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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지 존스 앤 더 식스
테일러 젠킨스 리드 지음, 최세희 옮김 / 다산책방 / 2023년 6월
평점 :

이 책 드라마로 만든 이유가 있다.
데이지가 정말 보고 싶고 데이지와 빌리가 만든 음악이 무척이나 듣고 싶다.
리즈 위더스푼 북 클럽에 선정돼서 알게 됐는데 그 기록이 어마어마하다. 2019년 미국에서 발간되고 1백만 부나 팔렸다. 2023년 올해는 아마존 프라임 드라마로 선보이고 소설 속 음악을 실제로 들을 수 있게 됐다!

저자인 테일러 젠킨스 리드의 전력도 독특한 게 영화배우 캐스팅 일을 했다. 『데이지 존스 앤 더 식스』에는 록 밴드 이야기니 만큼 음악 관련 용어가 굉장히 많이 나오는데 마치 그 업계를 경험한 사람처럼 장면을 생생하게 묘사한다. 전기작가의 인터뷰 방식이라는 다소 생소한 형식이 재밌다. 미국 리얼리티 쇼의 인터뷰 장면이 떠오르기도 하고, 하나의 사건을 여러 명의 입장에서 듣는 것도 재밌었다. 솔직하게 속마음을 털어놓는 이들에게 빠져들게 만든다.
데이지 : 내가 유명하건 말건 신경 안 썼어요. 다른 사람 앨범의 노래를 하건 말건 신경 안 썼어요. 내가 신경 쓴 건 재미있고 참신하고 근사한 것을 만들어내는 거였어요. P. 149
547페이지에 달하는 두께를 보고 살짝 겁먹었는데 전혀 그럴 필요가 없다. 페이지 터너 (Page-turner 책장 넘기기가 바쁠 정도로 흥미진진한 책을 일컫는 말)라서 금세 읽어 버릴 테니까. 한 권으로 되어 있는 데다가 미국의 페이퍼백 (Paper back 종이 커버에 갱지같이 얇고 가벼운 내지) 같은 (물론 우리나라 책이라 표지와 종이 질이 훨씬 좋다) 가벼운 종이로 만들어서 책 무게도 가볍다. 책을 들고 봐도 무리 없을 정도다.
중반까지 진짜 흥미진진하다가 중간 넘어서는 약간 이게 맞나 싶다. 결말에 다다라서는 내가 기대가 컸나 싶었다가 마지막 장을 덮고 생각해 보니 완벽한 결말이라는 찬사가 나온다.

미국 여행에서 오래된 카지노에 가득 찬 대마 냄새를 맡고 한동안 힘들었던 적이 있었다. 담배 냄새와는 차원이 다른 그 생소한 그 냄새를 맡고 어떻게 이런 공간에 아무렇지 않게 있을 수 있나 싶었다. 『데이지 존스 앤 더 식스』를 읽으면서 그 냄새가 떠올랐다.
이름도 외울 수 없는 온갖 종류의 마약과 환각제와 진정제 등이 등장하고, 발이 유리조각에 베여 피가 나도 모를 만큼 약을 먹는다. 절어 있다가 맞겠지. 그리고 미국의 60-70년대는 다 그랬다고 덧붙인다. 도대체 미국에선 무슨 일이 있던 걸까? 마치 락스타의 기본 조건은 천재적인 음악성과 더불어 마약과 섹스가 공인인증처럼 따라다녔나.
유교걸이라 소설 배경에 적응하느라 시간이 좀 걸리긴 했지만, 소설이니까! 타임머신을 타고 그 시대로 가 보이지 않는 관찰자가 된 기분으로 소설을 읽었다.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을 지닌 데이지 존스와 떠오르는 신예 록 밴드 더 식스 모두를.

음악이라곤 텔레비전으로 오디션 프로그램 본 게 다인 나지만 『데이지 존스 앤 더 식스』를 읽으면 내가 싱어 송 라이터 (Singer & Song writer)가 된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영감이 떠오르면 조수석 바닥에서 아이라이너를 찾아 냅킨에 적기도 하고, 아이솔레이션 부스에 들어가 토크 백을 누르며 이래라저래라 하는 잔소리에 문을 뻥 차고 나가기도 하는 자유로운 영혼들의 시대가 새롭다.

주인공인 데이지와 빌리도 매력적인 캐릭터이지만 옮긴이의 말에 언급한 것처럼 캐런과 카밀라 또한 정말 매력적인 캐릭터다. 남자들만 가득한 락 신(Scene)에서 위풍당당하게 자신됨을 고집할 줄 아는 모습과 중간중간 강단 있는 대사로 더욱더 이 소설로 빠져들게 만든다.
화려한 락스타의 삶이란 이런 것이구나. 꿈꾸던 대형 무대에서 관객들의 환호성과 음악에 혼신을 불태우고 나면 말초적인 쾌락이 기다린다. 술과 마약, 즉흥적인 잠자리. 집을 사고 요트를 사고 시도 때도 없이 마약을 배달시키면서 돈을 물 쓰듯 써도 돈은 마르지 않는다. 약에 취해 공연 중에 가사를 까먹어도 공연 티켓은 연일 매진이다. 모든 게 연출된 무대라고 생각하는 걸까? 즐길 게 없는 당시의 상황이 모든 걸 묵인하게 만든 걸까?
『데이지 존스 앤 더 식스』를 읽으면 락을 하나도 모르는 독자들도 미국의 70년대 락을 사랑하게 만든다. 약을 하고 정신 나간 행동을 해도 천재적인 재능을 가진 데이지와 빌리의 더 식스가 함께 성정하고 성공하는 이야기에 빠지고 말 것이다.

동명의 아마존 프라임 드라마로 궁금했던 음악을 들을 수 있다. 내가 상상한 것과는 조금 다를 수 있지만, 다른 대로 노래가 좋다! 책을 읽는 내내 유튜브에서 오로라 Aurora를 들었다. 다른 음악도 좋으니 같이 듣길 바란다.
데이지 존스 앤 더 식스 <오로라>
https://youtu.be/YRXo0esIxYg
여름휴가에 무슨 책을 읽을지 고민된다면 『데이지 존스 앤 더 식스』 추천한다!
휴가는 뭐니 뭐니 해도 일상을 벗어나 새로운 경험을 하는 것이니까. 70년대 락스타의 자유분방함과 퇴폐적인 문화를 글로 경험(?) 하면서 더위를 날려줄 음악을 듣는 것이 딱일 듯.
*****스포 주의******
이야기가 결말에 치달으면서 아이러니가 있다. 데이지와 빌리는 지독한 혐관을 시작으로 속절없이 사랑에 빠진다. 그리고 데이지가 캐릭터에 충실하게 충동적으로 빌리에게 고백한다. 1차로 데이지가 고백한 거에 실망했고, 2차로 빌리가 그냥 짜증 난다. 데이지를 내친 것도 싫고, 가정을 지킨 것도 싫어. (어쩌자고?) 어렵게 가정을 지켜 온 것을 앞에 굉장히 길게 보여주기 때문에 독자도 쉽게 이어질 것이라고 생각할 수 없기에 황당스러움이 더 크다.
그래도 결말을 잘 냈다고 생각되는 보통의 클리셰와는 다르게 끝난다. 빌리와 데이지가 이 위태로운 순간을 잘 견디고 각자의 길을 간 것이다. 물론 커밀라가 데이지에게 떠나달라고 했지만 데이도 그 상황을 잘 받아들이고 판단했다고 생각한다. 이루어지지 않아서 아름다운 사랑도 있으니까. 예술적인 재능만 남기고 삶은 건실하게 살았으면 하는 유교걸 독자의 마음에 안정을 준다.
또 한 번 놀라운 건 전기 작가가 빌리의 딸이라는 것! 책 처음에 나오는 이름이 다른데, 아마 성인이 돼서 이름을 바꿨거나 어릴 적 이름 줄리아가 집에서만 쓰는 가명일 수도 있다. 성은 결혼해서 바뀐 거고. 지긋한 중년이 되어서 듣는 부모님의 이루어지지 않은 외도(?) 이야기를 듣는 전기 작가라니 세상 특이하다.
캐런이 낙태수술을 결정한 것도 굉장히 좋았다. 자신의 삶을 결정하고 확신을 갖는 태도 그리고 그걸 응원하는 커밀라. 자신이 그레이엄이라면 아이를 낳고자 했을 거라는 캐런의 인터뷰도 캐런이란 캐릭터에 서사와 무게를 주는 부분이다.

데이지 : 누군가의 뮤즈가 되는 것엔 눈곱만큼도 관심이 없었어요. 난 뮤즈가 아니에요. 내가 그 위대한 누군가지. 개똥 같은 이야기는 이걸로 끝. P. 29
워런 : 로큰롤에 몸담으면서 꿀 빠는 때가 언젠 줄 알아요? 흔히들 정상에 올랐을 때라고 생각하지만 천만에요. 부담과 기대를 받을 때예요. 내가 어딘가를 향해 질주하고 있는데 세상도 그걸 알아줄 때, 무궁무진한 가능성으로 빛이 날 때예요. 가능성이야말로 불순물 제로의 존나 순수한 재미라고요. P. 55
캐런 : <허니콤>은 원래 '안정'에 관한 노래였는데, 그날 '불안'에 관한 노래로 바뀌었어요. P. 146
캐런 : 하지만 데이지는 처음부터 그 두 길 모두 거부했어요. 그 친구의 길은 '날 받아들여, 아님 날 건드리지 마'였어요. P. 149
빌리 : 이쯤 해서 이 말은 꼭 하고 가야겠어요. 데이지 존스를 만만하게 봐선 안 돼요. 절대로. P. 235
데이지 : 네, 난 호락호락하지 않아요. 늘 그랬고, 지금도 마찬가지예요. 남자들 눈치 보느라 엉덩이에 땀띠 나게 한자리에만 다소곳이 앉아 있지 않는다고요. 개새끼가 되고 싶지 않으면 남자들 스스로 알아서 잘해야죠. P. 240
데이지 : 예전엔 남자들한테 까탈스럽게 군다는 말을 들으면 조심했어요. 정말이예요. 그러다 때려치웠어요. 그러고 나니 사는 게 더 편해지더라고요. P.249
다산책방에서 책을 제공 받아 자유롭게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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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지 : 내가 유명하건 말건 신경 안 썼어요. 다른 사람 앨범의 노래를 하건 말건 신경 안 썼어요. 내가 신경 쓴 건 재미있고 참신하고 근사한 것을 만들어내는 거였어요. P. 149 - P149
데이지 : 누군가의 뮤즈가 되는 것엔 눈곱만큼도 관심이 없었어요. 난 뮤즈가 아니에요. 내가 그 위대한 누군가지. 개똥 같은 이야기는 이걸로 끝. P. 29 - P29
워런 : 로큰롤에 몸담으면서 꿀 빠는 때가 언젠 줄 알아요? 흔히들 정상에 올랐을 때라고 생각하지만 천만에요. 부담과 기대를 받을 때예요. 내가 어딘가를 향해 질주하고 있는데 세상도 그걸 알아줄 때, 무궁무진한 가능성으로 빛이 날 때예요. 가능성이야말로 불순물 제로의 존나 순수한 재미라고요. P. 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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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런 : <허니콤>은 원래 ‘안정‘에 관한 노래였는데, 그날 ‘불안‘에 관한 노래로 바뀌었어요. P. 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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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런 : 하지만 데이지는 처음부터 그 두 길 모두 거부했어요. 그 친구의 길은 ‘날 받아들여, 아님 날 건드리지 마‘였어요. P. 149 - P149
빌리 : 이쯤 해서 이 말은 꼭 하고 가야겠어요. 데이지 존스를 만만하게 봐선 안 돼요. 절대로. P. 235 - P235
데이지 : 네, 난 호락호락하지 않아요. 늘 그랬고, 지금도 마찬가지예요. 남자들 눈치 보느라 엉덩이에 땀띠 나게 한자리에만 다소곳이 앉아 있지 않는다고요. 개새끼가 되고 싶지 않으면 남자들 스스로 알아서 잘해야죠. P. 240 - P240
데이지 : 예전엔 남자들한테 까탈스럽게 군다는 말을 들으면 조심했어요. 정말이예요. 그러다 때려치웠어요. 그러고 나니 사는 게 더 편해지더라고요. P.249 - P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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