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고통을 이해하는 책들 - 프랑스의 창조적 독서 치료
레진 드탕벨 지음, 문혜영 옮김 / 펄북스 / 2017년 11월
평점 :
품절


독서의 즐거움과 유익함을 알고 있지만 언제나 독서를 일종의 인생 부채로 생각하고 있었다.

나만의 명확한 이유를 찾아야겠다고 생각했고, 레진 드탕벨의 <우리의 고통을 이해하는 책들>에서 이유를 찾는 여행에 도움을 받고자 했다.


얇고 작은 책에는 레진 드탕벨의 인생을 채운 책과 그 안에 다양한 인용구로 가득 차 있다. 어디서 들어봄직한 유명한 저자뿐만 아니라 철학자, 수학자, 물리학자 그리고 국가와 시대를 넘나들며 독서의 필요성을 말하고 독서가 가진 치료의 힘을 주장하는 근거로 인용했다. 독자를 사서와 의사, 독서치료사로 둔 책이기 때문에 수준이 좀 있지만 레진 드탕벨이 말하는 책이란 어떤 힘을 갖고 있는 가로 중점을 두고 보면 그 신비로운 능력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사람들이 책에서 찾고 싶어 하는 것은 즐겁고 행복한 감정을 회복하는 것이다. 페이지 위에 쓰여 있는 신호들에 녹아들어 가고, 해석이 아닌 텍스트 속에서 흠뻑 젖어 들어가고 싶은 것이다. (중략) 사실 모든 즐거움이란 그런 것이다. P.21




레진 드탕벨은 필사의 중요성도 강조하고 있다. 베껴 쓰다 보면 훨씬 기억하기 쉽기 때문이다. 마음에 담고 싶었던 글귀를 따라 읊조려 보거나 어딘가에 적어두는 행위가 기억하기 위한 것임을 우리는 안다. 좋은 글귀들을 모아 기억하기 위해 필사하다 보면 나에게 차츰 스며들 거라는 것이다. 필사가 좋다는 말은 간간이 들어봤지만 본격적으로 필사를 하진 않았던 나에게 필사를 하고 싶게 만드는 책이다. 물론 나를 발전시키는 연습기도 하지만 아름답고 기억에 남기고픈 구절을 쓰며 동시에 말해보는 것은 즐거운 행위다.




또한 새로운 언어를 배우는 것은 일종의 치료가 될 수 있다고 한다. 그 이유는 모국어에 담겨 있는 자국의 역사와 기억이 없기 때문이다. 새로운 언어를 배우는 것은 새로운 삶을 사는 것이다. 지금껏 우리 자신이 담겨 것을 내려놓고 새로 태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가끔 삶을 리셋하고 싶어 한다. 감정의 무게가 쏠리지 않은 새로운 외국어로 즐거움을 갖는다면 가장 순수한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요즘 원서 읽기를 하면서 저자가 말하는 치료까지는 아니더라도 즐거움을 경험했다. 외국어로 읽는 즐거움은 모국어와는 전혀 다른 즐거움이다. 어린 시절 동화를 보며 설렜던 것과 비슷하다. 새로운 단어, 표현에 감동받고 이야기의 흐름을 궁금함을 갖고 좇는다. 언어의 아름다움과 무한한 상상력이 가지는 두근거림을 새롭게 경험할 수 있다.




비평하며 책을 읽는 것도 나의 권리다. 레진 드탕벨도 이것을 안지가 얼마 안 됐다고 한다. 나 또한 그렇다. 저자에게 일종의 존경심이라고 생각하며 무조건적인 수용을 전제로 글을 읽었었다. 그러나 비판적인 글 읽기는 우리에게 매우 중요한 권리며 능력이다. 가장 정제된 글을 담은 책이지만 다양한 의견과 주장이 존재한다. 요즘은 독립출판사도 많아서 좋은 걸러짐이 없이 책이 출간되기도 한다. 옳고 그름을 판가름하기 어려운 현대에서 나의 의견을 수립해 나가고 정립해 나가는 것은 밀림에서 살아남는 것과 같다. 비평하며 비판하며 글을 읽는 것은 나의 권리이며 나를 올바르게 만들어 가는 길이기도 하다.




책은 자아를 치료한다. P.163



책 읽기는 능동적인 행위이며 나를 마주하는 시간이다. 작가와 독대하지만 나의 생각과 시간에 맞추어 읽기는 행위를 조절할 수 있다. 글쓴이가 제시한 것을 생각해 볼 여유를 만들 수 있고, 근거의 타당성을 살펴볼 시간도 충분하다. 이렇게 책을 읽다 보면 바쁜 삶에서 나와 마주하는 시간이 늘어난다. 슬픔도 분노도 기쁨도 취향도 하나씩 알게 되는 시간을 갖다보면 우리는 자아를 마주 보고 부족함과 풍요로움을 선별할 줄 알게 된다. 마음이 가는 소설 속 주인공에게 현실의 나와 공통점이 있음을 발견하면 주인공이 취하는 삶의 태도를 조금 더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우리는 직접 경험하지 않고도 많은 상황을 미래를 경험해 볼 수 있다.




노년에 관한 책이 없다고 말하는 레진 드탕벨의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우리의 삶은 의학과 문명의 발전으로 꽤나 길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청년의 찰나와 같은 시간에만 집중되어 있다. 같은 삶을 살아가고 있고 누구나 이 시간을 마주할 것이지만 마치 인생에서 쓸모없는 시간처럼 취급하고 있다. 그래서 난 중장년, 노년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들을 보려고 노력한다. 나의 노년기를 상상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40-50세 여성의 고민을 유쾌하기 그려낸 <와인 컨트리> , 60-80세 여성의 다양한 모습을 담은 <그레이스 앤 프랭키> , <북클럽> 을 추천한다. 특히 여성의 노년을 다룬 작품은 많이 없어 다양하게 마주할 순 없지만 이 정도도 매우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책을 읽는 건 즐거움을 위해서라는 말이 나의 마음속을 울렸다. 본질적인 즐거움을 위해 책을 읽고 그 시간을 즐겨야만 하는 것이었다. 나는 읽은 행위를 통하면 나의 지식이 넓어지고 규칙적인 행동이 내 삶을 더 낫게 만들어 줄 것이라고 생각했다. 일부는 맞지만 그 행위의 기초인 독서의 즐거움을 잊고 살고 있던 것이다.




내가 고민하는 고통은 거기에 있었고, 이 책은 나의 고통을 이해하고 이 책을 읽는 독서는 나를 ‘치료’해 주었다.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게 이런 것이 아닐까 한다. 나의 고통을 나누는 책은 내 삶을 덜 아프게 만들고 나아가 읽는 즐거움을 준다. 이제부터는 단순한 즐거움을 만끽하며 책을 읽도록 해야겠다. 그리고 책에서 언급한 많은 책도 하나하나 읽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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