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어리스 Fearless - 한국 최초를 써 내려가는 세계적인 디자이너 유나양의 정공법
유나양 지음 / 수오서재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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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men's Wear Daily>에 한국 디자이너 최초 커버스토리를 장식하고, 일론 머스크의 어머니이자 40년 경력의 모델 메이 머스크가 극찬한 유나양. 20세기 폭스사, 조지 루카스 필름 등 미국 엔터 업계가 사랑한 디자이너이며 일본 이세탄 신주쿠와 뉴욕 멘하탄의 삭스 피프스 애비뉴 등 쟁쟁한 글로벌 명품 백화점에서 성공적으로 협업한 브랜드


YUNA YANG


어마어마한 수식어에도 불구하고 유나양과 같은 한국이인 나는 이 브랜드가 낯설다.


브랜드가 생소하게 들릴 만큼 패션 정보가 부족한 건지, 유나양의 고국인 한국 사회가 이 어마어마한 사실을 모른척하는 건지 매우 궁금했다.




유나양 만의 브랜드 차별성, 성공하기까지 겪은 어려움,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공할 수 있었던 유나양만의 철학을 고스란히 책에 담았다. 중간중간에 컬러 룩북을 담고 마지막에는 전체 컬렉션과 QR코드 패션위크 현장과 필름 영상까지 담아 보는 재미를 한층 높였다.


책 제목인 피어리스 (Fearless 두려움을 모르는, 용감한)를 보곤 강한 카리스마를 지닌 유나양을 예상했다. 진한 스모키 화장과 하나로 묶은 긴 포니테일, 반들하게 무두질된 바이커 재킷과 싸이하이 부츠 같은 느낌말이다. 그러나 책의 마지막 장을 덮을 때 피어리스 (Fearless)는 세찬 강바람을 맞고도 절대 꺾이지 않는 갈대처럼 아찔한 절벽에서도 한 떨기 꽃을 피우는 들꽃 같은 모습을 연상케 했다. 백화점에서 최신 유행의 마네킹에 입힌 강렬한 색의 옷이 아니라 아르라니 비치면서 물 흐르듯 떨어지게 얇은 옷감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한 땀 한 땀 장인의 손으로 엮은 레이스라 고급스러우며 질기고 시간이 지날수록 그 진가가 발휘되는 할머니에게 물려받은 빈티지 재킷처럼 말이다.




유나양 브랜드의 디자이너이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유나양은 보통의 사람들이 선택의 기로에서 안정적인 선택을 할 때 누구도 가보지 않은 길을 과감히 선택했다. 밀라노, 런던을 넘어 뉴욕으로 간 것은 도박이라도 표현할 정도의 용기며 도전이었다.


가능한 많은 경우의 수를 따져보고도 대부분 안정적인 선택을 하는 나에게 유나양의 뉴욕행은 젊은 혈기를 가진 자의 객기로 보였다. 부정적인 생각이 먼저 들었다는 말이다. 연고 하나 없이 그것도 여자가 수많은 인종이 뒤섞여서 치열하게 사는 뉴욕에 가서 한국 이름의 고가 의류 브랜드를 론칭한다는 말인가.



이 얼마나 부끄럽고 안타까운 사실일까... 나라는 사람은 자신을 포함하여 타인에게도 한계를 짓고 강요하는 사람이었다는 걸 유나양의 책을 읽고 깨달았다. 주어진 것에 순응하고 굴복하고 불편한 것은 피하며 사는 사람이었다. 유나양이 브랜드명을 정할 때 자신의 한글이름으로 지은 것은 굉장히 단순해 보이지만 큰 용기가 필요한 결정이기에 나에겐 충격으로 다가왔다.


예전에 친구와 함께 브랜딩에 대해 배우면서 나만의 브랜드명을 어떻게 지을지 생각해 본 적이 있다. 글로벌 시대에 당연히 외국어로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기에 어떻게 하면 더 멋진 말들을 갖다 붙일지 고민했던 기억이 있다. 내 안에 자리 잡은 사대주의와 나를 제한하는 한계의 벽이 그렇게 스멀스멀 표현되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는 모두 다른 존재들이므로 '최선'의 기준과 각자가 지닌 능력은 모두 다르지 않을까?

내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그들은 이미 최선을 다하고 있을 수 있다. 나에게 최선인 것이 다른 사람에게는 최악일 수도 있다.

무작정 '열심히 하라'라며 다그치는 것이 오히려 무례한 것이 아닐까?

서로의 다름을 인정해 주는 수간, 우리를 둘러싸고 있던 벽은 사라진다.

P. 274



번아웃된 스스로를 추스르고 프리덤 컬렉션을 발표하는 부분을 읽을 때는 마치 나도 패션쇼 현장에서 벅찬 감동을 느끼는 듯하였다. 고된 직장 생활로 번아웃 되고 사회생활에 염증을 느낀 난 싱가포르와 제주도로 떠나 평소에 나라면 해보지 않았을 많은 것들을 경험하면서 마음의 상처를 치유받고, 자유를 경험했다. 나의 휴식은 경험과 추억으로 남았지만 유나양은 작품으로 승화시켜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고 브랜드의 발전을 이끌 수 있었기에 패션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에 이타적인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나에게도 감동으로 다가왔다.



유나양이 자신만의 밸런스를 만들고 유지하는 것에 중점을 둔 것은 내가 항상 고민하며 불안에 떨던 과정에 한줄기 빛처럼 다가왔다. 누군가 경험한 것을 답습하는 것은 매우 안전하고 예측 가능하다. 그러나 모든 상황이 동일하지 않기 때문에 변수는 항상 있기 마련이다. 이미 자리 잡힌 패션의 중심지인 뉴욕에서 다양한 패션은 장점이자 단점이었을 것이다. 유나양의 무기는 다른 사람의 성공을 답습하는 것이 아니라 브랜드를 유나양답게 만드는 방법을 택한 것에 있다. 수많은 조언과 제안 가운데 유나양에게 정말 도움이 될 만한 것을 선별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 가운에 수많은 고심의 시간이 녹아 있었을 것이다.


내가 살아온 삶에 수많은 조언이 있었다. 가족 선배 친구들 그러나 나에게 가장 적절한 것을 취사선택하는 것은 온전히 나의 몫이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나를 나답게 하기 위해 중심을 잡는 것 그리고 나에게 온전히 집중하는 것. 유나양이 나에게 말한다.




계속해서 영어를 공부하는 나에게 영어는 즐거움이자 두려움이기도 했다. 그래, 외국인이 다른 나라말을 못 하는 건 당연하지!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진심을 전하도록 하자. 1년짜리 계약을 5년으로 만든 기적 같은 일이 나에게도 있지 않았나.




유나양은 자신이 오너로 있기에 방향성을 정하고 앞으로 갈 수 있지만 나는 중간관리자로서 나만의 방향을 주장하기는 쉽지 않다. 중간 관리자로서 나는 업무 철학을 팀원들과 공유하는 것으로 적용해야겠다.


브랜드 10년 차인 지금도 우리가 먼저 제안한 프로젝트에 상대로부터 거절을 당하기도 하고, 제안받은 프로젝트를 거절하기도 한다 하지만 상대방의 제안이 우리가 지향하는 바와 맞지 않아 거절하는 것일 뿐, 제안한 프로젝트의 퀄리티가 낮다고 생각해서 거절하는 것은 아니다. '나와 맞지 않는 기회로구나' 생각하며 단순하게 생각하고, 거절의 아픔을 툴툴 털어버리고 나와 맞는 기회를 다시 찾아 떠나면 된다. 누구인지, 어떤 능력을 가졌는지 끊임없이 알리다 보면 타이밍이 맞는 순간이 분명히 찾아온다.

P. 328





나와 정반대 생각을 가진 유나양의 이야기는 정말 매력적이다. 그리고 유나양 자신만의 논리가 있어 설득적이다. 나와 다르지만 배타적이지 않고 닮고 싶게끔 하는 매력. 대부분 성공한 사람들 특히 패션 디자이너 관련 책을 많이 봤지만 대부분은 나와 동떨어진 세계의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유나양의 이야기는 취뽀에 성공한 선배의 조언처럼 진짜 나의 이야기로 다가왔다. 내가 고민했던 부분을 동일하게 고민하였고 유나양이 말하는 철학은 나로 하여금 그를 닮고 싶고 좇고 싶게 만든다.




아쉬운 점은 한국인에게 불모지인 사업영역에서 훌륭하게 성공한 사람을 우리나라 언론에서 생각보다 조명을 안 했나 싶다. 전 국민이 bts를 대서특필하는 것에 치중할 때 반의반만 앙드레 김과 유나양을 언급했다면 나의 첫 인식은 달라졌을 것이다. 수많은 한국인들이 전 세계 구석구석에서 이례적인 성과를 내고 있기 때문에 국민들에게 많이 소개해 주면 좋겠다.




오늘도 소중하고 특별한 나에게 유나양이 말해준다.

한계는 없습니다.


Io valgo. (나는 가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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