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것 아닌 선의 - 타인의 고통에 응답하는 가장 작은 방법
이소영 지음 / 어크로스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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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순간부터 난 성선설을 믿지 않는다. 대학교 정치학 수업 때 성선설을 피력하며 군주론이 왜 필요할까 고심하던 내 모습을 떠올리곤 자조적인 웃음을 짓곤 했다. 대신 성악설을 지지하며 가끔 주변 사람들에게 열변을 토하기도 한다. 사회에서 만난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이익과 이기심으로 가득 차 있었고 인연의 끈은 내 마음대로 풀기가 어려워 삶을 더욱 죄어왔다. 코로나 시대로 접어들면서 성악설에 대한 내 신념은 더욱 굳건해지면서 더더욱 냉소적이 되어가고 있었다. 이소영 제주대 교수의 <별것 아닌 선의>를 펼칠 때는 스스로가 조금은 희망적이 될 거란 기대를 품었는지도 모르겠다.


이소영 교수는 제주대에서 사회교육을 가르치면서 경향신문에 칼럼을 기고했다. 좋은 이야기들이 많은 이들의 심금을 울렸고, 한대로 엮어 책으로 나오게 됐다.



<별것 아닌 선의>는 작가가 실제로 겪은 일들을 통해 자신을 성찰하는 관찰 일기 같기도 했다. 본인의 혹은 다른 이의 작은 선의가 도움이 되는 것을 경험하면서 부족하지만 글을 쓰고 이를 통해 작은 선의를 베풀겠다는 작가의 따뜻한 마음이 전해진다. 내가 이 책에 기대한 것이 이런 따뜻한 마음이었다.



이 책은 따뜻하고 슬프다. 사람 사이에 오가는 정이 따뜻하기도 하지만, 작가가 겪어야 했던 현실이 쉽지 않았기에 슬프기도 했다. 학원 알바시절 사려 깊은 교무주임 선생님의 선의는 따뜻했지만 대학을 다니면서 알바를 쉴 수 없는 작가의 현실은 슬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여러 일들을 겪으면서 단단한 내면을 갖고 선의를 베풀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던 것 같다.



고르고 다듬던 조언의 문장들을 버렸다. 대신 밤늦게 불쑥 찾아와 이런 이야기를 해서 죄송하다고 말하는 그 친구에게 "고마워"라고 답했다. 어쩌면 나는 너에게 필요한 조언을 다 못 해줄 테지만, 그런 내게 네 이야기를 들려주어 참말로 고맙다고.

<별것 아닌 선의> 중에서


엄청나게 친하게 지낸 친구는 아니지만 어느 날 우리 집에 놀러와 본인이 겪은 어려움을 털어놓은 적이 있다. 쉽지 않은 이야기를 먼저 털어놓은 친구에게 내가 해줄 수 있는 게 아무 거도 없었지만 한참을 울었던 친구는 자신을 추스르고 들어줘서 고맙다고 이야기했다. 갑작스러운 친구의 토로였지만 입이 무거운 나에게 마음을 열었다는 게 고마웠고 지금은 소원해진 친구의 비밀은 내 맘속 깊이 담겨 있다.



이소영 교수가 말하는 별것 아닌 선의는 어두운 사회의 구석에 있는 반딧불이와 같다. 어딘가 청정구역에 존재하긴 하지만 쉽게 볼 수는 없다. 하지만 존재한다. 그리고 우린 존재한다는 희망을 갖고 있다. 작은 빛이 계속해서 생성되고 유지할 수 있게 우리가 노력해야 한다. 이는 경험에서부터 나와야 한다. 내가 작은 선의를 경험하고 인지하고 다시 베풀려고 노력하면 이소영 교수의 칼럼처럼 선순환이 되지 않을까?



학생 때 외국에서 겪은 불편함이 떠올라 지하철역에서 주운 외국인 학생의 지갑을 찾아준 적이 있었다. 지하철역에 맡길 수도 있었으나 학생들이 사는 지역이 아닌 것 같아 직접 학교에 연락했다. 아무리 우리나라가 편리하게 되어 있다고 해도 잃어버린 카드와 학생증을 발급하려면 여간 번거로운 게 아니 걸 알았기 때문이다. 계속해서 감사하다고 인사하는 학생에게 오히려 나중에는 내가 이런 감사를 받아도 되는지 생각이 들 정도였다. 내 선의로 잠시 공부하러 온 외국의 이미지가 좋아지고 유학생의 기억에 좋은 경험이 쌓인다는 것은 어깨가 으쓱해지는 일이긴 했다.




누군가에게 받은 선의를 다른 누군가에게 돌려주자는 어렴풋한 생각을 작가가 구체적으로 적어주어서 좋았다. 사회가 특정한 사람들에게 공감과 선의를 요구하고 있긴 하지만 작은 희망은 있으니까


<별것 아닌 선의>는 사람의 따뜻함을 느낄 수 있다. 글을 써나가는 이수영 교수의 많은 고민과 노력이 엿보인다. 코로나를 겪으면서 사람에 대한 희망과 애정을 잃었는데 이 책을 읽으며 ‘그래 세상은 아직 따뜻하고 살만하구나.’하고 생각이 들었다. 꺼져가던 인류애를 다시 살릴 수 있어 코로나로 무거운 마음을 털어버리기 위해 이 책을 읽어보면 좋겠다.





이 책은 어크로스에서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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