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칠리아는 눈물을 믿지 않는다 여행자를 위한 인문학
김상근 지음, 김도근 사진 / 시공사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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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고 시칠리아를 향한 내 애정이 더욱 깊어졌다. 연민이기보다는 뭐랄까, 속속들이 알게 되어 깊이감 있는 애정이 생겼다고나 할까. 겉모습을 보고 사랑에 빠졌는데 내면을 알고 나니 더욱더 사랑스러운 곳. 긴 세월 속 간직한 아픔까지 알고 나니 평면적인 애정의 빛이 공간감 있게 입체적으로 쏟아져 내리게 됐다.






찬바람이 몹시 불던 날 북 콘서트 <삶이 축제가 된다면!>에서 김상근 교수님을 만나 뵈니 무척 설렜다. 시칠리아로 다음 책을 집필하러 가신다길래 마음은 이미 교수님 가방에 들어가 아름다운 삼각형의 섬으로 떠나고 싶었다.




『시칠리아는 눈물을 믿지 않는다』를 기다린 이유는 시칠리아를 무척이나 사랑한 것도 있지만, 김상근 교수님이 가진 인문학적 통찰력이 매우 기대됐다. 김상근 교수님은 신학을 전공하고 신학을 가르치는 대학교수이면서 이탈리아 역사 문화를 굉장히 사랑한다. 교수님은 신학뿐만 아니라 마키아벨리를 비롯해 카라바조 등 이탈리아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굵직한 인물에 관한 책을 썼다. 또한 여행자를 위한 인문학 시리즈로 로마, 베니스, 피렌체에 대한 책을 집필했고 『시칠리아는 눈물을 믿지 않는다』가 그 네 번 여정이다.








이 책은 서문부터 서글프다. 2,800년 동안 시칠리아는 자주적인 국가를 운영할 수 없었다. 수많은 외부 침입을 받고 식민 지배를 받았다. 시칠리아를 거쳐간 14개의 민족, 왕족, 국가를 여행자로 칭하며 아픈 역사를 하나 둘 풀어나간다. 책을 다 읽고 나면 가장 먼저 착잡함이 밀려온다. 침략의 아픔, 변방의 슬픔, 살아남으려는 몸부림. 그러면서 자연스레 우리가 가진 '한의 정서'에 맞닿아 있다고 느꼈다. 외부와 내부의 수탈로 한을 품고 살았지만 그래도 자신의 고국을 사랑하는 마음이 어딘가 닮아 있는 것 같다.




『시칠리아는 눈물을 믿지 않는다』의 묘미는 시칠리아를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그물망 같은 짜임이다. 책의 구성은 시간 순이지만, 각각의 시기마다 시칠리아가 가진 의미가 다르다. 시칠리아를 다스린 참주와 군주의 인식, 일반 농노의 바람, 주변 강대국의 변화와 국제 정세까지 덧붙인 덕분이다. 저자의 해박한 지식을 통해 시칠리아의 역사와 문학을 아울러 입체적인 관점을 엿볼 수 있다. 가장 재밌게 읽었었던 부분은 신약성경에 기록된 시라쿠사와 시칠리아에 있는 카라바조의 작품, 마피아의 생기게 된 배경을 추측해 보는 거였다. 성경에 기록된 시칠리아 지명을 쉽게 알 수 없었던 건 Syracuse(시라쿠스)를 '수라구사'라고 번역해놨기 때문이었다. 카라바조의 작품 중에 시라쿠사 오르티지아에 있는 <산타 루치아의 매장>을 못 보고 온 게 내 수많은 아쉬움 중에 하나이다.








그리스의 흔적을 찾으러, 아름다운 휴양지의 기대하며 찾아간 시칠리아에서 실망스러운 모습을 발견했다는 이야기는 이제 익숙하다. 아름다운 명성에 비해 낙후된 도시, 중앙 도로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페인트칠이 벗겨진 벽에 아무렇게나 써진 그레피티가 가득하고 그늘진 골목에서는 오래된 쿰쿰한 냄새가 난다. 잘 보존된 고도시를 기대한 여행자들은 실망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러나 시칠리아를 가봐야 하는 이유는 시칠리아만의 정체성이 있기 때문이다. 뉴욕을 멜팅 팟 (Melting Pot)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전 세계의 다양한 사람들이 몰려와 부대끼고 어울리며 살아가기 때문이다. 뉴욕이 근현대 200여 년의 멜팅 팟이라면 시칠리아는 2800여 년의 세월이 만들어낸 멜팅 팟이라고 할 수 있다. 긴 세월 동안 거처 간 지배자의 언어와 문화에 전적으로 동화되지 않고 시칠리아만의 정체성으로 만들어냈다. 빨강, 노랑, 파랑의 화려한 채색도 이탈리아 남부 지역에 비해 시칠리아의 채색은 좀 더 선명하고 경쾌하다. 스페인에서 온 인형극도 시칠리아에서는 오페라 데이 푸피(Opera dei Pupi)라고 불리며 유네스코 무형문화재로 등재됐다. 화려하게 채색된 마차(카레토 Caretto)에서 상영되기도 하고 마차에는 시칠리아의 기사단이 저마다의 이야기를 품고 있다.




기원전 그리스식 유적부터 마피아 소탕작전을 펼치다 안타까운 죽임을 당한 팔코네-보르셀리노의 그레피티까지 모든 게 공존하는 곳이 시칠리아다. 그리스 신화를 품은 에트나 화산 자락에 현대적 와이너리가 자리 잡고 있고, 이집트의 오벨리스크를 등에 얹은 코끼리가 카타니아 도시 한복판에 자리 잡고 있으며 조금만 외곽으로 나가면 반도체 공장이 돌아가고 있기도 하다.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고 북유럽과 아프리카, 중동까지 여러 문화 뒤섞여 눈부신 지중해의 햇살을 받아 제각각의 색깔을 뽐내며 반짝거린다.







아마 김상근 교수님도 이런 끈질긴 생명력을 품고 있는 시칠리아의 매력에 이끌려 『시칠리아는 눈물을 믿지 않는다』를 쓰신 것 같다. 아픈 역사를 품고 있지만 그래서 더욱더 찬란한 빛을 발할 수 있는 시칠리아는 묘한 매력을 지니고 있다. 역사를 좋아하는 많은 독자들이 숨은 보석 시칠리아의 진가를 알기를 바라면서 『시칠리아는 눈물을 믿지 않는다』를 추천해 본다.







#문장수집




한편 마키아벨리는 <군주론>에서 피로스가 이탈리아 남부와 시칠리아 원정에 실패한 이유를 특별한 관점에서 분석하고 있다. 피로스의 개인적 역량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단지 이탈리아 남부와 시칠리아의 정치 체제가 '1인 통치'가 아닌 여러 세력이 존재하는 '다원화된 사회'였기 대문이라는 것이다. P. 109




키케로는 시칠리아를 "로마 공화국의 곡물 창고이며, 로마인을 위한 유모와 같은 땅"이라고 묘사했다. 키케로가 사용해서 유명해진 이 표현은 시칠리아에 대한 찬사처럼 들리지만, 로마의 수탈을 정당화하는 의미도 포함되어 있다. P.134




지중해 동쪽의 팔레스타인 지역에서 태동했던 유대인의 종교가 제국의 수도 로마로 전해지는 과정에서 시칠리아는 다시 중간 교두보 역할을 했다. 이 역사적 과정은 <사도행전>의 마지막 28장에 간략하게 기록되어 있다. P. 151




중세 시칠리아에서 펼쳐졌던 사라센 문명에 대해서는 거의 알려진 것이 없다. 시칠리아가 중세 유럽의 관심권 밖으로 밀려났기 때문이다. 그러나 170년 동안 펼쳐진 사라센의 시칠리아 통치(902~1072)는 기존의 그리스, 로마, 비잔틴 문명의 진수를 수용하고 발전시킨 사라센의 특별한 감수성으로 인해, 다른 어떤 곳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이슬람 문명을 탄생시켰다. P. 166




사라센 문명은 시칠리아 문화의 한 지층을 이루면서 고유의 DNA로 정착되었다. 시칠리아에서 사라센 문화는 사라진 게 아니라 잠복했을 뿐이다. (중략) 팔레르모 대성당 입구 기둥에 코란의 구절이 새겨져 있는 것이나, 노르만 왕궁의 왕실 성당 천장에 모스크에서 볼 수 있는 벌집 모양의 장식이 남아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P.173




사라센이 사탕수수를 처음 들여왔기 때문에 시칠리아의 대표 후식인 칸놀리가 만들어졌다. 칸놀리에 고명처럼 올려 먹는 아몬드나 피스타치오를 처음 소개한 것도 사라센이었다. 처음으로 쌀을 들여왔던 사라센 덕분에 시칠리아를 대표하는 요리 아란치니도 만들어졌다. P. 175




시칠리아에서 사라센을 몰아냈던 노르만의 정복 과정은 특유의 인형극으로 발전되어 지금까지 전해진다. 시칠리아에서 상연되는 인형극은 당나귀가 끌고 다니는 화려하게 채색된 마차 위에서 펼쳐진다. P. 195




비록 대관식 당일 착용하지는 않았지만, 로저 2 세가 공식 행사에서 착용했던 왕의 가운은 시칠리아의 문화적 개방성과 이를 통제하는 노르만 정복자의 의도가 동시에 드러나 있다. 동로마 제국에서 수입된 붉은 비단에 아라비아 걸프만에서 채집한 최고급 진주로 장식된 가운의 하단에는 아라비아어로 된 문장이 새겨져 있었다. 낙타를 제압하는 2마리의 사자 문양은 시칠리아의 다양한 문화를 힘으로 장악한 로저 2세의 위상을 잘 보여주고 있다. P. 202




팔레르모 왕궁 성당은 로저 2세 시대의 문화 융합 현상을 압축적으로 설명해 주는 공간이다. 현존하는 중세 이슬람 양식의 건물 중 가장 섬세한 것으로 정평이 나 있는 천장 장식은 '밤하늘의 별처럼 빛나는' 무카르나스로 덮여 있어 장관을 이룬다. (중략) 스페인 그라나다의 알람브라 궁전에서 잘 볼 수 있는 무카르나스 장식은 이슬람 문화가 시칠리아까지 깊게 파고들었음을 보여주는 증거다. P. 208




화려한 표범 장식은 진귀한 동물의 상징인데, 이는 왕의 고귀함을 의미한다. P. 209





로저 2세는 생애 마지막 14년 동안 과학과 수학, 지리학에 대한 관심을 확장했고 많은 종이책을 발간해서 연구 결과를 보존했다. 그의 통치기에 제작된 문헌 중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아랍의 지리학자 이드리시(1100~1165년)가 1154년 팔레르모에서 제작한 <로저의 책>이다. P. 215




항저우의 유리그릇과 광저우의 비단뿐만 아니라 섬으로 그려진 신라의 모습도 묘사해, 한반도를 방문했던 아랍 상인들의 기록이 처음으로 보존되어 있다. P.217




몬레알레 대성당은 시칠리아의 숨겨진 보물이다. 전형적인 노르만 양식의 성당 외곽은 투박한 성채처럼 보이지만, 성당 내부로 들어가면 아름다운 별천지가 펼쳐진다. (중략) 약 6,500제곱미터에 달하는 엄청난 규모의 모자이크 화가 보는 사람들의 탄성을 자아내게 만든다. P. 223




공포에 질린 카롤리나 왕비는 남편과 함께 나폴리에서 시칠리아로 도주하게 되는데, 여기서 시칠리아의 유명한 포도주 브랜드인 돈나푸가타 Donnafugata 가 탄생하게 된다. 즉 '도망간 여인'은 나폴레옹 군대의 침공을 받고 나폴리에서 시칠리아로 도피해야만 했던 왕비 마리아 카롤리나를 지칭한다. P. 297



결국 교황청의 결정에 따라 시칠리아 왕위는 윌리엄 2세의 사촌인 레체의 탄크레디 Tancredi of Lecce (1138~1194년)에게 넘어갔다. P. 229


아들 만프레디의 평가대로 타고난 지능과 지칠 줄 모르는 호기심을 가졌던 프리드리히 2세는 비록 혈혈단신 고아로 성장했지만 시칠리아와 남부 이탈리아, 그리고 신성 로마 제국과 예루살렘을 통치했던 중세의 계몽 군주였다. 그는 '법에 의한 통치'라는 개념을 최초로 실천에 옮긴 근대의 선구자였다. (중략) 프리드리히 2세가 평생 교황청과 대립했기 때문에, 이탈리아 문학은 그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를 남기기도 했다. 단테는 <신곡> '지옥' 편에서 에피쿠로스 철학을 신봉하는 이교도의 지옥 형벌을 받은 자 중에 프리드리히 2세를 등장시키고, '천국' 편 제19곡에서 "그리스도를 믿지만, 위선적인 나쁜 군주"의 사례로 프리드리히 2세를 언급하고 있다. P. 244




18세기 후반의 시칠리아 역사는 특별히 기록할 것이 없을 정도다. 아무런 사건이 발생하지 않았다는 것은 이미 희망이 사라졌기 때문이었다. 힘 있는 자들만 사적인 권력을 휘둘렀고, 나머지 사람들은 그저 그들에게 굴종하며 숨죽이는 삶을 살아가야 했으니, 시칠리아는 가히 무법천지였다. P. 288




시칠리아 주민들의 미국 이민은 1880년대부터 시작되었다. (중략) 1930년까지 이탈리아를 떠난 이민자 450만 명 중 4분의 1이 시칠리아 출신이었다. P. 325




1943년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고 미국과 영국이 이끄는 연합군이 시칠리아에 상륙했을 때, 놀랍게도 그 선두에는 시칠리아 출신 마피아들이 서 있었다. P. 328




마시모 극장에서 상연된 작품은 소설가로 유명한 조반니 베르가(1840~1921년)의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 즉 <시골의 기사>란 오페라였다. 이 작품 역시 시칠리아를 배경으로 한다. (중략) <대부> 3편의 마지막 마시모 극장 계단 장면에서 사용된 음악이 바로 이 오페라의 간주곡이다. P. 356




뉴욕에서는 리틀 이탈리아, 시카고에서는 리틀 시칠리아, 뉴올리언스 주에서는 리틀 팔레르모 타운이 형성되었다. 당연히 이탈리아 식당들이 속속 문을 열었고, 피자와 파스타가 세계적인 음식으로 성장하는 계기가 되었다. P. 325




이 책은 '공포에 질린 섬의 심리 상태'를 정확하게 보여준 그 사진의 주인공에게 바친다. 당신의 모습에서 공포 속에서도 꿋꿋하게 살아가는 한 인간의 진정한 용기를 보았다고 말해주고 싶다. (중략) 또 눈물은 믿지 않아도 되는 것이라고 말해주고 싶다. P.364






시공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자유롭게 작성하였습니다.



#시칠리아는눈물을믿지않는다 #여행자를위한인문학 #김상근 #시공사 #나의로망로마 #삶이축제가된다면 #붉은백합의도시피렌체 #시칠리아 #시칠리아기행 #김상근교수

한편 마키아벨리는 <군주론>에서 피로스가 이탈리아 남부와 시칠리아 원정에 실패한 이유를 특별한 관점에서 분석하고 있다. 피로스의 개인적 역량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단지 이탈리아 남부와 시칠리아의 정치 체제가 ‘1인 통치‘가 아닌 여러 세력이 존재하는 ‘다원화된 사회‘였기 대문이라는 것이다. P. 109 - P109

키케로는 시칠리아를 "로마 공화국의 곡물 창고이며, 로마인을 위한 유모와 같은 땅"이라고 묘사했다. 키케로가 사용해서 유명해진 이 표현은 시칠리아에 대한 찬사처럼 들리지만, 로마의 수탈을 정당화하는 의미도 포함되어 있다. P.134 - P134

지중해 동쪽의 팔레스타인 지역에서 태동했던 유대인의 종교가 제국의 수도 로마로 전해지는 과정에서 시칠리아는 다시 중간 교두보 역할을 했다. 이 역사적 과정은 <사도행전>의 마지막 28장에 간략하게 기록되어 있다. P. 151 - P151

중세 시칠리아에서 펼쳐졌던 사라센 문명에 대해서는 거의 알려진 것이 없다. 시칠리아가 중세 유럽의 관심권 밖으로 밀려났기 때문이다. 그러나 170년 동안 펼쳐진 사라센의 시칠리아 통치(902~1072)는 기존의 그리스, 로마, 비잔틴 문명의 진수를 수용하고 발전시킨 사라센의 특별한 감수성으로 인해, 다른 어떤 곳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이슬람 문명을 탄생시켰다. P. 166 - P166

사라센 문명은 시칠리아 문화의 한 지층을 이루면서 고유의 DNA로 정착되었다. 시칠리아에서 사라센 문화는 사라진 게 아니라 잠복했을 뿐이다. (중략) 팔레르모 대성당 입구 기둥에 코란의 구절이 새겨져 있는 것이나, 노르만 왕궁의 왕실 성당 천장에 모스크에서 볼 수 있는 벌집 모양의 장식이 남아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P.173

- P173

사라센이 사탕수수를 처음 들여왔기 때문에 시칠리아의 대표 후식인 칸놀리가 만들어졌다. 칸놀리에 고명처럼 올려 먹는 아몬드나 피스타치오를 처음 소개한 것도 사라센이었다. 처음으로 쌀을 들여왔던 사라센 덕분에 시칠리아를 대표하는 요리 아란치니도 만들어졌다. P. 1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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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칠리아에서 사라센을 몰아냈던 노르만의 정복 과정은 특유의 인형극으로 발전되어 지금까지 전해진다. 시칠리아에서 상연되는 인형극은 당나귀가 끌고 다니는 화려하게 채색된 마차 위에서 펼쳐진다. P. 195 - P195

비록 대관식 당일 착용하지는 않았지만, 로저 2 세가 공식 행사에서 착용했던 왕의 가운은 시칠리아의 문화적 개방성과 이를 통제하는 노르만 정복자의 의도가 동시에 드러나 있다. 동로마 제국에서 수입된 붉은 비단에 아라비아 걸프만에서 채집한 최고급 진주로 장식된 가운의 하단에는 아라비아어로 된 문장이 새겨져 있었다. 낙타를 제압하는 2마리의 사자 문양은 시칠리아의 다양한 문화를 힘으로 장악한 로저 2세의 위상을 잘 보여주고 있다. P. 202 - P202

팔레르모 왕궁 성당은 로저 2세 시대의 문화 융합 현상을 압축적으로 설명해 주는 공간이다. 현존하는 중세 이슬람 양식의 건물 중 가장 섬세한 것으로 정평이 나 있는 천장 장식은 ‘밤하늘의 별처럼 빛나는‘ 무카르나스로 덮여 있어 장관을 이룬다. (중략) 스페인 그라나다의 알람브라 궁전에서 잘 볼 수 있는 무카르나스 장식은 이슬람 문화가 시칠리아까지 깊게 파고들었음을 보여주는 증거다. P. 208 - P208

화려한 표범 장식은 진귀한 동물의 상징인데, 이는 왕의 고귀함을 의미한다. P. 209 - P209

로저 2세는 생애 마지막 14년 동안 과학과 수학, 지리학에 대한 관심을 확장했고 많은 종이책을 발간해서 연구 결과를 보존했다. 그의 통치기에 제작된 문헌 중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아랍의 지리학자 이드리시(1100~1165년)가 1154년 팔레르모에서 제작한 <로저의 책>이다. P. 215 - P215

항저우의 유리그릇과 광저우의 비단뿐만 아니라 섬으로 그려진 신라의 모습도 묘사해, 한반도를 방문했던 아랍 상인들의 기록이 처음으로 보존되어 있다. P.217 - P217

몬레알레 대성당은 시칠리아의 숨겨진 보물이다. 전형적인 노르만 양식의 성당 외곽은 투박한 성채처럼 보이지만, 성당 내부로 들어가면 아름다운 별천지가 펼쳐진다. (중략) 약 6,500제곱미터에 달하는 엄청난 규모의 모자이크 화가 보는 사람들의 탄성을 자아내게 만든다. P. 223 - P223

공포에 질린 카롤리나 왕비는 남편과 함께 나폴리에서 시칠리아로 도주하게 되는데, 여기서 시칠리아의 유명한 포도주 브랜드인 돈나푸가타 Donnafugata 가 탄생하게 된다. 즉 ‘도망간 여인‘은 나폴레옹 군대의 침공을 받고 나폴리에서 시칠리아로 도피해야만 했던 왕비 마리아 카롤리나를 지칭한다. P. 297 - P297

결국 교황청의 결정에 따라 시칠리아 왕위는 윌리엄 2세의 사촌인 레체의 탄크레디 Tancredi of Lecce (1138~1194년)에게 넘어갔다. P. 229 - P229

아들 만프레디의 평가대로 타고난 지능과 지칠 줄 모르는 호기심을 가졌던 프리드리히 2세는 비록 혈혈단신 고아로 성장했지만 시칠리아와 남부 이탈리아, 그리고 신성 로마 제국과 예루살렘을 통치했던 중세의 계몽 군주였다. 그는 ‘법에 의한 통치‘라는 개념을 최초로 실천에 옮긴 근대의 선구자였다. (중략) 프리드리히 2세가 평생 교황청과 대립했기 때문에, 이탈리아 문학은 그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를 남기기도 했다. 단테는 <신곡> ‘지옥‘ 편에서 에피쿠로스 철학을 신봉하는 이교도의 지옥 형벌을 받은 자 중에 프리드리히 2세를 등장시키고, ‘천국‘ 편 제19곡에서 "그리스도를 믿지만, 위선적인 나쁜 군주"의 사례로 프리드리히 2세를 언급하고 있다. P. 244 - P244

18세기 후반의 시칠리아 역사는 특별히 기록할 것이 없을 정도다. 아무런 사건이 발생하지 않았다는 것은 이미 희망이 사라졌기 때문이었다. 힘 있는 자들만 사적인 권력을 휘둘렀고, 나머지 사람들은 그저 그들에게 굴종하며 숨죽이는 삶을 살아가야 했으니, 시칠리아는 가히 무법천지였다. P. 288 - P288

시칠리아 주민들의 미국 이민은 1880년대부터 시작되었다. (중략) 1930년까지 이탈리아를 떠난 이민자 450만 명 중 4분의 1이 시칠리아 출신이었다. P. 325 - P325

1943년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고 미국과 영국이 이끄는 연합군이 시칠리아에 상륙했을 때, 놀랍게도 그 선두에는 시칠리아 출신 마피아들이 서 있었다. P. 328 - P328

마시모 극장에서 상연된 작품은 소설가로 유명한 조반니 베르가(1840~1921년)의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 즉 <시골의 기사>란 오페라였다. 이 작품 역시 시칠리아를 배경으로 한다. (중략) <대부> 3편의 마지막 마시모 극장 계단 장면에서 사용된 음악이 바로 이 오페라의 간주곡이다. P. 356 - P356

뉴욕에서는 리틀 이탈리아, 시카고에서는 리틀 시칠리아, 뉴올리언스 주에서는 리틀 팔레르모 타운이 형성되었다. 당연히 이탈리아 식당들이 속속 문을 열었고, 피자와 파스타가 세계적인 음식으로 성장하는 계기가 되었다. P. 325

- P325

이 책은 ‘공포에 질린 섬의 심리 상태‘를 정확하게 보여준 그 사진의 주인공에게 바친다. 당신의 모습에서 공포 속에서도 꿋꿋하게 살아가는 한 인간의 진정한 용기를 보았다고 말해주고 싶다. (중략) 또 눈물은 믿지 않아도 되는 것이라고 말해주고 싶다. P.364 - P3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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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라테이아 - 매들린 밀러 짧은 소설
매들린 밀러 지음, 이은선 옮김 / 새의노래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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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이 책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단 95쪽 밖에 안되는 짧은 소설이란 것이다.

1시간 남짓 한 시간에 느끼는 전율이 길고 긴 여운을 남길 것이라고 장담한다.





매들린 밀러의 짧은 소설 『갈라테이아』가 출간됐다. 2013년 미국에서 전자책으로 출간된 이후 약 10년 만에 드디어 한국어로 만날 수 있게 됐다. 고전 연구자의 정체성을 갖고 수많은 독자의 요청에도 아주 느린 집필을 고집하는 작가. 신화 속 이름조차 없는 인물에 주목한 작가는 자기 전 번개처럼 스친 생각을 글로 담았다고 한다. 게다가 앞서 <아킬레우스의 노래>와 <키르케>를 번역한 이은선 번역가가 맡아 작업했기에 매들린 밀러의 문체와 흐름을 이했을 것이라 한껏 부푼 기대감을 충족시키기에 더할 나위 없다.





우리가 이 책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단 95쪽 밖에 안되는 짧은 소설이란 것에 있다.

피그말리온이 만든 조각상으로 이름조차 없는 이 인물에게 매들린 밀러가 어떤 이야기를 담았는지 반드시 읽어봐야 한다. 1시간 남짓 한 시간에 느끼는 전율이 길고 긴 여운을 남길 것이라고 장담한다.





신화가 가진 대중성과 보편성 덕분에 독자는 갈라테이아의 삶을 상상할 수 있다. 또한 여성이라면 삶으로 체득한 두려움과 공포를 알기에 갈라테이아가 느끼는 감정을 더욱더 공감하게 한다. 그렇기에 독자는 비록 100쪽 남짓의 소설에서 수많은 것을 이해하고 상상할 수 있다.









매들린 밀러는 『갈라테이아』의 여러 이야기 중 사람이 된 이후 결혼 생활을 택했다.


피그말리온이란 이름은 이 소설에 등장하지 않는다. 단지 남편 혹은 그라고 불리는 갈라테이아의 소유주이자 창조주가 있다. 신의 축복으로 너무나도 사랑한 조각상이 사람이 되어 자신의 아내가 되지만, 결국 '물건'에서 온 사람은 진짜 '사람'으로 취급받지 못한다.





갈라테이아는 자신이 석상이었던 것을 알고 있다. 다른 사람들이 이해할 수 없는, 아니 이해하려고도 하지 않는 갈라테이아의 과거는 허공의 메아리처럼 내릴 곳을 찾지 못하고 공중에 흩어진다. 간호사에게도 의사에게도 남편에게도 그들이 원하는 말을 해주고 모습만을 보여줘야 받아들인다. 이 부분에서 굉장한 좌절감을 느껴다. 자신의 의지가 아닌 타자(남편인 피그말리온)에 의해 생명을 부여받았으나 갈라테이아의 삶의 의미와 목적은 어디에 있는가.




살기 위해 본능적으로 ‘다름’을 감추어야 한다. 상앗빛 피부, 황금 신발, 숨도 차지 않고 계절의 변화도 느낄 수 없는 갈라테이아에게는 자신을 있는 그대로 보일 수 없는 긴장된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다른 이들의 시선을 의식하며 살아야 하는 불편한 시간을 강제로 살아야 한다.







고통으로 점철된 삶은 갈라테이아에게 무엇을 주었을까. 피그말리온 신화는 철저히 피그말리온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자신의 조각상을 너무나도 사랑해서 여신이 그의 소원을 들어주었다. 갈라테이아의 의지와 행복은 어디에도 없다. 단지 아름다운 존재는 사랑받을 것이고 그 사랑으로 행복할 것이라는 어떠한 논리와 근거도 없는 생각이 우리를 지배했음을 깨닫게 될 뿐이다.




『갈라테이아』가 주는 이야기의 핵심은 여기에 있는 것 같다. 여성을 객관화 시키는 것은 ‘존중받는 인격체’가 될 수 없다. 남편(피그말리온)의 관심은 온통 자신과 시각적인 아름다움에만 있다. 자신이 얼마나 조각상에 공을 들였는지, 조각상은 그저 자신에게만 아름다워야 하고 기쁨을 줘야 한다.




딱 한 군데 힘든 부위가 있다면 손가락이다. 남편은 게으른 여느 조각가들의 작품과 다르게 뻣뻣하거나 축 늘어지지 않은 진짜 손가락처럼 보이게 하려고 1년이나 공을 들였다고 입버릇처럼 말한다. P. 14




그가 손으로 뭔가를 가리키며 얼굴을 찡그렸다. “저게 뭐지?” 나는 내 배를 내려다보았다. 희미한 은색 실금이 햇빛을 받아 반짝거렸다. (중략) “당신이 돌이라면 깎아서 없애버릴 텐데.” P. 25









갈라테이아는 이 길고 긴 고통을 끝내기 위해 결단을 내린다.

우리 중 일부는 같은 결정을 내리기도 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이것만이 답이 아니란 것을 안다. 지난한 싸움을 견뎌오면서 수많은 시도와 도전이 있었고, 결국 젖은 낙엽처럼 살아남는 것이 승리가 됨을 우리는 알게 됐다.




키르케가 길고 긴 세월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견뎌온 것처럼 지금의 우리도 지금을 견디길 바란다. 작가의 결말 뒤에 나는 한 가지 이야기를 덧붙이는 상상을 했다. 갈라테이아가 물 위로 떠올라 파포스에게도 돌아가는 것을, 자신의 삶을 살아가 보는 기회를 얻는 상상을. 자기 안에 미처 발견하지 못한 강인한 면을 마주하는 엄청난 모험을 했다고 그래서 자신을 굳게 믿는 법을 배웠다고 그렇게 상상해 본다.





매들린 밀러는 현대의 신화를 창조하고 있다. 호메로스도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를 적어 내리며 이런 희열을 느꼈을까. 많은 독자가 삶의 주체가 되고, 내면의 강함을 이끌어 내는 갈라테이아를 만나보면 좋겠다. 그리고 잠시 생각하는 시간을 가지면 좋겠다. 이 이야기에 이면에 있는 수많은 신화와 통념을 찬찬히 훑어보는 시간을 가지면 좋겠다. 여러 감정이 솟는 부분에서 자신만의 이유를 발견하면 좋겠다. 이야기 안에서 유영하며 즐거운 시간을 갖는 고분고분하지 않은 여성 독자가 되길 바라면서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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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한 군데 힘든 부위가 있다면 손가락이다. (중략) 그러니까 나는 남편이 좋아하는 스타일로 손을 유지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모든 게 물거품이 된다. P. 14





나는 돌이었고 여신이 내게 숨결을 불어넣었지만 임신은 현실 자체였다. P. 26




나는 두 손으로 몸을 가리고 어린애처럼 나지막이 끙끙거렸다. 얼굴아, 빨개져라. 빨개져라. 나는 기도했다. 빨개지지 않으면 저이가 나를 죽일 거야. P.33




파도가 우리 입을 향해 출렁거렸다. 바로 지금이에요, 제 소원을 들어주세요. 나는 기도했다. P. 45




피그말리온의 해피엔딩은 몇 가지 혐오스러운 사실을 받아들인 다음에라야 해피엔딩이라는 평가를 내릴 수 있다. 착한 여자는 남자를 만족시키는 것 말고는 존재 이유가 전혀 없다는 발상, 여성의 성적 순결에 대한 집착, ‘새하얀’ 상앗빛 피부가 완벽하다는 통념, 여성의 현실보다 우선시되는 남성의 환상. 오비디우스의 변신 이야기에서 갈라테이아에게 할애된 대사는 없다. 심지어 이름도 부여되지 않고 그냥 ‘여자’라고 불린다. P. 53 l 한국 독자들에게 - 매들린 밀러




그런 남자의 아내들은 어떤 삶을 살았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이 될 만한 사례가 오늘날에도 너무나 많다. 하지만 수 세기에 걸친 다양한 삶을 망라할 정도로 넒은 바다가 되어준다는 것이 훌륭한 신화의 미덕이다. 그 안에서 유영하며 여러분도 즐거운 시간을 보냈길 바란다. P. 55 l 한국 독자들에게 - 매들린 밀러






변신 이야기에서 갈라테이아는 이름조차 부여받지 못하고 그저 ‘상아로 만든 여인’으로 지칭되었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아주 오랜 기간 동안 우리 여성은 주체가 아니라 객체이자 통제와 억압과 비현실적인 기대의 대상이었고, 그런 현실은 오늘날에도 여전하다. P. 57 l 옮긴이의 말 - 이은선




주어진 운명에 순응하지 않은 이 작품 속의 갈라테이아처럼. 나도 침묵하지 않는 여성들에게, 고분고분하지 않은 여자아이들에게 이 역자 후기를 바친다. P.60 l 옮긴이의 말 이은선







새의노래*에서 책을 제공받아 자유롭게 작성하였습니다.



#갈라테이아 #매들린밀러 #이은선옮김 #새의노래 #짧은소설 #키르케 #아킬레우스의노래 #신화소설 #소설추천 #Galatea #MedlineMiller



딱 한 군데 힘든 부위가 있다면 손가락이다. 남편은 게으른 여느 조각가들의 작품과 다르게 뻣뻣하거나 축 늘어지지 않은 진짜 손가락처럼 보이게 하려고 1년이나 공을 들였다고 입버릇처럼 말한다. P. 14 - P14

그가 손으로 뭔가를 가리키며 얼굴을 찡그렸다. "저게 뭐지?" 나는 내 배를 내려다보았다. 희미한 은색 실금이 햇빛을 받아 반짝거렸다. (중략) "당신이 돌이라면 깎아서 없애버릴 텐데." P. 25 - P25

딱 한 군데 힘든 부위가 있다면 손가락이다. (중략) 그러니까 나는 남편이 좋아하는 스타일로 손을 유지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모든 게 물거품이 된다. P. 14 - P14

나는 돌이었고 여신이 내게 숨결을 불어넣었지만 임신은 현실 자체였다. P. 26

- P26

나는 두 손으로 몸을 가리고 어린애처럼 나지막이 끙끙거렸다. 얼굴아, 빨개져라. 빨개져라. 나는 기도했다. 빨개지지 않으면 저이가 나를 죽일 거야. P.33 - P33

파도가 우리 입을 향해 출렁거렸다. 바로 지금이에요, 제 소원을 들어주세요. 나는 기도했다. P. 45 - P45

피그말리온의 해피엔딩은 몇 가지 혐오스러운 사실을 받아들인 다음에라야 해피엔딩이라는 평가를 내릴 수 있다. 착한 여자는 남자를 만족시키는 것 말고는 존재 이유가 전혀 없다는 발상, 여성의 성적 순결에 대한 집착, ‘새하얀’ 상앗빛 피부가 완벽하다는 통념, 여성의 현실보다 우선시되는 남성의 환상. 오비디우스의 변신 이야기에서 갈라테이아에게 할애된 대사는 없다. 심지어 이름도 부여되지 않고 그냥 ‘여자’라고 불린다. P. 53 l 한국 독자들에게 - 매들린 밀러 - P53

그런 남자의 아내들은 어떤 삶을 살았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이 될 만한 사례가 오늘날에도 너무나 많다. 하지만 수 세기에 걸친 다양한 삶을 망라할 정도로 넒은 바다가 되어준다는 것이 훌륭한 신화의 미덕이다. 그 안에서 유영하며 여러분도 즐거운 시간을 보냈길 바란다. P. 55 l 한국 독자들에게 - 매들린 밀러

- P55

변신 이야기에서 갈라테이아는 이름조차 부여받지 못하고 그저 ‘상아로 만든 여인’으로 지칭되었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아주 오랜 기간 동안 우리 여성은 주체가 아니라 객체이자 통제와 억압과 비현실적인 기대의 대상이었고, 그런 현실은 오늘날에도 여전하다. P. 57 l 옮긴이의 말 - 이은선 - P57

주어진 운명에 순응하지 않은 이 작품 속의 갈라테이아처럼. 나도 침묵하지 않는 여성들에게, 고분고분하지 않은 여자아이들에게 이 역자 후기를 바친다. P.60 l 옮긴이의 말 이은선 - P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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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너에게 겨울에 내가 갈게
닌겐 로쿠도 지음, 이유라 옮김 / 북폴리오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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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판 잠자는 숲속의 공주가 겨울마다 길고 긴 잠에 빠진다. 그런데 왕자의 키스는 소용이 없다고?!







『여름의 너에게 겨울에 내가 갈게』는 웹소같은 콘셉트에 진한 로맨스를 곁들인 일본 소설이다. 가벼운 클리셰에 진중한 사랑을 담았기에 몰입해서 읽을 수 있었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여자 주인공 유키는 겨울만 되면 깊은 잠에 빠지는 '잠자는 숲속의 공주'가 된다. 유키를 좋아하게 된 아니, 사랑하게 된 나쓰키는 여름에 만난 유키가 겨울이 되면서 사라지자 유키를 찾기 위해 수소문을 한다.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는 흥미진진한 이들의 사랑 이야기가 시작된다.




이와토 씨는 어깨를 흔들흔들하면서 고개를 끄덕이고는 여름 한때의 연인이야, 하며 살짝 미소를 띠었다. P. 48








불치병을 가진 여자 주인공이란 설정은 아마 작가의 투병생활에서 나온 게 아닐까 싶다. <스타 셰이커>와 『여름의 너에게 겨울에 내가 갈게』로 2021년 한 해에 두 번이나 수상한 작가 닌겐 로쿠도는 급성 림프성 백혈병으로 투병한 힘든 시간을 경험했다. 글쓰기와 어머니의 헌신으로 병마를 이겨내고 계속해서 글을 쓰고 있다. 귀중한 경험이 바탕이 되어 병원의 모습과 환자를 묘사한 부분이 굉장히 사실적으로 다가온다.










유키가 조금 비틀거리며 걸어와서 의자를 당겼다. 오늘의 주빈. 드디어 깨어난 잠자는 숲속의 공주. P. 191




『여름의 너에게 겨울에 내가 갈게』은 현대의 모습과 고전 로맨스가 가진 절절함과 진중함이 잘 섞여있다고 해야 할까. 오늘의 씨씨(같은 학과나 대학교 내 커플을 이르는 말)가 내일의 남남이 될 수도 있는 대학교 연애생활에 사랑이란 무엇일까 깊이 생각하고 깨닫는 과정이 잘 녹아들어 있다. 병원에서도 확실한 진단을 내릴 수 없는 병을 가진 여자 주인공 유키는 죽음의 공포와 인간관계에서 쌓아가는 신뢰를 적절히 다룰 수 없어 힘들어한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긴 겨울 동안 잠을 자야 하기에 누군가 돌봐주지 않으면 생명을 유지할 수 없다. 온전히 가족만을 의지할 수밖에 없기에 가족과도 같은 헌신을 해줄 누군가를 만나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 나쓰키는 사랑에도 서툴지만 유키와 일반적이지 않은 사랑을 하는데 더 많은 고민과 노력이 필요하다. 몇 가지 사건을 겪으면서 깨닫게 되는 그 과정이 우리의 삶과 매우 밀접하게 닿아 있다.





우리의 삶은 선형이 아니다. 비례하는 직선이 아니라 단계별로 성장하는 계단형 혹은 떨어지고 올라감을 반복하는 심박수처럼 수많은 산과 계곡을 그리며 서서히 올라간다. 변화를 이끄는 곳에는 커다란 힘이 작용하는 사건이 있다. 『여름의 너에게 겨울에 내가 갈게』에서는 신뢰와 특별함이라 생각한다. 여자 주인공 유키는 독특한 삶을 살면서 사람 간에 갖는 신뢰란 무엇일까 고민하게 됐을 것이다. 자신의 병을 믿어주지 않는 의사와 선생님 그리고 친구들. 8개월 이상 지속하기 힘든 관계와 죽음처럼 기나긴 잠을 겪으면서 자신의 삶이 지속될 수 있는다 믿음을 가지는 것조차 지나친 욕심이라고 생각했을 것 같다. 작가는 나쓰키의 시점에서 서술하고 있다가 마지막에 유키의 관점에서 서술한 꼭지가 한 꼭지 나온다. 독자인 우리도 유키의 고뇌 즉, 작가의 투병 시절 가진 불안감과 두려움을 한 번 예상해 보라고 말하는 것 같다.




반대로 나쓰키가 가진 자신이 특별하다고 생각하는 오만은 곳곳에 잘 드러난다. 특히 유키의 여동생 후유미를 통해 계속해서 언급한다. 대학교 친구이자 동아리 친구인 도모미를 통해서도 그리고 유키의 가장 친한 친구 에나를 통해서도 상기시킨다. 나쓰키 본인이 스스로를 특별하다고 생각하면서 갖는 책임감과 중압감은 결국 유키를 의심하는 형태, 일종의 배신감으로 추락한다. 그리고 그 특별함을 버릴 때 자유를 얻고 유키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정상이었다. 유키는 유키의 정상으로 살고 있었다. 단지 학교가, 인간관계가, 사회가..., 인간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정상성이 유키의 정상을 비정상이라고 결정지었을 뿐이었다. P. 328









영미권 작품을 주로 읽었기에 일본 작품이 주는 느낌이 신선하고 흥미로웠다.


선후배 사이에 경직된 분위기가 있는 동아리 회식 문화, 대학교 수업 출석 확인을 실물 출석 카드로 하기도 하고, 학생 명단을 종이로 뽑아서 교수님이 가지고 다니기도 한다. 전자화에 빠르게 적응한 한국인 독자가 보기엔 응답하라 시리즈에 나올법한 장면들 같았다.





도모미는 귀찮아하면서도 가방을 찾아 예비 출석 카드를 건넨다. 이렇게 남을 잘 챙기는 점에는 고개를 들 수가 없다. P. 126





반대로 현대적인 요소도 많이 나오는데 바로 케이팝과 마블 캐릭터다. 넷플릭스 드라마와 스타워즈 레고도 나오는데 이 모든 요소가 누구나 아는 공통적인 배경지식이 된다는 게 신기하기도 했다.




음악학과 소유의 실외용 스피커 두 대에서 곧바로 소녀풍 케이팝이 흘러나왔다. P. 56



화면상의 커서가 위치하던 <기묘한 이야기>의 시즌 2 최종화가 멋대로 재생되는 바람에 당황해서 리모컨을 조작해 멈췄다. P.151



프로필 사진은 입을 마스크로 덮은 치켜 올라간 눈매의 외국인이었다. 끝까지 보지는 않았지만, 어깨의 붉은 별 마크를 알아보고 무심코 말했다. "<캡틴 아메리카> 재미있지." (중략) 옛날에 본 영화를 떠올리자 추측은 확신으로 바뀌었다. (중략) 윈터 솔저는 개조되어 겨울 땅에서 사는 냉철한 암살자다. 하지만 마음 깊은 곳에서는 언제나 가장 친한 친구인 캡틴 아메리카를 생각하고 있다. P. 190




발바닥에는 레고 블록이 박혀 있었다. 바닥과 거의 비슷한 크림색이라 눈에 띄지 않았던 것이다. 나는 블록을 빼내고 비틀비틀 일어서서 현관에 장식한 밀레니엄 팔콘호 옆에 놓았다. 상자도 설명서도 진작 버렸기 때문에 어디서 나온 부품인지는 모르겠다. P. 219







남자 주인공인 나쓰키가 여자 주인공 유키를 찾기 위해 유키의 본가를 찾아가는 장면에서도 예상한 것과 달라서 신기했다. 나쓰키는 나고야행 기차표를 친구에게 사는데 심지어 종의 표다. 유키의 동생 후유미는 나쓰키에게 크게 불편하고 어색함 없이 대한다. 유키의 어머니 도코와 아버지 레이지는 나쓰키에게 굉장히 호의적으로 대한다. 매력적인 유키의 캐릭터 때문인지 수많은 이성은 유키에게 관심을 두고 있고 가질 수 없는 유키를 깎아내리기도 한다. 단 한 명 있는 가장 친한 친구 에나는 일반 남자들 보다 키가 크고 덩치가 좋아 남자로 오해받기도 한다. 그리고 유키의 모든 것을 이해해 주는 굉장히 너그러운 마음을 지니고 있으며 중요한 순간에 나쓰키를 도와준다.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일본 소설 『여름의 너에게 겨울에 내가 갈게』를 보면서 독자들도 소중한 유키의 여름을 만끽해 보면 좋겠다.










"내일 또 새로운 하루를 시작할 사람을, 깨어 있는 채로 기다려주는 밤거리를 좋아해." 이 관계의 이름 같은 건 지금 어찌 되어도 좋다. 지금은 그저, 이 사람 곁에 있을 수 있다면 그걸로 좋다. 틀림없이 그런 여름이다. P.43








"하지만 좋아하게 되는 게 아니라, 어느새 좋아하고 있다는 걸 깨닫는 게 아닐까?" P. 81







그때 나는 이 사람을 따라 연기가 자욱한 술집을 빠져나갔다. 그제야 비로소 남에게 맞추지 않으면 숨을 쉴 수 없던 내 모습에서 한 발짝 나아갈 수 있었다. 그녀가 아니었다면 분명 나는 '창작'과 마주하는 갈등의 출발선에 설 수조차 없었을 것이다. P. 205














북폴리오에서 책을 제공받아 자유롭게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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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토 씨는 어깨를 흔들흔들하면서 고개를 끄덕이고는 여름 한때의 연인이야, 하며 살짝 미소를 띠었다. P. 48 - P48

"내일 또 새로운 하루를 시작할 사람을, 깨어 있는 채로 기다려주는 밤거리를 좋아해." 이 관계의 이름 같은 건 지금 어찌 되어도 좋다. 지금은 그저, 이 사람 곁에 있을 수 있다면 그걸로 좋다. 틀림없이 그런 여름이다. P.43

- P43

"하지만 좋아하게 되는 게 아니라, 어느새 좋아하고 있다는 걸 깨닫는 게 아닐까?" P. 81 - P81

유키가 조금 비틀거리며 걸어와서 의자를 당겼다. 오늘의 주빈. 드디어 깨어난 잠자는 숲속의 공주. P. 191 - P191

그때 나는 이 사람을 따라 연기가 자욱한 술집을 빠져나갔다. 그제야 비로소 남에게 맞추지 않으면 숨을 쉴 수 없던 내 모습에서 한 발짝 나아갈 수 있었다. 그녀가 아니었다면 분명 나는 ‘창작‘과 마주하는 갈등의 출발선에 설 수조차 없었을 것이다. P. 205 - P205

정상이었다. 유키는 유키의 정상으로 살고 있었다. 단지 학교가, 인간관계가, 사회가..., 인간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정상성이 유키의 정상을 비정상이라고 결정지었을 뿐이었다. P.328 - P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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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기분 사용법 - 불안을 다스리고, 자존감을 높이는 100가지 심리 도구
사샤 바힘 지음, 이덕임 옮김 / 어크로스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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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 치료가 진료실 안에서, 예약된 환자에게만 조금씩 공개되는 게 '꽤 치사한 일'이라고 생각한 심리 치료사가 영업 비밀을 공개했다.













『내 기분 사용법』은 불안을 다스리고 자존감을 높이는 100가지 심리 도구를 소개한다. 우리가 가장 많이 고민하는 다섯 가지 영역에서 어떤 도구를 써야 하는지 자세히 알려준다.





살면서 발생할 수 있는 일종의 보수공사에 대한 참고 자료로 이 책을 대하면 좋겠다. 어쩌면 당신에게 맞는 뭔가가 있을지도 모르니 말이다. P.374 l 후기






책을 읽으면서 나에게 해당되는 내용이 정말 많아서 마치 용한 점쟁이라도 만난 것 마냥 '맞아, 맞네!'를 연발했다. 친구가 고민했던 게 생각나 몇 가지 도구를 찍어 보내주기도 했다. 그리고 번역이 매끄러워서 꽤 두꺼운 책임에도 불구하고 술술 읽힌다. 중간중간 영화 대사나 예로 든 부분에 아는 게 많이 나와서 더 친숙했다. 저스틴 비버 노래를 작가님이 안 좋아하는 거 같아 안타까웠다 ㅠㅠ (저는 뜨또 노래 좋아하거든요...)






저자는 심리 상담사이자 심리학자다. 한 가지 문제에 다양한 해결책을 제시한다. 100가지나 되는 도구를 소개하니 그중에서 다른 책이나 주변에서 들은 것도 있었다. 그러나 나에겐 단편적인 정보로 있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필요한 부분이 어떤 것인지 파악하고 처방전을 체계적으로 정리할 수 있었다.





이 책에 제시된 심리 도구 중 특히 유용하게 느껴진 것이 있을 테다. 하나도 없었다면 당신은 뛰어난 정신 건강을 지닌 사람이니 축하할 일이다! P. 374






성공한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한 내용이 굉장히 많았다. 우연히 발견한 것이든 비싼 비용을 치르고 얻은 것이든 자신의 불안을 다스리고 자존감을 높인 사람들은 심리의 비밀을 잘 알고 활용할 줄 알았던 것이다! 갑자기 부러워졌는데 '나도 이제 알았으니 활용하면 된다.'라고 책에서 배운 대로 재빠르게 생각을 고쳐먹었다.









시각화와 글쓰기는 정말 많이 들었다. 이전부터 틈나는 대로 감정을 글로 적어보고 있었고 글을 쓰면서 급작스러운 감정의 변화를 진정시키는데 굉장히 도움이 됐다. 이제는 시각화도 조금씩 시작해야겠다. 평안하고 침착한 나의 모습을 그려보는 연습을 해야지.





더 나은 방법은 뭐든 모조리 글로 옮기는 것이다! 즉, 글쓰기를 통해 이성적 사고 센터를 자극하는 것이다. P. 99



이 기적 질문 연습은 세 가지 면에서 흥미롭다. 첫째, 우리는 상상력이나 최면요법 등을 사용해 어떤 상황을 그려보는 것만으로, 실제 상황과 유사한 감정 반응을 일을 킬 수 있다. 둘째, 미리 작성해둔 기적 질문에 대한 답은 추후 목표에 도달했는지를 평가하는 기준으로 작용한다. 셋째, '목표 달성을 위해 세운 기준들'은 '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길'을 보여줄 수 있다. P.24




'상상한 결과'와 '실제 결과'의 연관성은 양방향으로 작용한다. P. 25










이번에 주목한 부분은 Chaper 16 두려움의 이해였다. 나도 모르게 계속해서 피하고 있는 영역과 일이 있었다. 두려움도 최대치가 있어 그 이상은 두려움이 커지지 않는다는 사실이 실로 위로가 됐다. 그리고 그 두려움에 적응하는 것이 사람의 능력이며 연습하다 보면 두렵지 않게 된다는 희망적인 사실. 그 과정이 고통스럽긴 하겠지만 삶의 긴 여정 가운데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다.





익숙한 것에 안정감을 갖는 성향이라 맘에 드는 것이 있으면 잘 바꾸지 않는다. 좋아하는 공간, 좋아하는 음식, 편안한 사람들. 그나마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게 산책로 바꾸기인데 이 책을 읽고 새로운 것을 시도할 이유가 생겼다.




새로운 도전으로 인한 긍정적 결과를 떠올리는 일도 좋은 동기부여가 될 수 있다. P. 77








'누구나 다 그래, 다 그렇게 사는 거지'란 말로 자신을 들여다볼 기회를 놓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를 가장 잘 알고 사랑할 줄 아는 건 우리 자신뿐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자신을 돌보는 방법도 배워야 한다. 다윈의 진화론처럼 우연히 잘 적응한 사람들만 살아남고 나머진 고통받기엔 우리는 이미 좋은 방법을 얻을 수 있다. 사샤 바힘처럼 업계 비밀을 풀어 놓는 좋은 박사님도 있으니 응급약 가방처럼 『내 기분 사용법』을 구비해서 필요할 때 언제든지 꺼내보면 좋겠다.










삶에서 무엇을 바꾸고 싶은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먼저 내가 얼마나 행복하고, 충만하며, 자유로운지를 파악해야 한다! P. 14




모호하고, 비현실적이며, 결과를 평가할 수도 없는 목표는 그만! P.17





천재적인 방법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바로 다른 것을 시도해 보는 것이다! (중략) 하지만 그것을 실천하기란 엄청나게 어렵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우리는 매일 똑같이 자동화된 반응 패턴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P.33




하지만 지나친 완벽주의는 실제로는 더 많은 실수를 하도록 만들 수 있기에 그다지 유용하지 않다. 그런 의미에서 증상 처방 실험은 덜 완벽한 전략이 압박감을 줄일 뿐 아니라 오히려 성공적일 수 있다는 깨달음을 안겨준다. P. 40




그 산을 허물어 작은 언덕으로 나눌 수 있다면 모든 것은 단번에 바뀐다. (중략) 좋은 계획을 세우려면, 예상치 못한 방해와 주의 산만한 상황까지 감안해 시간을 배정해야 한다. P. 57





행동하려면 실행의 문턱을 최대한 낮게 유지해야 한다. P. 76





내가 '해야만 해서'하는 일을 하기 싫다면 나를 움직일 수 있는 유일한 동기는 '내가 그것을 원한다는 것'이다. P. 137




좋은 경험들이 많이 찾아올 때 기분도 더 좋아진다. 기분이 별로 좋지 않을 때면 자원을 활성화하려는 의욕도 줄어든다. P. 227




행복감을 느끼고 균형을 유지하려면 규칙적인 자극과 일정 수준의 활동, 주변 풍경의 변화와 신체 활동, 그리고 사회적 접촉이 필요하다. P. 229




때로 세상 모든 사람이 나를 짓밟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더라도 그것이 반드시 나의 가치를 낮춘다는 의미는 아니다. P. 251




이럴 때는 잠들기 전에 의식적으로 짧은 행복의 시간을 가져볼 필요가 있다. (중략) 이것은 두 가지 목표를 충족시킨다. 저녁에 하나의 의식처럼 하루를 돌아보고, 기분 좋은 일들을 일부러 훑어보며 당신의 마음을 긍정적인 쪽으로 물들이는 것이다. P. 259




스트레스를 도전에 대한 건강한 반응으로 평가한 그룹에서는 혈관이 수축하지 않았다. 건강에 해로운 것은 스트레스 자체가 아니라 스트레스에 대한 우리의 평가다. P. 287




삶의 질을 해치지 않고 비이성적인 두려움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두려움에 맞서 통과하는 방법밖에 없다. (중략) 중요한 과정은 노출 요법(두려움 유발 상황의 직면)이다. P. 320




습관이야말로 장기적으로 두려움을 없애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다. P. 321





어크로스 A.B.C 시즌 5기로서 책을 제공받아 자유롭게 작성하였습니다.



#내기분사용법 #사샤바힘 #이덕임옮김 #어크로스 #불안을다스리고자존감을높이는100가지심리도구 #심리학 #심리학책추천 #책추천 #불안한이들을위한책 #100PsychotherapieTools #SachaBachim

살면서 발생할 수 있는 일종의 보수공사에 대한 참고 자료로 이 책을 대하면 좋겠다. 어쩌면 당신에게 맞는 뭔가가 있을지도 모르니 말이다. P.374 l 후기 - P374

더 나은 방법은 뭐든 모조리 글로 옮기는 것이다! 즉, 글쓰기를 통해 이성적 사고 센터를 자극하는 것이다. P. 99 - P99

이 기적 질문 연습은 세 가지 면에서 흥미롭다. 첫째, 우리는 상상력이나 최면요법 등을 사용해 어떤 상황을 그려보는 것만으로, 실제 상황과 유사한 감정 반응을 일을 킬 수 있다. 둘째, 미리 작성해둔 기적 질문에 대한 답은 추후 목표에 도달했는지를 평가하는 기준으로 작용한다. 셋째, ‘목표 달성을 위해 세운 기준들‘은 ‘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길‘을 보여줄 수 있다. P.24 - P24

‘상상한 결과‘와 ‘실제 결과‘의 연관성은 양방향으로 작용한다. P. 25 - P25

새로운 도전으로 인한 긍정적 결과를 떠올리는 일도 좋은 동기부여가 될 수 있다. P. 77 - P77

삶에서 무엇을 바꾸고 싶은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먼저 내가 얼마나 행복하고, 충만하며, 자유로운지를 파악해야 한다! P. 14

- P14

모호하고, 비현실적이며, 결과를 평가할 수도 없는 목표는 그만! P.17 - P17

천재적인 방법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바로 다른 것을 시도해 보는 것이다! (중략) 하지만 그것을 실천하기란 엄청나게 어렵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우리는 매일 똑같이 자동화된 반응 패턴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P.33 - P33

하지만 지나친 완벽주의는 실제로는 더 많은 실수를 하도록 만들 수 있기에 그다지 유용하지 않다. 그런 의미에서 증상 처방 실험은 덜 완벽한 전략이 압박감을 줄일 뿐 아니라 오히려 성공적일 수 있다는 깨달음을 안겨준다. P. 40 - P40

그 산을 허물어 작은 언덕으로 나눌 수 있다면 모든 것은 단번에 바뀐다. (중략) 좋은 계획을 세우려면, 예상치 못한 방해와 주의 산만한 상황까지 감안해 시간을 배정해야 한다. P. 57 - P57

행동하려면 실행의 문턱을 최대한 낮게 유지해야 한다. P. 76 - P76

행복감을 느끼고 균형을 유지하려면 규칙적인 자극과 일정 수준의 활동, 주변 풍경의 변화와 신체 활동, 그리고 사회적 접촉이 필요하다. P. 229 - P229

이럴 때는 잠들기 전에 의식적으로 짧은 행복의 시간을 가져볼 필요가 있다. (중략) 이것은 두 가지 목표를 충족시킨다. 저녁에 하나의 의식처럼 하루를 돌아보고, 기분 좋은 일들을 일부러 훑어보며 당신의 마음을 긍정적인 쪽으로 물들이는 것이다. P. 259 - P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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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레트와 함께하는 여름 함께하는 여름
앙투안 콩파뇽 지음, 김병욱 옮김 / 뮤진트리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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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진트리 함께하는 여름 시리즈


여덟 번째 책 『콜레트와 함께하는 여름』이 출간됐다.





콜레트는 내 삶의 가치관에 영향을 끼친 인물이기도 하다.

이 작가와 함께하는 여름이라니! 생각만 해도 전율이 일만큼 멋지다고 생각했다.





콜레트는 곧 삶이다. 어느 날, 우연히, 콜레트의 작품을 만나본 사람이라면 더는 그를 잊을 수 없게 된다. P. 269










저자인 앙투안 콩파뇽은 프랑스 작가이자 콜레트를 굉장히 애정 한다. 책을 읽다 보면 콜레트를 향한 애정이 곳곳에 듬뿍 담겨있다. 이 저자는 콜레트를 포함해 몽테뉴, 파스칼, 보들레르와 함께하는 여름 시리즈 네 권을 집필했다. 함께하는 여름 시리즈는 프랑스 라디오에서 한 작가를 주제로 짧게 여러 번 방송한 내용을 모아 책으로 만든 것이다.






『콜레트와 함께하는 여름』은 39개의 주제로 콜레트의 작품과 전 생애를 살펴볼 수 있도록 구성된 책이다. 각각의 주제가 매우 흥미롭고 한 번에 휘리릭 읽기에 부담 없는 분량이다. 번역도 매끄럽게 잘 되어 순서대로 금세 읽었다. 흥미로운 주제가 있다면 골라 먼저 읽어도 재밌게 읽을 수 있다.








콜레트의 삶은 그야말로 온갖 사건으로 꽉 차있다고 할 수 있다. 세계 1차 대전까지 겪었으면서 쉬지 않고 글을 썼다. 먹고살려고 어쩔 수 없다곤 하지만 타고나길 성실함으로 가득한 것 같다. 반 고흐와 발자크가 생각나는 성실함이다.




그녀는 글을 쉽게 쓰지 못했고, "붓의 흐름"에 따라 글을 쓴다는 게 뭔지 몰랐으며 또한 쓴 글을 끊임없이 고치고 또 고쳤다. P. 268




하지만 콜레트는 결코 글쓰기를 중단하지 않는다. (...) 글쓰기는 글쓰기로 이어질 뿐이기 때문이다 겸허하게, 나는 또 글을 쓸 것이다. 나에게 다른 운명은 없다. P. 274









책을 읽다 보면 콜레트가 살았던 시기에 엄청난 예술가들이 있었다. 드뷔시, 발자크, 프루스트와 같은 시대를 풍미한 작가라니. 벨 에포크 시대는 정말 놀랍기 그지없다.



나중에 그녀는 <나의 습작 시절>에서 드뷔시와 포레에 대한 예찬을 토로하고, 라벨과는 오페라 <어린이와 마법>을 위해 협력하며, 프랑시스 풀랑크의 친구가 된다. P. 65



콜레트와 마찬가지로, 프루스트도 콜레트에게 빠져든다. P. 211








『콜레트와 함께하는 여름』를 읽으면서 콜레트란 작가의 삶을 좀 더 면밀히 들여다볼 수 있었다.

콜레트의 작품을 인용하고 콜레트의 주변 인물이 콜레트를 언급한 것을 인용함으로써 좀 더 객관적으로 작가를 볼 수 있다. 한편으론 그 인용을 반박하며 과감한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래서 좀 귀여운 부분이라고 생각했다.




콕토의 생각은 틀렸다. 그것은 잔인함이 아니라, 연민이었다. 콜레트는 감상을 떨지 않았다. 시골 출신인 그녀는 전혀 태를 부릴 줄 몰랐다. P.51











콜레트를 굉장히 애정 하는 덕후의 책이기에 웬만한 지식이 없으면 쉽게 알아듣기 힘든 부분이 있었다. 콜레트가 집필한 책이 60여 권에 기사는 1000편이 넘는다. 작가로만 활동한 게 아니라 배우, 시나리오작가, 카피라이터, 화장품 사업가 등 굉장히 다양한 활동을 했다. 결혼도 3번이나 하였고 동시에 다양한 관계를 맺었기 때문에 매력적이면서도 복잡한 콜레트의 삶을 쉽게 이해하기를 바라는 건 지나친 욕심이겠다. 그래도 주석이 조금 더 상세하게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기도 하다.






그녀는 꿈꾼 세계, 삶에 대한 상상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세계와 삶 그 자체를 쓰고자 했다. P. 283 ㅣ 옮긴이의 말






<콜레트>란 영화를 보고 임현주 아나운서의 GV(Guest Visit)를 들으면서 내 삶에 들어온 콜레트란 작가는 이 책의 저자 앙투안의 표현처럼 '콜레트를 잊을 수 없게 된다.' 내 삶 한 곳에 자리 잡고 어디서는 튀어나와 나와 마주한다. 올여름에 마주한 콜레트는 굉장히 인간적이라고 기억하고 싶다.










저자 앙투안 콩파뇽이 콜레트 작품을 영화화한 <지지>와 <청맥>을 추천하기에 정말 보고 싶었다. 그리고 프랑스 라디오에서 매년 이 프로그램을 기다리는 이유를 알 것 같다. 교과서에 나오는 작품을 쓴 작가, 프랑스가 낳은 위대한 작가로 칭송받는 이를 이렇게 속속들이 파헤쳐서 알 수 있는 기회가 어딨을까. 책 한 권에 한 작가의 삶과 작품이 가득 담겨 있다. 무더운 여름 시원한 수박 한 조각과 함께 콜레트에게 빠져보길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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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레트는 적어도 세 가지 신화를 창조했다. (중략) 그녀의 초기 장편 소설 네 권의 장난꾸러기 여주인공 클로딘Claudine의 신화가 있다. (중략) 시도Sido의 신화가 있고, (중략) 지지Gigi의 신화가 있다. 거기에 네 번째 전설의 창조를 덧붙여야 하는데, 바로 신성한 괴물 같은, 위대한 국민 작가 콜레트 자체의 신화다. P. 9




<클로딘의 부부생활>은 클로딘이 파리 상류 사회의 미국 여성 제니 어커트와 나눈 최초의 여성 동성애 사건을 전하는 작품이다. P.32




시도는 콜레트의 가장 아름다운 창조물이며, 그녀의 작품은 어머니를 기리는 최고의 기념비다. P.39




하지만 그렇다고 콜레트가 글쓰기를 포기한 건 아니었다. 그녀로서는 글쓰기의 고독과 백지의 고통을 액땜하기 위해 무대에 오를 필요가 있었다. P. 57




콜레트는 사실 프루스트보다 먼저 비자발적 기억이라는 것을 창조했다. P. 121



롤랑바르트보다 훨씬 앞서서, 콜레트는 시나리오 작가로서는 물론 비평가로서, 영화의 겉과 속, 그 아래까지, 영화의 모든 측면, 영화의 "작은 신화"를 경험한다. P. 127



콜레트는 비록 참정권을 주장한 여성은 아니었지만, 시대에 매우 앞서 있었다. P. 136



그녀가 쓰는 전쟁 기사는 다른 어는 기사와도 비슷하지 않다. 그녀는 거대한 역사에서 한 발짝 물러나, 여성의 관점에서 기사를 쓴다. 평범한 삶의 사건들을 서술하고, 일상의 어려움을 극복하려는 일반 국민의 용기를 알린다. P. 168





"인간의 얼굴은 언제나 나의 거대한 풍경이었다." P. 238





콜레트가 좋아한 포맷은 짧은 것, 기사, 콩트, 시평 같은 것이다. 그녀의 책 대부분은 그런 것들이 뒤섞인 모음집이다. P.251




지금껏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지지>의 해피 엔드는 콜레트가 우리에게 남기는 멋진 작별 인사다. P.258




클로딘에서 시도를 거쳐 지지에 이르기까지, 콜레트 신화는 그 세월을 완벽하게 버텨냈다. P. 261








뮤진트리에서 책을 제공받아 자유롭게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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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레트는 곧 삶이다. 어느 날, 우연히, 콜레트의 작품을 만나본 사람이라면 더는 그를 잊을 수 없게 된다. P. 269 - P269

그녀는 글을 쉽게 쓰지 못했고, "붓의 흐름"에 따라 글을 쓴다는 게 뭔지 몰랐으며 또한 쓴 글을 끊임없이 고치고 또 고쳤다. P. 268 - P268

하지만 콜레트는 결코 글쓰기를 중단하지 않는다. (...) 글쓰기는 글쓰기로 이어질 뿐이기 때문이다 겸허하게, 나는 또 글을 쓸 것이다. 나에게 다른 운명은 없다. P. 274 - P274

나중에 그녀는 <나의 습작 시절>에서 드뷔시와 포레에 대한 예찬을 토로하고, 라벨과는 오페라 <어린이와 마법>을 위해 협력하며, 프랑시스 풀랑크의 친구가 된다. P. 65 - P65

콜레트와 마찬가지로, 프루스트도 콜레트에게 빠져든다. P. 211 - P211

콕토의 생각은 틀렸다. 그것은 잔인함이 아니라, 연민이었다. 콜레트는 감상을 떨지 않았다. 시골 출신인 그녀는 전혀 태를 부릴 줄 몰랐다. P.51 - P51

그녀는 꿈꾼 세계, 삶에 대한 상상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세계와 삶 그 자체를 쓰고자 했다. P. 283 ㅣ 옮긴이의 말 - P283

콜레트는 적어도 세 가지 신화를 창조했다. (중략) 그녀의 초기 장편 소설 네 권의 장난꾸러기 여주인공 클로딘Claudine의 신화가 있다. (중략) 시도Sido의 신화가 있고, (중략) 지지Gigi의 신화가 있다. 거기에 네 번째 전설의 창조를 덧붙여야 하는데, 바로 신성한 괴물 같은, 위대한 국민 작가 콜레트 자체의 신화다. P. 9 - P9

<클로딘의 부부생활>은 클로딘이 파리 상류 사회의 미국 여성 제니 어커트와 나눈 최초의 여성 동성애 사건을 전하는 작품이다. P.32 - P32

콜레트는 사실 프루스트보다 먼저 비자발적 기억이라는 것을 창조했다. P. 121 - P121

롤랑바르트보다 훨씬 앞서서, 콜레트는 시나리오 작가로서는 물론 비평가로서, 영화의 겉과 속, 그 아래까지, 영화의 모든 측면, 영화의 "작은 신화"를 경험한다. P. 127 - P127

콜레트는 비록 참정권을 주장한 여성은 아니었지만, 시대에 매우 앞서 있었다. P. 136 - P136

"인간의 얼굴은 언제나 나의 거대한 풍경이었다." P. 238 - P238

클로딘에서 시도를 거쳐 지지에 이르기까지, 콜레트 신화는 그 세월을 완벽하게 버텨냈다. P. 261 - P2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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