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예뻐진 그 여름 1
제니 한 지음, 이나경 옮김 / arte(아르테)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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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반짝 여름에 정말 잘 어울리는 소설을 만났다.


바로 제니 한의 신작 소설 『내가 예뻐진 그 여름』이 출간됐다. 여름이란 단어가 들어간 제목만 봐도 설렌다.





그해 여름을 나는 결코, 절대 잊지 못했다. 모든 것이 시작된 여름, 내가 예뻐진 여름을

그리고 그해 여름, 드디어 모든 것이 달라졌다. 나도 달라졌다. 

P. 28








제니 한은 넷플릭스 영화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의 원작 소설 저자이다. 한국계 미국인을 주인공으로 하여 그야말로 대박을 쳤다. 그 인기에 힘입어 스핀 오프 드라마 <엑스오, 키티>도 제작됐다. 『내가 예뻐진 그 여름』은 제니 한의 초기 작품이고 미국에서는 2009년에 출간됐다. 올여름을 맞아 한국어 번역본이 출간됐다.





십 대 때 느낀 그 간질간질한 마음을 정확하게 떠올리게 하는 소설이다. 읽으면서 진실의 광대가 한껏 솟아 내려올 줄 몰랐다. 카페에서 읽을 땐 애써 무던한척하려 애쓰느라 꽤 고생했다. 아 재밌어!







줄거리

주인공 밸리는 매년 여름 엄마의 가장 친한 친구 수재나 아줌마의 별장에서 여름을 보낸다. 수재나 아줌마에겐 두 명의 아들이 있다. 콘래드와 제러마이아이다. 오빠 스티븐과 함께 또래 남자들 세 명과 길고 긴 여름 방학을 보내는 것은 즐겁기도 하고 외롭기도 하다. 밸리가 16살이 된 여름, 모든 것이 달라졌다. 짝사랑만 했던 콘래드도, 둘도 없는 친구라 생각했던 제러마이아도 그리고 모닥불 파티에 나타난 날 좋아했다고 말하는 캠까지.






정말 귀여운 소설이다. 딱 십 대 때 여름이면 기대했던 일이 모두 이 소설에 들어 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계절은 여름이다. 여름이 되면 두근거리는 기대감이 생긴다. 쨍한 태양과 싱그러운 풀냄새가 가득하고, 밤이 되면 이글거리던 거리가 식으면서 내는 그 여름밤 냄새가 좋다. 가벼운 옷차림에 들뜬 마음. 색다른 일이 생길 것 같은 그런 계절이다.






"넌 항상 귀여웠지만, 얘, 네 모습을 좀 보렴." 아줌마는 마치 경이로운 것을 보듯 고개를 저었다. "밸리, 정말 예쁘구나. 정말 예뻐졌어. 올해는 굉장한 여름을 보내게 될 거야. 절대 잊지 못할 여름을." P. 28









『내가 예뻐진 그 여름』의 주인공 벨리도 나와 같은 기대감을 갖고 매년 엄마 친구인 수재나 아줌마의 별장으로 놀러 간다. 책에서는 밸리의 현재와 어린 시절의 시점을 번갈아 가면서 이야기한다. 가장 어릴 때가 9살 정도로 나오는데 어린아이의 눈으로 본 기억을 묘사한 부분이 참 좋다. 내가 남자형제가 없이 자라서 밸리의 오빠 스티븐과 콘래드, 제러마이아를 그리는 부분이 흥미로웠다.




그것은 내가 다르다는, 나는 동떨어진 조재라는 사실을 끊임없이 상기시켰다. 하지만 작은 것들이 계속 변했다. (중략) 커서 면도를 하면서부터는 세면대가 수염투성이였다. 선반에는 그들이 쓰는 이런저런 데오도란트와 면도 크림, 향수가 가득했다. P. 37





엄마들의 우정도 자세히 나오는데 어릴 적 꿈꾼 어른의 모습이랄까. 지금도 어른이긴 하지만 자녀가 있는 것은 조금 다르니까. 방학마다 자신의 별장을 내주는 수재너 아줌마의 너그러움이 좋고, 사랑하는 친구와 매년 여름을 보내면서 시내도 놀러 나가고 같이 영화도 보고 술도 마시면서 친구 곁에 있어주는 밸리의 엄마 로럴의 묵묵함도 좋다. 아들만 있어서 그런지 수재너 아줌마가 밸리를 딸처럼 챙기는 모습이 따뜻하다. 밸리는 엄마가 둘이나 되다니.










미국 십 대들의 문화도 흥미롭다. 우리는 햇볕에 안 타려고 선크림도 바르고 래시가드도 입는데, 미국 친구들은 태닝하는데 열을 올린다. 갈색으로 그을린 피부가 더 건강하고 멋지다고 생각한다. 긴 여름방학마다 다른 곳에 가서 방학을 보내기도 하고, 성인이 아니어도 수상구조 대원이나 놀이동산에서 아르바이트를 한다. 학교 수업에선 라틴어를 배우기도 하고 면허를 딸 나이가 되기도 이전에 운전을 배운다.










캠의 엉뚱하고 너드(Nerd 공부밖에 모르는 따분한 사람)스러움이 굉장히 매력적이다. 키가 엄청 크고 (콘래드와 스티븐보다 크다고 나온다) 광대에 내려앉을 정도로 속눈썹이 길다고 나오는데 이런 외모도 참 맘에 든다. 그리고 무엇보다 캠이 밸리에게 감정을 드러낼 때마다 참 솔직하고 귀엽다.





"이 사람들 다 알아?" 내가 물었다. "아니." 캠이 대답했다. "너한테 멋지게 보이고 싶을 뿐이야." "이미 그래." 나는 이렇게 말하고 거의 동시에 얼굴을 붉혔다. P.140



"너는 항상 친구들과 있었거든, 일주일 내내 지켜보면서 용기를 내 보려고 했는데 그러지 못했지. 그런데 그날 밤 모닥불 파티에서 너를 보고 믿을 수가 없었어. 꽤 신기하지 않아?" 캠은 웃었지만, 당황한 듯했다. P. 153







신기한 건 매년 방학마다 만나서 놀고 장난치는 사이에 좋아하는 감정이 싹틀 수 있다는 것이다. 매일 부대끼며 지내면 티가 많이 날 거 같기도 하고 불편할 거 같기도 한데 반대로 매일 얼굴 보며 지내면 그런 감정이 좀 옅어지기도 하는 거 같다. 16살이 지나면서 감정과 생각이 성숙하니 작가분이 이 시점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것이기도 하겠지. 아가들 사랑놀이에 이모는 그저 행복해서 함박웃음만 나온다.







『내가 예뻐진 그 여름』은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오리지널 드라마로 제작됐고, 7월 14일 시즌 2가 나온다. 기다리는 거 못하는 나에겐 늦게 알게 된 게 오히려 좋아! 시즌 1은 총 7개 에피소드고, 시즌 2는 아직 3개만 공개된 것 같다. 책도 보고 드라마도 봐야지.





이 소설은 <미국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했다. 미국에서는 아주아주 예쁜 양장판 세트까지 나왔다. 한국에서도 기다리면 이렇게 나오려나. 작가의 작품 중 유일하게 한국에 출판된 책이 『내가 예뻐진 그 여름』이라, 이 책을 필두로 다른 작품도 번역돼서 나오길 기대해 본다.







이번 여름엔 지루한 일상에서 벗어나 설레는 십 대의 사랑 이야기 속으로 빠져 보는 건 어떨까? 제니 한 작가의 『내가 예뻐진 그 여름』을 추천한다. 3개 시리즈인 이 소설은 한국에 2권까지 번역서로 나왔다. 3권이 하루 빨리 출간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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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래드와 제러마이아는 내가 다가가는 것을 처음에는 알아차리지도 못했다. 그러다가 날 봤다. 그리고 다시 제대로 봤다. 콘래드는 쇼핑몰에서 지나치는 남자애들처럼 나를 힐끔거렸다. 콘래드가 나를 그런 시선으로 본 적은 없었다. 단 한 번도. P.15






콘래드를 향한 내 마음은 학창 시절 내내 변하지 않았다. 그 마음으로 몇 달을, 몇 년을 버틸 수 있었다. 그것은 마치 영양분 같았다. 그 마음이 나를 버티게 해 줬다. P. 105






포장지를 뜯어보니 고급 도자기와 크리스털 캔디 그릇 등을 파는, 아줌마가 좋아하는 가게 라인골드의 은팔찌가 보였다. 팔찌에는 다섯 가지 장식이 달려 있었다. 조개껍데기, 수영복, 모래성, 선글라스, 말발굽. P. 212





예전의 끌림이, 밀물과 썰물 같은 힘이 나를 다시 당겼다. 나는 그 파도에 계속 휩쓸렸다. 첫사랑이라는 파도에. 첫사랑은 나를 이 감정으로, 그에게로 자꾸 돌아오게 했다. 그를 보면 나는 여전히 숨이 멎었다. 곁에만 있어도, 그 전날 밤, 자유로워졌다고 생각하고, 그를 놓아 버렸다고 생각한 것은 나 자신을 속인 것이었다. 그가 무슨 말을 하고 무슨 행동을 하든, 나는 그를 놓아 버리지 못했다. P. 246








아르테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자유롭게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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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해 여름을 나는 결코, 절대 잊지 못했다. 모든 것이 시작된 여름, 내가 예뻐진 여름을. P. 28 - P28

그리고 그해 여름, 드디어 모든 것이 달라졌다. 나도 달라졌다. P. 28

"넌 항상 귀여웠지만, 얘, 네 모습을 좀 보렴." 아줌마는 마치 경이로운 것을 보듯 고개를 저었다. "밸리, 정말 예쁘구나. 정말 예뻐졌어. 올해는 굉장한 여름을 보내게 될 거야. 절대 잊지 못할 여름을." P. 28 - P28

그것은 내가 다르다는, 나는 동떨어진 조재라는 사실을 끊임없이 상기시켰다. 하지만 작은 것들이 계속 변했다. (중략) 커서 면도를 하면서부터는 세면대가 수염투성이였다. 선반에는 그들이 쓰는 이런저런 데오도란트와 면도 크림, 향수가 가득했다. P. 37 - P37

"이 사람들 다 알아?" 내가 물었다. "아니." 캠이 대답했다. "너한테 멋지게 보이고 싶을 뿐이야." "이미 그래." 나는 이렇게 말하고 거의 동시에 얼굴을 붉혔다. P.140 - P140

"너는 항상 친구들과 있었거든, 일주일 내내 지켜보면서 용기를 내 보려고 했는데 그러지 못했지. 그런데 그날 밤 모닥불 파티에서 너를 보고 믿을 수가 없었어. 꽤 신기하지 않아?" 캠은 웃었지만, 당황한 듯했다. P. 153

- P153

콘래드와 제러마이아는 내가 다가가는 것을 처음에는 알아차리지도 못했다. 그러다가 날 봤다. 그리고 다시 제대로 봤다. 콘래드는 쇼핑몰에서 지나치는 남자애들처럼 나를 힐끔거렸다. 콘래드가 나를 그런 시선으로 본 적은 없었다. 단 한 번도. P.15 - P15

콘래드를 향한 내 마음은 학창 시절 내내 변하지 않았다. 그 마음으로 몇 달을, 몇 년을 버틸 수 있었다. 그것은 마치 영양분 같았다. 그 마음이 나를 버티게 해 줬다. P. 105 - P105

포장지를 뜯어보니 고급 도자기와 크리스털 캔디 그릇 등을 파는, 아줌마가 좋아하는 가게 라인골드의 은팔찌가 보였다. 팔찌에는 다섯 가지 장식이 달려 있었다. 조개껍데기, 수영복, 모래성, 선글라스, 말발굽. P. 212 - P212

예전의 끌림이, 밀물과 썰물 같은 힘이 나를 다시 당겼다. 나는 그 파도에 계속 휩쓸렸다. 첫사랑이라는 파도에. 첫사랑은 나를 이 감정으로, 그에게로 자꾸 돌아오게 했다. 그를 보면 나는 여전히 숨이 멎었다. 곁에만 있어도, 그 전날 밤, 자유로워졌다고 생각하고, 그를 놓아 버렸다고 생각한 것은 나 자신을 속인 것이었다. 그가 무슨 말을 하고 무슨 행동을 하든, 나는 그를 놓아 버리지 못했다. P. 246 - P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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