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이 이어준 우리
레이첼 시그너 지음, 신혜원 옮김 / 엔프레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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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 없이 읽을 수 없는 책! 읽다 보면 나도 모르게 와인샵으로 가서 한 병 사들고 오게 하는 마법의 책! 레이첼의 삶도 흥미로운데 와인과 와이너리가 나오면 코 끝에 와인향이 스칩니다. 와인 러버라면 꼭 읽어봐야하는 책이예요. 열자마자 사랑에 빠져요S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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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청소년 이야기 온 가족이 함께 읽는 이야기 3
김종광 지음 / 교유서가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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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청소년 이야기』는 예상보다 훨씬 더 재밌었다.

단편 모음집이라 한 편의 길이도 짧고 글씨도 큼지막했다. 무엇보다 표지가 엄청 엄청 예쁘다. 국립중앙박물관 굿즈 느낌으로 책과 개다리소반, 향로와 연필 등 조선시대를 연상시키는 사물로 가득 차 있다. 튼튼한 양장본에 황금색 가름끈도 있다. 그런데 가름끈을 쓸 필요 없다는 게 함정이다. 후후룩 빨리 읽혀서 책을 접어 둘 일이 없기 때문이다.





이 책은 16~19세기 조선시대 쓰인 한문소설을 사실적이게, 개연성 있게, 핍진성 있게, 진실성이 느껴지도록 각색한 단편 소설집이다. 김종광 소설가가 오로지 재미로만 각색하여 ‘교훈은 개나 줘’라는 마음으로 썼다니 그저 읽고 즐기려는 가벼운 마음으로 보면 된다. 모두 12편이 실려 있고 다양한 이야기로 가득하다. 매 단편 앞에는 간략한 출처와 소개 글이 실려 있다.








12편의 이야기를 하나로 묶는 주제를 생각해 본다면 '기존의 틀을 벗어난 변화'라고 생각한다.

인재상의 변화, 여성 인권의 변화, 신분제의 변화 등이 이야기에 담겨 있었다. 당시에 많은 사람들이 요구하는 가치가 글에 담겨 있다. 부유한 서민의 등장으로 신분제가 흔들리고, 기술과 상업의 발달을 인정하고, 고른 인재 등용을 인정해야 하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여러 이야기 중에서도 <노래가 좋다>가 기억에 남는다. 주인공 '석개'에서 나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기술자 최천약>의 '최천약'과는 다르게 '석개'는 타고난 재능이 없다. 노래가 좋다는 그 이유 한 가지를 붙자고 쉬지 않고 노래를 부른다. 포기하지 않고 끈기를 갖고 노래하는 '열정'을 알아주는 이는 '명창' 단 한 사람이다. 석개의 노래를 들은 모든 사람이 석개를 비웃는 힘든 순간을 맞이하지만 '명창의 지지'는 석개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주는 계기가 된다.





"혼을 다 바쳐 노래하기를 석 달이나 계속해온 끈기와 노력이 재능입니다." (중략) 그리고 저 아이는 그때까지 줄기차게 노래할 것이고 명창이 돼서도 더 좋은 노래를 부르기 위해서 피를 몇 번이고 더 쏟을 아이입니다. 노력을 타고난 아이죠. 노력보다 더한 재능이 어디 있겠습니다?" P. 95 <노래가 좋다>






나는 석개처럼 타고난 재능이 없었을 뿐만 아니라 성인이 된지 한참 후에 책이 읽고 싶어졌다. 단지 그 마음 하나로 남들은 하루 만에 읽을 책을 몇 날 며칠을 붙잡고 읽었다. 글을 쓰고 싶어서 어설픈 글을 끙끙대며 적어 포스팅했다. 소유 필력 있는 글을 보면 나의 보잘것없는 글이 부끄럽게 느껴질 때도 있었지만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이 어딨어?'하며 정신승리(?)를 감행했다. 이 '열정'을 믿어주신 분들 덕분에 이만큼 성장할 수 있었기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또한 6년 가까이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독서하며 차곡차곡 글을 쌓아온 나에게도 애정이 듬뿍 담긴 칭찬을 해주고 싶다. 타고난 재능은 없지만 끈기와 노력이라는 희망을 알려준 '석개'가 오래도록 마음에 남을 것 같다.






이러저러한 일로 미련하고 고약한 아이에서, 똑똑하고 착한 아이로 탈바꿈했다. 내가 바뀐 것이 아닐 것이다. 몇 살 더 먹은 것뿐이다. 진짜로 바뀐 것은 어른들의 눈이다. 어른들에게 도움 되고 돈도 되는 신기한 손재주와 영민한 지혜를 보여주자, 어른들이 나를 다른 눈으로 보게 된 것이다. P.173 <기술자 최천약>








환경에 굴하지 않고 자신의 길을 개척한 주인공도 꽤 여러 번 나온다. 결혼이라는 삶의 기로에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쟁취하려는 여성의 모습을 보면서 당시 많은 독자들도 용기를 얻고 희망을 가졌을 것이다. 특히 <내 인생은 내가 되찾겠다>의 유낭자는 적절한 명분을 대며 대차게 행동했다. 최근 협상에 관해서 배우고 있는데 상대방의 '면을 세우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한다. 윤감 판서 대감과 그의 아들들의 면을 세우면서 본능적으로 자신의 요구사항을 효과적으로 전달한 유낭자가 현대에 태어났으면 협상의 천재로 이름을 날렸을 것이라 상상해 보았다.






정말이지 첩이 되기 싫었다. 멀쩡하고 인물 좋은 총각의 첩이 되라고 해도 싫다고 할 판인데, 예순 살 홀아비의 첩이 되라니. P. 36 <내 인생은 내가 되찾겠다>



대감과 혼례를 치른 지 일 년이 지났다. 이대로 소박데기로 살 수는 없다. 집에서는 구박받고 밖에서는 온갖 놈의 손가락질 받으며 살 수는 없다. 내 인생은 내가 되찾아야겠다. 모든 것을 걸고 떠나기로 했다. P.45 <내 인생은 내가 되찾겠다>



"저들은 가짜입니다. 저들이 내 진짜 신랑을 광에 가두고 죽일 뻔했습니다. 내 진짜 신랑은 무사합니다. 어서 저자들을 붙잡아야 합니다." P. 222 <신부, 신랑을 구하다>








부조리가 판치는 것은 시대와 나라를 막론하고 존재하지만 조선시대에는 특히나 심했던 것을 볼 수 있다. 양반은 과거를 통해 벼슬을 얹는 것을 목표로 매우 한정된 삶을 살았고, 양반이 아닌 나머지 사람들은 입에 풀칠할 농지조차 갖기 버거웠다. 사람은 늘어나고 재화는 부족한 상황이 현재에도 이어지고 있다. 한정된 공직을 차지하기 위해 부조리가 판치는 과거제도를 보면 현대 사회에도 크게 바뀐 건 없는 것 같다. 마이클 샌델의 <공정하다는 착각>이 생각나면서 출중한 능력을 지녀도 관직에 나갈 수 없는 당시 현실도 매우 안타까웠다. <박문수의 변명>을 읽으면서도 정직을 위한 권모술수가 옳은 것인가 계속 생각해 봤다.





"과거야말로 권모술수 판입니다. 진짜 제대로 된 선비는 단 한 명도 시험에 합격할 수 없어요. 형님이 세 번이나 낙방한 게 실력이 모자라서였습니까? 형님은 정직하셨기 때문에 낙방한 것입니다." P.58 <박문수의 변명>



"대체 뭐가 억울하냐? 양반이라고 사는 게 편안하냐? 과거 급제 못 하면 바보 신세고, 관리가 돼서도 툭하면 역모다 뭐다 걸려서 모가지가 달아날 걱정에 잠이나 편히 자겠느냐?" P.191 <나무꾼 시인>



"돈만 있으면 양반 신분을 사고팔 수 있는 세상이네. 부가 모든 것을 말하네. 부유한 상민은 가난한 양반을 집 없는 개처럼 하찮게 보네. 어떤 상민이 나 같은 걸 사위로 들이겠나? 양반이 조약돌처럼 널린 세상에." P. 207 <신부, 신랑을 구하다>













어떻게 옛날 청소년을 제대로 그릴 수 있겠어요. '타산지석 이야기'로 꾸미는 데 집중했습니다. 다만 교훈이 부족할 수 있어요. "교훈은 강아지에게나 갖다 줘!"라는 마음으로 썼어요. (중략)저는 그런 억지스러운 교훈으로부터 자유롭고 싶었습니다. 교훈보다는 그 인물의 사람다움을 나타내는 데 중점을 두었습니다. (중략) 판타지가 넘치는 세상입니다만, 이런 사개핍진한 이야기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P. 259 <작가의 말>




열두 편의 이야기마다 각각의 사람다움이 심겨 있었다.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쉽고 재밌게 읽을 수 있어서 '온 가족이 함께 읽는 이야기'시리즈로 채택된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자녀가 있다면 함께 읽고 이야기해 보면 참 좋을 것 같다. 나에게는 즐거운 일탈(?)이었던 『조선 청소년 이야기』를 꼭 한 번쯤은 읽어보길 권하고 싶다.







교유서가에서 책을 제공받아 자유롭게 작성하였습니다.



#조선청소년이야기 #김종광 #교유서가 #각색소설 #청소년소설 #교유당 #책추천 #온가족이함께읽는이야기



"혼을 다 바쳐 노래하기를 석 달이나 계속해온 끈기와 노력이 재능입니다." (중략) 그리고 저 아이는 그때까지 줄기차게 노래할 것이고 명창이 돼서도 더 좋은 노래를 부르기 위해서 피를 몇 번이고 더 쏟을 아이입니다. 노력을 타고난 아이죠. 노력보다 더한 재능이 어디 있겠습니다?" P. 95 <노래가 좋다> - P95

이러저러한 일로 미련하고 고약한 아이에서, 똑똑하고 착한 아이로 탈바꿈했다. 내가 바뀐 것이 아닐 것이다. 몇 살 더 먹은 것뿐이다. 진짜로 바뀐 것은 어른들의 눈이다. 어른들에게 도움 되고 돈도 되는 신기한 손재주와 영민한 지혜를 보여주자, 어른들이 나를 다른 눈으로 보게 된 것이다. P.173 <기술자 최천약> - P173

정말이지 첩이 되기 싫었다. 멀쩡하고 인물 좋은 총각의 첩이 되라고 해도 싫다고 할 판인데, 예순 살 홀아비의 첩이 되라니. P. 36 <내 인생은 내가 되찾겠다> - P36

대감과 혼례를 치른 지 일 년이 지났다. 이대로 소박데기로 살 수는 없다. 집에서는 구박받고 밖에서는 온갖 놈의 손가락질 받으며 살 수는 없다. 내 인생은 내가 되찾아야겠다. 모든 것을 걸고 떠나기로 했다. P.45 <내 인생은 내가 되찾겠다> - P45

"저들은 가짜입니다. 저들이 내 진짜 신랑을 광에 가두고 죽일 뻔했습니다. 내 진짜 신랑은 무사합니다. 어서 저자들을 붙잡아야 합니다." P. 222 <신부, 신랑을 구하다> - P222

"과거야말로 권모술수 판입니다. 진짜 제대로 된 선비는 단 한 명도 시험에 합격할 수 없어요. 형님이 세 번이나 낙방한 게 실력이 모자라서였습니까? 형님은 정직하셨기 때문에 낙방한 것입니다." P.58 <박문수의 변명> - P58

"대체 뭐가 억울하냐? 양반이라고 사는 게 편안하냐? 과거 급제 못 하면 바보 신세고, 관리가 돼서도 툭하면 역모다 뭐다 걸려서 모가지가 달아날 걱정에 잠이나 편히 자겠느냐?" P.191 <나무꾼 시인> - P191

"돈만 있으면 양반 신분을 사고팔 수 있는 세상이네. 부가 모든 것을 말하네. 부유한 상민은 가난한 양반을 집 없는 개처럼 하찮게 보네. 어떤 상민이 나 같은 걸 사위로 들이겠나? 양반이 조약돌처럼 널린 세상에." P. 207 <신부, 신랑을 구하다> - P207

어떻게 옛날 청소년을 제대로 그릴 수 있겠어요. ‘타산지석 이야기‘로 꾸미는 데 집중했습니다. 다만 교훈이 부족할 수 있어요. "교훈은 강아지에게나 갖다 줘!"라는 마음으로 썼어요. (중략)저는 그런 억지스러운 교훈으로부터 자유롭고 싶었습니다. 교훈보다는 그 인물의 사람다움을 나타내는 데 중점을 두었습니다. (중략) 판타지가 넘치는 세상입니다만, 이런 사개핍진한 이야기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P. 259 <작가의 말> - P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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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쓴다는 것 - 일상과 우주와 더불어
다니카와 슌타로 지음, 조영렬 옮김 / 교유서가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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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 오고 있음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5월이다.

이 계절의 문턱에서 60년간 시를 쓴 시인의 이야기를 읽을 수 있다니, 연둣빛 새싹 같은 어린아이가 되어 어르신 발치에 앉아 길고 긴 세월이 쌓아온 이야기를 듣는 기분이었다.




책 중간중간 삽입된 흑백의 사진 저편으로 맑은 오월의 하늘이 비치는 것 같았다. 시 한 구절을 읽고 창문으로 옅은 하늘을 봤다.






'아, 이것이 시구나.


    아, 이것이 시가 가진 정취.


         아, 이것이 내가 이 순간 누릴 수 있는 것.'










『시를 쓴다는 것』은 일본의 국민 시인 다니카와 슌타로의 에세이다.

일본 방송에서 〈100년 인터뷰, 시인 다니카와 슌타로〉라는 제목으로 2010년에 방영된 프로그램을 바탕으로 쓰인 책이다. 다니카와 슌타로의 시와 함께 시를 쓰는 것에 관한 인터뷰를 담았다.







책을 읽다 보면 시인이 가진 특유의 유쾌함과 연륜이 주는 즐거움이 있다.

78세(인터뷰 당시 나이)라는 연세만이 가질 수 있는 삶의 여유가 느껴진다. 본질을 꿰뚫는 통찰력과 사유가 엿보이는 대답을 읽고 있자니 내 팍팍한 삶에 자그마한 여유가 생기는 기분이다. 긴장이 풀리고 웃음이 나왔다.











시를 쓰는 것에 관해 시작한 이야기는 어느새 시인의 인생관에 닿는다. 언어라는 도구를 통해 즐거움과 웃음을 찾는 다니카와 슌타로의 삶의 자세를 마주할 수 있어 참 좋았다. <바카(바보)>라는 시는 얼핏 장난처럼 들리지만 언어가 주는 즐거움을 극대화한다. 듣자마자 웃을 수 있는 시라니 얼마나 좋은가. 나도 어린아이처럼 웃고 있었다.





뭔가 세상이 유쾌하다면 그것으로 좋아, 아름다우면 그것으로 좋다. 그런 유형이거든요. P. 36





제 안에 있는 언어가 매우 빈약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겁니다.(중략) 참으로 정신이 아득해질 만큼 풍부하고 거대한 세계지요. 거기에서 말을 길어올리면 되지 않을까, 그런 식으로 생각을 한 겁니다. (중략) 그것을 잘 조합해서 세공품을 만들 듯이 만든 겁니다. P.42







시를 짓는 사람을 나는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것일까 자문해 봤다.

시인은 글을 다듬고 고심하는 과정에서 모든 삶의 태도를 진지하게 대할 거라고 은연중에 고정관념을 갖고 있었나 보다. 언어를 아름답게 정제하고 언어가 가진 함축적이고 감성적인 면을 다루는 마법사이니 언어를 통해 세상을 보는 법도 다양할 것인데.









시인은 생계를 유지하는 도구로의 ’시‘는 굉장히 차갑고 이성적으로 대하고, 언어를 표현하는 도구로의 ‘시’는 가볍고 즐거운 것으로 대한다. 상호 간에 약속한 마감일이 있는 '일'이기 때문에 한 달 전에 글을 쓰고 계속해서 퇴고를 한다니, 이 얼마나 성실하고 안정적인 업무방식인가! 최근에 '미리 하는 안정감'을 맛본 나로서는 영감에 의존하지 않고 노력을 덧입히는 방식으로 일하는 시인의 모습에 감탄했다.




심지어 시를 만드는 '창작'이란 영역의 일임에도 불구하고 고객의 요청에 따라 맞춤형으로 시를 뽑아내는 놀라운 모습을 보여준다. 60년 전부터 말이다.






언어라는 게 모순을 싫어하지 않습니까. 하지만 현실은 모순되어 있지 않으면 현실이 아닌 거지요. P. 118




언어에 의지하는 것은, 어떻게 하더라도 인간의 현실을 놓칠 가능성이 있으니까, 늘 신경을 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언어에는 실체라는 것이 있다는 사실을 늘 의식하지 않으면, 왠지 언어가 겉돌아버린다. P. 119




제 생각에 우주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무의미한 것이었고, 거기에 인간이 언어를 통해 의미의 옷을 입혔다. 이런 식으로 말해도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P.112

















시대가 얼마나 살벌해지든, 어떠한 시대가 되든, 인간의 혼이 시정을 찾는 경향은 없어지지 않는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P. 151





시인의 유쾌함과 유연함이 좋다. 긍정적인 삶의 자세에서 나오는 밝은 에너지가 느껴진다.

변화를 받아들이는 것은 꽤 어려운 일이다. 특히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세상 사는 법을 터득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일수록 직접 겪은 인생의 교훈에 굉장한 믿음을 가지기 마련이다. 시인은 시와 이를 이루는 본질적인 언어가 지닌 시대적 변화를 인정하고 지지한다. 매체가 다양하게 변화함에 따라서 언어의 형태가 달라지고 소비자들의 요구가 달라지기 마련이다. 자신이 경험해온 것에만 한정 짓지 않고 더 넓게 보고 변화를 수용할 줄 아는 자세가 시인을 60년이 넘게 독자와 소통할 수 있게 해준 것 같다.




시인은 시를 낚는 앱도 만들고, 우편으로 시를 배달하는 등 새로운 도전을 계속해서 하고 있다. 시인에게 나이는 전혀 문제 될 게 없다. 그저 변화를 거부하지 않고 흐름에 몸을 맡기고 흐름을 이용해 더 멀리 나갈 수 있게 고심하는 사람인 것 같다.




이런 시인의 이야기를 들으니 내가 가진 생각의 틀을 바꿀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시라는 것은 내 안의 것을 표현하기 위한 도구다. 종이에 정형화된 ‘시’를 쓰는 시대가 있었을 뿐이다. 현재의 우리는 온라인에 글을 써서 나를 표현하고, 유행하는 밈을 빌려 공감대를 만들고, 앱과 우편으로 다니카와 슌타로의 시를 받아보는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라고.





시작품이 아니라 시정(poesie)이라 생각하면, 오히려 그런 것에 대한 욕구가 강해진 거 아닌가, 저에게는 그렇게 보이는 것이지요. (중략) 그런 게 제 눈에는 시정에 대한 일종의 갈증으로 보이는 겁니다. (중략) 시정이라는 면에서 생각하면 온갖 것에 시가 침투하고 있는 시대라고 생각할 수 있는 거지요. P. 150











이 책을 읽으면서 다니카와 슌타로는 파도를 타는 서퍼 같다고 생각했다. 변화의 흐름에 자신을 맡기고 그 흐름 속에 있어도 자신은 안전하다는 믿음이 있는 분이다.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나이를 먹어가는 자신의 모습을 사랑하고 받아들이는 여유. 『시를 쓴다는 것』의 마지막 쪽에 실린 <100년 뒤의 세상에 보내는 메시지>에도 100년 후 이 시를 읽을 독자의 행복을 묻는 마음이 따스하다. 네, 저는 당신의 시를 만나서 그리고 이 책을 읽어서 행복합니다.










교유서가에서 책을 제공받아 자유롭게 작성하였습니다.




#시를쓴다는것 #일상과우주와더불어 #다니카와슌타로 #교유서가 #조영렬옮김 #책추천 #시인에세이 #시인인터뷰 #교유당 #에세이



뭔가 세상이 유쾌하다면 그것으로 좋아, 아름다우면 그것으로 좋다. 그런 유형이거든요. P. 36 - P36

제 안에 있는 언어가 매우 빈약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겁니다.(중략) 참으로 정신이 아득해질 만큼 풍부하고 거대한 세계지요. 거기에서 말을 길어올리면 되지 않을까, 그런 식으로 생각을 한 겁니다. (중략) 그것을 잘 조합해서 세공품을 만들 듯이 만든 겁니다. P.42 - P42

언어라는 게 모순을 싫어하지 않습니까. 하지만 현실은 모순되어 있지 않으면 현실이 아닌 거지요. P. 118 - P118

언어에 의지하는 것은, 어떻게 하더라도 인간의 현실을 놓칠 가능성이 있으니까, 늘 신경을 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언어에는 실체라는 것이 있다는 사실을 늘 의식하지 않으면, 왠지 언어가 겉돌아버린다. P. 119 - P119

제 생각에 우주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무의미한 것이었고, 거기에 인간이 언어를 통해 의미의 옷을 입혔다. 이런 식으로 말해도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P.112 - P112

시대가 얼마나 살벌해지든, 어떠한 시대가 되든, 인간의 혼이 시정을 찾는 경향은 없어지지 않는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P. 151 - P151

시작품이 아니라 시정(poesie)이라 생각하면, 오히려 그런 것에 대한 욕구가 강해진 거 아닌가, 저에게는 그렇게 보이는 것이지요. (중략) 그런 게 제 눈에는 시정에 대한 일종의 갈증으로 보이는 겁니다. (중략) 시정이라는 면에서 생각하면 온갖 것에 시가 침투하고 있는 시대라고 생각할 수 있는 거지요. P. 150 - P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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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이 불안하다면 - 불안감을 추진력으로 바꾸는 가장 과학적인 방법
트레이시 데니스 티와리 지음, 양소하 옮김 / 와이즈베리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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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연히 갖고 있던 불안에 대한 인식을 바꿔준 흥미로운 책이다.





『불안이 불안하다면』의 저자는 심리학자이자 신경과학자이다. 100편이 넘는 논문을 발표하면서 불안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대처법을 알려주기 위해 이 책을 집필했다.



불안이 역사적으로 어떻게 인식되었고 어떻게 변화했는지 설명해 주고 저자의 일상적인 경험과 주변의 사례를 들어 우리가 불안을 어떻게 대하고 있고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 알려준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진 불안을 굉장히 부정적으로 인지하고 있었다.


전쟁으로 인한 정세도 불안했고 내 삶도 막연하게 두려웠으며 불안해서 책을 읽고 있음에도 과연 내가 잘 이해하고 있는 것인지도 불안했다.






이유 없이 만들어진 것은 없는데 왜 불안에도 기능이 있다는 생각을 못 했을까? 그래서 『불안이 불안하다면』을 읽어야 한다. 이 분야에서 권위 있는 저명한 박사님이 자세히 알려주시기 때문이다.









불안은 위험을 대비하기 위한 일종의 경고다.


불안의 원인을 찾아 해결할 수도 있고, 대응책을 마련하게 해주는 힘을 발휘하게 해주기도 한다. 이 사실을 알기만 해도 우리는 불안을 느낀 후 무엇을 할지 결정할 수 있다.














나를 가장 힘들게 하는 부분은 불안을 극복하기 위한 완벽주의 성향이다.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하고 예외적인 상황을 생각해 보면서 기력을 다 쓰는 것이다. 한정된 시간과 에너지를 한 가지에 다 쏟아붓기 때문에 일이 늘어날수록 감당하기 버거웠다.












아주 귀엽고 사랑스러운 이야기를 읽으면서 방향성을 정할 수 있었다.




아이들에게 좌절감을 주기 위해 3분 30초 동안 계속해서 완벽한 녹색 동그라미를 그리게 하는 과정이었다. 불안과 좌절감이 나를 집어삼키게 두지 않은 난다니가 사랑스러웠고 한편으로 부러웠다.




"엄마, 제가 엄마 연구를 돕고 있다는 건 알지만 이 동그라미도 충분히 완벽한 것 같아요. 예쁜 동그라미 같거든요. 바로 다음 과정으로 넘어갈 수 있을까요?" 연습 중인 나의 꼬마 완성 주의자였다. P.211






불안을 야기하는 완벽주의를 '완성 주의'로 바꾸어 생각해는 훈련이다. 세상에 완벽한 것은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사회적 잣대와 완벽주의가 나를 집어삼키게 내버려 두었다. 스스로에게 감옥을 선사한 것과 다름없었다. 나의 삶인데도 외부의 시선과 평가에 더 많이 더 자주 귀를 기울였다.










수십 년 동안의 연구는 불안을 지워버리는 가장 좋은 방법을 제시한다. 느긋한 마음으로 현재에 몰입하는 경험을 쌓아가는 것이다. P. 225










나만의 길, 나만의 삶, 나만의 방식을 '완성'하는 것을 목표로 삼자.


나의 현재는 어떤 길을 가고 있는가? 나의 현재는 무엇을 바라보고 있는가? 나의 현재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가?


불안을 건강한 추진력으로 바꿀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이다.









불안한 시대를 사는 우리가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우리가 불안을 느낀다'라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현대를 살아가면서 수많은 정보를 접하고 인터넷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그러나 우리 자신을 이해하는 데는 오히려 소홀했다. 이 책을 통해서 우리를 더 잘 이해하고 현재에 몰입하면서 불안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알아가는 기회를 가졌으면 한다.







와이즈베리에서 책을 제공받아 자유롭게 작성하였습니다.



#와이즈베리 #불안이불안하다면 #심리학도서 #심리학책 #불안감 #추진력 #트레이시데니스티와리 #인문학도서 #인문학



수십 년 동안의 연구는 불안을 지워버리는 가장 좋은 방법을 제시한다. 느긋한 마음으로 현재에 몰입하는 경험을 쌓아가는 것이다. P. 225 - P225

"엄마, 제가 엄마 연구를 돕고 있다는 건 알지만 이 동그라미도 충분히 완벽한 것 같아요. 예쁜 동그라미 같거든요. 바로 다음 과정으로 넘어갈 수 있을까요?" 연습 중인 나의 꼬마 완성 주의자였다. P.211 - P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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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자르 플랜츠 B.plants - 괴근식물부터 아가베, 박쥐란까지 희귀식물에 대한 모든 것
주부의벗사 엮음, 김슬기 옮김, 고바야시 히로시 외 감수 / 북폴리오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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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자르 플랜츠』는 주변에서 찾아보기 힘든 식물, 특히 아프리카 남부와 아메리카 일대, 동아시아 일부에 서식하는 식물에 관한 모든 것을 담은 책이다. 이 책은 일본 서적을 번역한 번역서다. '주부의벗사'라는 일본의 대표적인 실용 전문 출판사에서 출간한 책이고 재밌게도 김슬기 옮긴이도 취미로 20여 종의 괴근 식물을 기르고 있다고 하니 희귀 식물 식집사의 애정이 담겨 있을 거 같아 기대됐다.





Bizzare Plants 비자르 플랜츠

: 기이한, 특이한 뜻의 bizzare, 동아시아에서 보기 힘든 희귀식물이란 뜻








이 책에서는 관목계 괴근 식물, 파키포디움속, 아가베속, 박쥐란속 총 네 가지 희귀 식물을 소개한다. 독특하고 낯선 이름과 사진만 봐도 궁금함이 이루 말할 수 없이 가득했다. 마일로 작가님의 <크레이지 가드너>를 보고 식물 키우기에 관심이 생겨서 그런지 '희귀식물'이란 말에 귀가 쫑긋, 눈이 초롱초롱해져서 책을 펼쳤다.










'괴근 식물'이란 단어를 처음 보고는 괴상하게 생겨서 그런가 생각했다. 덩어리 괴塊에 뿌리 근根으로 척박한 땅에서 살아남기 위해 뿌리가 하나의 덩어리로 볼록하게 생긴 식물을 의미하는 것이다. 고구마, 무, 토란 등을 떠올리면 이해하기 쉽다. 책에서는 척박한 땅에서 살아남기 위해 줄기부터 뿌리까지 덩어리를 이루어 볼록하게 생긴 식물을 지칭한다. 마치 어린 왕자에 나오는 커다란 바오바브나무를 분재하여 작게 만들어 놓은 것 같았다.








『비자르 플랜츠』는 잡지같은 큼지막한 판형에 컬러 사진이 가득차 있다. 모두 새롭고 신기한 자태를 뽐내고 있어서 하나하나 들여다보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다. 네 가지 희귀 식물을 소개하면서 재배의 기본이 되는 정보를 자세히 설명한다. 종류별 소개는 물론이고 생장 사이클, 식재 및 루팅, 재배 장소와 더불어 재배 캘린더까지 알차게 들어있다. 분갈이 방법도 사진으로 상세하게 나와있어 쉽게 따라 할 수 있다.














나의 눈길을 사로잡은 건 희귀 식물 관련한 수준 높은 정보였다. 또한 희귀 식물을 무척이나 사랑하는 전문 업체가 일본에 꽤 많다는 것에 놀랐다.




관목계 괴근 식물을 중에는 미라의 어원이 되는 감람나무도 있었고, 유통되는 괴근 식물의 원산지인 마다가스카르 섬의 안타까운 실태에 관한 글도 있었다.




파키포디움속의 접목 기술도 생소하고 신기했다. 원래 사는 생태계를 벗어나면 살아남기 힘들기 때문에 튼튼한 뿌리를 가진 쪽에 위쪽에 상대적으로 연약한 쪽은 붙여 키우는 것이다. 섬세한 작업이라 주의해야 할 점이 많지만 성공하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새로운 식물이 탄생하는 놀라운 순간을 경험할 수 있다.





아가베속은 얼핏 보면 다양한 알로에 같았다. 놀라운 건 말라죽은 거 같은 개체의 안을 들여다보면 새싹이 숨어 있기도 한단다. 놀라운 생명력을 가진 식물로 아메리카 대륙에 서식하고 이들 중 한 종류로 멕시코에서 테킬라를 만든다.




박쥐란속은 나무줄기나 가지에 착생하는 양치류 식물로 자연에 식생 하는 모습을 보면 영화 <아바타>의 한 장면을 연상시킨다. 나뭇가지나 판자에 이끼와 함께 고정시킨 작품 같은 화분을 보면 하나의 예술작품 같기도 하다.









"여기까지 오는 여정이 특별한 시간을 만드는 거예요. "

'왜 이런 데 가게를 열었지?'라고 생각할 만한 곳에 매장을 내서 그 격차를 즐기고 싶다고 말이다. (중략) 현실과 비현실이 공존하는 공간이다. "이 격차가 크면 클수록 인간은 그것을 초월했을 때 감도가 올라갑니다." 

P.87 쿠사무라 도쿄 인터뷰 중에서





『비자르 플랜츠』의 마지막엔 3장에 걸쳐서 희귀식물을 파는 일본 상점을 소개한다. 알파벳 A-Z까지 총 24개의 업체가 나온다. 수입도 힘들고 관리도 어려운 희귀식물에 빠져 업으로 삼는 사람들을 보면 참 신기하기도 하고 대단하기도 하다. 또한 굉장한 열정과 사랑이 느껴지기도 하다. 우리나라도 취미생활 분야에서는 일본을 많이 뒤쫓고 있기에 좀 더 전문성을 가진 덕후들이 좁고 깊이 있는 상점을 열거라 기대해 본다.





다양한 취미 생활을 발전시키는데 코로나 시대가 한몫했다고 생각한다. 더 깊은 취미의 길로 들어서려면 많은 정보가 필요한데 식물계에도 이렇게 특이한 분야가 있는지 『비자르 플랜츠』를 보고서야 알게 됐다. 희귀 식물을 키우는 는 혹은 관심있는 식집사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거 같다.







북폴리오에서 책을 제공받아 자유롭게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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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 오는 여정이 특별한 시간을 만드는 거예요. "

‘왜 이런 데 가게를 열었지?‘라고 생각할 만한 곳에 매장을 내서 그 격차를 즐기고 싶다고 말이다. (중략) 현실과 비현실이 공존하는 공간이다. "이 격차가 크면 클수록 인간은 그것을 초월했을 때 감도가 올라갑니다."

P.87 쿠사무라 도쿄 인터뷰 중에서 - P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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