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득 윌북 클래식 첫사랑 컬렉션
제인 오스틴 지음, 송은주 옮김 / 윌북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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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윌북 클래식 클럽 단원으로 뽑혀 '첫사랑 컬렉션 세트'를 선물 받았다.


고전을 읽어보고 싶었지만 만만치 않은 두께와 어려운 옛 글투로 선뜻 도전하기 어려웠다.



윌북 첫사랑 컬렉션은 '문학을 처음 맛났을 때 두근거림과 감동을 현대적인 번역으로 다시 만나자는 슬로건'으로 세기의 문학 4편을 골랐다.



『설득』 제인 오스틴


『순수의 시대』 이디스 워튼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위대한 개츠비』 F 스콧 피츠제럴드




파스텔톤 표지에 간결한 사진과 제목이 적힌 첫사랑 컬렉션을 직접 눈으로 보니 더욱더 감동이었다. 사진으로 본 것보다 더 예쁘고 생각보다 가벼워 한 손에 쏙 들어왔다. 네 편이 쪼르륵 꽂혀 있는 상자부터 시작해서 소장 욕구를 불러일으키기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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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에서 영화화돼 화제를 모은 제인 오스틴의 『설득』을 먼저 읽어 보았다.





제인 오스틴의 깊은 통찰력을 엿볼 수 있는 『설득』은 막힘없이 쭉 읽을 수 있었다. 현대적으로 번역하여 바로바로 이해할 수 있었고, 차별 없는 언어로 번역하려 애쓴 옮긴이의 노력이 엿보였다.




약 200여 년 전 쓰인 소설이기에 문화와 생각이 많이 달라 현대의 시각으로 보면 부당하기도 하고 불편한 표현이 포함돼 있다. 그러나 반대로 생각해 보면 차별과 억압이 당연한 시대에 작가 제인 오스틴은 이 부분을 정확히 집어주고 있다. 자신이 속한 영국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면서도 잘못된 점을 비판하고 자신이 생각하는 지성인의 지향점을 주인공 앤을 통해 진솔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제인 오스틴의 『설득』은 과거에 이루지 못한 사랑을 마침내 이루는 주인공 앤과 엔트워스 대령의 사랑 이야기다. 표면적으로 보면 주변의 만류로 헤어진 연인이 8년 반 후에 만나 끝내 정리하지 못한 감정을 확인하는 이야기로 보인다. 그러나 여기서 제인 오스틴만의 매력적인 다양한 사건의 직조 능력이 펼쳐진다. 그리고 소설 말미에 이 모든 것이 연결돼 마지막 퍼즐이 완성된다.




💛스포 있음💛






제목처럼 설득은 이 소설의 전체 내용의 관통한다. 각자 자기가 처한 상황과 역할에 맞추어 상대를 설득한다. 레이디 러셀은 부모와 같은 마음으로 앤 엘리엇을 설득한다. 앤은 그의 주장이 타당성 있다고 보고 페트릭 엔트워스(나중에 엔트워스 대령이 된다.)와 약혼을 파기한다. 또 엘리엇 가를 생각해 레이디 러셀은 앤과 엘리엇 씨의 결혼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도록 앤을 설득한다. 반면에 스미스 부인은 앤이 올바른 선택을 하도록 설득한다. 엘리엇 씨의 어둡고 악랄한 면이 앤에게 좋지 않은 결과를 가져올 것을 이야기하며 완벽한 증거를 보여준다. 앤은 스미스 부인의 설득을 받아들인다. 좋은 대화와 설득이란 상대방의 마음을 얻는 것이다. 앤과 엔트워스 대령에게는 슬픈 헤어짐을 안겨줬지만 레이디 러셀의 설득은 공감 가는 부분이 크다. 비록 혈연은 아니더라도 진심을 다해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최선을 다해 가장 좋은 것을 권했을 것이다. 8년 반이란 시간이 페트릭 엔트워스를 좀 더 성숙하게 만든 시간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솔직히 말하면, 네가 미래의 켈린치 가의 안주인, 미래의 레이디 엘리엇이 될 수 있다면, 네가 사랑하는 어머니의 자리를 물려받아 어머니의 모든 미덕은 물론, 권리와 사랑까지 물려받는 모습을 보게 된다면 나로서는 그보다 더 기쁜 일음 없을 거다. 너는 외모나 성품이나 네 어머니를 꼭 닮았어. 네가 어머니의 지위, 이름, 집을 다 물려받고 같은 곳에서 안주인 노릇을 하면서 어머니보다도 더 훌륭하다는 평을 듣게 된다면! 사랑하는 앤, 내 평생 그보다 더 기쁜 일은 없을 거야!


P. 235





앤의 모든 주장과 설득을 자신의 의견과 비교하고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한다. 아마 제인 오스틴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여성의 모습일 것이다. 시대를 관통하는 가치라고 생각한다. 주인공 앤이 여성으로 설정됐지만 모든 지성인이 반드시 갖춰야 할 덕목이라고 생각했다.



친애하는 스미스 부인, 당신의 이야기에는 근가가 부족해요, 그 정도로는 안 돼요. 엘리엇 씨가 저에 대해 가지고 있는 생각만으로는 그가 아버지와 화해하려 애쓰는 노력이 설명되지 않아요. 그건 다 제가 바스로 오기 전의 일이었어요. 도착해 보니 벌써 아주 가까운 관계가 되어 있더라고요.


P.306







『설득』에서는 주인공 앤의 아버지 준남작 엘리엇 경과 첫째 언니 엘리자베스, 엘리엇 가문의 유산을 물려받을 친척 엘리엇 씨를 통해서 부를 가진 자의 덕목과 부를 대하는 태도를 이야기한다. 아무리 재산이 있다고 해도 자신의 경제 규모에 맞게 사용하고 분별없는 자선도 문제가 될 수 있음을 이야기한다. 다른 사람을 의식하기 보다 자기 자신과 가족에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제인 오스틴은 말하고 있다. 시대가 변함에 따라 부를 열망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 아니나 오로지 부를 위한 결혼, 친구가 재산을 탕진하게 부추기고, 명예와 재산을 위해 친척을 감시하고 결혼까지 이용하는 것은 크게 잘못된 것이라고 말한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보기엔 너무나 당연한 것이지만 언제나 사람은 머리론 알고 있지만 아는 그대로 행동하지 못한다. 앤 상대방을 배려하기보다 엘리자베스처럼 자신에게 함몰돼 주변에 관심은커녕 무시하기도 한다. 『설득』을 읽으면서 앤과 비교하며 나를 한 번 더 성찰할 수 있었다.



뭐라고! 삶의 위한을 전부 다 버리라고! 여행, 런던, 하인들, 말, 만찬! 온통 다 줄이고 절제하라는 말뿐이군. 신사의 체면도 차리지 말고 살라니! 안 되지, 이렇게 불명예스럽게 남아 있느니, 차라리 켈린치 홀을 떠나고 말겠어.


P. 22




여기서 당신이 알아야 할 것이, 그 무렵에는 준남작 지위의 가치에 대한 엘리엇 씨의 견해가 예전과는 크게 달라졌다는 점이에요. 혈연과 연줄에 관해서라면 그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었어요. 오래전에 재산은 쓸 만큼 충분히 손에 넣었고, 탐욕이나 사치 면에서는 더 바랄 것이 없어지게 되니까 자신이 상속받게 될 것에 점차 마음이 쏠리게 된 것이지요.


P. 308








『설득』이 쓰인 시대가 시대인 만큼 지금과 같은 기준으로 성 역할을 볼 수는 없을 것이다. 그래도 제인 오스틴의 소설은 가장 주체적인 여성을 다룬다. 『설득』에서 주인공 앤은 자신의 삶을 사랑하고 주체성을 지키기 위해 노력한다. 자신을 무시하는 행동과 언사를 보이는 아버지와 큰언니에게 예의를 다하고 질투와 불만이 많은 막냇동생에게도 정성을 다하고 사려 깊게 대한다. 자신의 미숙함을 받아들이고 레이디 러셀의 설득을 받아들이기도 하지만 시간이 지나 올바른 판단을 하기 위해 웬트워스 대령과의 만남을 피하지 않는다. 자신의 감정을 똑바로 대하고 주변의 수많은 설득에 휘둘리지 않는다. 당시에 사회에서 여성에게 요구한 것은 그저 재산이 많은 남자의 청혼을 받아들여 가정을 돌보고 아들을 낳아 가문을 잇는 것이었다. 그래서 앤에겐 찰스 머스그로브의 청혼을 거절한 것이 작은 흠이 되고 주변 사람들이 친척 엘리엇 씨와 좋은 관계를 이어나가 결혼하라고 부추기는 것이다.



앤이 인내심을 발휘해 조금 더 버티고 활기를 짜낸 덕에 메리의 기운은 꽤 회복되었다.


P. 60




현대적으로 재번역 한 『설득』을 보면서 한결 읽기 편했던 것은 번역으로 인해 우리말엔 없는 '그녀'를 최대한 '그'로 표현한 점이다.



레이디 러셀은 바스를 좋아했고, 그들 모두에게도 틀림없이 잘 맞을 거라 믿었다. 그의 젊은 친구도 더운 계절에는 자기와 함께 켈린치의 집에서 보내게 되면 전혀 걱정할 일이 없을 것이다.


P. 24








제인 오스틴의 소설이 마음에 드는 점은 결말이 행복하기 때문이다. 오해가 풀리고 사랑이 이루어지고 삶이 조금 더 나아지는 결말을 보여주기 때문에 독자로써 책을 덮을 때 마음이 가볍다. 그리고 현대적으로 번역하여 『설득』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더 잘 이해하고 저자가 의도한 바대로 감정선을 따라갈 수 있었다. 나머지 세 권의 고전도 기대된다. 즐거운 고전 읽기가 시작되어 기쁘다. 고전 읽기를 주저했던 독자들에게 권하고 싶은 윌북 클래식, 첫사랑 컬렉션 『설득』이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자유롭게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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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애하는 스미스 부인, 당신의 이야기에는 근가가 부족해요, 그 정도로는 안 돼요. 엘리엇 씨가 저에 대해 가지고 있는 생각만으로는 그가 아버지와 화해하려 애쓰는 노력이 설명되지 않아요. 그건 다 제가 바스로 오기 전의 일이었어요. 도착해 보니 벌써 아주 가까운 관계가 되어 있더라고요. - P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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