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은 블루다 - 느릿느릿, 걸음마다 블루가 일렁일렁
조용준 지음 / 도도(도서출판)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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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상치 않은 대형 판형에 푸른 아치 프레임 안 아줄레주로 장식된 성당 사진을 손으로 만지작거리며 설레는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560여 쪽에 달하는 『포르투갈은 블루다』를 읽으면서 저자 조용준 작가의 진심이 느껴졌다. 가장 유명한 리스본, 포르투를 비롯해 작은 어촌마을인 코스타 노바와 한국인에겐 생소한 프론테이라 궁전까지 소개한다. 방대한 포르투갈의 역사와 주요 인물들 그리고 포르투갈의 대중문화를 이끈 스타와 다양한 와인까지. 그야말로 포르투갈 인문학을 이 책 『포르투갈은 블루다』에 꾹꾹 눌러 담았다.






포르투갈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재밌게도 마카오에 방문했을 때다. 이국적인 포르투갈어가 반짝거리는 버스 전광판을 보고, 바닥에 정교하게 깔린 모자이크와 푸른 타일로 장식했지만 무심한 듯 제자리를 지키고 있는 이정표, 냄새부터 맛있는 에그타르트까지 모두 포르투갈에서 온 것이라 했다.


이후 조용준 저자의 『유럽 도자기 여행 북유럽 편』를 읽었다. 금보다 비싸고 귀한 청금석이 포르투갈에서 아줄레주로 자리 잡아 포르투갈의 일부가 된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다른 포르투갈 관련 책과는 달리 『포르투갈은 블루다』는 리스본이 아닌 포르투에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포르투갈이라는 나라 이름이 유래했으며 가장 아름다운 아줄레주로 장식된 기차역이 있는 곳이다. 포트와인의 생산지로만 알고 있었는데 오랜 세월 동안 외세의 침략을 받은 요충지였고 포르투갈 역사에서 중요한 인물인 엔히크(헨리) 왕자가 태어난 곳이다.



흔히 찾으면 알 수 있는 포트와인의 역사 외에도 나라에서 포도밭은 관리하는 방법과 구획을 나누어 놓은 것, 포도밭 철길, 와이너리 역사와 세계적으로 유명하고 규모 있는 와이너리가 된 과정 등 흥미진진한 이야기로 가득하다. 프랑스 보르도보다 100년 앞서 세계에서 처음으로 와인 생산지 표기 제도를 도입한 포르투 와인인데 흥미로운 이야기가 끊임없이 나올 것 같다. 게다가 아줄레주 박물관을 겸하고 있는 아제이탕에 있는 바칼로아 와이너리와 포르투갈에서 가장 오래된 와이너리인 마리아 다 폰세카 편을 읽으면서는 너무나도 와이너리 투어를 가고 싶었다. 포르투갈 와인 이야기만 모아서 따로 책을 내주셨으면 할 정도로 와인 책보다 더 넓고 깊이 있는 포르투갈 와인 이야기가 무척 재밌었다. 








이 같은 역사에서 보듯 오늘날 포르투갈의 출발점은 포르투다. 868년 '포르투갈 자치령'에서 출발해 테레사 공주의 결혼과 함께 '포르투갈 백작령'이 되었고, 이 당에서 무슬림을 몰아내는 데 전력을 다한 아폰수 1세의 레콩키스타로 점점 넓어진 것이 바로 오늘날의 포르투갈인 것이다.

P. 20






2개 면이 바다를 향하고 반대편으로는 유럽 대륙에 맞닿은 지리적 특징으로 지중해, 대서양 그리고 유럽 대륙성 기후의 영향을 받는다. 이처럼 수백 가지의 포도 품종들이 서로 다른 토양과 다양한 기후의 영향 아래서 자라기 때문에 포르투갈에서는 그 어느 곳보다도 다양하고 고유의 개성이 넘치는 많은 종류의 와인이 생산된다.

P. 317








역설적이게도 푸른 아줄레주가 가득한 포르투갈에서 아랍 양식이 가미되고 알록달록 채색된 스페인식과 이탈리아식 아줄레주가 눈길을 끈다.



거대한 꽃상여라 표현한 발레가 성당은 현대에 와서 지금의 모습을 갖추었다. 20세기의 아줄레주로 장식된 성당은 아무것도 모르는 관광객의 입장에서 보면 그저 아름다운 외관을 갖춘 곳일 것이다. 그러나 저자가 느낀 마음이 어떤지 조금은 알 수 있을 거 같았다. 위상을 잃어버린 부질없는 과시. 그러나 아줄레주 소중하게 생각하는 포르투갈의 마음도 느낄 수 있었다. 신성한 곳을 오랜 역사와 전통이 담긴 것으로 치장하고픈 그 마음이 조금은 서글프게 느껴졌다.



발레가 주 성모 마리아 성당 앞에서 '로드리고의 허울'을 생각한다. 마음에 덕지덕지 붙어 있는 허울을 느낀다. 그런 점에서 이 성당의 아줄레주는 참 역설적인 기능을 한다. 허울을 극대화해서 보여줌으로써 자기 자신의 허울을 들여다보게 만들어 준다.

P. 123





관광객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사유지 프론테리아 궁전은 정말 아름다웠다. 그곳의 아줄레주는 서민의 역사를 담고 있다. 세월을 머금은 역사적 사료로 남아 지금의 우리에게 감동을 준다. 대지진에도 운 좋게 살아남는 궁전엔 아직도 주인이 거주한다고 한다. 자신의 거처가 가진 역사적 가치와 의미를 아는 것일까? 가진 자의 사회적 기여가 이렇게도 빛을 발하는 게 참 멋있었다.




우리나라에 대비하자면 농부의 열두 달 생활을 묘사한 일종의 농가월령가를 이렇게 타일로 장식한 것이므로 그 가치가 매우 높다. 특히 귀족이 이렇게 일반 서민들의 삶을 아줄레주로 묘사해 장식할 만큼 많은 관심을 쏟고 있었다는 점에서 높이 살 만하다.

P. 545





상벤투역의 아줄레주를 비롯해 고화질로 큼지막하게 실려있는 작품 사진에 얼굴을 바짝 대고 감상했다. 현장에서 감상하는 것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다. 시스티나 성당의 천장화도 현장에선 너무 높아 목만 아프다고 하던데. 이렇게 고화질로 보고 포르투갈에 가서 현장의 공기와 바람과 습도를 느끼며 감상하면 감동이 배가 될 거 같다.







포르투갈이 매력적인 이유는 무엇일까?


책을 읽으면서 저자와 내가 그토록 매력을 느낀 포르투갈에 대해 생각해 봤다.

화려한 아줄레주로 장식된 성당도, 100년이 훌쩍 넘은 맥줏집도, 아름다운 노을이 어울리는 테주 강변도 무엇 하나 이유가 아닌 게 없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근본적이고 근원적인 이유를 짚어주는 저자의 글이 마음에 닿았다.




포르투갈 식민지였고, 한때는 포르투갈 왕이 직접 통치하기도 했던 브라질은 남미에서 유일하게 포르투갈어를 사용하는 나라여서 브라질의 오브제들을 비스타의 제품 모티브로 훌륭하게 차용될 수 있었다. 문화는 역시 이종교배, 혼혈이 최대의 강점이 된다.

P. 150





그러니 문화의 혼혈은 예술 행위에서 너무 소중한 자산이다. 소위 '영감의 지평'이 달라진다. 그가 동남아나 남미 여행지 어디에서 보았을 바나나 꽃은 이렇게 포르투갈 그의 저택에서 매우 색다른 장식으로 거듭났다. 비단 장식 문화뿐만 아니라 리스본이 가지는 고유의 색깔은 이렇듯 다양한 혼혈에서 발현된다.

P. 480




포르투갈은 외세에 침입당하고 대항해시대에는 식민지를 거느리면서 다양한 인종과 문화가 자연스레 섞였다. 지역과 인종의 한계에서 벗어나 다양성의 기반이 마련된 것이다. 다양함을 인정하고 장점을 받아들여 발전시킬 때 폭발적인 성장이 일어난다. 로마가 그랬고, 포르투갈이 그랬고, 미국이 그랬다. 지금의 그 물길은 어디에서 일어나고 있을까?



대항해시대를 열었으나 영광을 지속하지 못한 안타까운 포르투갈을 보면서 세계적으로 부상하는 우리나라의 몇십 년 후가 궁금해져 잠시 생각에 잠기기도 했다.






『포르투갈은 블루다』엔 저자 조용준 작가의 11년의 애정이 담뿍 담겨 있다. 단순히 이국적인 관광지로써 포르투갈이 아니라 그곳의 역사를 하나하나 짚어주고 쉽게 알 수 없었던 이야기를 풀어내어 더 깊이 몰입하게 만든다.

그리고 나도 언젠간 이렇게 애정이 가득한 나만의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서양에서는 블루(Blue 파란색)를 우울하고 슬픈 색으로 여긴다고 한다. 아마 생계를 위해 죽음을 각오하고 푸른 바다로 나가야 했던 삶을 반영한 것 같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쾌청한 하늘을 닮아 파란색은 경쾌하고 맑다. 『포르투갈은 블루다』에는 이 두 가지 의미가 모두 담겨 있는 것 같다. 아름답고 즐거운 관광지인 포르투갈과 과거의 영광을 품고 살아가는 몰락한 귀족 가문의 우울함을 담은 포르투갈. 그래서 더욱 매력적이고 떠올릴 때마다 나를 설레게 하는 푸른색의 포르투갈. 양면의 매력을 가진 포르투갈을 알고 싶은 독자에게 추천하고 싶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자유롭게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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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역사에서 보듯 오늘날 포르투갈의 출발점은 포르투다. 868년 ‘포르투갈 자치령‘에서 출발해 테레사 공주의 결혼과 함께 ‘포르투갈 백작령‘이 되었고, 이 당에서 무슬림을 몰아내는 데 전력을 다한 아폰수 1세의 레콩키스타로 점점 넓어진 것이 바로 오늘날의 포르투갈인 것이다. - P20

2개 면이 바다를 향하고 반대편으로는 유럽 대륙에 맞닿은 지리적 특징으로 지중해, 대서양 그리고 유럽 대륙성 기후의 영향을 받는다. 이처럼 수백 가지의 포도 품종들이 서로 다른 토양과 다양한 기후의 영향 아래서 자라기 때문에 포르투갈에서는 그 어느 곳보다도 다양하고 고유의 개성이 넘치는 많은 종류의 와인이 생산된다. - P317

발레가 주 성모 마리아 성당 앞에서 ‘로드리고의 허울‘을 생각한다. 마음에 덕지덕지 붙어 있는 허울을 느낀다. 그런 점에서 이 성당의 아줄레주는 참 역설적인 기능을 한다. 허울을 극대화해서 보여줌으로써 자기 자신의 허울을 들여다보게 만들어 준다. - P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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