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친코 2 - 개정판 코리안 디아스포라 3부작
이민진 지음, 신승미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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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파친코』 2권을 읽고 나서는 가슴이 먹먹해졌다. 여전히 희망을 가져야 하는 것일까? 비참한 현실에 슬퍼해야 하는 것일까?




2권은 1권보다 전개 속도가 빨랐다. 전쟁 이후의 삶은 상대적으로 각 개인의 문제에 초점이 맞춰있었다. 기구하고 슬프고 화려했다. 그래서 너무나 소설 같고 그래서 더욱 현실 같은 이야기다.





삶은 너무 야속하다. 전쟁이 끝나고 목숨을 부지하는 걱정을 덜으니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걱정해야 한다.


많은 돈을 벌어 부자가 된다 하더라도 보이지 않는 억압과 차별을 뛰어넘기란 너무 어렵다. 이민진 작가는 『파친코』에서 이러한 모습을 다각도로 보여준다. 그래서 나도 많은 독자들도 『파친코』에 빠져든다.





양진과 선자의 강인함에 감탄했지만 기구한 인생을 보며 슬픔을 느꼈다. 노아가 느낀 견딜 수 없는 좌절감을 이해할 수 있었고 모자수의 상실감과 솔로몬이 처음으로 느낀 배신감과 박탈감도 느낄 수 있었다. 그래도 삶을 살아가야 한다고 말하는 이민진 작가의 메시지가 와닿았다.







**스포일러 포함**











가장 마음이 아픈 것은 노아의 죽음이다.


어머니 선자의 마음이 너무너무 아팠을 것이다. 선자의 마음속에 수많은 후회와 자책으로 가득 차 있음은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 식민시대도 전쟁도 견뎌냈는데 사랑하는 자녀의 죽음은 절대 견딜 수 없을 것이다. 노아가 아버지 이삭의 무덤을 찾았다는 사실만으로 선자에게 위로가 됐음을. 노아는 괴로움은 자신에게 주어진 현실을 받아들일 수 없기에 생겨났을 것이다. 유보하고 또 유보하고 어떻게든 살아내었지만 선자를 만나면서 덮어둔 자신과의 문제를 마주했을 때는 하릴없이 무너지고 말았다.


한편으론 노아가 선자를 떠나 살았던 시간처럼 조금씩 유보하고 조금씩 잊어가며 살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노아의 삶을 두고 보면, 선자와 모자수의 삶으로 확대해서 보면, 전쟁 후 일본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조선 사람을 생각하면 노아의 괴리감은 아주 사소한 문제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조심스레 생각했다.


그러면서 내가 생각하는 문제, 내가 안고 있는 문제도 한 발자국 떨어져 생각할 수 있었다. '그래도 삶을 살아가야 한다.'라는 대전제를 펼쳐두고 보면 나는 날카롭지만 사소한 문제로 힘들어하고 있다. 북토크에서 이민진 작가가 한 이야기가 이런 것이었나 보다. 우리는 우리의 삶을 너무 작가 잘라 크게 보려고 한다. 하나하나 중요하지만 전체의 일부임을 자꾸 잊어버린다. 『파친코』가 가진 이야기의 힘은 나의 생각을, 나의 가치관을 다르게 바라볼 수 있게 했다.











현실은 굉장히 복잡하다. 이상처럼 이분법적으로 나뉠 수도 없고, 선과 악의 경계가 모호하다. 고한수는 선자의 삶을 망쳐놓았으면서도 전쟁통에 노아를 비롯한 선자의 가족을 구해주었다. 이삭은 임신한 선자와 결혼하였지만 종교적 신념을 지키기 위해 가족을 두고 죽음을 택했다. 노아와 모자수는 삶을 영위하기 위해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파친코 기계의 승률을 조작하였지만, 직원과 가족들에겐 한없이 자애롭고 너그러웠으며 헌신했다. 같은 사람이지만 상대에 따라서 좋은 사람, 나쁜 사람이 된다. 한 영화의 유명한 대사처럼 '나를 망치러 온 구원자'를 어떻게 생각하고 받아들여야 할까. 유연함과 간사함의 경계는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까. 법망의 사각지대에서 이익을 챙기는 이는 과연 옳다고 할 수 있을까.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우리는 어쩔 수 없는 환경이 만드는 선택을 받아들어야 한다. 유연한 태도를 가져야 하고 남을 평가하는 잣대를 거두어야 한다. 삶이란 복잡하고 우리의 생각대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머리로 아는 것을 모두 다 행할 수 없고, 마음이 가는 것도 절제할 줄 알아야 한다.










양진과 선자, 경희 같은 분들이 일군 현재에 내가 살아갈 수 있음에 그래서 많은 것을 누릴 수 있음에 참 감사하다. 부모님 세대의 헌신 덕분에 끼니를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생존을 넘어 그 이상을 누릴 수 있음에 감사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삶을 살아가야 한다는 것. 괴로우면서도 웃음이 나는 말이다. 굉장히 간단하다. 그저 살아내면 된다. 나 자신이 선자처럼 묵묵히 살아내면 좋겠다.









내 민족의 역사와 아픔을 이야기로 전해준 이민진 작가와 인플루엔셜 출판사에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 받아 자유롭게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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