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덕질 - 일상을 틈틈이 행복하게 하는 나만의 취향
이윤리 외 지음 / 북폴리오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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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한 해 동안 당신이 좋아한 것이 당신에게 얼마나 흔적을 남겼나요? 

P. 64 l 의외의 장소에서 만난 의외의 책들





2022년에 이어 두 번째 맞는 덕질 에세이 『오늘의 덕질』이 출간했다.

이 책은 제2회 미래엔 단편 에세이 공모전에서 수상한 작품 7편을 묶어 낸 수상작품집이다.




첫 번째 <이웃 덕후 1호>에 비해 참가자 글의 수준이 높아지고 덕질을 더 자유롭게 표현한 점이 맘에 든다.

자신이 사랑하는 것에 애정을 담뿍 담아 영업하는 글에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싶지만 그 수준이 아마추어라고 하기엔 한두 번 한 솜씨가 아닌데 하는 느낌이다. 특히, 첫 페이지를 여는 대상작 <SF와 나의 이야기>는 별 가루를 품은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 장면이 눈앞에 펼쳐졌다. 장중한 이야기를 담은 영화의 시놉시스 같은 느낌도 들었다.







최우수작 <의외의 장소에서 만난 의외의 책들>은 첫 문장부터 너무 웃겼다. 도서관에서 읽다가 새어 나오는 웃음소리를 참느라 주변에서 눈총을 받을 뻔했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은 글도 잘 쓰나 싶은 감탄과 질투 그 미묘한 감정으로 문장 문장을 읽어 내려가면서 함박웃음을 지었다.









『오늘의 덕질』에 담긴 모든 작품은 우열을 가릴 수 없을 만큼 각자의 애정이 아주 가득 담겨 있었다. 자신만의 애정을 신비롭게 혹은 웃기게 혹은 결연하게 표현했다. 흰 종이 위에 박힌 검은 활자에서 그 애정이 느껴질 정도면 실제 이 덕후의 사랑은 얼마나 넘치는 것일까.



<화분 위의 사냥꾼, 식충식물>과 <워킹맘 발레리나의 덕후 권하는 사회>는 이전 호에서 접할 수 있는 새로움이 있었다. 나에게 생소한 분야야 굉장히 흥미로웠다. 운동하고 심히 거리가 먼 나에게 발레는 예쁜 투투(발레리나가 입는 짧고 넓게 퍼진 망사 치마) 정도가 다였고, 우리에게 늦은 건 키즈모델과 고등학생 래퍼뿐이라는 말을 반은 농담쯤으로 여겼다. 그러나 이 글을 읽으면서 '늦은 건 없네!' 생각하고 있었다. 워킹맘 강유주님이 경험한 행복한 덕질에 응원과 권유가 가득하다.




그래서 사람들에게 미뤄 두었거나 꼭꼭 숨겨 두기만 했던 좋아하는 일이 있다면 당장 꺼내서 해 보라고 권하고 싶다. '덕후'가 된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삶에 희망을 안겨주고,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주기 때문에 자신을 성장시킨다. 삶에 대한 벅찬 감정이 넘치는 에너지가 되어 개인의 성장은 물론 사회를 변화시킬 수도 있다고 믿는다.

P.139 l 워킹맘 발레리나의 덕후 권하는 사회




덕후가 별거랴. 좋아하는 일에 빠져 몰두하고 사랑하다가 삶의 의미도 덤으로 알게 되었다면 그게 바로 덕후다. 

P.139 l 워킹맘 발레리나의 덕후 권하는 사회



그 과정이 정말 소중하고 행복했다는 것을 이제는 안다. (중략) 깨닫지 못할 뿐이지 우리는 누구나 무언가의 덕후다. 

P.139 l 워킹맘 발레리나의 덕후 권하는 사회








이 작은 책안에 담고 싶은 문장이 참 많다.

누군가를, 무언가를 사랑해본 사람들이라면 충분히 공감할 문장이기 때문일까. 아름답기고, 웃기고, 고개를 끄덕이게 만들고, 용기를 내게 하는 문장으로 가득 차 있다. 영업을 위한 친절과 배려도 느껴진다. 조심스레 글로 꺼내 놓은 마음이 만져진다고 해야할까. 한 편 한 편 읽으면서 같이 행복해진다.





우리는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말하지 못하는 사회에서 살아왔다. 심지어 좋아해도 되나?하고 생각하기도 했다. 타인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지 신경쓰느라 시간을 낭비했다. 이제는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노골적으로 말하라고 멍석도 깔아줬으니 당당하게 표현하며 살자. 그 와중에 영업당할 나같은 독자도 있을 것이고, 몰랐던 자신의 덕후 기질을 발견할 잠재적 더후도 있을 것이다. 다음에는 또 어떤 덕후를 만날지 정말 기대된다. 내년까지 어떻게 기다리지?









그 조그맣고 따뜻했던 외계 물질은 외증조할머니의 위를 지나고 장을 지나 산소와 수소와 탄소와 질소가 섞인 물과 유기물 화합체에 높은 비율의 무기물 함량을 더하며 자연으로 방출되었고 영원히 지구의 어느 곳에서 고요히 잠들어 있을 것이다. 외고조할아버지와 외증조할머니와 그 딸인 외할머니가 지구와 우주의 일부가 된 것처럼.

SF는 나에게 이 이야기와도 같은 존재이다. 차가운 세계의 법칙에 관한 이야기면서 그를 통해 삶과 사랑을 이해하게 되는 이야기. 신비의 외피를 둘러싼, 사실은 매우 현실적인 삶의 이야기.

나는 그래서 SF 마니아이다. P. 12 l SF와 나의 이야기




그 애를 좋아하면서 처음으로 인간의 껍질과 영혼의 불일치함을 생각해 보게 되었다. P. 25 l SF와 나의 이야기



그 애는 그대로인데 나는 그만 다른 사람이 되어 버렸다. P.25 l SF와 나의 이야기



그래서 나는 어떤 다른 존재를 사랑하고 감정을 느끼며 공감해야 하는지, 세상이 나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끊임없이 조정하고 정렬했다. (중략) 그리고 나는 영혼이 이미 껍질과 분리할 수 없는, 껍질의 일부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P. 27 l SF와 나의 이야기




미래는 정해져 있다. (중략) 정해진 미래는 사람을 쉽게 절망케 한다. (중략) 나는 과정을 신나게 살아가려고 한다. (중략) 나를 포함한 세상의 이야기와 내 인생의 이야기는 유려하지는 않지만 괜찮은 모습으로 나를 통해 계속 기록될 것이다. 삶과 시간이 계속하는 한. P. 37 l SF와 나의 이야기





책 중독자들은 책의 세계에 집착하다가 사회성을 상실하는 것일까요, 아니면 사회성을 잃었기에 책의 세상에 진입할 수 있었던 것일까요. P. 40 l 의외의 장소에서 만난 의외의 책들



사교성 시험에 합격해야 입성 할 수 있는 즐거움의 전당이라니, 정말 괘씸하지 않습니까. (중략) 저는 지금도 가장 마지막 것을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습니다. 어른의 권능을 손에 넣고도 이 모양이니 어릴 때는 오죽했겠습니까? P. 41 l 의외의 장소에서 만난 의외의 책들




학교 밖에서도 저는 책을 찾아다녔습니다. 도서관에서 청소년 자원봉사자를 모집해주는 건 어쩌면 저와 같은 인간들을 구제해주기 위해서가 아닐까요? P. 45 l 의외의 장소에서 만난 의외의 책들




어른이 되고 난 후 온라인 도서 구매 사이트에서 보는 성인소설이 뭐가 이상하겠습니까? 오히려 좋습니다. 성인 인증을 매년 꼬박꼬박 하는 수고를 왜 감수하겠습니까. 다 합법적으로 야한 것을 보기 위해서 그런 거지요. P. 48 l 의외의 장소에서 만난 의외의 책들




결국, 책의 몰락이 아니라 '종이책'의 위치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마구 다룰 수 있는 종이 뭉치에서 귀하게 모셔질 몸으로의 신분 체인지랄까요. P. 62 l 의외의 장소에서 만난 의외의 책들




어짜피 우리 모두 행복하자고 좋아하는 거고, 기쁘자고 덕질하는 거니까요. P.64 l 의외의 장소에서 만난 의외의 책들





나에게 아이돌 덕질이란 함께 성장하는 것이고, 또한 함께 성장하는 힘이다.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불안하고 힘든 시기를 서로 의지하며 이겨 내고, 즐겁고 좋은 일은 나누며 더욱 오래 에너지를 발산하기 때문이다. P.89 l 아줌마인데요, 여성 아이돌 덕후입니다





멋진 언니들의 등장은 우리 지구의 축복이니까. P. 89 l 아줌마인데요, 여성 아이돌 덕후입니다





식물 화분을 기르면서 알게 되는 것은, 분 하나하나가 치열한 삶의 현장이라는 사실이다. (중략) 화분 속 식물은 각자에게 주어진 동그라미 안에서 오늘도 애쓰고 있다. P. 90 l 화분 위의 사냥꾼, 식충식물




'덕후'라는 종족은 꼭 스스로 좋아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내가 경험한 놀라움을 다른 이들에게도 맛보여주고 싶어 하는 것 같다. P. 112 l 화분 위의 사냥꾼, 식충식물






북폴리오에서 책을 제공받아 자유롭게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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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한 해 동안 당신이 좋아한 것이 당신에게 얼마나 흔적을 남겼나요?

P. 64 l 의외의 장소에서 만난 의외의 책들 - P64

그래서 사람들에게 미뤄 두었거나 꼭꼭 숨겨 두기만 했던 좋아하는 일이 있다면 당장 꺼내서 해 보라고 권하고 싶다. ‘덕후‘가 된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삶에 희망을 안겨주고,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주기 때문에 자신을 성장시킨다. 삶에 대한 벅찬 감정이 넘치는 에너지가 되어 개인의 성장은 물론 사회를 변화시킬 수도 있다고 믿는다. 

P.139 l 워킹맘 발레리나의 덕후 권하는 사회 - P139

덕후가 별거랴. 좋아하는 일에 빠져 몰두하고 사랑하다가 삶의 의미도 덤으로 알게 되었다면 그게 바로 덕후다.

P.139 l 워킹맘 발레리나의 덕후 권하는 사회 - P139

그 과정이 정말 소중하고 행복했다는 것을 이제는 안다. (중략) 깨닫지 못할 뿐이지 우리는 누구나 무언가의 덕후다.

P.139 l 워킹맘 발레리나의 덕후 권하는 사회 - P139

그 조그맣고 따뜻했던 외계 물질은 외증조할머니의 위를 지나고 장을 지나 산소와 수소와 탄소와 질소가 섞인 물과 유기물 화합체에 높은 비율의 무기물 함량을 더하며 자연으로 방출되었고 영원히 지구의 어느 곳에서 고요히 잠들어 있을 것이다. 외고조할아버지와 외증조할머니와 그 딸인 외할머니가 지구와 우주의 일부가 된 것처럼.
SF는 나에게 이 이야기와도 같은 존재이다. 차가운 세계의 법칙에 관한 이야기면서 그를 통해 삶과 사랑을 이해하게 되는 이야기. 신비의 외피를 둘러싼, 사실은 매우 현실적인 삶의 이야기.
나는 그래서 SF 마니아이다. P. 12 l SF와 나의 이야기 - P12

그 애를 좋아하면서 처음으로 인간의 껍질과 영혼의 불일치함을 생각해 보게 되었다. P. 25 l SF와 나의 이야기 - P25

그 애는 그대로인데 나는 그만 다른 사람이 되어 버렸다. P.25 l SF와 나의 이야기 - P25

그래서 나는 어떤 다른 존재를 사랑하고 감정을 느끼며 공감해야 하는지, 세상이 나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끊임없이 조정하고 정렬했다. (중략) 그리고 나는 영혼이 이미 껍질과 분리할 수 없는, 껍질의 일부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P. 27 l SF와 나의 이야기 - P27

미래는 정해져 있다. (중략) 정해진 미래는 사람을 쉽게 절망케 한다. (중략) 나는 과정을 신나게 살아가려고 한다. (중략) 나를 포함한 세상의 이야기와 내 인생의 이야기는 유려하지는 않지만 괜찮은 모습으로 나를 통해 계속 기록될 것이다. 삶과 시간이 계속하는 한. P. 37 l SF와 나의 이야기 - P37

책 중독자들은 책의 세계에 집착하다가 사회성을 상실하는 것일까요, 아니면 사회성을 잃었기에 책의 세상에 진입할 수 있었던 것일까요. P. 40 l 의외의 장소에서 만난 의외의 책들 - P40

사교성 시험에 합격해야 입성 할 수 있는 즐거움의 전당이라니, 정말 괘씸하지 않습니까. (중략) 저는 지금도 가장 마지막 것을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습니다. 어른의 권능을 손에 넣고도 이 모양이니 어릴 때는 오죽했겠습니까? P. 41 l 의외의 장소에서 만난 의외의 책들 - P41

학교 밖에서도 저는 책을 찾아다녔습니다. 도서관에서 청소년 자원봉사자를 모집해주는 건 어쩌면 저와 같은 인간들을 구제해주기 위해서가 아닐까요? P. 45 l 의외의 장소에서 만난 의외의 책들 - P45

어른이 되고 난 후 온라인 도서 구매 사이트에서 보는 성인소설이 뭐가 이상하겠습니까? 오히려 좋습니다. 성인 인증을 매년 꼬박꼬박 하는 수고를 왜 감수하겠습니까. 다 합법적으로 야한 것을 보기 위해서 그런 거지요. P. 48 l 의외의 장소에서 만난 의외의 책들 - P48

결국, 책의 몰락이 아니라 ‘종이책‘의 위치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마구 다룰 수 있는 종이 뭉치에서 귀하게 모셔질 몸으로의 신분 체인지랄까요. P. 62 l 의외의 장소에서 만난 의외의 책들 - P62

어짜피 우리 모두 행복하자고 좋아하는 거고, 기쁘자고 덕질하는 거니까요. P.64 l 의외의 장소에서 만난 의외의 책들 - P64

나에게 아이돌 덕질이란 함께 성장하는 것이고, 또한 함께 성장하는 힘이다.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불안하고 힘든 시기를 서로 의지하며 이겨 내고, 즐겁고 좋은 일은 나누며 더욱 오래 에너지를 발산하기 때문이다. P.89 l 아줌마인데요, 여성 아이돌 덕후입니다 - P89

멋진 언니들의 등장은 우리 지구의 축복이니까. P. 89 l 아줌마인데요, 여성 아이돌 덕후입니다 - P89

식물 화분을 기르면서 알게 되는 것은, 분 하나하나가 치열한 삶의 현장이라는 사실이다. (중략) 화분 속 식물은 각자에게 주어진 동그라미 안에서 오늘도 애쓰고 있다. P. 90 l 화분 위의 사냥꾼, 식충식물 - P90

‘덕후‘라는 종족은 꼭 스스로 좋아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내가 경험한 놀라움을 다른 이들에게도 맛보여주고 싶어 하는 것 같다. P. 112 l 화분 위의 사냥꾼, 식충식물 - P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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