 당연히 해고할 수 있어. 당연히 할 수 있다고! 넌 여자잖아! 임신한 건 너란 말이야!" - P194

슬로운 부인이 지켜보는 가운데, 그녀는 스테인리스강 실험대로 비틀비틀 걸어가서 증류수 한 병을 플라스크에 부은 다음 코르크 마개로 막았다. 그리고 플라스크를 분젠 버너 두 개 사이에 있는 스탠드에 끼운 다음, 이상하게 생긴 금속 기구를 쳐서 부싯돌에 부딪치는 것처럼 불씨를 만들었다. 이윽고 불꽃이 일더니 물이 가열되기 시작했다. 이제 그녀는 선반에서 C8H10N4O2(카페인의 분자식)라는 이름표가 붙은 자루를 가져다가 내용물을 작은 사발에 붓더니 막자로 빻았다. - P241

그녀는 계속 책을 읽으면서 더욱 많은 공식을 적었다. 그러자 복잡한 알고리즘 속에서 조정이란 게 무엇인지 서서히 감이 잡히기 시작했다. 이윽고 그녀는 의자에 털썩 몸을 기대며 말했다.



"오, 세상에나. 조정은 별로 어려운 게 아니네." - P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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