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아내를 위한 레시피
카르마 브라운 지음, 김현수 옮김 / 창비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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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무척 두껍다. 쥐어 들었을 때 겁부터 났다. 어떤 내용인지도 모르면서, 주인공이 어떤 삶을 살았는가 예측하기도 전에.
덮고 난 뒤엔 아쉬웠다. 조금 더 보여주면 안 되나, 그들이 남아 살아내는 멋진 삶을 조금 더 담아줄 수는. 시시각각 변하는 태도에 박수를 보내겠으나 사실 조금 놀랐다. 도착지까지 단단하게 굳은 책을 걷는 건 오랜만이다.

완벽한 아내를 위한 레시피. 완벽한 삶은 누구의 기준으로 정해지는가? 제목 또한 반어법임을 어느 정도 예측했음에도 괜히 짜증이 밀려왔다. 책의 표지가 붉은 색인 데에는 이유가 있으리라.

책의 내용을 길지 않게 묘사하는 법을 한참 떠올리다 포기했다. 그러기엔 지나치게 매력적인 주인공들. 그들을 둘러싼 환경은 죄다 글러먹었고, 누군가의 아내가 되어 성이 바뀐 여성들의 삶은 놀랍도록 씩씩하다. 중간중간 첨부되는 레시피는 이국의 것임을 증명하듯 예상도 불가한 재료를 사용하지만 어쩐지 맛이 와닿아 속상하고 통쾌했다. 수십 년 전, 수년 전의 그 사람을 응원하기 위해 케이크를 구워볼까.

"나는 누구인가?" 그들이 수십 번 되뇌었고 나 또한 셀 수 없이 읊조리는 의문. 우린 누구였나? 얼마나 큰 의지를 내보이는가. 아무렴, 우리는 우리로 남아 원하는 바를 쟁취하겠다고. 다짐하다 책을 쓸어보는. 정원을 가꾸고 요리 레시피를 뒤적이는 여자는 완벽한 아내인가? 그럴지도, 그럴지도.

"태양은 언제나 돌아온다…… 당신이 그것을 기다릴 만큼 강인하기만 하다면."

※서평단의 자격으로 책을 제공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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