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울 레이터 더 가까이
사울 레이터 지음, 송예슬 옮김 / 윌북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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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지막이 사울의 매력에 빠지는 나 정상이죠?



올 상반기에 입소문이 난 사울의 전시회를 마다했다. 남들이 다 멋지다고 하는 게 나에게도 멋지진 않겠지. 몽환적인 사진 하나 못 봤다고 아쉬움이 남을까.




『사울 레이터 더 가까이』를 보고 나선 5월에 끝나버린 전시회를 아쉬워했다.


큼지막한 판형의 책에 담긴 수십 장의 사진을 보니 사울의 작업물을 직접 보고 싶었다. 슬라이드 필름 뭉치를 보고 싶고, 벽에 영사해서 보는 컬러 필름이 어떤지 궁금해졌다. 액자에 걸린 사울의 사진을 한참이고 바라보고 싶었다.








사울의 사진은 묘한 매력이 있다.


도시의 구석구석을 은밀하게 관찰하면서도 동시에 관찰자는 없고 찰나의 장면만 볼 수 있는 작품 같았다.



프레임을 가득 채운 도로와 창문 틀이 무의미하게 느껴지기도 하다가 자세히 보면 초점이 나가 형태만 알아볼 수 있는 사람이 주인공이 되기도 한다.







비 오는 날의 사진은 서정적이게 느껴졌으며, 여름이 덥게 느껴지지 않았다. 겨울이 춥게 느껴지지 않았다.


신기했다.










여름날 가벼운 옷차림의 사람들이 산책을 한다. 더운 열기도 서늘한 공기도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레진 아트처럼 장면만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사울 레이터는 무엇을 필름에 담고 싶었을까? 어떤 느낌의 사진을 현상하고 싶었을까?




어릴 적 필름 사진을 찍어 인화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사진을 보면 즐거운 추억이었다. 기억을 상기시켜주면 그때부터 그 사진을 둘러싼 모든 게 다양한 방법으로 기억됐다. 그때 그 감정과 상황, 주변의 느낌까지 흐릿하지만 사진 주변에 남아 있었다.


또 하나의 재밌는 기억은 사진을 인화한 후 친구들과 돌려보며 추가로 인화할 사진을 골라 다시 현상소에 필름을 맡기는 일이었다. 얼마간의 시간을 기다려야 했고 똑같은 사진을 제 각자의 주인을 찾아가게끔 배달을 해줘야 했다. 번거로운 일이었지만 정감 있고 애정이 담긴 일이었다.










사울은 일련의 과정을 즐겼던 것 같다.


무심코 지나치는 뉴욕 멘헤튼의 거리를 집요하게 관찰하고, 자신의 프레임안에 담는 것이 얼마나 즐거운 일이 될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렇지 않고서는 그 긴 시간 동안 엄청난 사진을 찍는 것은 도저히 불가능한 일이다.



삶의 대부분이 넉넉지 못했기에 간절함이 담긴 슬라이드 하나하나, 필름 롤마다 애정과 관심이 담겨 있을 것이다.



사울의 사진을 보는 우리에게도 그게 고스란히 전해진 거겠지. 자신이 본 장면을 고스란히 담고픈 사울의 마음이.










종이 재질에 따른 느낌이 달라 글을 읽으면서도 옆에 있는 사진을 손으로 만져봤다. 조금은 거칠고 메마른 종이에 표현된 흑백 사진은 무게감이 있었다. 사울의 삶의 무게가 담겨 있는 것 같았다.



사울 레이터 재단의 대표인 마깃 어브는 사울의 작품을 정리하면서 떠오르는 사울의 기억을 좋아한다. 이렇게 애정이 있는 사람이 고르고 고른 사울의 작품이기에 모든 작품이 의미 있고 애정이 담겼으며 저마다의 무게를 갖고 이 책에 담겨 있다.








마지막 슬라이드 모음은 사진을 또 다른 느낌으로 감상할 수 있게 해줬다. 마치 필름 슬라이드를 쭉 펼쳐 놓은 것처럼 작은 작품에 온 신경을 집중하고 전체적인 구조를 볼 수 있게 해준다. 마치 사울이 사진을 찍기 전 멀리서 걸어오듯이 말이다.









한 번 도 가본 적 없는 곳을 그리워하는 것이 이런 것일까?


사울의 사진으로 본 멘헤튼은 내가 절대 가볼 수 없는 과거의 멘헤튼이다. 그렇기에 더욱더 호기심을 떨칠 수 없다.




느지막이 사울 레이터의 사진이 가진 매력을 알아버렸다. 유리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찍는 사울의 개구쟁이 같은 웃음이 오래도록 남을 거 같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자유롭게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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