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친코 1 - 개정판 코리안 디아스포라 3부작
이민진 지음, 신승미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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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소설 『파친코』를 드디어 만났다.




『파친코』는 출간 당시에도 미국 등 주요 매체에서 주목을 받았고, 2022년 애플tv 드라마로 제작되며 전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렸다. 영화 미나리로 44개 상을 받으며 전 세계에 이름을 알린 윤여정 배우가 주연으로 출연했다. 또한 드라마로 이름이 알려지며 도서 판매가 증가할 때 국내 출판사 판권이 종료되어 또 한 번 대중의 이목을 집중됐다. 2022년 7월 27일 드디어 인플루엔셜 출판사에서 새롭게 번역된 『파친코』가 출간했다.






이토록 많은 이슈를 몰고 다닌 『파친코』를 읽으면서 내 기대가 너무 크면 어떡하나 걱정했는데 기우에 지나지 않았단 걸 깨달았다. 원문엔 나타낼 수 없던 사투리까지 구수하게 담아낸 초월 번역에 시간 여행을 하듯 1900년대 초 부산 영도를 그리고 1940 -1960년 오사카를 다녀왔다.




손에서 책을 놓을 수 없을 만큼 푹 빠져 읽었다. 선자의 사랑에 같이 설레기도 하고, 이삭의 폐렴을 같이 걱정하기도 했다. 한 번도 가본적 없는 영도지만 넘실대는 푸른 바다가 눈앞에 그려지는 듯했다. 선자와 같이 나룻배를 탔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현실을 한탄하기도 했다. 삶의 무게에 비해 사람의 목숨이 너무 가벼워 보이기도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100여 년 전 우리나라의 현실이 무척이나 이질적이고 생생했다. 한강의 기적이라고 불린 시대를 지나 이제는 가수로 영화로 드라마로 전 세계의 주목을 받는 시대에 살고 있다. 『파친코』에서 보여주는 우리의 역사를 직시하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진실을 알아야 한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 겨우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 시대의 이야기를 하는 것인데. 2-3대 전 시대의 이야기를 우리는 전혀 모르고 있다고 생각했다.








💚스포 있음💚





선자와 한수의 만남이 불안해서 책을 덮고 싶었다. 답답했다. 처음부터 불안해서 견딜 수 없었다. 그러나 나중엔 그 만남을 억지로 감사할 수밖에 없었다.



"파렴치하구로. 쳐다보는 꼬라지 보래이! 니 아버지뻘은 될 사내인데." 미역 장수 아주머니가 눈알을 굴렸다. "아무리 부자라도 멀쩡한 집안의 참한 처자를 저리 뻔뻔스레 빤히 볼 자격은 없는기라."


P. 50







선자의 기구한 삶이 안쓰러웠으나 살아내는 강인함이 나에게 용기를 주었다. 경희도 아마 그런 선자에게 의지하며 용기를 얻었을 거 같다. 선자는 불평 하기보다 불만을 품기보다 자기에게 주어진 것을 하나씩 해내가는 성실함을 지녔다.










이삭이 감옥에 갇히고 일주일 후, 선자는 장사를 시작했다. 이삭의 밥을 감옥에 전해주고 나서 커다란 김치 항아리를 실은 나무 수레를 시장으로 밀고 갔다.


P. 253












한수가 얄밉고 미우나 덕분에 선자와 요셉의 가족이 살아갈 방도를 얻으니 어찌 감사하지 않을 수 있을까. 전쟁을 이런 것인가 보다. 미워해도 결국엔 만난다. 끊어내고 싶지만 얽히고설킨다.





"오랜만이야." 한수가 식당으로 들어오면서 차분하게 말했다. 선자가 몇 걸음 물러나 한수에게서 멀어졌다.


P. 312









저자 이민정의 이민자 관점은 특별하다. 외국에서 거의 평생을 산 저자에겐 한국인과 외국인의 관점이 다 들어 있다. 그래서 우리 한국인도 외국인도 이해할 수 있는 소설을 쓸 수 있던 것 같다. 슬픔에만 매몰되지 않고 남편에게만 의지하지 않는 사람. 개신교를 믿는 부유한 가정과 교회 이야기 등이 그렇다. 우리나라 여성의 강인한 면을 보여주면서도 구원자가 나타나는 강대국의 시선이 녹아있다고 느껴졌다.










역사 시간에 일제 강점기와 태평양전쟁을 중요하게 다뤘던 기억이 없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준 역사적 사건인데 말이다. 『파친코』를 통해 우리 민족의 과거를 마주할 수 있었다. 끔찍했지만 사실이었다. 전쟁이란 끔찍했다. 하루하루가 희망이 없었다. 일제 강점기보다 더 삶을 힘들게 만들었다. 전쟁은 모든 것을 앗아갔다.




세 사람은 조선인들이 사는 빈민가인 이카이노에서 내렸다. 요셉의 거주지에서 도착해서 보니 역에서부터 전차를 타고 지나가면서 본 좋은 집들과 상당히 달랐다. 동물의 악취가 상한 음식이나 변소 냄새보다도 역했다. 선자는 코와 입을 막고 싶었지만 억지로 참았다.


P.162






노아와 모자수처럼 살아간다면 난 어떻게 살았을까. 나라를 잃고 조국을 잃고 동물보다 못한 신분과 그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정체성으로 살아갈 수 있을까. 저자 이민정은 과연 누구의 맘으로 미국에서 살았을까. 노아처럼 삶에 순응하고 바꿀 수 없는 태생을 바꾸고 싶어 했을까. 모자수처럼 타국에서 살아야 하는 자신의 삶을 싫어했을까.




그러나 노아가 말할 수 없는 가장 큰 비밀이 있었다. 일본인이 되고 싶다는 것이었다. 노아의 꿈은 이카이노를 떠나서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 것이었다.


P. 280





일본인 아이들이 모자수와 조금도 어울리려고 하지 않았지만, 모자수는 더 이상 신경 쓰지 않았다. 더 어렸을 때는 따돌림 당하는 것이 괴로웠지만, 노아보다는 괴롭힘이 덜한 편이었다.


P. 382







2편이 빨리 나왔으면 좋겠다. 새로운 번역으로 『파친코』를 마저 읽고 싶다. 30여 년에 걸쳐 쓴 『파친코』는 깊이가 남다르다. 그리고 드라마도 기대된다. 시즌 2 제작이 확정됐다고 하니 『파친코』의 열기는 당분간 계속 이어질 것 같다.






역사는 우리를 저버렸지만, 그래도 상관없다.




유명한 첫 문장이 가슴이 오래도록 남는다. 그래도 우리는 이렇게 살아왔고, 살아갈 것이다. 좋은 소설을 소개해 준 인플루엔셜 출판사에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출판사에서 책을 지원받아 자유롭게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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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우리를 저버렸지만, 그래도 상관없다. - P15

"파렴치하구로. 쳐다보는 꼬라지 보래이! 니 아버지뻘은 될 사내인데." 미역 장수 아주머니가 눈알을 굴렸다. "아무리 부자라도 멀쩡한 집안의 참한 처자를 저리 뻔뻔스레 빤히 볼 자격은 없는기라." - P50

이삭이 감옥에 갇히고 일주일 후, 선자는 장사를 시작했다. 이삭의 밥을 감옥에 전해주고 나서 커다란 김치 항아리를 실은 나무 수레를 시장으로 밀고 갔다. - P253

세 사람은 조선인들이 사는 빈민가인 이카이노에서 내렸다. 요셉의 거주지에서 도착해서 보니 역에서부터 전차를 타고 지나가면서 본 좋은 집들과 상당히 달랐다. 동물의 악취가 상한 음식이나 변소 냄새보다도 역했다. 선자는 코와 입을 막고 싶었지만 억지로 참았다. - P1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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