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슨 인 케미스트리 2
보니 가머스 지음, 심연희 옮김 / 다산책방 / 2022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여자들이 곧 들고일어날 테니 마음 단단히 먹어요.


P. 179




『레슨 인 캐미스트리』 2편은 1편보다 더더더 재밌다. 그리고 사이다같이 시원한 결말에 환호성을 내질렀다!




책을 손에서 놓지 않고 단번에 읽었다. 희망이 있었기 때문이다. 엘리자베스에게 좋은 일이 기다리고 있을 것 같았다.








모든 주인공에겐 시련이 있지만 엘리자베스에게 부당한 일과 차별적인 언사가 쏟아질 때는 화가 나서 참을 수 없었다. 내 주변에서 혹은 내가 겪은 일과 겹쳐 수많은 생각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신만의 당당함으로 모든 것을 알고 있는 듯한 특유의 차분함으로 이 모든 것을 잘 헤쳐나갈 엘리자베스이길 알기에 응원하며 한장한장 페이지를 넘겼다.



"나쁜 일을 겪었을 때 대처하는 제일 좋은 방법이 뭔지 아니?"


그녀는 귀에 꽂은 연필을 더듬으며 말했다.


"나쁜 일을 거꾸로 원동력으로 삼는 거야. 나쁜 일에 사로잡히는 걸 거부하렴. 맞서 싸우렴."


P.90








방송을 하면서 월터와 마찰이 있고, 월터의 상사 필과 마주했을 때 나라면 어땠을까? 나는 부당한 것에 목소리를 내었나 자문했다. 세상이 불합리하게 돌아간다고 말하면서, 억울하다고 생각하면서, 방법은 어딘가에 있을 거라는 안일한 위로를 했던 기억이 떠올라 괴로웠다. 밤쉘이라는 영화도 생각났다.



나이가 먹어가면서 세상을 점점 알아가면서 권력과 자본앞에선 조금 비굴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게 사는 법이고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엘리자베스는 달랐다. 애초에 이런 생각을 하는 저 사람이 잘못됐고, 그렇게 만든 구조가 잘못됐다고 말해주고 있다. 『레슨 인 케미스트리』에서 엘리자베스는 매들린에게 이야기하고 있지만 마치 나에게 말하는 듯했다. 용기를 가져. 너다운 것을 찾아. 너답게 만드는 선택을 해.




너를 너답게 만드는 건 조상이 아니야.


그럼 나를 나답게 만드는 건 뭐예요?


네가 선택하는 것들이지. 네가 인생을 살아가는 방식이 너를 너답게 만든단다.


P.60






제일 재밌게 본 부분은 제29장에서 엘리자베스가 화학 결합을 설명하는 부분이다. 이온 결합, 공유 결합, 수소 결합을 부부와 결혼 관계에 빗대어 설명했고 읽고 있는 내내 화학이 재밌다고 느끼는 나 자신을 보고 놀라웠다.








'X파일'이란 드라마 덕분에 여자아이들이 이공계 선택률이 높아진 '스컬리 현상'이 일고, '메리다'와 '헝거게임'을 본 여자아이들이 양궁을 배우고, 메르켈 총리를 보고 자란 아이들이 총리는 여자가 해야 한다고 말하는 걸 우리는 경험했다. 좋은 선례를 남기는 것은 엄청난 나비효과를 불러 일으킨다.



우리는 『레슨 인 케미스트리』에서 엘리자베스 조트의 여정을 지켜보았고, 메들린과 함께 엄마를 응원했다. 엘리자베스는 화학자이고 조정을 하는게 당연하게 느껴졌다. 개는 981개의 단어를 배울 수 있다!(모든 개들이 그렇다는 건 아니지만ㅎㅎ)



제일 어려운 일은 학업을 다시 시작하는 게 아니라 그럴 용기를 갖는 거란 사실을요.


화학은 변화다.


자신에 대한 의심이 들 때마다, 두려움을 느낄 대마다 이것만 기억하십시오. 용기는 변화의 뿌리라는 말을요.


P.236












심연희 옮긴이의 글도 무척 좋았다. 나도 예전에는 꽤나 요리를 좋아했다. 그러나 요리를 할수록 나에게 붙는 수식어가 나를 단정 짓는 말로 들렸다. 여성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들어볼법한 말이 우리의 정체성을 한정 짓고 한계 지었다. 엘리자베스 덕분에 배웠다. 요리는 화학이다. 화학은 변화다. 나 자신을 사랑하고 내가 더 나은 모습으로 변화하길 원하기 때문에 다시 요리를 시작하고 싶다. 내가 스스로에게 매일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니까. 그리고 용기를 가져야지. 작은 변화를 만들기 위해서.



내 삶의 롤 모델인 엘리자베스를 애플 TV 드라마로도 빨리 만나 보고 싶다.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자유롭게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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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들이 곧 들고일어날 테니 마음 단단히 먹어요. - P179

"나쁜 일을 겪었을 때 대처하는 제일 좋은 방법이 뭔지 아니?"



그녀는 귀에 꽂은 연필을 더듬으며 말했다.



"나쁜 일을 거꾸로 원동력으로 삼는 거야. 나쁜 일에 사로잡히는 걸 거부하렴. 맞서 싸우렴."

- P90

너를 너답게 만드는 건 조상이 아니야.



그럼 나를 나답게 만드는 건 뭐예요?



네가 선택하는 것들이지. 네가 인생을 살아가는 방식이 너를 너답게 만든단다.

- P60

제일 어려운 일은 학업을 다시 시작하는 게 아니라 그럴 용기를 갖는 거란 사실을요.



화학은 변화다.



자신에 대한 의심이 들 때마다, 두려움을 느낄 대마다 이것만 기억하십시오. 용기는 변화의 뿌리라는 말을요.

- P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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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평등 이탈리아어 첫걸음 - 평등한 언어세상을 위한 시작 언어평등 첫걸음 시리즈
양혜경 지음 / 언어평등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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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를 배우면 또 하나의 세계가 열린다.'라는 말이 있다.

언어에 담겨 있는 문화와 역사까지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나에게 '이탈리아어'라는 호기심을 심어준 건 시칠리아 여행 때문이다. 장화모양의 이탈리아반도 끝에 자리한 역삼각형의 거대한 섬에는 나를 매료시킨 아름다움과 신비로움이 가득 차 있었다.








코로나로 인해 사그라든 열정에 플로리쌤의 『이탈리아어 첫걸음』이 다시 불을 지펴주었다.

새로운 언어를 배우는 재미와 기쁨 그리고 구체적인 방법까지, 당장 이탈리아어를 시작하지 않으면 못 견딜 만큼 나를 두근거리게 만들었다.





이탈리아어는 소금과 같은 언어입니다.


양혜경(플로리쌤)




나에겐 이탈리아어는 '설탕'같은 언어였다. 영어처럼 꼭 필요하진 않아도 지친 삶에 활력을 줄 '단맛'처럼 즐거움을 선사했고, 밋밋한 삶에 디저트처럼 작은 사치로 활력을 불어 넣어 주었다. 서양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 근간이 되는 곳엔 옛 로마 제국이 있었다. 그리스에서 발달한 철학과 문명이 바다를 건너 이탈리아반도로 왔고 로마에서 꽃이 피었다. 그리고 피렌체에서 르네상스로 폭발했단걸 알았다. 그제서야 엄청난 문명의 정수가 녹아있는 이탈리아어가 소금과 같은 언어구나 알 수 있었다.







『이탈리아어 첫걸음』을 선택한 이유는 정확한 발음을 고집하는 플로리쌤의 어학 노하우 때문이다.



언어는 소통을 위한 것이다. 정확하게 소통하기 위해선 가장 기본적인 발음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내가 하는 말을 상대가 이해할 수 있고 내가 상대방을 듣고 무엇을 의미하는지 빠르고 정확하게 알 수 있다. 원어민과 가장 유사하게 말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나의 어학 목표와 같은 지향점을 가진 분이다.



플로리쌤은 이탈리아어 외에 영어, 스페인어, 포르투갈어 그리고 최근엔 중국어와 그리스어까지 틈틈이 배우고 있다고 알고 있다. 이탈리아어는 성인이 된 후 배웠다고 하였기에 이분이야말로 내가 원하는 언어 공부를 도와줄 분이구나! 확신이 섰다.






『이탈리아어 첫걸음』는 목차부터 남다르다.


문법과 여행 위주의 여타 어학 책과는 달리 SNS 이야기, 이탈리아의 유명한 예술품 이야기, 비빔밥 이야기, 여자친구 선물사는 이야기, 이탈리아 축구 이야기 등 현지로 유학을 가서 경험해 볼법한 대화 주제로 본문이 짜여있다. 이탈리아 이야기만 하는 현지 어학원 책과도 다르고 외국인 입장에서 필요한 말만 하는 국내 어학 교재와는 사뭇 달랐다.






『이탈리아어 첫걸음』은 발음에 진심이다.


이탈리아어는 열린소리와 닫힌소리가 있다. 존재는 알았지만 명확하게 설명해 준 학원도 학습지도 없었다. 이중모음의 강세도 그렇다. 우리말과 이탈리아어의 차이점을 명확하게 이해하고 정확하게 발음할 수 있도록 처음부터 설명해 준다. 음성파일도 이탈리아 현지 유명한 성우분이 녹음해 주셨고 발음이 매우 깔끔하며 말하는 속도도 연습하면 따라 할 정도로 적당하다.






『이탈리아어 첫걸음』은 살아있는 언어를 알려준다.


언어는 실제로 의사소통을 할 때 생명력을 가진다. 기본 발음을 배우면 바로 디알로고(Dialogo 대화)로 문장으로 표현하는 법을 배운다. 문장에서 단어와 문법을 배우는 것이다. 우리가 오랫동안 잘못 알고 있던 언어를 배우는 방식을 바로잡는 부분이다. 아이가 언어를 배우듯이 수없이 읽고 듣고 따라 하며 자연스럽게 배운 표현을 응용해 보는 것이다. 플로리쌤이 강조한 부분도 이것이다. 큰소리로 읽고 내가 말한 소리를 듣고 고치면서 원어민과 최대한 비슷하게 흉내 내는 것이다. 여행을 갔을 때 현지 언어를 빠르게 배우고 사용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적절한 상황에서 원어민이 어떻게 사용하는지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입으로 따라 해보기 때문일 것이다. 『이탈리아어 첫걸음』은 학습자에게 그런 상황을 상상하게 한다. 음원 파일로 원어민의 소리를 듣게 한다. 우리는 큰 소리로 따라 말하기만 하면 된다.







『이탈리아어 첫걸음』안에 모든 게 자세히 나와 있어 독학으로 공부해도 충분히 이탈리아어를 재밌게 배울 수 있다. 생소한 언어이기 때문에 처음에 혼자 공부하는 것이 어려울 수 있다. 출판사에서 좋은 강의도 아주아주 저렴한 가격에 제공하고 있다.



유튜브에서 샘플 강의를 여러 개 볼 수 있으니 들어보고 결정하는 것도 좋겠다.






본 교재로 이탈리아어를 공부하는 여러분이 언어의 장벽을 뛰어넘고, 현지에서 자유롭게 소통하며 목표와 꿈을 달성할 수 있기를 매 순간 기도하며 집필했습니다.


양혜경(플로리쌤)




이 책의 프롤로그를 읽으며 다시 이탈리아에 가는 상상을 했다. 이전에는 읽지 못한 간판과 메뉴를 읽고, 나와 마주한 이탈리아 사람들에게 이탈리아어로 이야기하는 모습. 그리고 최근에 읽고 있는 이탈리아 작가 엘레나 페란테의 '나의 눈부신 친구(L'amica geniale)'를 이탈리아어 원문으로 읽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꿈은 크게 가질수록 좋으니까.





참고로 내가 그동안 다닌 이탈리아어 학원과 수강한 이탈리아어 인터넷 강의와 학습지를 폄하할 의도는 전혀 없다. 다만 비교를 위해 경험을 가져온 것뿐이고, 지극히 개인적인 어학공부 방법의 기준을 잡았을 뿐이다. 나와 맞는 학습 방법과 선생님을 찾는 것은 중요하다. 그리고 그 방법을 아는 것은 많이 경험해 봐야 하는 것이다. 나에게 맞는 다양한 방법으로 즐겁게 공부하는 것이 나의 지향점이다.





좋은 이탈리아어 교재를 출간해 준 양혜경(플로리쌤)과 언어평등 출판사에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자유롭게 작성하였습니다.



#이탈리아어첫걸음 #플로리쌤 #양혜경 #언어평등 #이탈리아어 #이탈리아어독학 #어학공부 #이탈리아어책추천 #책추천 #어학책추천



본 교재로 이탈리아어를 공부하는 여러분이 언어의 장벽을 뛰어넘고, 현지에서 자유롭게 소통하며 목표와 꿈을 달성할 수 있기를 매 순간 기도하며 집필했습니다. - P5

이탈리아어는 소금과 같은 언어입니다. - P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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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친코 1 - 개정판 코리안 디아스포라 3부작
이민진 지음, 신승미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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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소설 『파친코』를 드디어 만났다.




『파친코』는 출간 당시에도 미국 등 주요 매체에서 주목을 받았고, 2022년 애플tv 드라마로 제작되며 전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렸다. 영화 미나리로 44개 상을 받으며 전 세계에 이름을 알린 윤여정 배우가 주연으로 출연했다. 또한 드라마로 이름이 알려지며 도서 판매가 증가할 때 국내 출판사 판권이 종료되어 또 한 번 대중의 이목을 집중됐다. 2022년 7월 27일 드디어 인플루엔셜 출판사에서 새롭게 번역된 『파친코』가 출간했다.






이토록 많은 이슈를 몰고 다닌 『파친코』를 읽으면서 내 기대가 너무 크면 어떡하나 걱정했는데 기우에 지나지 않았단 걸 깨달았다. 원문엔 나타낼 수 없던 사투리까지 구수하게 담아낸 초월 번역에 시간 여행을 하듯 1900년대 초 부산 영도를 그리고 1940 -1960년 오사카를 다녀왔다.




손에서 책을 놓을 수 없을 만큼 푹 빠져 읽었다. 선자의 사랑에 같이 설레기도 하고, 이삭의 폐렴을 같이 걱정하기도 했다. 한 번도 가본적 없는 영도지만 넘실대는 푸른 바다가 눈앞에 그려지는 듯했다. 선자와 같이 나룻배를 탔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현실을 한탄하기도 했다. 삶의 무게에 비해 사람의 목숨이 너무 가벼워 보이기도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100여 년 전 우리나라의 현실이 무척이나 이질적이고 생생했다. 한강의 기적이라고 불린 시대를 지나 이제는 가수로 영화로 드라마로 전 세계의 주목을 받는 시대에 살고 있다. 『파친코』에서 보여주는 우리의 역사를 직시하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진실을 알아야 한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 겨우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 시대의 이야기를 하는 것인데. 2-3대 전 시대의 이야기를 우리는 전혀 모르고 있다고 생각했다.








💚스포 있음💚





선자와 한수의 만남이 불안해서 책을 덮고 싶었다. 답답했다. 처음부터 불안해서 견딜 수 없었다. 그러나 나중엔 그 만남을 억지로 감사할 수밖에 없었다.



"파렴치하구로. 쳐다보는 꼬라지 보래이! 니 아버지뻘은 될 사내인데." 미역 장수 아주머니가 눈알을 굴렸다. "아무리 부자라도 멀쩡한 집안의 참한 처자를 저리 뻔뻔스레 빤히 볼 자격은 없는기라."


P. 50







선자의 기구한 삶이 안쓰러웠으나 살아내는 강인함이 나에게 용기를 주었다. 경희도 아마 그런 선자에게 의지하며 용기를 얻었을 거 같다. 선자는 불평 하기보다 불만을 품기보다 자기에게 주어진 것을 하나씩 해내가는 성실함을 지녔다.










이삭이 감옥에 갇히고 일주일 후, 선자는 장사를 시작했다. 이삭의 밥을 감옥에 전해주고 나서 커다란 김치 항아리를 실은 나무 수레를 시장으로 밀고 갔다.


P. 253












한수가 얄밉고 미우나 덕분에 선자와 요셉의 가족이 살아갈 방도를 얻으니 어찌 감사하지 않을 수 있을까. 전쟁을 이런 것인가 보다. 미워해도 결국엔 만난다. 끊어내고 싶지만 얽히고설킨다.





"오랜만이야." 한수가 식당으로 들어오면서 차분하게 말했다. 선자가 몇 걸음 물러나 한수에게서 멀어졌다.


P. 312









저자 이민정의 이민자 관점은 특별하다. 외국에서 거의 평생을 산 저자에겐 한국인과 외국인의 관점이 다 들어 있다. 그래서 우리 한국인도 외국인도 이해할 수 있는 소설을 쓸 수 있던 것 같다. 슬픔에만 매몰되지 않고 남편에게만 의지하지 않는 사람. 개신교를 믿는 부유한 가정과 교회 이야기 등이 그렇다. 우리나라 여성의 강인한 면을 보여주면서도 구원자가 나타나는 강대국의 시선이 녹아있다고 느껴졌다.










역사 시간에 일제 강점기와 태평양전쟁을 중요하게 다뤘던 기억이 없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준 역사적 사건인데 말이다. 『파친코』를 통해 우리 민족의 과거를 마주할 수 있었다. 끔찍했지만 사실이었다. 전쟁이란 끔찍했다. 하루하루가 희망이 없었다. 일제 강점기보다 더 삶을 힘들게 만들었다. 전쟁은 모든 것을 앗아갔다.




세 사람은 조선인들이 사는 빈민가인 이카이노에서 내렸다. 요셉의 거주지에서 도착해서 보니 역에서부터 전차를 타고 지나가면서 본 좋은 집들과 상당히 달랐다. 동물의 악취가 상한 음식이나 변소 냄새보다도 역했다. 선자는 코와 입을 막고 싶었지만 억지로 참았다.


P.162






노아와 모자수처럼 살아간다면 난 어떻게 살았을까. 나라를 잃고 조국을 잃고 동물보다 못한 신분과 그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정체성으로 살아갈 수 있을까. 저자 이민정은 과연 누구의 맘으로 미국에서 살았을까. 노아처럼 삶에 순응하고 바꿀 수 없는 태생을 바꾸고 싶어 했을까. 모자수처럼 타국에서 살아야 하는 자신의 삶을 싫어했을까.




그러나 노아가 말할 수 없는 가장 큰 비밀이 있었다. 일본인이 되고 싶다는 것이었다. 노아의 꿈은 이카이노를 떠나서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 것이었다.


P. 280





일본인 아이들이 모자수와 조금도 어울리려고 하지 않았지만, 모자수는 더 이상 신경 쓰지 않았다. 더 어렸을 때는 따돌림 당하는 것이 괴로웠지만, 노아보다는 괴롭힘이 덜한 편이었다.


P. 382







2편이 빨리 나왔으면 좋겠다. 새로운 번역으로 『파친코』를 마저 읽고 싶다. 30여 년에 걸쳐 쓴 『파친코』는 깊이가 남다르다. 그리고 드라마도 기대된다. 시즌 2 제작이 확정됐다고 하니 『파친코』의 열기는 당분간 계속 이어질 것 같다.






역사는 우리를 저버렸지만, 그래도 상관없다.




유명한 첫 문장이 가슴이 오래도록 남는다. 그래도 우리는 이렇게 살아왔고, 살아갈 것이다. 좋은 소설을 소개해 준 인플루엔셜 출판사에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출판사에서 책을 지원받아 자유롭게 작성하였습니다.



#파친코 #이민진 #인플루엔셜 #애플tv #책추천 #소설추천 #파친코드라마원작소설 #드라마파친코 #윤여정 #김민하 #이민호


역사는 우리를 저버렸지만, 그래도 상관없다. - P15

"파렴치하구로. 쳐다보는 꼬라지 보래이! 니 아버지뻘은 될 사내인데." 미역 장수 아주머니가 눈알을 굴렸다. "아무리 부자라도 멀쩡한 집안의 참한 처자를 저리 뻔뻔스레 빤히 볼 자격은 없는기라." - P50

이삭이 감옥에 갇히고 일주일 후, 선자는 장사를 시작했다. 이삭의 밥을 감옥에 전해주고 나서 커다란 김치 항아리를 실은 나무 수레를 시장으로 밀고 갔다. - P253

세 사람은 조선인들이 사는 빈민가인 이카이노에서 내렸다. 요셉의 거주지에서 도착해서 보니 역에서부터 전차를 타고 지나가면서 본 좋은 집들과 상당히 달랐다. 동물의 악취가 상한 음식이나 변소 냄새보다도 역했다. 선자는 코와 입을 막고 싶었지만 억지로 참았다. - P1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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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올레트, 묘지지기
발레리 페랭 지음, 장소미 옮김 / 엘리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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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개의 묘지 비석에 새겨진 글들을 읽으면 어느새 나도 비올레트와 함께 미소 짓게 된다.








프랑스의 공동묘지는 우리나라의 묘지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사랑하는 이를 잃은 슬픔이 지나가고 일상을 마주하는 곳이 된다. 매일 방문해서 죽은 이의 안부를 물을 수도 있고, 생전에 좋아했던 음악을 틀어놔 줄 수도 있고, 매일 꽃이 놓이며 주변엔 화분과 나무가 심어져 죽음 이후의 세월을 함께 보낸다. 비올레트가 있는 묘지엔 웃음도 슬픔도 낭만도 있다.





『비올레트, 묘지지기』는 현재와 과거를 오가며 수많은 이야기가 얽히고설킨다. 책장을 넘기는 속도가 빨라지고 이야기가 퍼즐처럼 하나씩 맞춰진다. 기구한 비올레트의 삶이 공동묘지의 첫 느낌처럼 암울하게 느껴졌다. 점점 비올레트의 아늑한 집처럼, 풍성한 텃밭처럼, 파스텔톤 그의 방처럼 환해진다. 아름다워진다.









💜스포 있어요💜







책을 읽는 내내 많이 울었다. 상실의 슬픔이 너무나도 생생하게 다가와서. 나 또한 비올레트처럼 삶의 차단기를 제 시각에 올리고 내리는 것만을 위해 살고 있었나 보다. 묶여 있는 삶이 너무나 안타까워서 너무나 벗어나고 싶은데 벗어나는 방법을 몰라서 벗어나는 것이 두려워서 그랬나 보다.





비올레트의 남편인 필리프가 너무 미웠고 시가가 너무너무 미웠다. 네이트 판의 무수히 달린 댓글처럼 당장 도망치라고 말하고 싶었다. 그러나 독자로써 할 수 있는 게 무엇이겠는가. 비올레트를 좀먹는 그 삶에서 벗어나게 하고 싶어 더 열심히 책을 읽었다.






반면에 따뜻한 사람들의 선한 행동이 내 화를 누그러트려주었다. 사샤처럼 비올레트에게 선뜻 친절을 베풀 수 있을까, 셀리아의 여행 가방을 들고 온 것처럼 내 집을 내어줄 수 있을까. 셀리아의 별장에 비올레트의 가족이 휴가를 갔을 땐 내 일처럼 무척 기뻤다. 평생 본 적 없는 지중해를 본 비올레트처럼 눈물이 고였다. 대가 없는 친절을 베푼 비올레트에게 이보다 더 큰 선물이 어딨을까. 아름다운 풍경, 소중한 가족들, 즐거운 추억 모두 다 사랑스러웠다.








프랑스 사람들의 사랑 방식은 나 같은 유교 걸에겐 매우 당혹스럽다. 이렌과 가브리엘처럼 오랜 세월을 피하고 만나면서 그리워할 수 있을까? 필리프와 프랑수아즈의 사랑은 어떻고? 아무리 생각해도 답 없는 물음표만 가득하다.




그래도 가브리엘이 이렌에게 선물을 주는 방식은 참 멋졌다. 팔찌를 목걸이를 반지를.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팔아 집을 살 정도의 어마어마한 값도 한몫했지만 무엇보다 이렌을 생각하는 마음이 요즘은 보기 드물지 않은가. 선물 주는 장소와 방법까지 상대를 배려하고 고심한 흔적이 엿보였다. 미술관 데이트도 그렇고. 저자 발레리 페랭의 낭만적인 생각이 이 부분에 담겨 있었다.






『비올레트, 묘지지기』 에선 인간의 이중적인 마음이 잘 드러난다. 사랑하지만 사랑하지 않는, 새로운 사랑을 소유하고 싶으나 현실의 책임감과 고민하는 모습이 이렌과 프랑수아즈 그리고 비올레트를 통해 잘 드러난다. 왜 배우자의 마음이 떠난 걸 알지만 헤어지지 못할까? 처음엔 인정하지 않고 거부하다 나중에 받아들이는 마음은 어떤 것일까? 비올레트도 그렇고 폴도 그렇고 장기간의 사랑에는 관성이 법칙이 존재하는가 싶다. 그대로 그 자리에 머물면 관성의 법칙대로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






프랑스 소설은 주인공들이 다 죽는다더니 비올레트의 딸도, 남편도 다 죽었다. 비올레트에게 큰 상실을 주었지만 사샤의 말처럼 과거를 끌어안고는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비올레트, 묘지지기』에선 사샤가 비올레트에게 해준 말이 마음에 오래도록 남는다. 비올레트가 힘들 때 일어설 수 있게 도와준 인물이라 그런가.






비올레트에게 따뜻한 차를 끓여 주고 제철 재료로 맛있는 식사를 만들어 준다. 여행 가방 안에 비올레트를 위한 기념품을 한가득 담아 시의적절하게 돌아와 위로해 주는 사람 사샤를 비올레트에게 나타난 천사라고 생각했다.







추천사는 소설을 다 읽고 다시 읽으면 감동이 생생하게 다가온다. 추상적이었던 글이 생생하게 마음에 들어온다. 나를 살게 하는 사람은 누구일까? 비올레트에게는 필리프, 레오렌이었다가 사샤로 그리고 쥘리엥이 되었던 것처럼 나도 한때 나를 살게 한 사람이 있었다. 즐거웠다 행복했고, 그러나 나 스스로 온전하지 않았다. 슬펐고 헤어짐이 날 성숙하게 만들었다. 지금은 날 살게 하는 게 사람이 아니라 그물망처럼 뻗어나가는 배움의 갈망이다. 책을 읽고 차를 마시고 울고 웃는 이 시간이 무척 즐겁다. 책을 읽으면 사샤도 쥘리엥도 모두 만날 수 있으니까. 심지어 가브리엘의 달콤한 말도 읽을 수 있다. (번지르르한 말만 좋았다!) 누누의 결혼도 비올레트의 새 출발도 너무 좋았다. 해피엔딩이 좋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자유롭게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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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득 윌북 클래식 첫사랑 컬렉션
제인 오스틴 지음, 송은주 옮김 / 윌북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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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윌북 클래식 클럽 단원으로 뽑혀 '첫사랑 컬렉션 세트'를 선물 받았다.


고전을 읽어보고 싶었지만 만만치 않은 두께와 어려운 옛 글투로 선뜻 도전하기 어려웠다.



윌북 첫사랑 컬렉션은 '문학을 처음 맛났을 때 두근거림과 감동을 현대적인 번역으로 다시 만나자는 슬로건'으로 세기의 문학 4편을 골랐다.



『설득』 제인 오스틴


『순수의 시대』 이디스 워튼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위대한 개츠비』 F 스콧 피츠제럴드




파스텔톤 표지에 간결한 사진과 제목이 적힌 첫사랑 컬렉션을 직접 눈으로 보니 더욱더 감동이었다. 사진으로 본 것보다 더 예쁘고 생각보다 가벼워 한 손에 쏙 들어왔다. 네 편이 쪼르륵 꽂혀 있는 상자부터 시작해서 소장 욕구를 불러일으키기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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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에서 영화화돼 화제를 모은 제인 오스틴의 『설득』을 먼저 읽어 보았다.





제인 오스틴의 깊은 통찰력을 엿볼 수 있는 『설득』은 막힘없이 쭉 읽을 수 있었다. 현대적으로 번역하여 바로바로 이해할 수 있었고, 차별 없는 언어로 번역하려 애쓴 옮긴이의 노력이 엿보였다.




약 200여 년 전 쓰인 소설이기에 문화와 생각이 많이 달라 현대의 시각으로 보면 부당하기도 하고 불편한 표현이 포함돼 있다. 그러나 반대로 생각해 보면 차별과 억압이 당연한 시대에 작가 제인 오스틴은 이 부분을 정확히 집어주고 있다. 자신이 속한 영국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면서도 잘못된 점을 비판하고 자신이 생각하는 지성인의 지향점을 주인공 앤을 통해 진솔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제인 오스틴의 『설득』은 과거에 이루지 못한 사랑을 마침내 이루는 주인공 앤과 엔트워스 대령의 사랑 이야기다. 표면적으로 보면 주변의 만류로 헤어진 연인이 8년 반 후에 만나 끝내 정리하지 못한 감정을 확인하는 이야기로 보인다. 그러나 여기서 제인 오스틴만의 매력적인 다양한 사건의 직조 능력이 펼쳐진다. 그리고 소설 말미에 이 모든 것이 연결돼 마지막 퍼즐이 완성된다.




💛스포 있음💛






제목처럼 설득은 이 소설의 전체 내용의 관통한다. 각자 자기가 처한 상황과 역할에 맞추어 상대를 설득한다. 레이디 러셀은 부모와 같은 마음으로 앤 엘리엇을 설득한다. 앤은 그의 주장이 타당성 있다고 보고 페트릭 엔트워스(나중에 엔트워스 대령이 된다.)와 약혼을 파기한다. 또 엘리엇 가를 생각해 레이디 러셀은 앤과 엘리엇 씨의 결혼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도록 앤을 설득한다. 반면에 스미스 부인은 앤이 올바른 선택을 하도록 설득한다. 엘리엇 씨의 어둡고 악랄한 면이 앤에게 좋지 않은 결과를 가져올 것을 이야기하며 완벽한 증거를 보여준다. 앤은 스미스 부인의 설득을 받아들인다. 좋은 대화와 설득이란 상대방의 마음을 얻는 것이다. 앤과 엔트워스 대령에게는 슬픈 헤어짐을 안겨줬지만 레이디 러셀의 설득은 공감 가는 부분이 크다. 비록 혈연은 아니더라도 진심을 다해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최선을 다해 가장 좋은 것을 권했을 것이다. 8년 반이란 시간이 페트릭 엔트워스를 좀 더 성숙하게 만든 시간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솔직히 말하면, 네가 미래의 켈린치 가의 안주인, 미래의 레이디 엘리엇이 될 수 있다면, 네가 사랑하는 어머니의 자리를 물려받아 어머니의 모든 미덕은 물론, 권리와 사랑까지 물려받는 모습을 보게 된다면 나로서는 그보다 더 기쁜 일음 없을 거다. 너는 외모나 성품이나 네 어머니를 꼭 닮았어. 네가 어머니의 지위, 이름, 집을 다 물려받고 같은 곳에서 안주인 노릇을 하면서 어머니보다도 더 훌륭하다는 평을 듣게 된다면! 사랑하는 앤, 내 평생 그보다 더 기쁜 일은 없을 거야!


P. 235





앤의 모든 주장과 설득을 자신의 의견과 비교하고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한다. 아마 제인 오스틴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여성의 모습일 것이다. 시대를 관통하는 가치라고 생각한다. 주인공 앤이 여성으로 설정됐지만 모든 지성인이 반드시 갖춰야 할 덕목이라고 생각했다.



친애하는 스미스 부인, 당신의 이야기에는 근가가 부족해요, 그 정도로는 안 돼요. 엘리엇 씨가 저에 대해 가지고 있는 생각만으로는 그가 아버지와 화해하려 애쓰는 노력이 설명되지 않아요. 그건 다 제가 바스로 오기 전의 일이었어요. 도착해 보니 벌써 아주 가까운 관계가 되어 있더라고요.


P.306







『설득』에서는 주인공 앤의 아버지 준남작 엘리엇 경과 첫째 언니 엘리자베스, 엘리엇 가문의 유산을 물려받을 친척 엘리엇 씨를 통해서 부를 가진 자의 덕목과 부를 대하는 태도를 이야기한다. 아무리 재산이 있다고 해도 자신의 경제 규모에 맞게 사용하고 분별없는 자선도 문제가 될 수 있음을 이야기한다. 다른 사람을 의식하기 보다 자기 자신과 가족에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제인 오스틴은 말하고 있다. 시대가 변함에 따라 부를 열망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 아니나 오로지 부를 위한 결혼, 친구가 재산을 탕진하게 부추기고, 명예와 재산을 위해 친척을 감시하고 결혼까지 이용하는 것은 크게 잘못된 것이라고 말한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보기엔 너무나 당연한 것이지만 언제나 사람은 머리론 알고 있지만 아는 그대로 행동하지 못한다. 앤 상대방을 배려하기보다 엘리자베스처럼 자신에게 함몰돼 주변에 관심은커녕 무시하기도 한다. 『설득』을 읽으면서 앤과 비교하며 나를 한 번 더 성찰할 수 있었다.



뭐라고! 삶의 위한을 전부 다 버리라고! 여행, 런던, 하인들, 말, 만찬! 온통 다 줄이고 절제하라는 말뿐이군. 신사의 체면도 차리지 말고 살라니! 안 되지, 이렇게 불명예스럽게 남아 있느니, 차라리 켈린치 홀을 떠나고 말겠어.


P. 22




여기서 당신이 알아야 할 것이, 그 무렵에는 준남작 지위의 가치에 대한 엘리엇 씨의 견해가 예전과는 크게 달라졌다는 점이에요. 혈연과 연줄에 관해서라면 그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었어요. 오래전에 재산은 쓸 만큼 충분히 손에 넣었고, 탐욕이나 사치 면에서는 더 바랄 것이 없어지게 되니까 자신이 상속받게 될 것에 점차 마음이 쏠리게 된 것이지요.


P. 308








『설득』이 쓰인 시대가 시대인 만큼 지금과 같은 기준으로 성 역할을 볼 수는 없을 것이다. 그래도 제인 오스틴의 소설은 가장 주체적인 여성을 다룬다. 『설득』에서 주인공 앤은 자신의 삶을 사랑하고 주체성을 지키기 위해 노력한다. 자신을 무시하는 행동과 언사를 보이는 아버지와 큰언니에게 예의를 다하고 질투와 불만이 많은 막냇동생에게도 정성을 다하고 사려 깊게 대한다. 자신의 미숙함을 받아들이고 레이디 러셀의 설득을 받아들이기도 하지만 시간이 지나 올바른 판단을 하기 위해 웬트워스 대령과의 만남을 피하지 않는다. 자신의 감정을 똑바로 대하고 주변의 수많은 설득에 휘둘리지 않는다. 당시에 사회에서 여성에게 요구한 것은 그저 재산이 많은 남자의 청혼을 받아들여 가정을 돌보고 아들을 낳아 가문을 잇는 것이었다. 그래서 앤에겐 찰스 머스그로브의 청혼을 거절한 것이 작은 흠이 되고 주변 사람들이 친척 엘리엇 씨와 좋은 관계를 이어나가 결혼하라고 부추기는 것이다.



앤이 인내심을 발휘해 조금 더 버티고 활기를 짜낸 덕에 메리의 기운은 꽤 회복되었다.


P. 60




현대적으로 재번역 한 『설득』을 보면서 한결 읽기 편했던 것은 번역으로 인해 우리말엔 없는 '그녀'를 최대한 '그'로 표현한 점이다.



레이디 러셀은 바스를 좋아했고, 그들 모두에게도 틀림없이 잘 맞을 거라 믿었다. 그의 젊은 친구도 더운 계절에는 자기와 함께 켈린치의 집에서 보내게 되면 전혀 걱정할 일이 없을 것이다.


P. 24








제인 오스틴의 소설이 마음에 드는 점은 결말이 행복하기 때문이다. 오해가 풀리고 사랑이 이루어지고 삶이 조금 더 나아지는 결말을 보여주기 때문에 독자로써 책을 덮을 때 마음이 가볍다. 그리고 현대적으로 번역하여 『설득』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더 잘 이해하고 저자가 의도한 바대로 감정선을 따라갈 수 있었다. 나머지 세 권의 고전도 기대된다. 즐거운 고전 읽기가 시작되어 기쁘다. 고전 읽기를 주저했던 독자들에게 권하고 싶은 윌북 클래식, 첫사랑 컬렉션 『설득』이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자유롭게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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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애하는 스미스 부인, 당신의 이야기에는 근가가 부족해요, 그 정도로는 안 돼요. 엘리엇 씨가 저에 대해 가지고 있는 생각만으로는 그가 아버지와 화해하려 애쓰는 노력이 설명되지 않아요. 그건 다 제가 바스로 오기 전의 일이었어요. 도착해 보니 벌써 아주 가까운 관계가 되어 있더라고요. - P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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