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고통을 이해하는 책들 - 프랑스의 창조적 독서 치료
레진 드탕벨 지음, 문혜영 옮김 / 펄북스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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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의 즐거움과 유익함을 알고 있지만 언제나 독서를 일종의 인생 부채로 생각하고 있었다.

나만의 명확한 이유를 찾아야겠다고 생각했고, 레진 드탕벨의 <우리의 고통을 이해하는 책들>에서 이유를 찾는 여행에 도움을 받고자 했다.


얇고 작은 책에는 레진 드탕벨의 인생을 채운 책과 그 안에 다양한 인용구로 가득 차 있다. 어디서 들어봄직한 유명한 저자뿐만 아니라 철학자, 수학자, 물리학자 그리고 국가와 시대를 넘나들며 독서의 필요성을 말하고 독서가 가진 치료의 힘을 주장하는 근거로 인용했다. 독자를 사서와 의사, 독서치료사로 둔 책이기 때문에 수준이 좀 있지만 레진 드탕벨이 말하는 책이란 어떤 힘을 갖고 있는 가로 중점을 두고 보면 그 신비로운 능력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사람들이 책에서 찾고 싶어 하는 것은 즐겁고 행복한 감정을 회복하는 것이다. 페이지 위에 쓰여 있는 신호들에 녹아들어 가고, 해석이 아닌 텍스트 속에서 흠뻑 젖어 들어가고 싶은 것이다. (중략) 사실 모든 즐거움이란 그런 것이다. P.21




레진 드탕벨은 필사의 중요성도 강조하고 있다. 베껴 쓰다 보면 훨씬 기억하기 쉽기 때문이다. 마음에 담고 싶었던 글귀를 따라 읊조려 보거나 어딘가에 적어두는 행위가 기억하기 위한 것임을 우리는 안다. 좋은 글귀들을 모아 기억하기 위해 필사하다 보면 나에게 차츰 스며들 거라는 것이다. 필사가 좋다는 말은 간간이 들어봤지만 본격적으로 필사를 하진 않았던 나에게 필사를 하고 싶게 만드는 책이다. 물론 나를 발전시키는 연습기도 하지만 아름답고 기억에 남기고픈 구절을 쓰며 동시에 말해보는 것은 즐거운 행위다.




또한 새로운 언어를 배우는 것은 일종의 치료가 될 수 있다고 한다. 그 이유는 모국어에 담겨 있는 자국의 역사와 기억이 없기 때문이다. 새로운 언어를 배우는 것은 새로운 삶을 사는 것이다. 지금껏 우리 자신이 담겨 것을 내려놓고 새로 태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가끔 삶을 리셋하고 싶어 한다. 감정의 무게가 쏠리지 않은 새로운 외국어로 즐거움을 갖는다면 가장 순수한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요즘 원서 읽기를 하면서 저자가 말하는 치료까지는 아니더라도 즐거움을 경험했다. 외국어로 읽는 즐거움은 모국어와는 전혀 다른 즐거움이다. 어린 시절 동화를 보며 설렜던 것과 비슷하다. 새로운 단어, 표현에 감동받고 이야기의 흐름을 궁금함을 갖고 좇는다. 언어의 아름다움과 무한한 상상력이 가지는 두근거림을 새롭게 경험할 수 있다.




비평하며 책을 읽는 것도 나의 권리다. 레진 드탕벨도 이것을 안지가 얼마 안 됐다고 한다. 나 또한 그렇다. 저자에게 일종의 존경심이라고 생각하며 무조건적인 수용을 전제로 글을 읽었었다. 그러나 비판적인 글 읽기는 우리에게 매우 중요한 권리며 능력이다. 가장 정제된 글을 담은 책이지만 다양한 의견과 주장이 존재한다. 요즘은 독립출판사도 많아서 좋은 걸러짐이 없이 책이 출간되기도 한다. 옳고 그름을 판가름하기 어려운 현대에서 나의 의견을 수립해 나가고 정립해 나가는 것은 밀림에서 살아남는 것과 같다. 비평하며 비판하며 글을 읽는 것은 나의 권리이며 나를 올바르게 만들어 가는 길이기도 하다.




책은 자아를 치료한다. P.163



책 읽기는 능동적인 행위이며 나를 마주하는 시간이다. 작가와 독대하지만 나의 생각과 시간에 맞추어 읽기는 행위를 조절할 수 있다. 글쓴이가 제시한 것을 생각해 볼 여유를 만들 수 있고, 근거의 타당성을 살펴볼 시간도 충분하다. 이렇게 책을 읽다 보면 바쁜 삶에서 나와 마주하는 시간이 늘어난다. 슬픔도 분노도 기쁨도 취향도 하나씩 알게 되는 시간을 갖다보면 우리는 자아를 마주 보고 부족함과 풍요로움을 선별할 줄 알게 된다. 마음이 가는 소설 속 주인공에게 현실의 나와 공통점이 있음을 발견하면 주인공이 취하는 삶의 태도를 조금 더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우리는 직접 경험하지 않고도 많은 상황을 미래를 경험해 볼 수 있다.




노년에 관한 책이 없다고 말하는 레진 드탕벨의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우리의 삶은 의학과 문명의 발전으로 꽤나 길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청년의 찰나와 같은 시간에만 집중되어 있다. 같은 삶을 살아가고 있고 누구나 이 시간을 마주할 것이지만 마치 인생에서 쓸모없는 시간처럼 취급하고 있다. 그래서 난 중장년, 노년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들을 보려고 노력한다. 나의 노년기를 상상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40-50세 여성의 고민을 유쾌하기 그려낸 <와인 컨트리> , 60-80세 여성의 다양한 모습을 담은 <그레이스 앤 프랭키> , <북클럽> 을 추천한다. 특히 여성의 노년을 다룬 작품은 많이 없어 다양하게 마주할 순 없지만 이 정도도 매우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책을 읽는 건 즐거움을 위해서라는 말이 나의 마음속을 울렸다. 본질적인 즐거움을 위해 책을 읽고 그 시간을 즐겨야만 하는 것이었다. 나는 읽은 행위를 통하면 나의 지식이 넓어지고 규칙적인 행동이 내 삶을 더 낫게 만들어 줄 것이라고 생각했다. 일부는 맞지만 그 행위의 기초인 독서의 즐거움을 잊고 살고 있던 것이다.




내가 고민하는 고통은 거기에 있었고, 이 책은 나의 고통을 이해하고 이 책을 읽는 독서는 나를 ‘치료’해 주었다.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게 이런 것이 아닐까 한다. 나의 고통을 나누는 책은 내 삶을 덜 아프게 만들고 나아가 읽는 즐거움을 준다. 이제부터는 단순한 즐거움을 만끽하며 책을 읽도록 해야겠다. 그리고 책에서 언급한 많은 책도 하나하나 읽어 보고 싶다.



#우리의고통을이해하는책들 #레진드탕벨 #책을읽는이유 #독서의이유 #독서치료 #책추천 #독서 #책읽기 #치유의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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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어리스 Fearless - 한국 최초를 써 내려가는 세계적인 디자이너 유나양의 정공법
유나양 지음 / 수오서재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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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men's Wear Daily>에 한국 디자이너 최초 커버스토리를 장식하고, 일론 머스크의 어머니이자 40년 경력의 모델 메이 머스크가 극찬한 유나양. 20세기 폭스사, 조지 루카스 필름 등 미국 엔터 업계가 사랑한 디자이너이며 일본 이세탄 신주쿠와 뉴욕 멘하탄의 삭스 피프스 애비뉴 등 쟁쟁한 글로벌 명품 백화점에서 성공적으로 협업한 브랜드


YUNA YANG


어마어마한 수식어에도 불구하고 유나양과 같은 한국이인 나는 이 브랜드가 낯설다.


브랜드가 생소하게 들릴 만큼 패션 정보가 부족한 건지, 유나양의 고국인 한국 사회가 이 어마어마한 사실을 모른척하는 건지 매우 궁금했다.




유나양 만의 브랜드 차별성, 성공하기까지 겪은 어려움,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공할 수 있었던 유나양만의 철학을 고스란히 책에 담았다. 중간중간에 컬러 룩북을 담고 마지막에는 전체 컬렉션과 QR코드 패션위크 현장과 필름 영상까지 담아 보는 재미를 한층 높였다.


책 제목인 피어리스 (Fearless 두려움을 모르는, 용감한)를 보곤 강한 카리스마를 지닌 유나양을 예상했다. 진한 스모키 화장과 하나로 묶은 긴 포니테일, 반들하게 무두질된 바이커 재킷과 싸이하이 부츠 같은 느낌말이다. 그러나 책의 마지막 장을 덮을 때 피어리스 (Fearless)는 세찬 강바람을 맞고도 절대 꺾이지 않는 갈대처럼 아찔한 절벽에서도 한 떨기 꽃을 피우는 들꽃 같은 모습을 연상케 했다. 백화점에서 최신 유행의 마네킹에 입힌 강렬한 색의 옷이 아니라 아르라니 비치면서 물 흐르듯 떨어지게 얇은 옷감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한 땀 한 땀 장인의 손으로 엮은 레이스라 고급스러우며 질기고 시간이 지날수록 그 진가가 발휘되는 할머니에게 물려받은 빈티지 재킷처럼 말이다.




유나양 브랜드의 디자이너이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유나양은 보통의 사람들이 선택의 기로에서 안정적인 선택을 할 때 누구도 가보지 않은 길을 과감히 선택했다. 밀라노, 런던을 넘어 뉴욕으로 간 것은 도박이라도 표현할 정도의 용기며 도전이었다.


가능한 많은 경우의 수를 따져보고도 대부분 안정적인 선택을 하는 나에게 유나양의 뉴욕행은 젊은 혈기를 가진 자의 객기로 보였다. 부정적인 생각이 먼저 들었다는 말이다. 연고 하나 없이 그것도 여자가 수많은 인종이 뒤섞여서 치열하게 사는 뉴욕에 가서 한국 이름의 고가 의류 브랜드를 론칭한다는 말인가.



이 얼마나 부끄럽고 안타까운 사실일까... 나라는 사람은 자신을 포함하여 타인에게도 한계를 짓고 강요하는 사람이었다는 걸 유나양의 책을 읽고 깨달았다. 주어진 것에 순응하고 굴복하고 불편한 것은 피하며 사는 사람이었다. 유나양이 브랜드명을 정할 때 자신의 한글이름으로 지은 것은 굉장히 단순해 보이지만 큰 용기가 필요한 결정이기에 나에겐 충격으로 다가왔다.


예전에 친구와 함께 브랜딩에 대해 배우면서 나만의 브랜드명을 어떻게 지을지 생각해 본 적이 있다. 글로벌 시대에 당연히 외국어로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기에 어떻게 하면 더 멋진 말들을 갖다 붙일지 고민했던 기억이 있다. 내 안에 자리 잡은 사대주의와 나를 제한하는 한계의 벽이 그렇게 스멀스멀 표현되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는 모두 다른 존재들이므로 '최선'의 기준과 각자가 지닌 능력은 모두 다르지 않을까?

내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그들은 이미 최선을 다하고 있을 수 있다. 나에게 최선인 것이 다른 사람에게는 최악일 수도 있다.

무작정 '열심히 하라'라며 다그치는 것이 오히려 무례한 것이 아닐까?

서로의 다름을 인정해 주는 수간, 우리를 둘러싸고 있던 벽은 사라진다.

P. 274



번아웃된 스스로를 추스르고 프리덤 컬렉션을 발표하는 부분을 읽을 때는 마치 나도 패션쇼 현장에서 벅찬 감동을 느끼는 듯하였다. 고된 직장 생활로 번아웃 되고 사회생활에 염증을 느낀 난 싱가포르와 제주도로 떠나 평소에 나라면 해보지 않았을 많은 것들을 경험하면서 마음의 상처를 치유받고, 자유를 경험했다. 나의 휴식은 경험과 추억으로 남았지만 유나양은 작품으로 승화시켜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고 브랜드의 발전을 이끌 수 있었기에 패션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에 이타적인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나에게도 감동으로 다가왔다.



유나양이 자신만의 밸런스를 만들고 유지하는 것에 중점을 둔 것은 내가 항상 고민하며 불안에 떨던 과정에 한줄기 빛처럼 다가왔다. 누군가 경험한 것을 답습하는 것은 매우 안전하고 예측 가능하다. 그러나 모든 상황이 동일하지 않기 때문에 변수는 항상 있기 마련이다. 이미 자리 잡힌 패션의 중심지인 뉴욕에서 다양한 패션은 장점이자 단점이었을 것이다. 유나양의 무기는 다른 사람의 성공을 답습하는 것이 아니라 브랜드를 유나양답게 만드는 방법을 택한 것에 있다. 수많은 조언과 제안 가운데 유나양에게 정말 도움이 될 만한 것을 선별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 가운에 수많은 고심의 시간이 녹아 있었을 것이다.


내가 살아온 삶에 수많은 조언이 있었다. 가족 선배 친구들 그러나 나에게 가장 적절한 것을 취사선택하는 것은 온전히 나의 몫이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나를 나답게 하기 위해 중심을 잡는 것 그리고 나에게 온전히 집중하는 것. 유나양이 나에게 말한다.




계속해서 영어를 공부하는 나에게 영어는 즐거움이자 두려움이기도 했다. 그래, 외국인이 다른 나라말을 못 하는 건 당연하지!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진심을 전하도록 하자. 1년짜리 계약을 5년으로 만든 기적 같은 일이 나에게도 있지 않았나.




유나양은 자신이 오너로 있기에 방향성을 정하고 앞으로 갈 수 있지만 나는 중간관리자로서 나만의 방향을 주장하기는 쉽지 않다. 중간 관리자로서 나는 업무 철학을 팀원들과 공유하는 것으로 적용해야겠다.


브랜드 10년 차인 지금도 우리가 먼저 제안한 프로젝트에 상대로부터 거절을 당하기도 하고, 제안받은 프로젝트를 거절하기도 한다 하지만 상대방의 제안이 우리가 지향하는 바와 맞지 않아 거절하는 것일 뿐, 제안한 프로젝트의 퀄리티가 낮다고 생각해서 거절하는 것은 아니다. '나와 맞지 않는 기회로구나' 생각하며 단순하게 생각하고, 거절의 아픔을 툴툴 털어버리고 나와 맞는 기회를 다시 찾아 떠나면 된다. 누구인지, 어떤 능력을 가졌는지 끊임없이 알리다 보면 타이밍이 맞는 순간이 분명히 찾아온다.

P. 328





나와 정반대 생각을 가진 유나양의 이야기는 정말 매력적이다. 그리고 유나양 자신만의 논리가 있어 설득적이다. 나와 다르지만 배타적이지 않고 닮고 싶게끔 하는 매력. 대부분 성공한 사람들 특히 패션 디자이너 관련 책을 많이 봤지만 대부분은 나와 동떨어진 세계의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유나양의 이야기는 취뽀에 성공한 선배의 조언처럼 진짜 나의 이야기로 다가왔다. 내가 고민했던 부분을 동일하게 고민하였고 유나양이 말하는 철학은 나로 하여금 그를 닮고 싶고 좇고 싶게 만든다.




아쉬운 점은 한국인에게 불모지인 사업영역에서 훌륭하게 성공한 사람을 우리나라 언론에서 생각보다 조명을 안 했나 싶다. 전 국민이 bts를 대서특필하는 것에 치중할 때 반의반만 앙드레 김과 유나양을 언급했다면 나의 첫 인식은 달라졌을 것이다. 수많은 한국인들이 전 세계 구석구석에서 이례적인 성과를 내고 있기 때문에 국민들에게 많이 소개해 주면 좋겠다.




오늘도 소중하고 특별한 나에게 유나양이 말해준다.

한계는 없습니다.


Io valgo. (나는 가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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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시나리오 2022 - 백신 작동 이후의 세계
김광석 외 지음 / 와이즈베리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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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한 코로나 시대도 긴긴 터널을 빠져나오는 것 같아 보인다. 백신 접종을 시작으로 모두들 희망을 갖기 시작했다. 백신 접종을 마치고 마스크를 벗었을 때 우리의 삶은 이전과 아주 똑같을 순 없는 것을 안다. 변화의 바람은 시작됐고 앞으로 무엇을 어떻게 바라보고 준비해야 하는지 궁금했다. 경제 기술 전문가들이 바라본 백신 이후의 세계 전망은 어떤 것일지 궁금했다.


<미래 시나리오 2022- 백신 작동 이후의 세계>는 전문가 네 명이 모여 경제/ 산업/ 기술/ 정책 부분으로 나누어 가장 주목해야 할 부분만 뽑아 요약하였다. 불확실한 미래의 대안을 제시하고자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의 의견을 융합하여 가장 신빙성 있는 결론을 내리고자 하는 것이다.

김광석 : 경제 전문가 / 김상윤 : 기술 전문가 / 박정호 : 경제 전문가 / 이재호 : 경제 전문가


경제) 불균형/바이든 정책/디지털 화폐

산업) 산업 변화/데이터 경제/원격근무

기술) AI/전기차와 자율 주행/환경문제

정책) 새로운 조세정책/인구감소



경제 산업 기술 정책 분야에서 이야기하는 내용은 매우 흥미로웠다. 생각보다 기술의 진보는 훨씬 앞서가 있었고, 오히려 나 같은 사람들의 생각과 자세가 뒤처진듯했다. 법률 제정도 늦는 것이 어찌 보면 당연할 것이다.

경제 분야에서 일반 사람들을 잘 모르는 그리고 크게 신경 쓰지 않는 국제 정세를 읽을 수 있었다. 바이든 정책 방향성이 어떻게 트럼프와 다른지, 유럽 국가들의 유로존 탈퇴를 예상하는 시나리오와 이유, 글로벌 가치 사슬이 자국으로 재편될 거라는 것, 국제 기축통화를 위안화로 하려는 중국의 계획 등 쉽게 접할 수 없는 내용은 매우 유용하다고 생각한다.



코로나 팬데믹 가운데서도 많은 것이 발전하였고, 변화하였음을 느낄 수 있었다. 나만 감염을 우려하며 동굴에 들어가 있나 싶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은 것을 계기로 웅크리고 있던 몸을 펴서 멀리 도약하길 바란다. 멀리 내다보고 예측하여 준비할 수 있기를 바란다.





경제 산업 기술 분야의 내용은 실질적인 나의 삶과 동떨어지게 느껴진 것은 사실이다. IT나 테크 쪽에 종사하고 있지 않기에 발전된 기술을 국가와 기업이 일방적으로 제공하면 소비하고 이용해야 하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책 분야에서 이야기한 국민 세금 정책이나 인구감소로 인한 주택비용 증가는 직접 와닿는 부분이었다.


'출산율'을 '출생률'로 표현하고 인구감소 문제를 바라봤으면 더 좋았을 것이다. 출산율은 가임기 여성 개인에게 인구감소의 책임감을 두는 암묵적인 단어 사용이다. 출산율과 출생률은 모수가 다르기 때문이다. 성별로 나누어 인구 감소 문제를 다루려면 여성의 의견을 들어봐야 할 텐데 저자 모두 남성이기 때문에 의견을 전적으로 받아들이기에는 생각해 볼 점이 많다. 진짜 인구감소가 문제라면 사유리처럼 결혼하지 않아도 아이를 가질 수 있게 해야 한다. 출생에 관점을 두고 알맞은 정책을 내고 입법시켜야 한다. 이 시대에 맞는 결혼과 가정을 재정의하는 게 필요하다.


내로라하는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고 말하는 미래 전망을 꼭 한 번쯤은 봐야 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불확실한 미래를 향해 살아가기에 어느 정도 예측하여 준비해야 한다. 또한 비판적으로 생각해서 우리에게 맞는 정보를 선별할 줄 알아야 한다. 정보 홍수의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는 쏟아지는 수많은 정보와 의견 중에서 필요한 것과 불필요한 것, 득이 되는 것과 실이 되는 것을 구별할 줄 알아야 한다. 역사상 유례없는 발전의 시대에서 기득권층이 자신의 이득만을 위해 교묘하게 꾸며놓은 것들만 우매하게 받아들이고 살아서는 안된다. 우리에게 맞게 그리고 발전시킬 수 있게 목소리를 내고 우리의 권리를 요구하려면 직접 듣고 생각하고 예측하고 목소리를 내기 위해서라도 이 책을 꼭 읽어보고 생각보면 좋겠다.




이 책은 북폴리오에서 제공받았습니다.



#미래시나리오 #경제도서 #기술 #산업 #정책 #논술 #논술준비 #면접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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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의 감정 - 최상위 부자가 돈을 대하는 6가지 태도
이보네 젠 지음, 조율리 옮김 / 다산북스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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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직장이란 말은 구전동화가 됐고 이젠 N잡러 시대가 되었다. 두발 편히 뻗을 내 집 마련의 꿈은 점점 멀어지고 물가는 끝을 모르고 치솟는다. 남들이 좋다는 걸 깨작거리기만 한 나에게 한줄기 빛이 될 거란 기대로 책을 펼쳤다. 독일의 자산관리 전문가가 말하는 돈을 대하는 6가지 태도는 과연 해결책이 될 수 있을까?


이보네 젠은 자산관리 전문가이자 라이프 코치로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재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마음의 문제를 먼저 해결해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 돈을 대하는 태도의 문제점을 발견하기만 하면 나머지는 크게 어렵지 않았다고 말한다. 돈을 대하는 6가지 태도 존중/ 공감/ 사랑/ 관심/ 가까워지기/ 실험 정신은 심리학에 바탕을 두고 있다. 돈은 우리 내면을 투영하는 도구일 뿐이다.


마법 같은 비법을 기대했다면 실망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그 이면에 숨은 뜻을 알게 되면 나처럼 '유레카'를 외칠 것이다. 나를 내려놓고, 전문가의 코칭을 받아들여야 한다. 왜냐면 우리는 지금까지 뻔하게 들었던 그 무엇도 제대로 하지 못해서 이 책을 펼쳤으니까


뭔가 새로운 비법을 기대하고 이 책을 읽는다면 실망할 수 있다. 나도 그랬다. 여타 다른 재정 관련 책들과는 다른 이야기 예를 들면 돈과 데이트 날짜를 잡으라는 다소 낯간지러운 표현과 성숙한 인간관계에서 사용하는 존중, 공감, 사랑 등 익숙한 단어를 열거한다.



이 책의 핵심은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돈을 인간관계와 동일하게 여기라는 것. 우리는 돈을 단지 운과 관련됐거나 나의 의지로는 바꿀 수 없는 동떨어진 존재로 여긴다는 것이다. 인간이 사회적 동물이 될 수 있는 것은 상호 관계의 이해를 바탕으로 한 배움과 노력이다. 돈도 인간관계와 마찬가지로 상호작용을 하고 우리의 노력을 헛되게 흘려보내지 않는다는 것이다. 돈은 다가갈 수 없는 신성한 존재도 아니고, 많은 돈을 갈망한다고 해서 나의 가치가 떨어지는 것도 아니다. 우리는 인간관계에 많은 가치를 둔 사람은 사회적이고 마당발이라며 좋아하지 않는가? 기존과는 다른 시각과 태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돈을 버는 한계 없애기에서 내 막연한 어리석음을 마주했다. 말로는 막연히 많이 벌고 싶다고 말하면서 내 능력과 한계를 의심하고 있었다. 그래서 구체적인 목표를 갖지 않았고 외부에서 후려치는 기준에 어쩔 수 없다는 핑계로 만족하고 그 안에서 쥐어짜며 아끼고 있었다.




존중 - 돈은 자신의 가치를 책정하는 객관적인 수단이다.

 연습해보기) 나의 목표

공감 - 두려움, 동정심을 가질 필요 없다. 감정적인 지출을 점검하고 객관화하자.

 연습해보기) 그럼 무슨 일이 생기죠?

 연습해보기) 감정 가계부


사랑 - 나를 사랑하고 존중하려면 친절하게 대해라. 선을 그어 경계를 지켜라.

 연습해보기) 대화법, 경계선 연습

 연습해보기) 마음열기, 사랑 명상

관심- 작은 신호에 민감하게 관심을 갖자. 부족한 감정의 출처를 파악하여 지출을 막자. 새로운 수입 창출을 찾자. 구체적인 목표 세우기

 연습해보기) 벌고 싶은 금액과 내 생각


 연습해보기) 내 관심 분야와 재능

가까워지기 - 현금으로 시각화하여 지출 줄이기. 주변 반응에 휘둘리지 않는 진짜 나를 만나자. 타인과 다름을 받아들이고 기분 따라 돈을 손해 보지 않도록 지출과 관련된 감정의 원인을 찾아 바꿔보자.

 연습해보기) 나에 대한 평가 적어보기

 연습해보기) 나 자신과 친해지기

 연습해보기) 감정 가계부 할 일 목록

실험 정신- 실험과 기어 모델 적용으로 선순환을 만들자. 돈의 흐름을 바꾸고 통장에 이름을 붙여 나눠보자. 3-6개로 통장을 나누어 관리하자. 금전적인 목표를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연습해보기) 기어 모델

 연습해보기) 생각 파악

 연습해보기) 나에게 맞는 통장 나누기

 연습해보기) 돈에 대한 긍정적인 명상



작가는 우리가 돈을 버는 수단을 재능과 연관한 부업 혹은 N잡으로 간단하게 설명했다. 이와 더불어 자산을 늘리는 방법을 구체화시키는 것도 시리즈로 내주면 좋겠다. 상세한 재능과 연관한 부업 시작하기와 저축, 주식, 부동산 등등.


아이들에게 공부를 가르치기 전 문해력을 키우기 위해 독서 습관을 잡아주는 것처럼 재무 설계 전에 돈을 대하는 태도와 생각을 바꿔주는 책이다. 작가의 말처럼 선장이 키를 돌리는 것은 쉬워도 다른 목적지에 도착한 배를 원래 목적지로 되돌리는 것은 많은 시간이 걸린다. 책 중간중간 연습할 수 있는 부분이 마련되어 있어서 따로 클래스에 참여하지 않아도 연습할 수 있다. 이미 돈을 벌려는 마음이 있으니 실행을 아주 조금만 노력해 보면 된다.



이 책은 다산북스에서 제공받았습니다.


#돈의감정 #이보네젠 #책추천 #재무설계 #자산관리 #인생코칭 #경제경영책 #재테크 #주식 #부동산 #가상화폐 #비트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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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것 아닌 선의 - 타인의 고통에 응답하는 가장 작은 방법
이소영 지음 / 어크로스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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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순간부터 난 성선설을 믿지 않는다. 대학교 정치학 수업 때 성선설을 피력하며 군주론이 왜 필요할까 고심하던 내 모습을 떠올리곤 자조적인 웃음을 짓곤 했다. 대신 성악설을 지지하며 가끔 주변 사람들에게 열변을 토하기도 한다. 사회에서 만난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이익과 이기심으로 가득 차 있었고 인연의 끈은 내 마음대로 풀기가 어려워 삶을 더욱 죄어왔다. 코로나 시대로 접어들면서 성악설에 대한 내 신념은 더욱 굳건해지면서 더더욱 냉소적이 되어가고 있었다. 이소영 제주대 교수의 <별것 아닌 선의>를 펼칠 때는 스스로가 조금은 희망적이 될 거란 기대를 품었는지도 모르겠다.


이소영 교수는 제주대에서 사회교육을 가르치면서 경향신문에 칼럼을 기고했다. 좋은 이야기들이 많은 이들의 심금을 울렸고, 한대로 엮어 책으로 나오게 됐다.



<별것 아닌 선의>는 작가가 실제로 겪은 일들을 통해 자신을 성찰하는 관찰 일기 같기도 했다. 본인의 혹은 다른 이의 작은 선의가 도움이 되는 것을 경험하면서 부족하지만 글을 쓰고 이를 통해 작은 선의를 베풀겠다는 작가의 따뜻한 마음이 전해진다. 내가 이 책에 기대한 것이 이런 따뜻한 마음이었다.



이 책은 따뜻하고 슬프다. 사람 사이에 오가는 정이 따뜻하기도 하지만, 작가가 겪어야 했던 현실이 쉽지 않았기에 슬프기도 했다. 학원 알바시절 사려 깊은 교무주임 선생님의 선의는 따뜻했지만 대학을 다니면서 알바를 쉴 수 없는 작가의 현실은 슬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여러 일들을 겪으면서 단단한 내면을 갖고 선의를 베풀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던 것 같다.



고르고 다듬던 조언의 문장들을 버렸다. 대신 밤늦게 불쑥 찾아와 이런 이야기를 해서 죄송하다고 말하는 그 친구에게 "고마워"라고 답했다. 어쩌면 나는 너에게 필요한 조언을 다 못 해줄 테지만, 그런 내게 네 이야기를 들려주어 참말로 고맙다고.

<별것 아닌 선의> 중에서


엄청나게 친하게 지낸 친구는 아니지만 어느 날 우리 집에 놀러와 본인이 겪은 어려움을 털어놓은 적이 있다. 쉽지 않은 이야기를 먼저 털어놓은 친구에게 내가 해줄 수 있는 게 아무 거도 없었지만 한참을 울었던 친구는 자신을 추스르고 들어줘서 고맙다고 이야기했다. 갑작스러운 친구의 토로였지만 입이 무거운 나에게 마음을 열었다는 게 고마웠고 지금은 소원해진 친구의 비밀은 내 맘속 깊이 담겨 있다.



이소영 교수가 말하는 별것 아닌 선의는 어두운 사회의 구석에 있는 반딧불이와 같다. 어딘가 청정구역에 존재하긴 하지만 쉽게 볼 수는 없다. 하지만 존재한다. 그리고 우린 존재한다는 희망을 갖고 있다. 작은 빛이 계속해서 생성되고 유지할 수 있게 우리가 노력해야 한다. 이는 경험에서부터 나와야 한다. 내가 작은 선의를 경험하고 인지하고 다시 베풀려고 노력하면 이소영 교수의 칼럼처럼 선순환이 되지 않을까?



학생 때 외국에서 겪은 불편함이 떠올라 지하철역에서 주운 외국인 학생의 지갑을 찾아준 적이 있었다. 지하철역에 맡길 수도 있었으나 학생들이 사는 지역이 아닌 것 같아 직접 학교에 연락했다. 아무리 우리나라가 편리하게 되어 있다고 해도 잃어버린 카드와 학생증을 발급하려면 여간 번거로운 게 아니 걸 알았기 때문이다. 계속해서 감사하다고 인사하는 학생에게 오히려 나중에는 내가 이런 감사를 받아도 되는지 생각이 들 정도였다. 내 선의로 잠시 공부하러 온 외국의 이미지가 좋아지고 유학생의 기억에 좋은 경험이 쌓인다는 것은 어깨가 으쓱해지는 일이긴 했다.




누군가에게 받은 선의를 다른 누군가에게 돌려주자는 어렴풋한 생각을 작가가 구체적으로 적어주어서 좋았다. 사회가 특정한 사람들에게 공감과 선의를 요구하고 있긴 하지만 작은 희망은 있으니까


<별것 아닌 선의>는 사람의 따뜻함을 느낄 수 있다. 글을 써나가는 이수영 교수의 많은 고민과 노력이 엿보인다. 코로나를 겪으면서 사람에 대한 희망과 애정을 잃었는데 이 책을 읽으며 ‘그래 세상은 아직 따뜻하고 살만하구나.’하고 생각이 들었다. 꺼져가던 인류애를 다시 살릴 수 있어 코로나로 무거운 마음을 털어버리기 위해 이 책을 읽어보면 좋겠다.





이 책은 어크로스에서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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