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친코 2 - 개정판 코리안 디아스포라 3부작
이민진 지음, 신승미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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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파친코』 2권을 읽고 나서는 가슴이 먹먹해졌다. 여전히 희망을 가져야 하는 것일까? 비참한 현실에 슬퍼해야 하는 것일까?




2권은 1권보다 전개 속도가 빨랐다. 전쟁 이후의 삶은 상대적으로 각 개인의 문제에 초점이 맞춰있었다. 기구하고 슬프고 화려했다. 그래서 너무나 소설 같고 그래서 더욱 현실 같은 이야기다.





삶은 너무 야속하다. 전쟁이 끝나고 목숨을 부지하는 걱정을 덜으니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걱정해야 한다.


많은 돈을 벌어 부자가 된다 하더라도 보이지 않는 억압과 차별을 뛰어넘기란 너무 어렵다. 이민진 작가는 『파친코』에서 이러한 모습을 다각도로 보여준다. 그래서 나도 많은 독자들도 『파친코』에 빠져든다.





양진과 선자의 강인함에 감탄했지만 기구한 인생을 보며 슬픔을 느꼈다. 노아가 느낀 견딜 수 없는 좌절감을 이해할 수 있었고 모자수의 상실감과 솔로몬이 처음으로 느낀 배신감과 박탈감도 느낄 수 있었다. 그래도 삶을 살아가야 한다고 말하는 이민진 작가의 메시지가 와닿았다.







**스포일러 포함**











가장 마음이 아픈 것은 노아의 죽음이다.


어머니 선자의 마음이 너무너무 아팠을 것이다. 선자의 마음속에 수많은 후회와 자책으로 가득 차 있음은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 식민시대도 전쟁도 견뎌냈는데 사랑하는 자녀의 죽음은 절대 견딜 수 없을 것이다. 노아가 아버지 이삭의 무덤을 찾았다는 사실만으로 선자에게 위로가 됐음을. 노아는 괴로움은 자신에게 주어진 현실을 받아들일 수 없기에 생겨났을 것이다. 유보하고 또 유보하고 어떻게든 살아내었지만 선자를 만나면서 덮어둔 자신과의 문제를 마주했을 때는 하릴없이 무너지고 말았다.


한편으론 노아가 선자를 떠나 살았던 시간처럼 조금씩 유보하고 조금씩 잊어가며 살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노아의 삶을 두고 보면, 선자와 모자수의 삶으로 확대해서 보면, 전쟁 후 일본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조선 사람을 생각하면 노아의 괴리감은 아주 사소한 문제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조심스레 생각했다.


그러면서 내가 생각하는 문제, 내가 안고 있는 문제도 한 발자국 떨어져 생각할 수 있었다. '그래도 삶을 살아가야 한다.'라는 대전제를 펼쳐두고 보면 나는 날카롭지만 사소한 문제로 힘들어하고 있다. 북토크에서 이민진 작가가 한 이야기가 이런 것이었나 보다. 우리는 우리의 삶을 너무 작가 잘라 크게 보려고 한다. 하나하나 중요하지만 전체의 일부임을 자꾸 잊어버린다. 『파친코』가 가진 이야기의 힘은 나의 생각을, 나의 가치관을 다르게 바라볼 수 있게 했다.











현실은 굉장히 복잡하다. 이상처럼 이분법적으로 나뉠 수도 없고, 선과 악의 경계가 모호하다. 고한수는 선자의 삶을 망쳐놓았으면서도 전쟁통에 노아를 비롯한 선자의 가족을 구해주었다. 이삭은 임신한 선자와 결혼하였지만 종교적 신념을 지키기 위해 가족을 두고 죽음을 택했다. 노아와 모자수는 삶을 영위하기 위해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파친코 기계의 승률을 조작하였지만, 직원과 가족들에겐 한없이 자애롭고 너그러웠으며 헌신했다. 같은 사람이지만 상대에 따라서 좋은 사람, 나쁜 사람이 된다. 한 영화의 유명한 대사처럼 '나를 망치러 온 구원자'를 어떻게 생각하고 받아들여야 할까. 유연함과 간사함의 경계는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까. 법망의 사각지대에서 이익을 챙기는 이는 과연 옳다고 할 수 있을까.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우리는 어쩔 수 없는 환경이 만드는 선택을 받아들어야 한다. 유연한 태도를 가져야 하고 남을 평가하는 잣대를 거두어야 한다. 삶이란 복잡하고 우리의 생각대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머리로 아는 것을 모두 다 행할 수 없고, 마음이 가는 것도 절제할 줄 알아야 한다.










양진과 선자, 경희 같은 분들이 일군 현재에 내가 살아갈 수 있음에 그래서 많은 것을 누릴 수 있음에 참 감사하다. 부모님 세대의 헌신 덕분에 끼니를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생존을 넘어 그 이상을 누릴 수 있음에 감사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삶을 살아가야 한다는 것. 괴로우면서도 웃음이 나는 말이다. 굉장히 간단하다. 그저 살아내면 된다. 나 자신이 선자처럼 묵묵히 살아내면 좋겠다.









내 민족의 역사와 아픔을 이야기로 전해준 이민진 작가와 인플루엔셜 출판사에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 받아 자유롭게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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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울 레이터 더 가까이
사울 레이터 지음, 송예슬 옮김 / 윌북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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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지막이 사울의 매력에 빠지는 나 정상이죠?



올 상반기에 입소문이 난 사울의 전시회를 마다했다. 남들이 다 멋지다고 하는 게 나에게도 멋지진 않겠지. 몽환적인 사진 하나 못 봤다고 아쉬움이 남을까.




『사울 레이터 더 가까이』를 보고 나선 5월에 끝나버린 전시회를 아쉬워했다.


큼지막한 판형의 책에 담긴 수십 장의 사진을 보니 사울의 작업물을 직접 보고 싶었다. 슬라이드 필름 뭉치를 보고 싶고, 벽에 영사해서 보는 컬러 필름이 어떤지 궁금해졌다. 액자에 걸린 사울의 사진을 한참이고 바라보고 싶었다.








사울의 사진은 묘한 매력이 있다.


도시의 구석구석을 은밀하게 관찰하면서도 동시에 관찰자는 없고 찰나의 장면만 볼 수 있는 작품 같았다.



프레임을 가득 채운 도로와 창문 틀이 무의미하게 느껴지기도 하다가 자세히 보면 초점이 나가 형태만 알아볼 수 있는 사람이 주인공이 되기도 한다.







비 오는 날의 사진은 서정적이게 느껴졌으며, 여름이 덥게 느껴지지 않았다. 겨울이 춥게 느껴지지 않았다.


신기했다.










여름날 가벼운 옷차림의 사람들이 산책을 한다. 더운 열기도 서늘한 공기도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레진 아트처럼 장면만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사울 레이터는 무엇을 필름에 담고 싶었을까? 어떤 느낌의 사진을 현상하고 싶었을까?




어릴 적 필름 사진을 찍어 인화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사진을 보면 즐거운 추억이었다. 기억을 상기시켜주면 그때부터 그 사진을 둘러싼 모든 게 다양한 방법으로 기억됐다. 그때 그 감정과 상황, 주변의 느낌까지 흐릿하지만 사진 주변에 남아 있었다.


또 하나의 재밌는 기억은 사진을 인화한 후 친구들과 돌려보며 추가로 인화할 사진을 골라 다시 현상소에 필름을 맡기는 일이었다. 얼마간의 시간을 기다려야 했고 똑같은 사진을 제 각자의 주인을 찾아가게끔 배달을 해줘야 했다. 번거로운 일이었지만 정감 있고 애정이 담긴 일이었다.










사울은 일련의 과정을 즐겼던 것 같다.


무심코 지나치는 뉴욕 멘헤튼의 거리를 집요하게 관찰하고, 자신의 프레임안에 담는 것이 얼마나 즐거운 일이 될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렇지 않고서는 그 긴 시간 동안 엄청난 사진을 찍는 것은 도저히 불가능한 일이다.



삶의 대부분이 넉넉지 못했기에 간절함이 담긴 슬라이드 하나하나, 필름 롤마다 애정과 관심이 담겨 있을 것이다.



사울의 사진을 보는 우리에게도 그게 고스란히 전해진 거겠지. 자신이 본 장면을 고스란히 담고픈 사울의 마음이.










종이 재질에 따른 느낌이 달라 글을 읽으면서도 옆에 있는 사진을 손으로 만져봤다. 조금은 거칠고 메마른 종이에 표현된 흑백 사진은 무게감이 있었다. 사울의 삶의 무게가 담겨 있는 것 같았다.



사울 레이터 재단의 대표인 마깃 어브는 사울의 작품을 정리하면서 떠오르는 사울의 기억을 좋아한다. 이렇게 애정이 있는 사람이 고르고 고른 사울의 작품이기에 모든 작품이 의미 있고 애정이 담겼으며 저마다의 무게를 갖고 이 책에 담겨 있다.








마지막 슬라이드 모음은 사진을 또 다른 느낌으로 감상할 수 있게 해줬다. 마치 필름 슬라이드를 쭉 펼쳐 놓은 것처럼 작은 작품에 온 신경을 집중하고 전체적인 구조를 볼 수 있게 해준다. 마치 사울이 사진을 찍기 전 멀리서 걸어오듯이 말이다.









한 번 도 가본 적 없는 곳을 그리워하는 것이 이런 것일까?


사울의 사진으로 본 멘헤튼은 내가 절대 가볼 수 없는 과거의 멘헤튼이다. 그렇기에 더욱더 호기심을 떨칠 수 없다.




느지막이 사울 레이터의 사진이 가진 매력을 알아버렸다. 유리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찍는 사울의 개구쟁이 같은 웃음이 오래도록 남을 거 같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자유롭게 작성하였습니다.



#사울레이터더가까이 #사울레이터 #윌북 #사진집 #사울레이터사진에세이 #TheunseenSaulLeiter #SaulLei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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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슨 인 케미스트리 2
보니 가머스 지음, 심연희 옮김 / 다산책방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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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여자들이 곧 들고일어날 테니 마음 단단히 먹어요.


P. 179




『레슨 인 캐미스트리』 2편은 1편보다 더더더 재밌다. 그리고 사이다같이 시원한 결말에 환호성을 내질렀다!




책을 손에서 놓지 않고 단번에 읽었다. 희망이 있었기 때문이다. 엘리자베스에게 좋은 일이 기다리고 있을 것 같았다.








모든 주인공에겐 시련이 있지만 엘리자베스에게 부당한 일과 차별적인 언사가 쏟아질 때는 화가 나서 참을 수 없었다. 내 주변에서 혹은 내가 겪은 일과 겹쳐 수많은 생각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신만의 당당함으로 모든 것을 알고 있는 듯한 특유의 차분함으로 이 모든 것을 잘 헤쳐나갈 엘리자베스이길 알기에 응원하며 한장한장 페이지를 넘겼다.



"나쁜 일을 겪었을 때 대처하는 제일 좋은 방법이 뭔지 아니?"


그녀는 귀에 꽂은 연필을 더듬으며 말했다.


"나쁜 일을 거꾸로 원동력으로 삼는 거야. 나쁜 일에 사로잡히는 걸 거부하렴. 맞서 싸우렴."


P.90








방송을 하면서 월터와 마찰이 있고, 월터의 상사 필과 마주했을 때 나라면 어땠을까? 나는 부당한 것에 목소리를 내었나 자문했다. 세상이 불합리하게 돌아간다고 말하면서, 억울하다고 생각하면서, 방법은 어딘가에 있을 거라는 안일한 위로를 했던 기억이 떠올라 괴로웠다. 밤쉘이라는 영화도 생각났다.



나이가 먹어가면서 세상을 점점 알아가면서 권력과 자본앞에선 조금 비굴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게 사는 법이고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엘리자베스는 달랐다. 애초에 이런 생각을 하는 저 사람이 잘못됐고, 그렇게 만든 구조가 잘못됐다고 말해주고 있다. 『레슨 인 케미스트리』에서 엘리자베스는 매들린에게 이야기하고 있지만 마치 나에게 말하는 듯했다. 용기를 가져. 너다운 것을 찾아. 너답게 만드는 선택을 해.




너를 너답게 만드는 건 조상이 아니야.


그럼 나를 나답게 만드는 건 뭐예요?


네가 선택하는 것들이지. 네가 인생을 살아가는 방식이 너를 너답게 만든단다.


P.60






제일 재밌게 본 부분은 제29장에서 엘리자베스가 화학 결합을 설명하는 부분이다. 이온 결합, 공유 결합, 수소 결합을 부부와 결혼 관계에 빗대어 설명했고 읽고 있는 내내 화학이 재밌다고 느끼는 나 자신을 보고 놀라웠다.








'X파일'이란 드라마 덕분에 여자아이들이 이공계 선택률이 높아진 '스컬리 현상'이 일고, '메리다'와 '헝거게임'을 본 여자아이들이 양궁을 배우고, 메르켈 총리를 보고 자란 아이들이 총리는 여자가 해야 한다고 말하는 걸 우리는 경험했다. 좋은 선례를 남기는 것은 엄청난 나비효과를 불러 일으킨다.



우리는 『레슨 인 케미스트리』에서 엘리자베스 조트의 여정을 지켜보았고, 메들린과 함께 엄마를 응원했다. 엘리자베스는 화학자이고 조정을 하는게 당연하게 느껴졌다. 개는 981개의 단어를 배울 수 있다!(모든 개들이 그렇다는 건 아니지만ㅎㅎ)



제일 어려운 일은 학업을 다시 시작하는 게 아니라 그럴 용기를 갖는 거란 사실을요.


화학은 변화다.


자신에 대한 의심이 들 때마다, 두려움을 느낄 대마다 이것만 기억하십시오. 용기는 변화의 뿌리라는 말을요.


P.236












심연희 옮긴이의 글도 무척 좋았다. 나도 예전에는 꽤나 요리를 좋아했다. 그러나 요리를 할수록 나에게 붙는 수식어가 나를 단정 짓는 말로 들렸다. 여성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들어볼법한 말이 우리의 정체성을 한정 짓고 한계 지었다. 엘리자베스 덕분에 배웠다. 요리는 화학이다. 화학은 변화다. 나 자신을 사랑하고 내가 더 나은 모습으로 변화하길 원하기 때문에 다시 요리를 시작하고 싶다. 내가 스스로에게 매일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니까. 그리고 용기를 가져야지. 작은 변화를 만들기 위해서.



내 삶의 롤 모델인 엘리자베스를 애플 TV 드라마로도 빨리 만나 보고 싶다.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자유롭게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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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들이 곧 들고일어날 테니 마음 단단히 먹어요. - P179

"나쁜 일을 겪었을 때 대처하는 제일 좋은 방법이 뭔지 아니?"



그녀는 귀에 꽂은 연필을 더듬으며 말했다.



"나쁜 일을 거꾸로 원동력으로 삼는 거야. 나쁜 일에 사로잡히는 걸 거부하렴. 맞서 싸우렴."

- P90

너를 너답게 만드는 건 조상이 아니야.



그럼 나를 나답게 만드는 건 뭐예요?



네가 선택하는 것들이지. 네가 인생을 살아가는 방식이 너를 너답게 만든단다.

- P60

제일 어려운 일은 학업을 다시 시작하는 게 아니라 그럴 용기를 갖는 거란 사실을요.



화학은 변화다.



자신에 대한 의심이 들 때마다, 두려움을 느낄 대마다 이것만 기억하십시오. 용기는 변화의 뿌리라는 말을요.

- P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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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평등 이탈리아어 첫걸음 - 평등한 언어세상을 위한 시작 언어평등 첫걸음 시리즈
양혜경 지음 / 언어평등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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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를 배우면 또 하나의 세계가 열린다.'라는 말이 있다.

언어에 담겨 있는 문화와 역사까지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나에게 '이탈리아어'라는 호기심을 심어준 건 시칠리아 여행 때문이다. 장화모양의 이탈리아반도 끝에 자리한 역삼각형의 거대한 섬에는 나를 매료시킨 아름다움과 신비로움이 가득 차 있었다.








코로나로 인해 사그라든 열정에 플로리쌤의 『이탈리아어 첫걸음』이 다시 불을 지펴주었다.

새로운 언어를 배우는 재미와 기쁨 그리고 구체적인 방법까지, 당장 이탈리아어를 시작하지 않으면 못 견딜 만큼 나를 두근거리게 만들었다.





이탈리아어는 소금과 같은 언어입니다.


양혜경(플로리쌤)




나에겐 이탈리아어는 '설탕'같은 언어였다. 영어처럼 꼭 필요하진 않아도 지친 삶에 활력을 줄 '단맛'처럼 즐거움을 선사했고, 밋밋한 삶에 디저트처럼 작은 사치로 활력을 불어 넣어 주었다. 서양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 근간이 되는 곳엔 옛 로마 제국이 있었다. 그리스에서 발달한 철학과 문명이 바다를 건너 이탈리아반도로 왔고 로마에서 꽃이 피었다. 그리고 피렌체에서 르네상스로 폭발했단걸 알았다. 그제서야 엄청난 문명의 정수가 녹아있는 이탈리아어가 소금과 같은 언어구나 알 수 있었다.







『이탈리아어 첫걸음』을 선택한 이유는 정확한 발음을 고집하는 플로리쌤의 어학 노하우 때문이다.



언어는 소통을 위한 것이다. 정확하게 소통하기 위해선 가장 기본적인 발음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내가 하는 말을 상대가 이해할 수 있고 내가 상대방을 듣고 무엇을 의미하는지 빠르고 정확하게 알 수 있다. 원어민과 가장 유사하게 말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나의 어학 목표와 같은 지향점을 가진 분이다.



플로리쌤은 이탈리아어 외에 영어, 스페인어, 포르투갈어 그리고 최근엔 중국어와 그리스어까지 틈틈이 배우고 있다고 알고 있다. 이탈리아어는 성인이 된 후 배웠다고 하였기에 이분이야말로 내가 원하는 언어 공부를 도와줄 분이구나! 확신이 섰다.






『이탈리아어 첫걸음』는 목차부터 남다르다.


문법과 여행 위주의 여타 어학 책과는 달리 SNS 이야기, 이탈리아의 유명한 예술품 이야기, 비빔밥 이야기, 여자친구 선물사는 이야기, 이탈리아 축구 이야기 등 현지로 유학을 가서 경험해 볼법한 대화 주제로 본문이 짜여있다. 이탈리아 이야기만 하는 현지 어학원 책과도 다르고 외국인 입장에서 필요한 말만 하는 국내 어학 교재와는 사뭇 달랐다.






『이탈리아어 첫걸음』은 발음에 진심이다.


이탈리아어는 열린소리와 닫힌소리가 있다. 존재는 알았지만 명확하게 설명해 준 학원도 학습지도 없었다. 이중모음의 강세도 그렇다. 우리말과 이탈리아어의 차이점을 명확하게 이해하고 정확하게 발음할 수 있도록 처음부터 설명해 준다. 음성파일도 이탈리아 현지 유명한 성우분이 녹음해 주셨고 발음이 매우 깔끔하며 말하는 속도도 연습하면 따라 할 정도로 적당하다.






『이탈리아어 첫걸음』은 살아있는 언어를 알려준다.


언어는 실제로 의사소통을 할 때 생명력을 가진다. 기본 발음을 배우면 바로 디알로고(Dialogo 대화)로 문장으로 표현하는 법을 배운다. 문장에서 단어와 문법을 배우는 것이다. 우리가 오랫동안 잘못 알고 있던 언어를 배우는 방식을 바로잡는 부분이다. 아이가 언어를 배우듯이 수없이 읽고 듣고 따라 하며 자연스럽게 배운 표현을 응용해 보는 것이다. 플로리쌤이 강조한 부분도 이것이다. 큰소리로 읽고 내가 말한 소리를 듣고 고치면서 원어민과 최대한 비슷하게 흉내 내는 것이다. 여행을 갔을 때 현지 언어를 빠르게 배우고 사용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적절한 상황에서 원어민이 어떻게 사용하는지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입으로 따라 해보기 때문일 것이다. 『이탈리아어 첫걸음』은 학습자에게 그런 상황을 상상하게 한다. 음원 파일로 원어민의 소리를 듣게 한다. 우리는 큰 소리로 따라 말하기만 하면 된다.







『이탈리아어 첫걸음』안에 모든 게 자세히 나와 있어 독학으로 공부해도 충분히 이탈리아어를 재밌게 배울 수 있다. 생소한 언어이기 때문에 처음에 혼자 공부하는 것이 어려울 수 있다. 출판사에서 좋은 강의도 아주아주 저렴한 가격에 제공하고 있다.



유튜브에서 샘플 강의를 여러 개 볼 수 있으니 들어보고 결정하는 것도 좋겠다.






본 교재로 이탈리아어를 공부하는 여러분이 언어의 장벽을 뛰어넘고, 현지에서 자유롭게 소통하며 목표와 꿈을 달성할 수 있기를 매 순간 기도하며 집필했습니다.


양혜경(플로리쌤)




이 책의 프롤로그를 읽으며 다시 이탈리아에 가는 상상을 했다. 이전에는 읽지 못한 간판과 메뉴를 읽고, 나와 마주한 이탈리아 사람들에게 이탈리아어로 이야기하는 모습. 그리고 최근에 읽고 있는 이탈리아 작가 엘레나 페란테의 '나의 눈부신 친구(L'amica geniale)'를 이탈리아어 원문으로 읽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꿈은 크게 가질수록 좋으니까.





참고로 내가 그동안 다닌 이탈리아어 학원과 수강한 이탈리아어 인터넷 강의와 학습지를 폄하할 의도는 전혀 없다. 다만 비교를 위해 경험을 가져온 것뿐이고, 지극히 개인적인 어학공부 방법의 기준을 잡았을 뿐이다. 나와 맞는 학습 방법과 선생님을 찾는 것은 중요하다. 그리고 그 방법을 아는 것은 많이 경험해 봐야 하는 것이다. 나에게 맞는 다양한 방법으로 즐겁게 공부하는 것이 나의 지향점이다.





좋은 이탈리아어 교재를 출간해 준 양혜경(플로리쌤)과 언어평등 출판사에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자유롭게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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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교재로 이탈리아어를 공부하는 여러분이 언어의 장벽을 뛰어넘고, 현지에서 자유롭게 소통하며 목표와 꿈을 달성할 수 있기를 매 순간 기도하며 집필했습니다. - P5

이탈리아어는 소금과 같은 언어입니다. - P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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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친코 1 - 개정판 코리안 디아스포라 3부작
이민진 지음, 신승미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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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소설 『파친코』를 드디어 만났다.




『파친코』는 출간 당시에도 미국 등 주요 매체에서 주목을 받았고, 2022년 애플tv 드라마로 제작되며 전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렸다. 영화 미나리로 44개 상을 받으며 전 세계에 이름을 알린 윤여정 배우가 주연으로 출연했다. 또한 드라마로 이름이 알려지며 도서 판매가 증가할 때 국내 출판사 판권이 종료되어 또 한 번 대중의 이목을 집중됐다. 2022년 7월 27일 드디어 인플루엔셜 출판사에서 새롭게 번역된 『파친코』가 출간했다.






이토록 많은 이슈를 몰고 다닌 『파친코』를 읽으면서 내 기대가 너무 크면 어떡하나 걱정했는데 기우에 지나지 않았단 걸 깨달았다. 원문엔 나타낼 수 없던 사투리까지 구수하게 담아낸 초월 번역에 시간 여행을 하듯 1900년대 초 부산 영도를 그리고 1940 -1960년 오사카를 다녀왔다.




손에서 책을 놓을 수 없을 만큼 푹 빠져 읽었다. 선자의 사랑에 같이 설레기도 하고, 이삭의 폐렴을 같이 걱정하기도 했다. 한 번도 가본적 없는 영도지만 넘실대는 푸른 바다가 눈앞에 그려지는 듯했다. 선자와 같이 나룻배를 탔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현실을 한탄하기도 했다. 삶의 무게에 비해 사람의 목숨이 너무 가벼워 보이기도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100여 년 전 우리나라의 현실이 무척이나 이질적이고 생생했다. 한강의 기적이라고 불린 시대를 지나 이제는 가수로 영화로 드라마로 전 세계의 주목을 받는 시대에 살고 있다. 『파친코』에서 보여주는 우리의 역사를 직시하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진실을 알아야 한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 겨우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 시대의 이야기를 하는 것인데. 2-3대 전 시대의 이야기를 우리는 전혀 모르고 있다고 생각했다.








💚스포 있음💚





선자와 한수의 만남이 불안해서 책을 덮고 싶었다. 답답했다. 처음부터 불안해서 견딜 수 없었다. 그러나 나중엔 그 만남을 억지로 감사할 수밖에 없었다.



"파렴치하구로. 쳐다보는 꼬라지 보래이! 니 아버지뻘은 될 사내인데." 미역 장수 아주머니가 눈알을 굴렸다. "아무리 부자라도 멀쩡한 집안의 참한 처자를 저리 뻔뻔스레 빤히 볼 자격은 없는기라."


P. 50







선자의 기구한 삶이 안쓰러웠으나 살아내는 강인함이 나에게 용기를 주었다. 경희도 아마 그런 선자에게 의지하며 용기를 얻었을 거 같다. 선자는 불평 하기보다 불만을 품기보다 자기에게 주어진 것을 하나씩 해내가는 성실함을 지녔다.










이삭이 감옥에 갇히고 일주일 후, 선자는 장사를 시작했다. 이삭의 밥을 감옥에 전해주고 나서 커다란 김치 항아리를 실은 나무 수레를 시장으로 밀고 갔다.


P. 253












한수가 얄밉고 미우나 덕분에 선자와 요셉의 가족이 살아갈 방도를 얻으니 어찌 감사하지 않을 수 있을까. 전쟁을 이런 것인가 보다. 미워해도 결국엔 만난다. 끊어내고 싶지만 얽히고설킨다.





"오랜만이야." 한수가 식당으로 들어오면서 차분하게 말했다. 선자가 몇 걸음 물러나 한수에게서 멀어졌다.


P. 312









저자 이민정의 이민자 관점은 특별하다. 외국에서 거의 평생을 산 저자에겐 한국인과 외국인의 관점이 다 들어 있다. 그래서 우리 한국인도 외국인도 이해할 수 있는 소설을 쓸 수 있던 것 같다. 슬픔에만 매몰되지 않고 남편에게만 의지하지 않는 사람. 개신교를 믿는 부유한 가정과 교회 이야기 등이 그렇다. 우리나라 여성의 강인한 면을 보여주면서도 구원자가 나타나는 강대국의 시선이 녹아있다고 느껴졌다.










역사 시간에 일제 강점기와 태평양전쟁을 중요하게 다뤘던 기억이 없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준 역사적 사건인데 말이다. 『파친코』를 통해 우리 민족의 과거를 마주할 수 있었다. 끔찍했지만 사실이었다. 전쟁이란 끔찍했다. 하루하루가 희망이 없었다. 일제 강점기보다 더 삶을 힘들게 만들었다. 전쟁은 모든 것을 앗아갔다.




세 사람은 조선인들이 사는 빈민가인 이카이노에서 내렸다. 요셉의 거주지에서 도착해서 보니 역에서부터 전차를 타고 지나가면서 본 좋은 집들과 상당히 달랐다. 동물의 악취가 상한 음식이나 변소 냄새보다도 역했다. 선자는 코와 입을 막고 싶었지만 억지로 참았다.


P.162






노아와 모자수처럼 살아간다면 난 어떻게 살았을까. 나라를 잃고 조국을 잃고 동물보다 못한 신분과 그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정체성으로 살아갈 수 있을까. 저자 이민정은 과연 누구의 맘으로 미국에서 살았을까. 노아처럼 삶에 순응하고 바꿀 수 없는 태생을 바꾸고 싶어 했을까. 모자수처럼 타국에서 살아야 하는 자신의 삶을 싫어했을까.




그러나 노아가 말할 수 없는 가장 큰 비밀이 있었다. 일본인이 되고 싶다는 것이었다. 노아의 꿈은 이카이노를 떠나서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 것이었다.


P. 280





일본인 아이들이 모자수와 조금도 어울리려고 하지 않았지만, 모자수는 더 이상 신경 쓰지 않았다. 더 어렸을 때는 따돌림 당하는 것이 괴로웠지만, 노아보다는 괴롭힘이 덜한 편이었다.


P. 382







2편이 빨리 나왔으면 좋겠다. 새로운 번역으로 『파친코』를 마저 읽고 싶다. 30여 년에 걸쳐 쓴 『파친코』는 깊이가 남다르다. 그리고 드라마도 기대된다. 시즌 2 제작이 확정됐다고 하니 『파친코』의 열기는 당분간 계속 이어질 것 같다.






역사는 우리를 저버렸지만, 그래도 상관없다.




유명한 첫 문장이 가슴이 오래도록 남는다. 그래도 우리는 이렇게 살아왔고, 살아갈 것이다. 좋은 소설을 소개해 준 인플루엔셜 출판사에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출판사에서 책을 지원받아 자유롭게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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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우리를 저버렸지만, 그래도 상관없다. - P15

"파렴치하구로. 쳐다보는 꼬라지 보래이! 니 아버지뻘은 될 사내인데." 미역 장수 아주머니가 눈알을 굴렸다. "아무리 부자라도 멀쩡한 집안의 참한 처자를 저리 뻔뻔스레 빤히 볼 자격은 없는기라." - P50

이삭이 감옥에 갇히고 일주일 후, 선자는 장사를 시작했다. 이삭의 밥을 감옥에 전해주고 나서 커다란 김치 항아리를 실은 나무 수레를 시장으로 밀고 갔다. - P253

세 사람은 조선인들이 사는 빈민가인 이카이노에서 내렸다. 요셉의 거주지에서 도착해서 보니 역에서부터 전차를 타고 지나가면서 본 좋은 집들과 상당히 달랐다. 동물의 악취가 상한 음식이나 변소 냄새보다도 역했다. 선자는 코와 입을 막고 싶었지만 억지로 참았다. - P1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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