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예뻐진 그 여름 1
제니 한 지음, 이나경 옮김 / arte(아르테)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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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반짝 여름에 정말 잘 어울리는 소설을 만났다.


바로 제니 한의 신작 소설 『내가 예뻐진 그 여름』이 출간됐다. 여름이란 단어가 들어간 제목만 봐도 설렌다.





그해 여름을 나는 결코, 절대 잊지 못했다. 모든 것이 시작된 여름, 내가 예뻐진 여름을

그리고 그해 여름, 드디어 모든 것이 달라졌다. 나도 달라졌다. 

P. 28








제니 한은 넷플릭스 영화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의 원작 소설 저자이다. 한국계 미국인을 주인공으로 하여 그야말로 대박을 쳤다. 그 인기에 힘입어 스핀 오프 드라마 <엑스오, 키티>도 제작됐다. 『내가 예뻐진 그 여름』은 제니 한의 초기 작품이고 미국에서는 2009년에 출간됐다. 올여름을 맞아 한국어 번역본이 출간됐다.





십 대 때 느낀 그 간질간질한 마음을 정확하게 떠올리게 하는 소설이다. 읽으면서 진실의 광대가 한껏 솟아 내려올 줄 몰랐다. 카페에서 읽을 땐 애써 무던한척하려 애쓰느라 꽤 고생했다. 아 재밌어!







줄거리

주인공 밸리는 매년 여름 엄마의 가장 친한 친구 수재나 아줌마의 별장에서 여름을 보낸다. 수재나 아줌마에겐 두 명의 아들이 있다. 콘래드와 제러마이아이다. 오빠 스티븐과 함께 또래 남자들 세 명과 길고 긴 여름 방학을 보내는 것은 즐겁기도 하고 외롭기도 하다. 밸리가 16살이 된 여름, 모든 것이 달라졌다. 짝사랑만 했던 콘래드도, 둘도 없는 친구라 생각했던 제러마이아도 그리고 모닥불 파티에 나타난 날 좋아했다고 말하는 캠까지.






정말 귀여운 소설이다. 딱 십 대 때 여름이면 기대했던 일이 모두 이 소설에 들어 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계절은 여름이다. 여름이 되면 두근거리는 기대감이 생긴다. 쨍한 태양과 싱그러운 풀냄새가 가득하고, 밤이 되면 이글거리던 거리가 식으면서 내는 그 여름밤 냄새가 좋다. 가벼운 옷차림에 들뜬 마음. 색다른 일이 생길 것 같은 그런 계절이다.






"넌 항상 귀여웠지만, 얘, 네 모습을 좀 보렴." 아줌마는 마치 경이로운 것을 보듯 고개를 저었다. "밸리, 정말 예쁘구나. 정말 예뻐졌어. 올해는 굉장한 여름을 보내게 될 거야. 절대 잊지 못할 여름을." P. 28









『내가 예뻐진 그 여름』의 주인공 벨리도 나와 같은 기대감을 갖고 매년 엄마 친구인 수재나 아줌마의 별장으로 놀러 간다. 책에서는 밸리의 현재와 어린 시절의 시점을 번갈아 가면서 이야기한다. 가장 어릴 때가 9살 정도로 나오는데 어린아이의 눈으로 본 기억을 묘사한 부분이 참 좋다. 내가 남자형제가 없이 자라서 밸리의 오빠 스티븐과 콘래드, 제러마이아를 그리는 부분이 흥미로웠다.




그것은 내가 다르다는, 나는 동떨어진 조재라는 사실을 끊임없이 상기시켰다. 하지만 작은 것들이 계속 변했다. (중략) 커서 면도를 하면서부터는 세면대가 수염투성이였다. 선반에는 그들이 쓰는 이런저런 데오도란트와 면도 크림, 향수가 가득했다. P. 37





엄마들의 우정도 자세히 나오는데 어릴 적 꿈꾼 어른의 모습이랄까. 지금도 어른이긴 하지만 자녀가 있는 것은 조금 다르니까. 방학마다 자신의 별장을 내주는 수재너 아줌마의 너그러움이 좋고, 사랑하는 친구와 매년 여름을 보내면서 시내도 놀러 나가고 같이 영화도 보고 술도 마시면서 친구 곁에 있어주는 밸리의 엄마 로럴의 묵묵함도 좋다. 아들만 있어서 그런지 수재너 아줌마가 밸리를 딸처럼 챙기는 모습이 따뜻하다. 밸리는 엄마가 둘이나 되다니.










미국 십 대들의 문화도 흥미롭다. 우리는 햇볕에 안 타려고 선크림도 바르고 래시가드도 입는데, 미국 친구들은 태닝하는데 열을 올린다. 갈색으로 그을린 피부가 더 건강하고 멋지다고 생각한다. 긴 여름방학마다 다른 곳에 가서 방학을 보내기도 하고, 성인이 아니어도 수상구조 대원이나 놀이동산에서 아르바이트를 한다. 학교 수업에선 라틴어를 배우기도 하고 면허를 딸 나이가 되기도 이전에 운전을 배운다.










캠의 엉뚱하고 너드(Nerd 공부밖에 모르는 따분한 사람)스러움이 굉장히 매력적이다. 키가 엄청 크고 (콘래드와 스티븐보다 크다고 나온다) 광대에 내려앉을 정도로 속눈썹이 길다고 나오는데 이런 외모도 참 맘에 든다. 그리고 무엇보다 캠이 밸리에게 감정을 드러낼 때마다 참 솔직하고 귀엽다.





"이 사람들 다 알아?" 내가 물었다. "아니." 캠이 대답했다. "너한테 멋지게 보이고 싶을 뿐이야." "이미 그래." 나는 이렇게 말하고 거의 동시에 얼굴을 붉혔다. P.140



"너는 항상 친구들과 있었거든, 일주일 내내 지켜보면서 용기를 내 보려고 했는데 그러지 못했지. 그런데 그날 밤 모닥불 파티에서 너를 보고 믿을 수가 없었어. 꽤 신기하지 않아?" 캠은 웃었지만, 당황한 듯했다. P. 153







신기한 건 매년 방학마다 만나서 놀고 장난치는 사이에 좋아하는 감정이 싹틀 수 있다는 것이다. 매일 부대끼며 지내면 티가 많이 날 거 같기도 하고 불편할 거 같기도 한데 반대로 매일 얼굴 보며 지내면 그런 감정이 좀 옅어지기도 하는 거 같다. 16살이 지나면서 감정과 생각이 성숙하니 작가분이 이 시점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것이기도 하겠지. 아가들 사랑놀이에 이모는 그저 행복해서 함박웃음만 나온다.







『내가 예뻐진 그 여름』은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오리지널 드라마로 제작됐고, 7월 14일 시즌 2가 나온다. 기다리는 거 못하는 나에겐 늦게 알게 된 게 오히려 좋아! 시즌 1은 총 7개 에피소드고, 시즌 2는 아직 3개만 공개된 것 같다. 책도 보고 드라마도 봐야지.





이 소설은 <미국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했다. 미국에서는 아주아주 예쁜 양장판 세트까지 나왔다. 한국에서도 기다리면 이렇게 나오려나. 작가의 작품 중 유일하게 한국에 출판된 책이 『내가 예뻐진 그 여름』이라, 이 책을 필두로 다른 작품도 번역돼서 나오길 기대해 본다.







이번 여름엔 지루한 일상에서 벗어나 설레는 십 대의 사랑 이야기 속으로 빠져 보는 건 어떨까? 제니 한 작가의 『내가 예뻐진 그 여름』을 추천한다. 3개 시리즈인 이 소설은 한국에 2권까지 번역서로 나왔다. 3권이 하루 빨리 출간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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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래드와 제러마이아는 내가 다가가는 것을 처음에는 알아차리지도 못했다. 그러다가 날 봤다. 그리고 다시 제대로 봤다. 콘래드는 쇼핑몰에서 지나치는 남자애들처럼 나를 힐끔거렸다. 콘래드가 나를 그런 시선으로 본 적은 없었다. 단 한 번도. P.15






콘래드를 향한 내 마음은 학창 시절 내내 변하지 않았다. 그 마음으로 몇 달을, 몇 년을 버틸 수 있었다. 그것은 마치 영양분 같았다. 그 마음이 나를 버티게 해 줬다. P. 105






포장지를 뜯어보니 고급 도자기와 크리스털 캔디 그릇 등을 파는, 아줌마가 좋아하는 가게 라인골드의 은팔찌가 보였다. 팔찌에는 다섯 가지 장식이 달려 있었다. 조개껍데기, 수영복, 모래성, 선글라스, 말발굽. P. 212





예전의 끌림이, 밀물과 썰물 같은 힘이 나를 다시 당겼다. 나는 그 파도에 계속 휩쓸렸다. 첫사랑이라는 파도에. 첫사랑은 나를 이 감정으로, 그에게로 자꾸 돌아오게 했다. 그를 보면 나는 여전히 숨이 멎었다. 곁에만 있어도, 그 전날 밤, 자유로워졌다고 생각하고, 그를 놓아 버렸다고 생각한 것은 나 자신을 속인 것이었다. 그가 무슨 말을 하고 무슨 행동을 하든, 나는 그를 놓아 버리지 못했다. P. 246








아르테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자유롭게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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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해 여름을 나는 결코, 절대 잊지 못했다. 모든 것이 시작된 여름, 내가 예뻐진 여름을. P. 28 - P28

그리고 그해 여름, 드디어 모든 것이 달라졌다. 나도 달라졌다. P. 28

"넌 항상 귀여웠지만, 얘, 네 모습을 좀 보렴." 아줌마는 마치 경이로운 것을 보듯 고개를 저었다. "밸리, 정말 예쁘구나. 정말 예뻐졌어. 올해는 굉장한 여름을 보내게 될 거야. 절대 잊지 못할 여름을." P. 28 - P28

그것은 내가 다르다는, 나는 동떨어진 조재라는 사실을 끊임없이 상기시켰다. 하지만 작은 것들이 계속 변했다. (중략) 커서 면도를 하면서부터는 세면대가 수염투성이였다. 선반에는 그들이 쓰는 이런저런 데오도란트와 면도 크림, 향수가 가득했다. P. 37 - P37

"이 사람들 다 알아?" 내가 물었다. "아니." 캠이 대답했다. "너한테 멋지게 보이고 싶을 뿐이야." "이미 그래." 나는 이렇게 말하고 거의 동시에 얼굴을 붉혔다. P.140 - P140

"너는 항상 친구들과 있었거든, 일주일 내내 지켜보면서 용기를 내 보려고 했는데 그러지 못했지. 그런데 그날 밤 모닥불 파티에서 너를 보고 믿을 수가 없었어. 꽤 신기하지 않아?" 캠은 웃었지만, 당황한 듯했다. P. 153

- P153

콘래드와 제러마이아는 내가 다가가는 것을 처음에는 알아차리지도 못했다. 그러다가 날 봤다. 그리고 다시 제대로 봤다. 콘래드는 쇼핑몰에서 지나치는 남자애들처럼 나를 힐끔거렸다. 콘래드가 나를 그런 시선으로 본 적은 없었다. 단 한 번도. P.15 - P15

콘래드를 향한 내 마음은 학창 시절 내내 변하지 않았다. 그 마음으로 몇 달을, 몇 년을 버틸 수 있었다. 그것은 마치 영양분 같았다. 그 마음이 나를 버티게 해 줬다. P. 105 - P105

포장지를 뜯어보니 고급 도자기와 크리스털 캔디 그릇 등을 파는, 아줌마가 좋아하는 가게 라인골드의 은팔찌가 보였다. 팔찌에는 다섯 가지 장식이 달려 있었다. 조개껍데기, 수영복, 모래성, 선글라스, 말발굽. P. 212 - P212

예전의 끌림이, 밀물과 썰물 같은 힘이 나를 다시 당겼다. 나는 그 파도에 계속 휩쓸렸다. 첫사랑이라는 파도에. 첫사랑은 나를 이 감정으로, 그에게로 자꾸 돌아오게 했다. 그를 보면 나는 여전히 숨이 멎었다. 곁에만 있어도, 그 전날 밤, 자유로워졌다고 생각하고, 그를 놓아 버렸다고 생각한 것은 나 자신을 속인 것이었다. 그가 무슨 말을 하고 무슨 행동을 하든, 나는 그를 놓아 버리지 못했다. P. 246 - P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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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일이면 나도 영어천재 1 - 영알못이 영어에 눈을 뜨는 30일의 기적편!, 올컬러 전면개정판 100일이면 나도 영어천재 (전면개정판) 1
이정은 지음 / 미다스북스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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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목표로 영어 공부로 잡았나요? 

아직 그 목표를 못 이뤘나요?

올해는 영어 공부란 목표를 꼭 이루고 싶나요?



모두 YES라면 『100일이면 나도 영어천재 1』으로 공부해야 합니다!












이번에 출간된 『100일이면 나도 영어천재 1』는 전면 컬러로 나온 개정판이다. 2019년 2월에 초판이 발행된 후 3년 만에 내용을 다듬고 보강해 나왔다. 조금 알아보니 기존의 35개의 강의를 30개로 줄였고, 학습자가 더 이해하기 쉽게 강조점과 설명을 보강 및 수정하였다.





주아쌤 (이정은)은 통역사 출신의 오픽 강사였다. 대학생들이 취업 준비로 열을 올리는 신촌에서 2주 만에 영어 말하기 점수를 만들어 주는 강사로 유명해져서 '갓(god 매우 뛰어나다란 접두사)'이란 별명이 붙었다고 한다. 흥미로운 이력은 러시아어 전공에 러시아어와 영어 통역사로 일하다 영어 강사로 전향했다는 점이다. 게다가 성인이 된 후에 어학 공부 방법을 깨우치고 '소리튜닝'이란 학습법으로 수많은 영포자를 구원해 주고 있다.







『100일이면 나도 영어천재』는 영어 듣기와 말하기가 중점의 영어 학습서로 총 3권이다. 100개 강의로 귀를 트고 입이 열리게 만드는 중장기 학습을 제안한다. 영어 인터뷰와 토크쇼에서 살아있는 영어를 가져와 하루에 4~6개 문장을 철저하게 분석하여 귀에 넣고 입에 붙이는 방식이다.




저는 특히 토크쇼 문장으로 영어 공부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왜 그럴까요? 영화나 미드는 어쨌든 이미 짜인 각본입니다. 살아 있는 영어라고 할 수는 없죠. 그에 비해 인터뷰나 토크쇼는 진행자(사회자)와 인터뷰이(Interviewee) 사이의 대화로 그때그때 생동하게 변화합니다. 좀 더 자연스럽고 살아 있는 영어라 할 수 있습니다. P. 18 l Intro 영알못, 영어에 눈을 뜨는 30일의 기적





Intro와 Day0에서 갓주아쌤이 만든 학습법 '소리튜닝'과 '소리 블록'을 설명하고, 영어가 한국어와 어떻게 다른지, 학습 시 유의할 사항 등을 간략하게 설명해 준다.







『100일이면 나도 영어천재』 학습 방법은 이렇다. Part 1에서 먼저 오늘 배울 내용의 영어 지문과 한글 번역을 훑어보며 '오늘의 예습'을 한다. 하단에 친절하게 주요한 단어와 표현과 발음기호까지 나와있다. Par 2로 넘어가 본격적인 '소리튜닝'을 시작한다. 짧은 문장이지만 음소와 발음까지 철저하게 분석하여 공부한다. Part 3는 앞서 배운 것을 내 것으로 만드는 '소리 반복 훈련' 과정이다. 영어 문장을 연습하는 것과 더불어 한글 문장을 보고 영어로 바꾸는 훈련도 한다. Part 5에선 오늘 배운 표현을 응용하여 나만의 문장으로 만드는 '문장 확장 훈련'을 한다.






이렇게 10일을 하면 한 챕터가 끝나고 'Chapter 1 Review 한영 훈련 중첩 복습'을 한다. 지금까지 배운 것을 영어와 우리말 모두 바꿔서 말하는 훈련을 한다. 이렇게 10번 총 100일을 공하는 것이다.











『100일이면 나도 영어천재 1』의 하루 학습 분량은 은 약 30분 ~1시간 정도 소요된다. 워낙 느리고 천천히 공부하는 타입이라 보통 학습자라면 20~40분 정도면 될 것이다. 매일 꾸준히 하기에 부담 없는 분량이다.




갓주아쌤의 책으로 영어 공부를 해보니 한 번만 공부해도 바로 학습효과를 느낄 수 있었다. 첫날 공부해 보자마자 100일 공부를 결심하고 바로 스프링 분철을 해왔다.










 귀가 뚫린다.


영어 토크쇼나 인터뷰를 본 사람들은 안다. 말이 엄청 빠르다. 영어가 한국어보다 말이 빠르기도 하지만 살아있는 영어는 속도가 어마어마하다. 처음에 들으면 아는 단어 몇 개만 겨우 들린다. 게다가 책에서 제시한 학습 분량은 4-6문장이라 굉장히 짧아서 후루룩하고 지나간다. 뭔 소리야 했는데 갓주아쌤 설명을 듣고 나면 마법이 일어난다. 문장이 선명하게 귀에 꽂힌다. 뭉치고 뭉개지고 부정확했던 소리가 들린다. 처음부터 들렸던 단어나 표현은 화자가 일부러 강조하는 것처럼 과장되게 들릴 정도다.


음소(발음)와 단어를 하나하나 분석해 주는 설명 덕분이다. 여기에 연음과 인토네이션을 더하니 듣고 싶지 않아도 귀에 쏙쏙 들어와 꽂힌다.





영어는 효율적으로 말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즉, 중요한 단어는 세고 정확하게 소리 내고, 안 중요한 단어는 힘을 빼고 잘 들려주지 않습니다. P.23 l Day0 영어 소리튜닝 기본 특강






 입이 트인다.


이 책이 좋은 점은 유튜브 강의가 있다는 점이다. 음성 파일과 책만 봐도 이해가 되지만 저자 직강을 보고 듣고 따라 할 수 있어 실제 강의를 듣는 기분이다. 원리를 알아 귀를 뚫어 놓고 입으로 말해서 귀와 입을 하나로 연결시킨다. 듣는 것을 바로 따라 말할 수 있게 된다.


처음에는 늘어진 테이프처럼 굉장히 천천히 말하는 연습을 한다. 강조점에 맞추어 호흡하며 따라 하고 점점 익숙해지면 속도를 올려 말한다. 몇 번 연습하면 점점 속도가 붙는다. 영상을 보고 따라 할 수 있을 정도(섀도잉)가 되고 우리말을 보면서 영어로 바꾸는 연습까지 하면 툭 쳐도 이 문장이 입에서 나온다. 문장 확장 훈련으로 응용하면서 체화시키니 이날 배운 표현 하나는 술술 나온다.





그에 비해 영어의 정확한 발음은 입모양, 혀, 이빨, 턱 등의 조음 기관에 의해서 결정됩니다. 때문에 입 모양은 매우 중요합니다. P.22 l Day0 영어 소리튜닝 기본 특강





 재밌다.


영어가 들리고 말할 수 있으니 재밌다. 첫날 한두 문장에서 5일만 해도 벌써 10문장 이상이 쌓였다. 갓주아쌤을 따라 하기만 했는데 영어가 되다니! 이보다 좋은 게 어딨을까.


책 중간중간 작심 3일이 100일이 될 수 있게 동기부여를 해준다. 좋은 영어 문장과 긴 영어 공부에 지치지 않을 수 있는 조언이 있다. 책에서 '마인드 코칭'을 가장 큰 장점이라고 언급하고 있는데 정말 도움이 된다. 지난한 싸움에서 쉽게 초심을 잃고 나를 유혹하는 게 많다. 길을 잃지 않도록 영어 공부를 할 동기를 찾고 스스로에게 선물을 주면서 자신을 이끌도록 한다. 가장 마지막 장에는 수료증까지 있다 :) 뿌듯함을 느낄 수 있다.





Life does not have to be perfect to be wonderful.

인생이 멋지기 위해 완벽할 필요는 없다.

완벽주의 성향은 쓰레기통에 확 던져버리세요. 대신 '최적주의자'가 되세요. 당당하고 뻔뻔해지세요! P.47









올해 가장 잘한 일 한 가지를 꼽으라면 갓주아쌤을 알게 된 것이다.

중고등 6년, 대학 4년 이후로 계속 영어 공부를 하고 있는 나에게 영어는 정복하기 너무너무 어려운 산이다. 주변에서 영어 꽤 잘한다는 소리를 듣긴 하지만, 내가 원하는 수준에 닿지 못하니 답답하기만 했다. 갓주아쌤을 만나 영어 공부의 방향을 잡고 가장 최적의 영어학습방법을 알게 됐다.




살짝 아동도서 같은 디자인도 처음엔 좀 신경 쓰였는데 (표지 디자인에 민감한 편) 공부에 집중하다 보면 익숙해진다. 그리고 스프링 제본은 진짜 진짜 강추다! 270쪽이 넘는 책이라 쫙쫙 펴서 적으면 정말 편하다. 가볍게 갖고 다니고 싶어서 두 권으로 분철했더니 앙증맞기까지 하다.




좋은 건 나눠야 한다고 친구에게 이야기해서 같이 공부 인증을 하기로 했다. 밴드에 매일 공부한 것을 올리면서 서로 응원해 주고 있다. 1권이 끝나기 전에 『100일이면 나도 영어천재』 2편, 3편의 개정판이 빨리 나오면 좋겠다. 대한민국에서 영어 공부를 하고 있는 모두에게 권하고 싶다. 인생에서 100일 정도는 이 영어 공부에 투자해 볼 가치가 있으니까!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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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는 효율적으로 말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즉, 중요한 단어는 세고 정확하게 소리 내고, 안 중요한 단어는 힘을 빼고 잘 들려주지 않습니다. P.23 l Day0 영어 소리튜닝 기본 특강 - P23

그에 비해 영어의 정확한 발음은 입모양, 혀, 이빨, 턱 등의 조음 기관에 의해서 결정됩니다. 때문에 입 모양은 매우 중요합니다. P.22 l Day0 영어 소리튜닝 기본 특강 - P22

Life does not have to be perfect to be wonderful.

인생이 멋지기 위해 완벽할 필요는 없다.

완벽주의 성향은 쓰레기통에 확 던져버리세요. 대신 ‘최적주의자‘가 되세요. 당당하고 뻔뻔해지세요! P.47 - P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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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지 존스 앤 더 식스
테일러 젠킨스 리드 지음, 최세희 옮김 / 다산책방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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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드라마로 만든 이유가 있다.

데이지가 정말 보고 싶고 데이지와 빌리가 만든 음악이 무척이나 듣고 싶다.




리즈 위더스푼 북 클럽에 선정돼서 알게 됐는데 그 기록이 어마어마하다. 2019년 미국에서 발간되고 1백만 부나 팔렸다. 2023년 올해는 아마존 프라임 드라마로 선보이고 소설 속 음악을 실제로 들을 수 있게 됐다!









저자인 테일러 젠킨스 리드의 전력도 독특한 게 영화배우 캐스팅 일을 했다. 『데이지 존스 앤 더 식스』에는 록 밴드 이야기니 만큼 음악 관련 용어가 굉장히 많이 나오는데 마치 그 업계를 경험한 사람처럼 장면을 생생하게 묘사한다. 전기작가의 인터뷰 방식이라는 다소 생소한 형식이 재밌다. 미국 리얼리티 쇼의 인터뷰 장면이 떠오르기도 하고, 하나의 사건을 여러 명의 입장에서 듣는 것도 재밌었다. 솔직하게 속마음을 털어놓는 이들에게 빠져들게 만든다.





데이지 : 내가 유명하건 말건 신경 안 썼어요. 다른 사람 앨범의 노래를 하건 말건 신경 안 썼어요. 내가 신경 쓴 건 재미있고 참신하고 근사한 것을 만들어내는 거였어요. P. 149




547페이지에 달하는 두께를 보고 살짝 겁먹었는데 전혀 그럴 필요가 없다. 페이지 터너 (Page-turner 책장 넘기기가 바쁠 정도로 흥미진진한 책을 일컫는 말)라서 금세 읽어 버릴 테니까. 한 권으로 되어 있는 데다가 미국의 페이퍼백 (Paper back 종이 커버에 갱지같이 얇고 가벼운 내지) 같은 (물론 우리나라 책이라 표지와 종이 질이 훨씬 좋다) 가벼운 종이로 만들어서 책 무게도 가볍다. 책을 들고 봐도 무리 없을 정도다.





중반까지 진짜 흥미진진하다가 중간 넘어서는 약간 이게 맞나 싶다. 결말에 다다라서는 내가 기대가 컸나 싶었다가 마지막 장을 덮고 생각해 보니 완벽한 결말이라는 찬사가 나온다.








미국 여행에서 오래된 카지노에 가득 찬 대마 냄새를 맡고 한동안 힘들었던 적이 있었다. 담배 냄새와는 차원이 다른 그 생소한 그 냄새를 맡고 어떻게 이런 공간에 아무렇지 않게 있을 수 있나 싶었다. 『데이지 존스 앤 더 식스』를 읽으면서 그 냄새가 떠올랐다.



이름도 외울 수 없는 온갖 종류의 마약과 환각제와 진정제 등이 등장하고, 발이 유리조각에 베여 피가 나도 모를 만큼 약을 먹는다. 절어 있다가 맞겠지. 그리고 미국의 60-70년대는 다 그랬다고 덧붙인다. 도대체 미국에선 무슨 일이 있던 걸까? 마치 락스타의 기본 조건은 천재적인 음악성과 더불어 마약과 섹스가 공인인증처럼 따라다녔나.




유교걸이라 소설 배경에 적응하느라 시간이 좀 걸리긴 했지만, 소설이니까! 타임머신을 타고 그 시대로 가 보이지 않는 관찰자가 된 기분으로 소설을 읽었다.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을 지닌 데이지 존스와 떠오르는 신예 록 밴드 더 식스 모두를.








음악이라곤 텔레비전으로 오디션 프로그램 본 게 다인 나지만 『데이지 존스 앤 더 식스』를 읽으면 내가 싱어 송 라이터 (Singer & Song writer)가 된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영감이 떠오르면 조수석 바닥에서 아이라이너를 찾아 냅킨에 적기도 하고, 아이솔레이션 부스에 들어가 토크 백을 누르며 이래라저래라 하는 잔소리에 문을 뻥 차고 나가기도 하는 자유로운 영혼들의 시대가 새롭다.









주인공인 데이지와 빌리도 매력적인 캐릭터이지만 옮긴이의 말에 언급한 것처럼 캐런과 카밀라 또한 정말 매력적인 캐릭터다. 남자들만 가득한 락 신(Scene)에서 위풍당당하게 자신됨을 고집할 줄 아는 모습과 중간중간 강단 있는 대사로 더욱더 이 소설로 빠져들게 만든다.




화려한 락스타의 삶이란 이런 것이구나. 꿈꾸던 대형 무대에서 관객들의 환호성과 음악에 혼신을 불태우고 나면 말초적인 쾌락이 기다린다. 술과 마약, 즉흥적인 잠자리. 집을 사고 요트를 사고 시도 때도 없이 마약을 배달시키면서 돈을 물 쓰듯 써도 돈은 마르지 않는다. 약에 취해 공연 중에 가사를 까먹어도 공연 티켓은 연일 매진이다. 모든 게 연출된 무대라고 생각하는 걸까? 즐길 게 없는 당시의 상황이 모든 걸 묵인하게 만든 걸까?







『데이지 존스 앤 더 식스』를 읽으면 락을 하나도 모르는 독자들도 미국의 70년대 락을 사랑하게 만든다. 약을 하고 정신 나간 행동을 해도 천재적인 재능을 가진 데이지와 빌리의 더 식스가 함께 성정하고 성공하는 이야기에 빠지고 말 것이다.







동명의 아마존 프라임 드라마로 궁금했던 음악을 들을 수 있다. 내가 상상한 것과는 조금 다를 수 있지만, 다른 대로 노래가 좋다! 책을 읽는 내내 유튜브에서 오로라 Aurora를 들었다. 다른 음악도 좋으니 같이 듣길 바란다.



데이지 존스 앤 더 식스 <오로라>

https://youtu.be/YRXo0esIxYg





여름휴가에 무슨 책을 읽을지 고민된다면 『데이지 존스 앤 더 식스』 추천한다!

휴가는 뭐니 뭐니 해도 일상을 벗어나 새로운 경험을 하는 것이니까. 70년대 락스타의 자유분방함과 퇴폐적인 문화를 글로 경험(?) 하면서 더위를 날려줄 음악을 듣는 것이 딱일 듯.







*****스포 주의******










이야기가 결말에 치달으면서 아이러니가 있다. 데이지와 빌리는 지독한 혐관을 시작으로 속절없이 사랑에 빠진다. 그리고 데이지가 캐릭터에 충실하게 충동적으로 빌리에게 고백한다. 1차로 데이지가 고백한 거에 실망했고, 2차로 빌리가 그냥 짜증 난다. 데이지를 내친 것도 싫고, 가정을 지킨 것도 싫어. (어쩌자고?) 어렵게 가정을 지켜 온 것을 앞에 굉장히 길게 보여주기 때문에 독자도 쉽게 이어질 것이라고 생각할 수 없기에 황당스러움이 더 크다.




그래도 결말을 잘 냈다고 생각되는 보통의 클리셰와는 다르게 끝난다. 빌리와 데이지가 이 위태로운 순간을 잘 견디고 각자의 길을 간 것이다. 물론 커밀라가 데이지에게 떠나달라고 했지만 데이도 그 상황을 잘 받아들이고 판단했다고 생각한다. 이루어지지 않아서 아름다운 사랑도 있으니까. 예술적인 재능만 남기고 삶은 건실하게 살았으면 하는 유교걸 독자의 마음에 안정을 준다.




또 한 번 놀라운 건 전기 작가가 빌리의 딸이라는 것! 책 처음에 나오는 이름이 다른데, 아마 성인이 돼서 이름을 바꿨거나 어릴 적 이름 줄리아가 집에서만 쓰는 가명일 수도 있다. 성은 결혼해서 바뀐 거고. 지긋한 중년이 되어서 듣는 부모님의 이루어지지 않은 외도(?) 이야기를 듣는 전기 작가라니 세상 특이하다.





캐런이 낙태수술을 결정한 것도 굉장히 좋았다. 자신의 삶을 결정하고 확신을 갖는 태도 그리고 그걸 응원하는 커밀라. 자신이 그레이엄이라면 아이를 낳고자 했을 거라는 캐런의 인터뷰도 캐런이란 캐릭터에 서사와 무게를 주는 부분이다.






데이지 : 누군가의 뮤즈가 되는 것엔 눈곱만큼도 관심이 없었어요. 난 뮤즈가 아니에요. 내가 그 위대한 누군가지. 개똥 같은 이야기는 이걸로 끝. P. 29




워런 : 로큰롤에 몸담으면서 꿀 빠는 때가 언젠 줄 알아요? 흔히들 정상에 올랐을 때라고 생각하지만 천만에요. 부담과 기대를 받을 때예요. 내가 어딘가를 향해 질주하고 있는데 세상도 그걸 알아줄 때, 무궁무진한 가능성으로 빛이 날 때예요. 가능성이야말로 불순물 제로의 존나 순수한 재미라고요. P. 55




캐런 : <허니콤>은 원래 '안정'에 관한 노래였는데, 그날 '불안'에 관한 노래로 바뀌었어요. P. 146




캐런 : 하지만 데이지는 처음부터 그 두 길 모두 거부했어요. 그 친구의 길은 '날 받아들여, 아님 날 건드리지 마'였어요. P. 149





빌리 : 이쯤 해서 이 말은 꼭 하고 가야겠어요. 데이지 존스를 만만하게 봐선 안 돼요. 절대로. P. 235




데이지 : 네, 난 호락호락하지 않아요. 늘 그랬고, 지금도 마찬가지예요. 남자들 눈치 보느라 엉덩이에 땀띠 나게 한자리에만 다소곳이 앉아 있지 않는다고요. 개새끼가 되고 싶지 않으면 남자들 스스로 알아서 잘해야죠. P. 240




데이지 : 예전엔 남자들한테 까탈스럽게 군다는 말을 들으면 조심했어요. 정말이예요. 그러다 때려치웠어요. 그러고 나니 사는 게 더 편해지더라고요. P.249





다산책방에서 책을 제공 받아 자유롭게 작성하였습니다.



#데이지존스앤더식스 #테일러젠킨스리드 #최세희옮김 #다산책방 #다산북스 #소설추천 #아마존프라임드라마 #리즈위더스푼북클럽 #소설추천 #페이지터너 #여름휴가책추천 #드라마원작소설

데이지 : 내가 유명하건 말건 신경 안 썼어요. 다른 사람 앨범의 노래를 하건 말건 신경 안 썼어요. 내가 신경 쓴 건 재미있고 참신하고 근사한 것을 만들어내는 거였어요. P. 149 - P149

데이지 : 누군가의 뮤즈가 되는 것엔 눈곱만큼도 관심이 없었어요. 난 뮤즈가 아니에요. 내가 그 위대한 누군가지. 개똥 같은 이야기는 이걸로 끝. P. 29 - P29

워런 : 로큰롤에 몸담으면서 꿀 빠는 때가 언젠 줄 알아요? 흔히들 정상에 올랐을 때라고 생각하지만 천만에요. 부담과 기대를 받을 때예요. 내가 어딘가를 향해 질주하고 있는데 세상도 그걸 알아줄 때, 무궁무진한 가능성으로 빛이 날 때예요. 가능성이야말로 불순물 제로의 존나 순수한 재미라고요. P. 55

- P55

캐런 : <허니콤>은 원래 ‘안정‘에 관한 노래였는데, 그날 ‘불안‘에 관한 노래로 바뀌었어요. P. 146

- P146

캐런 : 하지만 데이지는 처음부터 그 두 길 모두 거부했어요. 그 친구의 길은 ‘날 받아들여, 아님 날 건드리지 마‘였어요. P. 149 - P149

빌리 : 이쯤 해서 이 말은 꼭 하고 가야겠어요. 데이지 존스를 만만하게 봐선 안 돼요. 절대로. P. 235 - P235

데이지 : 네, 난 호락호락하지 않아요. 늘 그랬고, 지금도 마찬가지예요. 남자들 눈치 보느라 엉덩이에 땀띠 나게 한자리에만 다소곳이 앉아 있지 않는다고요. 개새끼가 되고 싶지 않으면 남자들 스스로 알아서 잘해야죠. P. 240 - P240

데이지 : 예전엔 남자들한테 까탈스럽게 군다는 말을 들으면 조심했어요. 정말이예요. 그러다 때려치웠어요. 그러고 나니 사는 게 더 편해지더라고요. P.249 - P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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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덕질 - 일상을 틈틈이 행복하게 하는 나만의 취향
이윤리 외 지음 / 북폴리오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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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한 해 동안 당신이 좋아한 것이 당신에게 얼마나 흔적을 남겼나요? 

P. 64 l 의외의 장소에서 만난 의외의 책들





2022년에 이어 두 번째 맞는 덕질 에세이 『오늘의 덕질』이 출간했다.

이 책은 제2회 미래엔 단편 에세이 공모전에서 수상한 작품 7편을 묶어 낸 수상작품집이다.




첫 번째 <이웃 덕후 1호>에 비해 참가자 글의 수준이 높아지고 덕질을 더 자유롭게 표현한 점이 맘에 든다.

자신이 사랑하는 것에 애정을 담뿍 담아 영업하는 글에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싶지만 그 수준이 아마추어라고 하기엔 한두 번 한 솜씨가 아닌데 하는 느낌이다. 특히, 첫 페이지를 여는 대상작 <SF와 나의 이야기>는 별 가루를 품은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 장면이 눈앞에 펼쳐졌다. 장중한 이야기를 담은 영화의 시놉시스 같은 느낌도 들었다.







최우수작 <의외의 장소에서 만난 의외의 책들>은 첫 문장부터 너무 웃겼다. 도서관에서 읽다가 새어 나오는 웃음소리를 참느라 주변에서 눈총을 받을 뻔했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은 글도 잘 쓰나 싶은 감탄과 질투 그 미묘한 감정으로 문장 문장을 읽어 내려가면서 함박웃음을 지었다.









『오늘의 덕질』에 담긴 모든 작품은 우열을 가릴 수 없을 만큼 각자의 애정이 아주 가득 담겨 있었다. 자신만의 애정을 신비롭게 혹은 웃기게 혹은 결연하게 표현했다. 흰 종이 위에 박힌 검은 활자에서 그 애정이 느껴질 정도면 실제 이 덕후의 사랑은 얼마나 넘치는 것일까.



<화분 위의 사냥꾼, 식충식물>과 <워킹맘 발레리나의 덕후 권하는 사회>는 이전 호에서 접할 수 있는 새로움이 있었다. 나에게 생소한 분야야 굉장히 흥미로웠다. 운동하고 심히 거리가 먼 나에게 발레는 예쁜 투투(발레리나가 입는 짧고 넓게 퍼진 망사 치마) 정도가 다였고, 우리에게 늦은 건 키즈모델과 고등학생 래퍼뿐이라는 말을 반은 농담쯤으로 여겼다. 그러나 이 글을 읽으면서 '늦은 건 없네!' 생각하고 있었다. 워킹맘 강유주님이 경험한 행복한 덕질에 응원과 권유가 가득하다.




그래서 사람들에게 미뤄 두었거나 꼭꼭 숨겨 두기만 했던 좋아하는 일이 있다면 당장 꺼내서 해 보라고 권하고 싶다. '덕후'가 된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삶에 희망을 안겨주고,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주기 때문에 자신을 성장시킨다. 삶에 대한 벅찬 감정이 넘치는 에너지가 되어 개인의 성장은 물론 사회를 변화시킬 수도 있다고 믿는다.

P.139 l 워킹맘 발레리나의 덕후 권하는 사회




덕후가 별거랴. 좋아하는 일에 빠져 몰두하고 사랑하다가 삶의 의미도 덤으로 알게 되었다면 그게 바로 덕후다. 

P.139 l 워킹맘 발레리나의 덕후 권하는 사회



그 과정이 정말 소중하고 행복했다는 것을 이제는 안다. (중략) 깨닫지 못할 뿐이지 우리는 누구나 무언가의 덕후다. 

P.139 l 워킹맘 발레리나의 덕후 권하는 사회








이 작은 책안에 담고 싶은 문장이 참 많다.

누군가를, 무언가를 사랑해본 사람들이라면 충분히 공감할 문장이기 때문일까. 아름답기고, 웃기고, 고개를 끄덕이게 만들고, 용기를 내게 하는 문장으로 가득 차 있다. 영업을 위한 친절과 배려도 느껴진다. 조심스레 글로 꺼내 놓은 마음이 만져진다고 해야할까. 한 편 한 편 읽으면서 같이 행복해진다.





우리는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말하지 못하는 사회에서 살아왔다. 심지어 좋아해도 되나?하고 생각하기도 했다. 타인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지 신경쓰느라 시간을 낭비했다. 이제는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노골적으로 말하라고 멍석도 깔아줬으니 당당하게 표현하며 살자. 그 와중에 영업당할 나같은 독자도 있을 것이고, 몰랐던 자신의 덕후 기질을 발견할 잠재적 더후도 있을 것이다. 다음에는 또 어떤 덕후를 만날지 정말 기대된다. 내년까지 어떻게 기다리지?









그 조그맣고 따뜻했던 외계 물질은 외증조할머니의 위를 지나고 장을 지나 산소와 수소와 탄소와 질소가 섞인 물과 유기물 화합체에 높은 비율의 무기물 함량을 더하며 자연으로 방출되었고 영원히 지구의 어느 곳에서 고요히 잠들어 있을 것이다. 외고조할아버지와 외증조할머니와 그 딸인 외할머니가 지구와 우주의 일부가 된 것처럼.

SF는 나에게 이 이야기와도 같은 존재이다. 차가운 세계의 법칙에 관한 이야기면서 그를 통해 삶과 사랑을 이해하게 되는 이야기. 신비의 외피를 둘러싼, 사실은 매우 현실적인 삶의 이야기.

나는 그래서 SF 마니아이다. P. 12 l SF와 나의 이야기




그 애를 좋아하면서 처음으로 인간의 껍질과 영혼의 불일치함을 생각해 보게 되었다. P. 25 l SF와 나의 이야기



그 애는 그대로인데 나는 그만 다른 사람이 되어 버렸다. P.25 l SF와 나의 이야기



그래서 나는 어떤 다른 존재를 사랑하고 감정을 느끼며 공감해야 하는지, 세상이 나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끊임없이 조정하고 정렬했다. (중략) 그리고 나는 영혼이 이미 껍질과 분리할 수 없는, 껍질의 일부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P. 27 l SF와 나의 이야기




미래는 정해져 있다. (중략) 정해진 미래는 사람을 쉽게 절망케 한다. (중략) 나는 과정을 신나게 살아가려고 한다. (중략) 나를 포함한 세상의 이야기와 내 인생의 이야기는 유려하지는 않지만 괜찮은 모습으로 나를 통해 계속 기록될 것이다. 삶과 시간이 계속하는 한. P. 37 l SF와 나의 이야기





책 중독자들은 책의 세계에 집착하다가 사회성을 상실하는 것일까요, 아니면 사회성을 잃었기에 책의 세상에 진입할 수 있었던 것일까요. P. 40 l 의외의 장소에서 만난 의외의 책들



사교성 시험에 합격해야 입성 할 수 있는 즐거움의 전당이라니, 정말 괘씸하지 않습니까. (중략) 저는 지금도 가장 마지막 것을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습니다. 어른의 권능을 손에 넣고도 이 모양이니 어릴 때는 오죽했겠습니까? P. 41 l 의외의 장소에서 만난 의외의 책들




학교 밖에서도 저는 책을 찾아다녔습니다. 도서관에서 청소년 자원봉사자를 모집해주는 건 어쩌면 저와 같은 인간들을 구제해주기 위해서가 아닐까요? P. 45 l 의외의 장소에서 만난 의외의 책들




어른이 되고 난 후 온라인 도서 구매 사이트에서 보는 성인소설이 뭐가 이상하겠습니까? 오히려 좋습니다. 성인 인증을 매년 꼬박꼬박 하는 수고를 왜 감수하겠습니까. 다 합법적으로 야한 것을 보기 위해서 그런 거지요. P. 48 l 의외의 장소에서 만난 의외의 책들




결국, 책의 몰락이 아니라 '종이책'의 위치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마구 다룰 수 있는 종이 뭉치에서 귀하게 모셔질 몸으로의 신분 체인지랄까요. P. 62 l 의외의 장소에서 만난 의외의 책들




어짜피 우리 모두 행복하자고 좋아하는 거고, 기쁘자고 덕질하는 거니까요. P.64 l 의외의 장소에서 만난 의외의 책들





나에게 아이돌 덕질이란 함께 성장하는 것이고, 또한 함께 성장하는 힘이다.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불안하고 힘든 시기를 서로 의지하며 이겨 내고, 즐겁고 좋은 일은 나누며 더욱 오래 에너지를 발산하기 때문이다. P.89 l 아줌마인데요, 여성 아이돌 덕후입니다





멋진 언니들의 등장은 우리 지구의 축복이니까. P. 89 l 아줌마인데요, 여성 아이돌 덕후입니다





식물 화분을 기르면서 알게 되는 것은, 분 하나하나가 치열한 삶의 현장이라는 사실이다. (중략) 화분 속 식물은 각자에게 주어진 동그라미 안에서 오늘도 애쓰고 있다. P. 90 l 화분 위의 사냥꾼, 식충식물




'덕후'라는 종족은 꼭 스스로 좋아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내가 경험한 놀라움을 다른 이들에게도 맛보여주고 싶어 하는 것 같다. P. 112 l 화분 위의 사냥꾼, 식충식물






북폴리오에서 책을 제공받아 자유롭게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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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한 해 동안 당신이 좋아한 것이 당신에게 얼마나 흔적을 남겼나요?

P. 64 l 의외의 장소에서 만난 의외의 책들 - P64

그래서 사람들에게 미뤄 두었거나 꼭꼭 숨겨 두기만 했던 좋아하는 일이 있다면 당장 꺼내서 해 보라고 권하고 싶다. ‘덕후‘가 된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삶에 희망을 안겨주고,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주기 때문에 자신을 성장시킨다. 삶에 대한 벅찬 감정이 넘치는 에너지가 되어 개인의 성장은 물론 사회를 변화시킬 수도 있다고 믿는다. 

P.139 l 워킹맘 발레리나의 덕후 권하는 사회 - P139

덕후가 별거랴. 좋아하는 일에 빠져 몰두하고 사랑하다가 삶의 의미도 덤으로 알게 되었다면 그게 바로 덕후다.

P.139 l 워킹맘 발레리나의 덕후 권하는 사회 - P139

그 과정이 정말 소중하고 행복했다는 것을 이제는 안다. (중략) 깨닫지 못할 뿐이지 우리는 누구나 무언가의 덕후다.

P.139 l 워킹맘 발레리나의 덕후 권하는 사회 - P139

그 조그맣고 따뜻했던 외계 물질은 외증조할머니의 위를 지나고 장을 지나 산소와 수소와 탄소와 질소가 섞인 물과 유기물 화합체에 높은 비율의 무기물 함량을 더하며 자연으로 방출되었고 영원히 지구의 어느 곳에서 고요히 잠들어 있을 것이다. 외고조할아버지와 외증조할머니와 그 딸인 외할머니가 지구와 우주의 일부가 된 것처럼.
SF는 나에게 이 이야기와도 같은 존재이다. 차가운 세계의 법칙에 관한 이야기면서 그를 통해 삶과 사랑을 이해하게 되는 이야기. 신비의 외피를 둘러싼, 사실은 매우 현실적인 삶의 이야기.
나는 그래서 SF 마니아이다. P. 12 l SF와 나의 이야기 - P12

그 애를 좋아하면서 처음으로 인간의 껍질과 영혼의 불일치함을 생각해 보게 되었다. P. 25 l SF와 나의 이야기 - P25

그 애는 그대로인데 나는 그만 다른 사람이 되어 버렸다. P.25 l SF와 나의 이야기 - P25

그래서 나는 어떤 다른 존재를 사랑하고 감정을 느끼며 공감해야 하는지, 세상이 나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끊임없이 조정하고 정렬했다. (중략) 그리고 나는 영혼이 이미 껍질과 분리할 수 없는, 껍질의 일부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P. 27 l SF와 나의 이야기 - P27

미래는 정해져 있다. (중략) 정해진 미래는 사람을 쉽게 절망케 한다. (중략) 나는 과정을 신나게 살아가려고 한다. (중략) 나를 포함한 세상의 이야기와 내 인생의 이야기는 유려하지는 않지만 괜찮은 모습으로 나를 통해 계속 기록될 것이다. 삶과 시간이 계속하는 한. P. 37 l SF와 나의 이야기 - P37

책 중독자들은 책의 세계에 집착하다가 사회성을 상실하는 것일까요, 아니면 사회성을 잃었기에 책의 세상에 진입할 수 있었던 것일까요. P. 40 l 의외의 장소에서 만난 의외의 책들 - P40

사교성 시험에 합격해야 입성 할 수 있는 즐거움의 전당이라니, 정말 괘씸하지 않습니까. (중략) 저는 지금도 가장 마지막 것을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습니다. 어른의 권능을 손에 넣고도 이 모양이니 어릴 때는 오죽했겠습니까? P. 41 l 의외의 장소에서 만난 의외의 책들 - P41

학교 밖에서도 저는 책을 찾아다녔습니다. 도서관에서 청소년 자원봉사자를 모집해주는 건 어쩌면 저와 같은 인간들을 구제해주기 위해서가 아닐까요? P. 45 l 의외의 장소에서 만난 의외의 책들 - P45

어른이 되고 난 후 온라인 도서 구매 사이트에서 보는 성인소설이 뭐가 이상하겠습니까? 오히려 좋습니다. 성인 인증을 매년 꼬박꼬박 하는 수고를 왜 감수하겠습니까. 다 합법적으로 야한 것을 보기 위해서 그런 거지요. P. 48 l 의외의 장소에서 만난 의외의 책들 - P48

결국, 책의 몰락이 아니라 ‘종이책‘의 위치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마구 다룰 수 있는 종이 뭉치에서 귀하게 모셔질 몸으로의 신분 체인지랄까요. P. 62 l 의외의 장소에서 만난 의외의 책들 - P62

어짜피 우리 모두 행복하자고 좋아하는 거고, 기쁘자고 덕질하는 거니까요. P.64 l 의외의 장소에서 만난 의외의 책들 - P64

나에게 아이돌 덕질이란 함께 성장하는 것이고, 또한 함께 성장하는 힘이다.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불안하고 힘든 시기를 서로 의지하며 이겨 내고, 즐겁고 좋은 일은 나누며 더욱 오래 에너지를 발산하기 때문이다. P.89 l 아줌마인데요, 여성 아이돌 덕후입니다 - P89

멋진 언니들의 등장은 우리 지구의 축복이니까. P. 89 l 아줌마인데요, 여성 아이돌 덕후입니다 - P89

식물 화분을 기르면서 알게 되는 것은, 분 하나하나가 치열한 삶의 현장이라는 사실이다. (중략) 화분 속 식물은 각자에게 주어진 동그라미 안에서 오늘도 애쓰고 있다. P. 90 l 화분 위의 사냥꾼, 식충식물 - P90

‘덕후‘라는 종족은 꼭 스스로 좋아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내가 경험한 놀라움을 다른 이들에게도 맛보여주고 싶어 하는 것 같다. P. 112 l 화분 위의 사냥꾼, 식충식물 - P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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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바다를 닮아서 교유서가 산문 시리즈
반수연 지음 / 교유서가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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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바다를 닮아서』를 읽으면서 반수연 작가님의 삶이 파도에 깎이는 유리 조각 같다고 느껴졌다.


세상이라는 파도에 치이고 닳은 유리 조각. 햇볕에 반짝거리는 모습이 참 예쁜 맑은 유리 조각. 세월에 닳아 알록달록 예쁜 모래가 되고 있다고.







이 산문집은 읽다 보면 눈시울이 붉어진다. 힘겨운 이민생활과 녹록지 않은 삶을 담아서 그런가. 글 저변에 슬픔과 외로움이 깔려있다. 좋은 모습만 상상했던 이민 생활이 이렇게 힘든 것인가 싶다.








나도 막연히 외국 살이를 꿈꿨던 적이 있다. 아직도 그 꿈을 버리진 못했지만,, 그땐 그냥 가서 부딪히면 뭐라도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나는 바다를 닮아서』에서 작가님은 참 많은 고생을 한다. 결혼해서 남편과 어린 자녀와 함께 가는 것이 든든할 줄 알았는데 쉽지 않았다. 영어도 부족하고, 돌봐야 할 가족도 있고, 전업주부라 새로운 사람을 사귀는 것도 힘들었을 것이고 읽다 보면 마음이 짠해진다.





그 시절 나는, 우리는, 미안하지도 않으면서 너무 자주 미안하다고 말했다. 그게 쉬웠고 간단했으니까. 자존심이나 자존감마저 종종 사치로 여겨졌으니까. 그러니 미안하지 않은 일에 사과하지 않아도 될 만큼 영어 공부를 열심히 해보자. 그런 의미가 더 컸으리라. P42 l 미안하다고 말하지 마



좋아하는 영화에서도 이런 대사가 나온다.


Don't say sorry. You don't need to do that. You don't need to apologize.


예전의 나도 영어를 꽤나(?) 못했을 때는 쏘리를 연발했다. 그래서 이 글을 읽으면서 공감할 수 있었다. 영어도 영어지만 원체 마음이 착하고 여린 사람들이란 게 바로 느껴졌다.








참 따뜻한 마음이 느껴지는 게 글의 마지막에는 항상 상대방을 이해하고 걱정하며 끝맺는다.


낯선 땅에서 만난 다른 이민자를 걱정하고, 수영장에서 만난 할머니의 마음을 헤아리고, 딸이 해준 말을 반추하며 자신을 돌아보는 그런 따듯함이 가득한 글이다. 그래서 바다를 닮은 것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모든 걸 품어주는 바다라서.




『나는 바다를 닮아서』 작가님의 어려웠던 시절과 수술한 이야기 등 쉽게 꺼낼 수 없는 이야기가 담겨 있다. 독자인 난 참 감사하다. 이 글로 위로받는다. 때론 속절없이 웃기도 하고, 음식 이야기에 침을 꼴깍 삼키기도 한다.





그러니 회복 가능한 것에 너무 괴로워하지 마.



사라질 것보다 내가 매달릴 수 있는 것에 얼마나 집착했나. 사소한 것에 슬퍼하고 분노하였는가. 소중한 것을 잊어버린 지 오래고, 삶이 팍팍하다며 스스로를 괴롭히지 않았는가.





엄마, 나는 내가 뭘 못하는 게 그리 힘들지 않아. 그래서 못해도 재밌어. 그런데 못하는 걸 잘 못 견디는 친구들은 나보다 훨씬 잘해도 시도하고 싶어하지 않더라.



한동안 괴로워했다. 직장에서 실패는 가상의 단어다. 나를 평가하는 기준이 되고 나를 극한으로 몰아붙이는 이유가 된다. 실패가 두려워서 시도조차 안 했다. 나중엔 무엇이 목적인지도 잊고 실패만 피하면 된다고 굳게 믿고 있었다. 작가님도 그랬다고. 이제는 나만의 실패의 정의를 다르게 바꿔 버렸다. 그래서 이 말이 더 좋다. 그래서 못해도 재밌어.







고사리 괴담과 매년 사는 맛없는 쑥, 복국 이야기는 읽으면서 코끝에 음식향이 스쳤다. 아는 맛이 무섭다고 그리 맛있게 글로 쓰시면 읽는 독자 배고파요.




하지만 복국의 핵심은 생선 살이 아니라 국물에 있다. 콩나물과 미나리 몇 가닥이 전부인 맑은 국물에 식초를 몇 방울 떨어트리면 그 청량하고도 깊은 맛이 순식간에 몸의 말단까지 번진다. 곧이어 국물에 닿은 모든 곳이 맑아지는 기분이 든다. P.62 l 서호시장







내겐 일상에서 멀리 떠날 때에만 가질 수 있는 마음이 있었다. 환기가 필요했다. 멀리 떠날 것. 그리고 돌아올 것. 힘껏 돌아올 것. P.162 l 돌아오기 위해 떠나는 길




중간중간 가슴이 먹먹하고 아리는 이야기도 있지만 그래서 이 책이 참 좋다. 바다 곁에서 태어나 바다를 사랑하고, 바다를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바다 때문에 이민지도 정한 작가님. 삶이 순탄치만은 않지만 글이 위로가 되고, 이 글로 독자는 작가님과 이어질 수 있어 참 좋다.




책 뒤표지에 적힌 한지혜 소설가님의 추천사가 내 마음을 이렇게 잘 대변해 준다.


농담과 슬픔을 이렇게 잘 버무리는 걸 보니 엉뚱하게도 먼 나라에서 식당을 차린 적인 있다는 작가의 음식이 궁금해졌다.








친구들이 모여도 종종 고사리 괴담에 대해 이야기한다. (중략) 그렇게 의문이 수시로 고개를 들고 내게 고사리를 따도 된다며 유혹한다. P.19 l 번뇌의 숲




그 남자는 내게 왜 그랬을까. 나의 논리로 쉽게 이해할 수 없었던 그의 선의와 여태도 터무니없이 선명한 나의 두려움이 떠오른다. 선의를 선의로 받아들이기 위해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어쩜 논리가 아니라 용기일지도 몰라. 선의는 머리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가슴에서 나오는 것이니 가슴으로 느끼는 게 맞을지도 몰라. P32. l 가슴이 하는 일들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도 했으니까 그냥저냥 살아졌다. 나의 무지에 얼마간 뻔뻔스러워지고, 어중간한 이해와 오해의 상태에 차츰 익숙해지는 것이 영어에 능숙해지는 것보다는 쉬웠으니까. P.40 l 미안하다고 말하지 마



노트북 같은 건 아무것도 아니라고. 그건 일해서 돈 벌고 또 사면 되지. 우리가 잃을 뻔했던 것에 비하면 정말 아무것도 아니잖아. 그런데 내 노트북이 그렇게 된 거야. 나는 내가 생에게 했던 말을 내게도 했어. 그 말이 내게 정말 위안이 됐어. 나 정말 괜찮아. 엄마가 속상해하지만 않는다면 완전히 더 괜찮을 것 같아. P.155 l 우리가 했던 말이 우리의 위안이 된다




거칠어진 파도가 끝없이 밀려들어 내 발아래서 하얀 거품을 남기며 순하게 사라지는 것을 오래 들여다본다. 아무리 큰 파도라도 왔던 길을 되돌아가지 않는다. 생성과 소멸을 바라보며 마찰과 해찰을 겪다 보면 가슴의 가장 아랫단에 쌓아놓은 박리된 생이 스르륵스르륵 거품으로 녹아난다. P. 170 l 돌아오기 위해 떠나는 길







교유서가에서 책을 제공받아 자유롭게 작성하였습니다.



#나는바다를닮아서 #반수연 #교유서가 #산문 #에세이 #교유당 #책추천 #메모리얼가든 #혜선의집 #통영 #반수연소설가

하지만 복국의 핵심은 생선 살이 아니라 국물에 있다. 콩나물과 미나리 몇 가닥이 전부인 맑은 국물에 식초를 몇 방울 떨어트리면 그 청량하고도 깊은 맛이 순식간에 몸의 말단까지 번진다. 곧이어 국물에 닿은 모든 곳이 맑아지는 기분이 든다. P.62 l 서호시장 - P62

내겐 일상에서 멀리 떠날 때에만 가질 수 있는 마음이 있었다. 환기가 필요했다. 멀리 떠날 것. 그리고 돌아올 것. 힘껏 돌아올 것. P.162 l 돌아오기 위해 떠나는 길 - P162

친구들이 모여도 종종 고사리 괴담에 대해 이야기한다. (중략) 그렇게 의문이 수시로 고개를 들고 내게 고사리를 따도 된다며 유혹한다. P.19 l 번뇌의 숲 - P19

그 남자는 내게 왜 그랬을까. 나의 논리로 쉽게 이해할 수 없었던 그의 선의와 여태도 터무니없이 선명한 나의 두려움이 떠오른다. 선의를 선의로 받아들이기 위해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어쩜 논리가 아니라 용기일지도 몰라. 선의는 머리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가슴에서 나오는 것이니 가슴으로 느끼는 게 맞을지도 몰라. P32. l 가슴이 하는 일들 - P32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도 했으니까 그냥저냥 살아졌다. 나의 무지에 얼마간 뻔뻔스러워지고, 어중간한 이해와 오해의 상태에 차츰 익숙해지는 것이 영어에 능숙해지는 것보다는 쉬웠으니까. P.40 l 미안하다고 말하지 마 - P40

노트북 같은 건 아무것도 아니라고. 그건 일해서 돈 벌고 또 사면 되지. 우리가 잃을 뻔했던 것에 비하면 정말 아무것도 아니잖아. 그런데 내 노트북이 그렇게 된 거야. 나는 내가 생에게 했던 말을 내게도 했어. 그 말이 내게 정말 위안이 됐어. 나 정말 괜찮아. 엄마가 속상해하지만 않는다면 완전히 더 괜찮을 것 같아. P.155 l 우리가 했던 말이 우리의 위안이 된다 - P155

거칠어진 파도가 끝없이 밀려들어 내 발아래서 하얀 거품을 남기며 순하게 사라지는 것을 오래 들여다본다. 아무리 큰 파도라도 왔던 길을 되돌아가지 않는다. 생성과 소멸을 바라보며 마찰과 해찰을 겪다 보면 가슴의 가장 아랫단에 쌓아놓은 박리된 생이 스르륵스르륵 거품으로 녹아난다. P. 170 l 돌아오기 위해 떠나는 길 - P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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