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드거 앨런 포 단편선 윌북 클래식 호러 컬렉션
에드거 앨런 포 지음, 황소연 옮김 / 윌북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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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월을 기다린 윌북의 호러컬렉션이 드디어 출간됐다.


무더운 여름 등골을 서늘하게 만들어 줄 컬렉션이 나와주길 고대했는데 온몸을 꽁꽁 얼리는 추운 겨울을 맞이해 아름다운 자태를 드러냈다. 첫사랑 컬렉션도 한눈에 보고 반했는데 호러컬렉션은 더더욱 아름답다.





예쁜 표지도 한몫하지만 오랜 시간 사랑받는 클래식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번역이라 생각한다. 원문의 뜻을 가장 적합하게 모국어로 전달하는 번역이야말로 사랑받는 작품을 제대로 경험할 수 있는 가장 훌륭한 통로인 것이다. 차별 없는 번역과 올바른 표현을 지향하는 윌북 출판사를 사랑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호러컬렉션은 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 브램 스토커의 <드라큘라>, 에드거 앨런 포의 <에드거 앨런 포 단편선> 이렇게 세 권이다. 오싹한 제목과 더불어 공포물을 못 보는 나이기에 주저함이 좀 생기긴 했지만 오랜 시간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작품이 어떤 건지 알고 싶었다. 이 중에서도 추리 소설의 시초로 자주 언급되기도 하고 공포 문학의 선구자인 에드거 앨러 포의 작품인 <에드거 앨런 포 단편선>을 골라 보았다.










에드거 앨러 포의 <에드거 앨런 포 단편선>은 무서우면서 아름다웠다. 기괴하고 매혹적이었으며 쓸쓸하고 차가웠다.


대부분의 작품이 실제와 상상의 경계선에 있는 회색빛 죽음을 서술했고, 인간 본성 안에 깊이 자리 잡은 욕망을 꺼내 마구잡이로 펼쳐 놓은 것 같았다. <에드거 앨런 포 단편선>의 첫 단편 작품인 '어셔가의 몰락'을 읽었을 때는 당혹스러움에 마지막 부분을 두세 번 정도 다시 읽었다. 내가 이해한 게 맞는지 확인하는데 정말로 집이 무너져 내릴 줄이야! 제목부터 매력적인 '검은 고양이'에선 내면의 광기와 동시에 갖는 두려움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안으로 와락 불어닥친 돌풍 때문에 우리는 날아갈 지경이었다. 폭풍이 몰아치는데도 너무나 공포스러우면서도 아름답다는 점에서 그야말로 이상하게 기이한 밤이었다.


P.30 ㅣ 어셔가의 몰락




그 대목에서 나는 순전히 객기로 손에 쥐고 있던 지팡이로 벽을, 사랑하는 아내의 시체가 세워진 지점을 세차게 두드렸다. 그래도 신은 마왕의 송곳니에서 나를 보호하고 지켜주시겠지 하고서!


P.105 l 검은 고양이







에드거 앨런 포의 작품은 일반적인 사건의 진행이나 사고를 따르지 않았다. 사랑과 애정의 표현이 상대방을 죽음에 몰아넣거나 신체의 일부를 소유하고픈 기괴한 욕망으로 표현하거나 현실에서 일어날 수 없는 기괴한 일이 일어난다. 글 안에서 일어나는 초자연적인 현상에서 우리는 두려움을 느끼고 죽음을 상상하게 된다.









에드거의 작품 속에서는 죽은 시신이 관에서 깨어나 나오는 내용이 많다. 사랑하는 사람이 어딘가에서 살아 있을 거란 말도 안 되는 생각을 누구나 하는데 에드거도 이 생각을 많이 했나 보다. 더불어 관 안에 뉜 자신을 상상했나 보다. 정신을 잃고 좁고 어두운 관 안에서 깨어나 살려고 몸부림칠 때 밀려오는 두려움. '때 이른 매장'에선 매장한 관 안에서 살아 나올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기도 한다. 마치 이런 종류의 죽음을 수도 없이 많이 생각한 것처럼 느껴진다.




'미라와의 대화'에서부터는 에드거의 글의 깊이가 깊어졌다고 느껴졌다. 저자의 박식함과 다양한 주제에 관심이 있음이 느껴지고 독자인 나도 에드거의 슬픔에 글이 주는 공포에 익숙해졌음을 느꼈다. 죽음을 '잠드는 것'으로 그러나 세상이 내는 소리를 다 귀담아듣고 있을 수 있는 '침묵의 시간'으로 묘사하였다. 작가에게 죽음이란 더 이상 두려운 존재가 아니고 그 너머에 무언가 있음을 알게 된 것 같았다.




어른이 되어 읽은 에드거 앨런 포의 작품을 읽어 참 다행이다. 어릴 적에 읽었다면 글이 주는 공포감에 검정고양이조차 쓰다듬지 못했을 것 같다는 상상을 했다. 단순한 글 너머에 있는 작가의 생각은 어떤 것일지 어떤 삶을 살고 어떤 생각을 했는지 생각할 수 있는 어른 독자이기에 '윌리엄 윌슨' 작품도 곱씹어 볼 수 있다. 이름도 외모도 똑같은 동급생은 내 안의 다른 자아일 것이다. '리지아'와 '베르니스'는 사랑했던 그러나 나와 같은 생각을 갖지 않은 상대였을 수도 있다. '붉은 죽음의 가면극'은 마치 아라비안나이트 같은 이국적인 느낌을 주었다. 그 안에 색이 다른 붉은 창은 피로 얼룩진 사건을 암시하는 듯했고, '절룩 개구리'에선 복수의 기회를 잡은 이방 노예에게 연민이 느껴졌다. 작가는 글 속에서 자유로웠다. 가장 큰 두려움인 죽음과도 마주했고 살인도 마주했다. 고대의 지식을 직접 들었고 누군가의 뒤를 쫓기도 했다.




19세기 초 급변하는 사회와 발전하는 과학이 에드거의 글 곳곳에 묻어 나온다. 골상학과 고고학을 담고 있으며 북유럽의 어부와 중동의 이국적인 건축양식뿐만 아니라 유대인에 대한 일종의 선입견도 그대로 글에 드러난다. 200여 년 전 글을 읽고 바로 이해할 수 있을 만큼 번역이 잘 되었단 말이기도 하다. 자연스럽게 읽혀서 금세 글에 빠져들 곤 에드거 특유의 으스스한 분위기에 팔과 등골이 오싹해진다.





기상이변으로 별장에서 공포 소설을 읽었던 메리 셸리와 바이런처럼 이례적인 한파에 따뜻한 집에 머물며 윌북의 호러컬렉션을 읽어 보는 건 어떨까.







나와 이름이 같은 그 녀석은 거드름을 떨지 않고 조용히 위엄을 풍기는 성격이라 아킬레우스의 발뒤꿈치 같은 약점은커녕 그저 장난의 통렬함을 즐길 뿐 조롱거리가 되는 법이 없었다.


P.68 ㅣ윌리엄 윌슨




애석하게도 인간의 양심은 종종 무덤에 들어가야만 풀리는 천 근 같은 짐을 짊어지곤 한다. 그렇기에 모든 죄악의 본질은 새어 나가지 않는다.


P.107 l 군중 속의 남자




허풍으로 드릴지 모르겠지만...... 이건 진심으로 드리는 말씀입니다...... 이런 식으로 죽는다면 참으로 장엄하겠구나, 하느님의 힘이 드러난 그 경이로운 광경 앞에 서서 시시하게 내 살 궁리나 하고 참으로 어리석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지요.


P.141 l 소용돌이 속으로의 하강




아내는 감정 기복이 심한 나를 두려워했다. 게다가 나를 피하기만 하는데 어찌 날 사랑하지 않는다는 걸 몰랐겠는가. 하지만 나는 그것이 기쁘기만 했다. 인간이 아니라 악마의 증오심을 가지고 아내를 혐오했기 때문이다.


P.222 l 리지아








출판사에서 책으로 제공받아 자유롭게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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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으로 와락 불어닥친 돌풍 때문에 우리는 날아갈 지경이었다. 폭풍이 몰아치는데도 너무나 공포스러우면서도 아름답다는 점에서 그야말로 이상하게 기이한 밤이었다. - P30

그 대목에서 나는 순전히 객기로 손에 쥐고 있던 지팡이로 벽을, 사랑하는 아내의 시체가 세워진 지점을 세차게 두드렸다. 그래도 신은 마왕의 송곳니에서 나를 보호하고 지켜주시겠지 하고서! - P105

나와 이름이 같은 그 녀석은 거드름을 떨지 않고 조용히 위엄을 풍기는 성격이라 아킬레우스의 발뒤꿈치 같은 약점은커녕 그저 장난의 통렬함을 즐길 뿐 조롱거리가 되는 법이 없었다. - P68

애석하게도 인간의 양심은 종종 무덤에 들어가야만 풀리는 천 근 같은 짐을 짊어지곤 한다. 그렇기에 모든 죄악의 본질은 새어 나가지 않는다. - P107

허풍으로 드릴지 모르겠지만...... 이건 진심으로 드리는 말씀입니다...... 이런 식으로 죽는다면 참으로 장엄하겠구나, 하느님의 힘이 드러난 그 경이로운 광경 앞에 서서 시시하게 내 살 궁리나 하고 참으로 어리석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지요. - P141

아내는 감정 기복이 심한 나를 두려워했다. 게다가 나를 피하기만 하는데 어찌 날 사랑하지 않는다는 걸 몰랐겠는가. 하지만 나는 그것이 기쁘기만 했다. 인간이 아니라 악마의 증오심을 가지고 아내를 혐오했기 때문이다. - P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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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하는 뇌 - 인간이 음악과 함께 진화해온 방식
대니얼 J. 레비틴 지음, 김성훈 옮김 / 와이즈베리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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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만 봐도 흥미로워요! 같이 노래하고 응원하고 하나가 돠는대 어떤 비밀이 숨겨 있는지 알려준다니 빨리 책으로 읽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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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를 여행하는 수렵채집인을 위한 안내서 - 지나치게 새롭고 지나치게 불안한
헤더 헤잉.브렛 웨인스타인 지음, 김한영 옮김, 이정모 감수 / 와이즈베리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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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진화생물학자 부부가 말하는 더 나은 삶을 위한 진화생물학을 바탕으로 한 삶의 방향을 안내하는 책이다.




헤더 헤잉과 브렛 웨인스타인은 진화생물학자로서 연구를 하면서 부부간에 대화를 하면서 발견하고 깨달았던 걸 정리해 책으로 냈다. 자녀를 양육하면서 고민했던 문제부터 성선택까지 다양한 분야를 진화론적 시각에서 인간 본성을 기준으로 해답을 찾아본 것이다.







인류의 역사 전체를 놓고 봤을 때 수많은 문명의 이기를 활용한 삶은 최근의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는 가늠할 수 없는 아주 오랜 시간을 살아온 과거를 간과하고 있다.






흥미로웠던건 새로운 용어 WEIRD의 등장 이다. 그리고 이 용어로 책이 이미 출간 됐다. (Western 서구의 Educated 교육 수준이 높은 Intustralized 산업화된 Rich 부유한 Democratic 민주주의 국가의 앞글자만 따서 만든 용어) 이렇게 대상을 좀 더 세분화 해서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에 관련 책도 궁금해졌다.



저자는 진화생물학자이면서 두 아이를 기르는 부모이기에 실질적으로 경험한 것이 많다. 저자는 여러곳으로 연구를 하면서 가족과 함께 다녔기에 자연에서 적응하고 살아가는 자녀의 모습을 직접 보고 자신들이 연구하는 것에 접목시켰다. 자신들이 연구하는 대상과 아이들을 비교하면서 공통점을 찾아내면서 이야기하는 부분이 흥미로웠다.








각 챕터 마지막에 '더 나은 삶을 위한 접근법'이 있다. 안내서란 제목에 매우 부합하는 부분이다. 인류 역사 이해를 바탕으로 우리가 간과한 부분을 짚어주고 있다.



이 책이 궁극적으로 말하고자하는 바는 예전부터 내려오는 이야기에는 이유가 있고 최근에 겪었던 것이 전체적으로 옳은 것은 아니라는 거시적인 시각을 가지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오랜 시간 해가 뜨고 지는 것에 맞춰 살던 사람이 전기와 전구의 발명으로 밤 늦게까지 인공태양을 바라보고 살면 제대로된 숙면을 할 수 없고, 놀이를 통해 사회적 규범과 규칙을 배우는 어린아이들에게 한정된 공간에서 사람이 아닌 대상과 상호작용하라고 하면 자폐진단을 받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우리는 짧은 시간 급격하게 발전된 시대에 살면서 근시안적인 태도로 삶을 바라보고 있다. 사람의 몸을 레고처럼 조립할 수 있다고 믿게 됐고, 사회는 게임처럼 조작 가능한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저자는 우리 생각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유기적인 존재란 것을 먼저 인식하고 믿음을 가지라고 말한다. 인류가 지금껏 해온것 처럼 앞으로도 해 나갈수 있다는 믿음 말이다.




가볍고 재밌는 책이라곤 말할 수 없다. 쉽게 말해주지 않고 생소한 동식물의 이름과 용어가 나와서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큰 맥락을 이해하는 차원에서 읽어볼만한 책이다.









기본적인 집단의식 - 예를 들어 한 무리의 늑대들이 협력해서 사냥할 때 공유하는 의식 - 조차도 엄청난 이득을 가져온다. 사자들도 무리를 이뤘을 땐 자부심이 개체의 총합보다 훨씬 크다. 집단의식이야말로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진화의 획기적 산물이자 인지적 창발성의 원천인다.

P. 38




현대에 우리가 몸을 어떻게 인식하는가는 우리가 음식을 인식하는 방식에 스며 있다. 우리 몸은 기계고, 그래서 조작하면 쉽게 복종시킬 수 있다는 생각이 음식 문화부터 섭식 장애에 이르기까지 모든 곳에서 작동한다.

P. 130




남성과 여성은 상호 보완적이며, 둘 사이에는 건강하고 본능적인 긴장감이 존재한다.

P. 227



동물은 아동기를 거치면서 환경에 대해 배운다. 따라서 아이들에게서 아동기를 빼앗으면 - 아이들의 놀이를 짜주고 시간을 정해둠으로써, 아이들을 위험과 탐험으로부터 과보호함으로써, 갖가지 화면과 알고리즘 및 안정제로 아이들을 통제하고 진정시킴으로써 - 분명 아이들은 성인이 되었을 때 그 능력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할 것이다.

P. 246



오늘날 자폐스펙트럼 진단이 급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가 추정하기에 이 문제는, 살아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살아 있지 않은 생명체들이 나오는 화면을 아이들이 넋을 잃고 바라보면서 자라는 현상과 관련 있다.

P. 260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자유롭게 작성하였습니다.



#21세기를여행하는수렵채집인을위한안내서 #헤더헤잉 #브렛웨인스타인 #와이즈베리 #뉴욕타임스베스트셀러 #인문서적 #진화생물학 #사피엔스 #책추천


현대에 우리가 몸을 어떻게 인식하는가는 우리가 음식을 인식하는 방식에 스며 있다. 우리 몸은 기계고, 그래서 조작하면 쉽게 복종시킬 수 있다는 생각이 음식 문화부터 섭식 장애에 이르기까지 모든 곳에서 작동한다. - P130

동물은 아동기를 거치면서 환경에 대해 배운다. 따라서 아이들에게서 아동기를 빼앗으면 - 아이들의 놀이를 짜주고 시간을 정해둠으로써, 아이들을 위험과 탐험으로부터 과보호함으로써, 갖가지 화면과 알고리즘 및 안정제로 아이들을 통제하고 진정시킴으로써 - 분명 아이들은 성인이 되었을 때 그 능력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할 것이다. - P246

오늘날 자폐스펙트럼 진단이 급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가 추정하기에 이 문제는, 살아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살아 있지 않은 생명체들이 나오는 화면을 아이들이 넋을 잃고 바라보면서 자라는 현상과 관련 있다. - P2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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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부당합니다 - Z세대 공정의 기준에 대한 탐구
임홍택 지음 / 와이즈베리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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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n Z 세대가 생각하는 부당한 현실을 조목조목 파악해 본 보고서 같은 책이 나왔다.


나와 너무나도 다른 생각과 행동을 하는 세대를 그저 '다른 존재'로 두는 것이 아닌 그 세대를 이해를 위한 분석과 노력을 담은 책이다. 그리고 모든 사람이 마음 한구석에 갖고 있으나 쉽게 꺼낼 수 없던 불편함과 찜찜함을 속시원히 긁어주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우리는 살면서 공정하지 않고, 공평하지 않은 세상을 마주하게 된다. 가정에서 학교에서 학원에서뿐만 아니라 내가 속한 그룹 모두 정도만 다르지 불편함을 느끼며 살아간다. 어떨 때는 부당하다고 말해봤을 것이고 경험이 쌓이면서 공정함을 포기하는 것이, 내가 손해를 보는 것이 불필요한 시간과 노력을 줄이고 조용하고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깨닫게 된다.




말도 안 되는 세상의 규칙에 순응하며 살아가고 있는데 요즘 어린 친구들은 새삼 이러한 규칙이 공정한지 묻는다. 막상 명쾌하게 대답해 줄 수 없는 일이기도 하다. 질문자가 암묵적인 규칙을 받아들이지 않기도 한다. 왜 그럴까? 나와 동일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에게 요즘 젊은 것들은 이래라며 푸념 섞인 이야기로 그칠 것이 아니다. 행동을 이해하기 위해 원인을 생각해 보고 해결 방안을 모색해야 하는 게 우리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다르다고 이해할 수 없다고 방관하면 결국 세대 갈등의 골만 깊어질 테니까. 이것이 이 책을 읽는 이유이고 책을 읽고 난 후 나온 대답이다.









『그건 부당합니다』에선 많은 문제를 언급하고 있다. 공무원 열풍의 감소, 대기업에서 보너스 산정기준을 묻는 것, 결혼과 출산 문제, 대기업 자녀의 고속 승진 문제 등등 부당하다고 생각하는 문제의 원인을 분석하고 나름의 조언을 짧게 덧붙인다. 여기서 주목할 건 해결 방안이 아니라 원인을 분석하는 저자만의 방식에 있다. 최대한 신빙성을 높이기 위해 숫자로 도출된 연구결과를 제시한다. 잘못 해석된 것도 나름 타당한 이유가 있는 해석도 독자에게 보여주려 한다. 그리고 도입부에 잘 알려진 문제 또는 개인의 경험을 예로 들어 독자가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이야기의 길을 잘 닦아준다.








줄 서기의 공정함과 나이를 따지는 문화의 기원을 이야기하는 부분은 정말 재밌었다. 실생활에서 매일 겪으면서도 공정함의 원리나 불편함의 원인을 생각해 본 적이 없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무엇이든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 아닌 경제적인 이익과 가장 알맞은 접점을 이루는 곳이 우리 생활에 자리 잡는다는 것도 다시금 주목할 점이었다. 그리고 나이를 따지는 문화가 일본 강점기의 잔재 문화란 건 매우 슬펐다. 군대를 양성하고 효율적으로 식민지를 다스리기 위한 상명하복의 규율이 그대로 내려온 것이라니. 다른 식민지 국가에 비해 짧은 시간 동안 식민지 생활을 했지만 이렇게 철저하게 치밀하게 나라를 뒤집어엎은 국가도 없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약 80여 년이 지났음에도 말이다.









젊은 세대가 이러한 공정함의 문제를 제기하는 것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였으면 좋겠다. 그동안 우리가 불편함을 가슴에 품으면서 입 밖으로 내뱉지 못한 것을 수많은 젊은 세대의 발언을 시작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그것을 바꾸고 결정할 세대는 비판적인 시각의 부족을 채우려 노력했으면 좋겠다. 먹고살기 바쁘다는 핑계로 주체적인 사고를 안일 시 한 것도 어느 정도 원인을 제공했다고 생각한다. 많은 사람을 설득할 명분의 부재를 당연하게 생각한 것도 있다.









작가도 나름 중립적으로 말하려 한 노력이 있었으나 독자인 내가 동의할 수 없는 부분도 있었다. 책이 말하는 모든 말이 다 옳은 것은 아니라는 걸 기억하며 다양한 의견과 그에 맞는 근거를 생각하는 독자가 되기를 희망한다. 지금의 Gen Z세대가 이전 베이비 부머 세대와 다르고 앞으로 자라는 세대와 다르단 건 확실하다. 변화의 속도는 점점 빨라지고 있으며 이에 따라 세대 간 차이도 더욱 심화되고 있다. 우리는 서로를 이해하려는 노력은 더 많이 해야 하며 더 적어지는 공통점을 찾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내가 속한 곳만 보는 어리석은 우물 안 개구리는 더 빨리 도태될 것이기에 계속해서 밖으로 눈으로 돌려 주시해야 할 것이다.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자유롭게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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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콘 : 유병재 대본집
유병재 지음 / 북폴리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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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사로도 웃길 수 있는 것을 보여준 책은 이 책이 처음이지 않을까?










조세호 개그맨의 추천사가 일부만 수록되어 보는 이로 하여금 웃음 짓게 만든다. 이 추천사로 더 유명해진 『유니콘: 유병재 대본집』이다.














초판 한정 유병재 등신대와 스티커 2종도 포함하고 있다. 유병재 씨 키가 한 15cm 정도 되는 거 같다. 스티커도 해학 넘치는 대사로 만들어 유쾌하지만 뼈 있는 말이라 직장인들이 한 번씩 보고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도 있겠다.













『유니콘: 유병재 대본집』은 책만 봐도 이해할 수 있게 등장인물과 배경 소개도 충실하고 12화 전편의 대본을 담았다. 마지막에 시트콤을 만든 사람들과 비하인드 스틸이 포함돼 있어 소장 가치를 더한다.












유니콘 기업이란 기업 가치가 1조 이상인 창업한지 10년 이내의 비상장 기업으로 상상 속의 동물 유니콘처럼 찾기 어렵다는 뜻이다. 스타트업 기업을 배경으로 하는 것도 시트콤의 제목인 <유니콘>과 맞아떨어지지만 시트콤이 사라진 방송계에 오랜만에 등장한 시트콤이 좋은 기회로 만난 유니콘과 같은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거침없이 하이킥> 이후 시트콤을 보기 어려워졌다. 시트콤이 사라지는 이유는 가성비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매일 새로운 이야기로 방영하기 때문에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드는데 그에 비해 수익성이 적다. 그래서인지 오래간만에 만난 시트콤 <유니콘>이 반갑다.










<유니콘>은 12부로 매주 1개의 에피소드가 12주에 걸쳐 공개됐다. OTT 시대에 새로운 방식의 K-시트콤이라 할 수 있다.



신하균의 오랜 팬인 유병재는 <유니콘>을 통해 성공한 덕후가 됐다. 신하균의 작품을 오마주 하여 <유니콘> 곳곳에 넣었고, 신하균이 울고 웃고 노래하는 것도 보고 싶다고 하여 대본에 적극적으로 반영했다고 한다.









작가의 재능과 능력이 엿보이는 부분은 어디서 비꼬는 것인지 어떻게 해학적으로 풀어내는지 알고 있다는 것이다. 초기 기획안을 보면 세세한 부분을 염두에 둔 것을 엿볼 수 있다.



우리가 기대하고 예상한 것을 뒤엎는 재미는 삶에 재미를 준다.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실제론 말 못 할 뼈 있는 말을 대신해주니 대리만족도 느낄 수 있다. 나처럼 회사 생활을 한 사람들이 공감을 많이 할 것이다. 허례허식 가득한 회사 규정에 어이없는 모습을 서서 회의하는 모습에 녹여내기도 하고, 대표자의 재능 낭비와 잘못된 의사결정을 237만 원짜리 다운펌 기계 챠브네(Hchavne H는 묵음)로 보여주기도 한다.









시트콤 자체를 보는 것도 재미있겠지만 빠르게 지나가는 장면과 대사를 다시 곱씹어 볼 수 있는 대본집의 매력도 크다.



볕 좋은 가을 날 시트콤과 함께 대본집을 보며 해학의 웃음으로 가득 채워 보자.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자유롭게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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