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올레트, 묘지지기
발레리 페랭 지음, 장소미 옮김 / 엘리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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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개의 묘지 비석에 새겨진 글들을 읽으면 어느새 나도 비올레트와 함께 미소 짓게 된다.








프랑스의 공동묘지는 우리나라의 묘지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사랑하는 이를 잃은 슬픔이 지나가고 일상을 마주하는 곳이 된다. 매일 방문해서 죽은 이의 안부를 물을 수도 있고, 생전에 좋아했던 음악을 틀어놔 줄 수도 있고, 매일 꽃이 놓이며 주변엔 화분과 나무가 심어져 죽음 이후의 세월을 함께 보낸다. 비올레트가 있는 묘지엔 웃음도 슬픔도 낭만도 있다.





『비올레트, 묘지지기』는 현재와 과거를 오가며 수많은 이야기가 얽히고설킨다. 책장을 넘기는 속도가 빨라지고 이야기가 퍼즐처럼 하나씩 맞춰진다. 기구한 비올레트의 삶이 공동묘지의 첫 느낌처럼 암울하게 느껴졌다. 점점 비올레트의 아늑한 집처럼, 풍성한 텃밭처럼, 파스텔톤 그의 방처럼 환해진다. 아름다워진다.









💜스포 있어요💜







책을 읽는 내내 많이 울었다. 상실의 슬픔이 너무나도 생생하게 다가와서. 나 또한 비올레트처럼 삶의 차단기를 제 시각에 올리고 내리는 것만을 위해 살고 있었나 보다. 묶여 있는 삶이 너무나 안타까워서 너무나 벗어나고 싶은데 벗어나는 방법을 몰라서 벗어나는 것이 두려워서 그랬나 보다.





비올레트의 남편인 필리프가 너무 미웠고 시가가 너무너무 미웠다. 네이트 판의 무수히 달린 댓글처럼 당장 도망치라고 말하고 싶었다. 그러나 독자로써 할 수 있는 게 무엇이겠는가. 비올레트를 좀먹는 그 삶에서 벗어나게 하고 싶어 더 열심히 책을 읽었다.






반면에 따뜻한 사람들의 선한 행동이 내 화를 누그러트려주었다. 사샤처럼 비올레트에게 선뜻 친절을 베풀 수 있을까, 셀리아의 여행 가방을 들고 온 것처럼 내 집을 내어줄 수 있을까. 셀리아의 별장에 비올레트의 가족이 휴가를 갔을 땐 내 일처럼 무척 기뻤다. 평생 본 적 없는 지중해를 본 비올레트처럼 눈물이 고였다. 대가 없는 친절을 베푼 비올레트에게 이보다 더 큰 선물이 어딨을까. 아름다운 풍경, 소중한 가족들, 즐거운 추억 모두 다 사랑스러웠다.








프랑스 사람들의 사랑 방식은 나 같은 유교 걸에겐 매우 당혹스럽다. 이렌과 가브리엘처럼 오랜 세월을 피하고 만나면서 그리워할 수 있을까? 필리프와 프랑수아즈의 사랑은 어떻고? 아무리 생각해도 답 없는 물음표만 가득하다.




그래도 가브리엘이 이렌에게 선물을 주는 방식은 참 멋졌다. 팔찌를 목걸이를 반지를.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팔아 집을 살 정도의 어마어마한 값도 한몫했지만 무엇보다 이렌을 생각하는 마음이 요즘은 보기 드물지 않은가. 선물 주는 장소와 방법까지 상대를 배려하고 고심한 흔적이 엿보였다. 미술관 데이트도 그렇고. 저자 발레리 페랭의 낭만적인 생각이 이 부분에 담겨 있었다.






『비올레트, 묘지지기』 에선 인간의 이중적인 마음이 잘 드러난다. 사랑하지만 사랑하지 않는, 새로운 사랑을 소유하고 싶으나 현실의 책임감과 고민하는 모습이 이렌과 프랑수아즈 그리고 비올레트를 통해 잘 드러난다. 왜 배우자의 마음이 떠난 걸 알지만 헤어지지 못할까? 처음엔 인정하지 않고 거부하다 나중에 받아들이는 마음은 어떤 것일까? 비올레트도 그렇고 폴도 그렇고 장기간의 사랑에는 관성이 법칙이 존재하는가 싶다. 그대로 그 자리에 머물면 관성의 법칙대로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






프랑스 소설은 주인공들이 다 죽는다더니 비올레트의 딸도, 남편도 다 죽었다. 비올레트에게 큰 상실을 주었지만 사샤의 말처럼 과거를 끌어안고는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비올레트, 묘지지기』에선 사샤가 비올레트에게 해준 말이 마음에 오래도록 남는다. 비올레트가 힘들 때 일어설 수 있게 도와준 인물이라 그런가.






비올레트에게 따뜻한 차를 끓여 주고 제철 재료로 맛있는 식사를 만들어 준다. 여행 가방 안에 비올레트를 위한 기념품을 한가득 담아 시의적절하게 돌아와 위로해 주는 사람 사샤를 비올레트에게 나타난 천사라고 생각했다.







추천사는 소설을 다 읽고 다시 읽으면 감동이 생생하게 다가온다. 추상적이었던 글이 생생하게 마음에 들어온다. 나를 살게 하는 사람은 누구일까? 비올레트에게는 필리프, 레오렌이었다가 사샤로 그리고 쥘리엥이 되었던 것처럼 나도 한때 나를 살게 한 사람이 있었다. 즐거웠다 행복했고, 그러나 나 스스로 온전하지 않았다. 슬펐고 헤어짐이 날 성숙하게 만들었다. 지금은 날 살게 하는 게 사람이 아니라 그물망처럼 뻗어나가는 배움의 갈망이다. 책을 읽고 차를 마시고 울고 웃는 이 시간이 무척 즐겁다. 책을 읽으면 사샤도 쥘리엥도 모두 만날 수 있으니까. 심지어 가브리엘의 달콤한 말도 읽을 수 있다. (번지르르한 말만 좋았다!) 누누의 결혼도 비올레트의 새 출발도 너무 좋았다. 해피엔딩이 좋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자유롭게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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