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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산더와 장난감 쥐 - 1970년 칼데콧 아너 상 수상작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261
레오 리오니 지음, 김난령 옮김 / 시공주니어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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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악!"

누군가 나를 보고 비명을 지르며 도망을 친다면...

 

알렉산더는 새앙쥐다. 사람들은 알렉산더만 보면 비명을 지르고 기겁을 한다. 그저 배가 고파 음식 부스러기를 조금 주워 먹으려고 한 것뿐인데 말이다. 반면 윌리는 애니가 좋아하는 장난감 쥐다. 사람들이 태엽을 감아 줘야만 움직일 수 있다. 어느 날 윌리를 본 알렉산더는 사람들이 사랑해주는 장난감 쥐가 되고 싶다.

 

레오 리오니의 <알렉산더와 장난감 쥐>(시공주니어, 2019)의 원제는 Alexander and the Wind-Up Mouse이다. 1969년에 미국에서 출간된 <알렉산더와 장난감 쥐>1970년 칼데콧 아너 상을 수상했다. 국내에서는 199911'마루벌'에서 <새앙쥐와 태엽쥐>로 번역되었으며, 20196'시공주니어'에서 원제에 가까운 제목으로 새롭게 옷을 입었다

 

너는 무엇이 되고 싶으냐?

 

알렉산더는 "나도 윌리처럼 장난감 쥐여서 사람들이 안아 주고 사랑해 주면 얼마나 좋을까!"생각한다. 사람들에게 매일 쫓겨 다니는 고단한 삶에서 벗어나고 싶다. 사랑만 받는다면 사람들이 태엽을 감아줘야 움직일 수 있는 장난감 쥐여도 괜찮다. 해서, 누구든 원하는 동물로 변신 시켜준다는 마법사 도마뱀을 찾아간다. 도마뱀은 둥근 달이 뜨는 밤에 보라색 조약돌을 찾아서 오라고 한다. 간절한 소망을 품은 알렉산더는 날마다 정원을 뒤지며 보라색 조약돌을 찾아다닌다. 하지만 보라색 조약돌을 쉽게 찾을 수가 없었다. 마치 간절한 소망을 이루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처럼.

 

 

 

보라색 조약돌을 찾다 지쳐 집으로 돌아 온 알렉산더는 상자에서 망가지 인형들 사이에 껴 있는 윌리를 본다. 그리고 그 상자 옆에서 그토록 찾던 보라색 조약돌을 발견한다. 알렉산더는 보라색 조약돌을 가지고 도마뱀을 찾아간다. 도마뱀은 "너는 무엇이 되고 싶으냐?"고 묻는다. 잠시 생각에 빠진 알렉산더는 "윌리를 저 같은 진짜 쥐로 만들어 주시겠어요?"라고 주문한다. 알렉산더는 윌리의 삶을 위해 자신의 소망을 내려놓는다. 결코 쉬운 선택이 아니다. 하지만 알렉산더는 자신의 고단한 삶보다 친구의 곤경을 먼저 생각한다. 레오 리오니는 이 둘의 우정과 알렉산더의 내면을 섬세하게 그린다. 이에 독자들은 행간에서 느껴지는 알렉산더의 마음을 놓치지 않을 수 있다. 우화의 거장이라 불리는 레오 리오니, 그가 그림책을 끌고 가는 힘이지 않을까.

 

너 누구니?

 

그림책은 질문한다. 알렉산더와 윌리, 그리고 독자들에게. 우리는 고달프고 지치는 상황일 때 자기 자신을 잃어버리기도 한다. 행복한 삶을 영위하기 위해 일을 하지만 자발적 노예가 되기도 한다. 자신은 어디로 갔는지 흔적도 모른 체 말이다. 알렉산더는 쫓겨 다니는 자신의 삶에서 벗어나고픈 마음이 컸기에 자신의 모습을 바꾸고 싶어 한다. 정체성은 자기 자신에 대한 수용적 자세와 현실에 대한 진지하고 긍정적인 자세를 형성하는 내면적 상태를 의미한다.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수용하지 못하고 장난감 쥐의 삶을 추구했던 세상의 알렉산더에게 정체성은 먼 나라 이야기다. 심리학자 칼 로저스는 "정체감을 인식하려면 자신을 알고 있는 타인의 존재가 필요하다"고 했다. 알렉산더가 자신과 윌리의 정체성을 찾아 줄 수 있었던 건 윌리라는 거울이 있었기 때문은 아닐런지.

    

 

50년이 훌쩍 넘은 그림책이다. 반세기를 지난 그림책이지만 레오 리오니의 삶에 대한 철학적 질문은 21세기에 사는 독자들에게도 유효하다. 우화의 거장답게 생쥐라는 캐릭터로 작가의 메시지를 명확하게 전달하고, 전통적인 회화기법을 탈피한다. 레오 리오니는 손으로 찢어 붙이거나 가위로 자르는 콜라쥬 기법으로 시각적 입체감과 촉감을 느끼게 한다. 생쥐의 몸 부분을 옷 패턴처럼 자른 단순한 선과 형태, 색상과 레이아웃은 풍부하면서도 절제된 색채와 조화를 이룬다. 1960년대에도 2020년 현재도, 현대인들이 삶에서 놓쳐서는 안될 본질적인 질문을 던지는 <알렉산더와 장난감 쥐>는 늘 새롭게 읽히는 그림책의 고전이다.

 

너 누구니?”

    

https://blog.naver.com/rkh0918/2218315230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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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이 되는 그림책이 있습니다 - 독서 모임 전문가 10인의 인생 그림책
김민영 외 지음 / 섬드레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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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에 가면 숭례문학당이 있다. 숭례문(남대문) 옆에 있어 숭례문학당이라는 그곳은 함께의 가치로 ‘함께 읽고 쓰기’를 실천하는 독서 공동체이다. 최근, 그곳에서 읽고 쓰는 이들 몇몇이 『힘이 되는 그림책이 있습니다』(섬드레, 2025)를 펴냈다. 이 책은 『서평 쓰기, 저만 어려운가요?』(엑스북스, 2024)의 저자 김민영, 린롄언의 『숲속 나무가 쓰러졌어요』(섬드레, 2024)를 번역한 김예원 저자 등 10명이 함께 쓴 그림책 에세이다. 그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책으로 만났다.

『힘이 되는 그림책이 있습니다』는 10명의 저자 각자에게 한 권의 그림책이 어떻게 다가왔는지, 삶에서 어떤 힘을 주었는지를 이야기한다. 책은 선택하는 힘, 깨고 나오는 힘, 일상을 기억하는 힘, 선을 긋는 힘, 소심함이라는 힘, 용기 내는 힘, 홀로 서는 힘, 뛰어오를 힘, 엄마라는 힘, 질문하는 힘을 이야기하는 10권의 인생 그림책과 함께 읽으면 좋을 그림책까지 총 70권이 소개된다.

"틀린 게 아니라 다른 길이라고요!"

‘선택하는 힘’, 13쪽

공저자 김민영은 그림책의 고전이라 불리는 레오 리오니의 『프레드릭』을 불러온다. 그는 ‘논객’, ‘반항아’라는 수식어가 붙은, ‘프레드릭’의 눈빛으로 노래하던 신해철의 세계는 점수로 평가받는 학교와 아이들로부터 먼 자신에게 위로와 위안이었다고 고백한다. 저자는 누군가와 달라도 괜찮다고, 들쥐 가족과는 다른 삶을 지향하는 ‘프레드릭’을 통해 다정하면서도 단호한 어조로 말한다. 사회가 들이대는 잣대에 모범생이 되지 않아도 된다고. 다르다는 것은 틀린 게 아니라고. 선택의 힘을 이야기한다.

오수민 저자는 인생 그림책으로 『나는 소심해요』(엘로디 페로탱, 이마주, 2019)를 소개한다. 소심하다는 대담하지 못하고 조심성이 지나치게 많다는 뜻으로 긍정적이라기보다는 부정적인 느낌이 더 강하다. 소심한 사람은 그렇지 않은 이들에게는 별것도 아닌 말 한마디를 하기 위해서 수십 번의 망설임을 만난다고 한다. 소심했던 저자는 상대에게 자신의 생각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고 언제나 자신의 생각과 감정의 주인은 타인이 되기 십상이었다고 전한다. 하지만 이 그림책은 소심함은 병이 아니고, 상대의 말을 잘 들어주는 능력이고, 깊이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이라며 저자에게 힘을 주었다고. 저자는 소심했던 자신 덕분에 하고 싶은 이야기를 글로 쓸 수 있었다고 밝힌다. 누구에게나 단점은 있기 마련이다. 내 삶에 단점인 것만 같은 그 무엇이 때로 내 삶의 긍정적인 힘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저자는 말한다. “ ‘소심함이라는 힘’은 생각보다 세다”(89쪽)고.

 


 

저자들은 힘들었던 삶의 어느 시간들을 진솔하게 털어놓는다. 힘들었던 지난 시간들을 그림책을 읽으며 위로받고 힘을 얻었다고 고백한다. 조곤조곤 담담하게 펼쳐 놓는 저자들의 인생 이야기는 낯설지 않다. 그저 그들만의 이야기에 머물지 않는다. 누군가는 “두 손을 번쩍 들고 생을 온전히 받아들이기엔 여전히 겁도 걱정도 많아”(38쪽) 한 걸음을 내딛기가 여전히 버거운 이도 있을테고, 아직 부엉이를 만나러 가는 “과정을 즐기 줄 아는 여유”(50쪽)를 찾지 못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저자들은 자신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소심해도 괜찮고, 때로 “나 만의 선 긋기”(68쪽)도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이는 무례함이 아니라 “서로의 ‘선’을 존중해 주는 것”(69쪽)일 뿐이라고. 이처럼 한 권의 그림책이 저자들에게 힘이 되었듯 그들이 담담히 들려 주는 인생 이야기는 어떤 독자에게는 위안의 힘으로 자리 할수도 있을 것이다.

책은 한 편의 그림책 소개가 끝날 때마다 생각거리를 던진다. 나는 이랬는데 당신은 어떠냐고 질문한다. 독자들은 잠시 멈추고 사유한다. 그림책의 힘에 생각의 힘이 얹어지는 순간이다. 이는 이 그림책 에세이를 읽으면서 생각하지 않은 부케이다. 또한 저자마다 자신이 소개한 그림책과 함께 읽고 생각해 보면 좋을 그림책을 6권씩 보탠다. 주제에 따라 어떤 그림책을 보면 좋을지 고민하는 독자라면 큰 자산이 될 목록이다. 추운 겨울을 대비해 곳간에 식량을 쌓아 놓듯 그림책 목록 곳간이 든든하게 채워질 테니.

필자는 책을 읽는 도중 이미 마음속에서 『힘이 되는 그림책이 있습니다』의 한 꼭지를 쓰고 있었던 것 같다. 아니 어쩌면 한 꼭지가 아니라 10꼭지였을 게다. 저자마다 이야기하는 그림책과 그 상황에 그랬지, 나도 그런 적이 있었지,라며 끄덕였으니. 공감하고 공감 받는 에세이, 읽기를 넘어 쓰는 자의 출발선에 서게 할 수도(이 책 참 신기한 힘을 가졌네!).

다정한 위로가 필요한가.

그림책의 힘을 얻고 싶은가.

그렇다면 이 그림책 에세이를 권한다. 위로와 용기를 넘어 어쩌면 필자처럼 또 다른 『힘이 되는 그림책이 있습니다』의 한 꼭지를 쓰고 있을 수도. 누구나 가슴에 힘이 되는 그림책 한 권 품고 있을 테니.

당신은 어떤 힘을 이야기 하고 싶은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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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호수의 에세이 클럽 - 진짜 내 이야기로 에세이 쓰기
임수진(밤호수) 지음 / 엑스북스(xbooks)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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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는 별 하나 안은 채 조용하다

- 모윤숙의 ‘밤호수’에서


밤호수. 모윤숙 시인의 시 제목이기도 하고 ‘밤호수의 에세이 클럽’ 대장이자 최근 같은 제목으로 책을 출간한 저자 임수진의 블로그 별명이기도 하다. 저자는 자신의 별명 ‘밤호수’는 모윤숙의 시 제목에서 따왔다고 밝혔다. 어린 시절 추억이 깃든 한옥집 마당에서 올려다 본 까만 밤하늘은 저자에게 그대로 밤호수였다고. 누군가에게는 무용하기 짝이 없는 그 밤하늘은 저자의 미국 생활을 견딜 수 있게 하는 그리움의 밤호수였고, ‘영원한 국어교사’였던 그에게 ‘가르침’이란 별을 품게 한 또 다른 밤호수였을 것이다. ‘밤호수의 에세이 클럽’은 그렇게 탄생하지 않았을까.


『밤호수의 에세이 클럽』은 3년 동안 진행했던 에세이 클럽의 진수를 그대로 보여준다. 책은 총 5부로 에세이란 무엇인가에서부터 에세이 쓰기의 구체적인 방법과 ‘나만의 콘텐츠’를 만들고, 함께 글을 쓰며 글쓰기 모임을 지속하는 에세이 클럽의 이야기까지, 에세이로 삶을 꾸려온 저자의 ‘진짜 내 이야기로 에세이 쓰는 법’을 들려준다.


나는 나르시시스트다.

41쪽


밤호수, 그녀는 고백한다. 나르시시스트라고. 에세이는 내 이야기라고. 이 책의 부제도 ‘진짜 내 이야기로 에세이 쓰기’이지 않은가. 내 이야기를 굳이 왜 드러내면서까지 할까. 우리는 왜 “지극히 사적인 글을 타인과 공유”(23쪽) 하는 에세이를 쓰고 싶어 할까. 누구나 자신의 이야기를 쓰고 싶어 한다. 설령 타인의 이야기를 쓰더라도 결국 그 에세이의 주인공은 나인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이야기가 내 이야기이지 않은가. 우리가 소설이나 에세이를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것도 타인의 이야기에서 나를 발견하기 때문은 아닐까. 소설 속 등장인물에 감정 이입을 하는 것도 그가 나 같기 때문이고 에세이 속 이야기에 몰입하는 것도 타인의 이야기에서 교감을 하기 때문이리.


저자는 “내 세상에 담긴 타인의 세상을 이해하고, 타인의 세상에 담긴 그들의 마음을 이해하기 때문”(45쪽)에 나의 이야기를 하면서 타인에게 전달할 수 있다고 한다. 이처럼 나와 타인이 서로 교감하고 공감하는 지점이 없다면 에세이라 할 수 없을 것이라고. 하여, 에세이는 나 혼자만의 내밀한 공간에 누군가를 초대하는 것, 그곳에서 마음을 전하고 공감을 나눌 수 있어야 한다고.


필자가 에세이를 쓰기 시작한 것은 아마 어느 해 100일 글쓰기를 하면서 이지 않을까. 당시 나는 100일 동안 유년 시절 이야기를 70-80% 정도 썼던 것 같다. 그 이후에도 종종 어린 식이 이야기를 불러오곤 했었다. 이처럼 과거를 에세이로 쓰기는 비교적 쉽다고 한다. 하지만 이 책에서 저자는 ‘시간’의 장치를 글쓰기의 매우 중요한 도구로 말한다. 과거 시점에서의 에세이뿐 아니라, 오늘, 미래의 에세이, 하지 않은 이야기, 앞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를 쓰라고 권한다. 과거·현재·미래, 그 모든 순간의 정서를 불러오라고 한다. 그러면 좀 더 풍부한 에세이가 되지 않을까.


책은 에세이 클럽에서 과제로 제시하는 6가지 글쓰기 소재를 이야기한다. 그중 형용사를 찾으라는 저자의 제안은 흥미롭다.


우리의 모든 순간을 꽉 짜면 감정으로, 결국 한 방울의 형용사로 떨어진다.

100쪽


저자는 모든 에세이는 형용사에서 시작하며, 형용사로 남는다고 전한다. 참으로 참신하지 않은가. 대부분의 글쓰기 작법서에서는 부사, 형용사를 남발하지 말라고 한다. 물론 저자가 말하는 것이 문장에 형용사 남발을 하라는 뜻은 아니다. 행위, 동사의 영역이 에피소드라 한다면, 이를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감정’은 ‘형용사’라고 한다. 에세이는 각자가 겪은 행위, 일(동사)에서 시작해 결국은 글에서 감정, 형용사로 치환된다. 여기서 독자와 공유되는 형용사가 있다면 그 지점이 공감이고 에세이지 않을까.


책은 이 외에도 에세이 책 쓰기에서의 공저, 나만의 콘테츠 만들기에서 편집회의를 이야기한다. 편집회의는 그야말로 여타 어느 글쓰기 책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이야기이다. 또, 5부에서 펼쳐 보이는 에세이 클럽 이야기는 밤호수, 그녀의 이야기이자 우리들의 이야기로 뭉클하기까지 한다. 240여 페이지의 두껍지 않은 책은 알차다. 이 책이 얼마나 단단한지는 목차만 봐도 알 수 있다. 꼼꼼한 목차는 초보 운전자에게 친절히 길을 가르쳐 주는 내비게이션처럼 에세이를 어떻게 써야 할지 섬세하고 은은한 불빛으로 밤바다의 등대 역할을 한다. 앞부분에서 에세이 쓰기 방법을 이야기하고 뒷부분에 에세이 클럽 이야기를 배치한 구성 또한 유연하다.


『밤호수의 에세이 클럽』 ‘진짜 내 이야기로 에세이 쓰기’는 제목과 부제가 안성맞춤이다. 에세이 클럽 이야기를 하면서 에세이를 어떻게 써야 하는지 방법론과 그 안에서 일어나는 이야기, 밤호수 자신의 이야기. 에세이 클럽에 참여한 참여자들의 이야기. 그야말로 진짜 내 이야기로 에세이를 쓰고 있지 않은가. 저자가 이 책에서 말하고 있는 것을 실천하며 그대로 보여준다. 여타 다른 글쓰기 책에서 말하는 글을 잘 쓰기 위해서는 무조건 쓰는 수밖에 없다(물론 맞는 말이다. 그럼에도 누구나 할 수 있는 원론적인 말은 식상하다)는 등의 말을 남발하지 않는다. 밤호수, 그녀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로 기존의 다른 글쓰기 작법서와는 분명 차별성이 있다. 『밤호수의 에세이 클럽』은 진짜 밤호수 이야기로 에세이를 쓰고 있으니. 밤호수, 그녀는 천상 이야기꾼이자, 선생님이시다.


에세이라는 별 하나 안고 싶은가. 『밤호수의 에세이 클럽』 읽기를 권한다. 읽는 도중에 에세이를 쓰고 싶을 수도. 읽고 나면 적어도 일기와 에세이를 구분해서 쓰는 나르시시스트가 되어 있을 수도.


이 책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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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트비히와 코뿔소 날개달린 그림책방 60
노에미 슈나이더 지음, 골든 코스모스 그림, 이명아 옮김 / 여유당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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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은 엄마의 2주기 기일이었다. 다시 말해, 엄마를 못 본 지 2년이 되었다는 말이다. 하지만 인간은 부재에서 존재한다는 말처럼 엄마가 떠나고 엄마를 더 많이 생각하고 품었던 것 같다. 엄마는 내 눈으로 볼 수는 없지만 늘 내 안에 존재한다.

존재와 부재, 부재와 존재. 있다와 없다, 없다와 있다. 자꾸 생각하다 보면 무엇이 무엇인지 그 경계가 불분명하다. 하늘과 바다가 맞닿은 것처럼 어디가 하늘이고 어디가 바다인지 확실하지 않다. 그 희미한, 섞여있는 그 어디쯤을 경계선이라고 할 수 있는지, 수평선이라고 할 수 있는지. 이처럼 내게 철학은 굉장히 관념적이기도 하고, 때로는 삶의 해답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어쩌면 철학이라고 말하기 민망스러울 정도로 철학이 뭔지 몰라서 그럴 수도 있다. 내게 그림책 <루트비히와 코뿔소>가 그랬다. 알쏭달쏭 관념적인 것 같으면서도 현재 내가 천착하는 삶과 죽음, 존재와 부재를 사유하게 했다.


<루트비히와 코뿔소>는 철학자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과 그의 스승 버트런드 러셀의 코뿔소가 있다 없다 논쟁을 모티브로 한다. 이 그림책은 잠자리에 들기 전 아들 방에 온 아빠가 누군가와 이야기하는 루트비히를 보고 묻는 것에서 시작한다.

누구랑 얘기하는 거야?

코뿔소랑요.

<루트비히와 코뿔소> 본문에서

아빠는 루트비히 방에서 코뿔소를 볼 수 없었고,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루트비히는 책상 아래, 침대 밑, 옷장 안에 코뿔소가 있다고 주장한다. 아빠는 왜 루트비히 방에 코뿔소가 없다고 하는 걸까, 그는 왜 보지 못하는 걸까. 어쩌면 아빠의 말처럼 정말로 방에 코뿔소가 없을 수도 있다. 아니면 고정관념에 가려 보이지 않을 수도 있다. 잘 변하지 않는 확고한 의식이나 관념은 생각이나 행동을 견고하게 묶는다. 자유로움에서 멀게 하는 특징이 있다. 코뿔소는 덩치가 크다. 그러니 방 안에 살기에는 부적당하다는 것이 일반적인 생각이다. 이미 여기서부터 코뿔소는 방에서 볼 수 없는 대상이 된다. 그러니 있다고 한들 아빠의 눈에 보이겠는가. 여기서 작가는 이 그림책을 보는 독자에게 질문한다.

눈에 보이지 않으면 존재하지 않는가?

루트비히는 묻는다. 그럼 달은 보이냐고. 아빠는 “지금까지 달을 천 번도 넘게 봤으니까 지금 서 있는 곳에서는 볼 수 없지만 오늘도 달은 있어”라고 한다. 덧붙여, 아빠는 지금 저쪽에 있다는 것을 “증명할 수는 없지만 알고는 있”다고 한다. 경험한다는 것을 무엇일까. 잦은 경험으로 그 무엇을 확정 짓는 것은 괜찮은 것일까. 증명한다는 것과 안다는 것은 어떤 차이점일까. 방에 있는 코뿔소를 본 적이 없다고 코뿔소가 방에 없다고, 앞으로 절대 방에 없을 거라고 어떻게 증명할 수 있을까.

눈에 보이지 않는 것,

없다는 것은 증명할 수 있을까?

이 그림책에서 아이들의 유연한 상상력에 반해 어른의 견고한 사고를 마주할 것이다. 무디어진 감각과 고정관념에 의한 논리가 어떤 벽을 만드는지 사유하게 될 것이다. 그럼에도 아이의 말을 무시하지 않고 들어주고 대화하는 아빠의 태도는 중요하다. 아이가 자신의 생각을 마음껏 표현하고 사고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준다는 것을 아빠의 모습에서 볼 수 있다. 고정관념으로 코뿔소는 방에 절대 있을 수 없다고 하면서도 아빠는 루트비히의 말을 무시하지 않는다. 코뿔소가 방에 있다는 아이에 말에 여기저기 찾아본다. 상상력은 윽박이 아닌 질문하고 사유하는 것에서 나오는 것임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처음부터 마지막 장을 덮을 때까지 질문으로 꽉 찬 그림책은 읽고 보는 내내 철학 해 보기를 권한다. 그림책은 많은 색을 사용하지 않는다. 빨강, 파랑, 노랑 세 가지 색깔로 눈에 보이는 세계와 보이지 않는 세계를 그린다. 그림 작가 골든 코스모스가 한 인터뷰에서 밝혔듯이 ‘빛과 그림자로 사물과 공간을 정의하고 사물의 위치를 파악하고, 그림의 리듬을 설정한다. 또한 그림자 속 코뿔소는 무형의 상상력을 상징’하고, 루트비히의 명료한 자기주장은 붉은 형광색 머리카락 색깔로 드러낸다. 이 그림책의 또 다른 재미는 루트비히 잠옷에 그려진 코뿔소 패턴이다. 코뿔소 그림은 빛의 각도에 따라 보이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한다. 이는 이 책이 시종일관 말하는 존재하는 것과 존재하지 않는 것, ‘보이지 않으면 없다고 할 수 있는가’와 일맥 상통한다.

2년 전 소풍을 떠난 엄마는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면 엄마는 없는 것일까?

밤 하늘의 달을 보면 엄마가 떠오른다. 엄마가 그리울 때면 집장을 먹는다. 엄마는 한순간도 내 곁을 떠난 적이 없다. 소풍을 떠난 지금도. 나는 엄마가 없다고 증명할 수 없다. 엄마는 늘 내 곁에 내 마음에 있으니, 그리움의 존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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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에 가로막힌 오또
모 구티에레스 세레나 지음, 임유진 옮김 / 곰세마리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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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담장은 안녕하신가요

바위에 가로막힌 오또(모 구티에레스 세레나 지음, 곰세마리, 2024)

 

배우는 걸 좋아하는 이는 무언가를 배우러 갈 때 발걸음이 설레지요. 좋아하는 것을 한다는 건 설레고 발걸음을 경쾌하게 하는 일이거든요. 바위에 가로막힌 오또에 나오는 강아지 오또는 봄이 되면 산딸기를 따 먹으러 갈 때 참 즐겁습니다. 길고 긴 담장을 따라 좁은 길을 달려도 담장이 높은지, 길이 좁은지 잘 느끼지 못할 정도로요. 오또는 자신이 원하는 하나, 산딸기를 충분히 따 먹을 수 있었으니까요.

 

바위에 가로막힌 오또는 봄날 긴 담장을 따라 산딸기를 따러 가는 오또로부터 시작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오또가 가는 길 한가운데 커다란 바위 하나가 떡하니 막아버렸지 뭐예요. 그동안 한 번도 없었던 일이었지요. 오또는 대체 이 바위는 왜 여기 있는 거야라며 바위를 원망했습니다. 온 힘을 다해 밀어보았지만, 바위는 꿈적도 하지 않았습니다. 짠하고 바위가 사라지기를 기도하지만 바위는 여전히 그 자리에 그대로 있습니다. 급기야 커다란 바위를 굴려 보낸 산이 미워지고, 하는 일마다 제대로 되지 않는 자신의 운이 한탄스럽습니다. 온 세상이 원망스럽고 자신에게 화가 나기도 하지요. 씩씩대던 오또는 이제 다시는 산딸기를 먹지 않을 거라 다짐하며 지쳐 바위에 기대 쉽니다.

 

무언가 내가 가는 앞 길을 막는다면 여러분은 어떨까요? 오또처럼 길을 막은 대상을 원망하고 급기야는 뭘 해도 운이 따르지 않는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기도 합니다. 이런 상황은 화를 불러오기도 하지요. 화는 차분히 생각하는 것을 어렵게 합니다. 극상의 분노 속에서는 사유하기 어렵거든요. 생각, 사유는 마음이 차분히 가라앉았을 때 가능해요. 오또가 바위 옆에 앉아 쉴 때처럼이요. 오또는 바위에 기대어 쉬면서 다음으로 움직일 힘을 얻습니다. 쉰다는 것은 문제에서 한 발짝 떨어져 관찰할 수 있게 하거든요. 등잔 밑이 어둡다는 말처럼 바로 아래가 아닌 옆에서 보면 보이지 않던 게 보이기도 하잖아요.

 

어쩌면 바위를 올라 지나갈 수 있을지도 몰라

본문에서

 

바위 위로 올라간 오또는 무엇을 보았을까요?

지금까지 봤던 세상 그 너머를 보았을까요?


바위에 올라가 내려다본 세상은 오또가 지금까지 봐 온 담장 안 세상은 아니었을 거예요. 오또는 길 한가운데 바위가 가로막기 전부터 이미 담장 안에 갇힌 오또였지요. 아무런 장애 없이 산딸기를 따 먹을 수 있었던 담장 안 세상은 오또에게 그저 안락하고 안정된 생활이었지요. 안정된 삶은 평온하기는 하지만 물음표를 던지기는 쉽지 않잖아요. 긴 담장은 오또를 보호하는 울타리이기도 했지만, 덕분에 다른 세상을 볼 수 없는 가림막이기도 했어요. 오또가 보호막이라고 생각했던 담장은 오또를 가로막았던 바위 이전의 가림막 담장은 아니었을까요. 보호막이라고 생각했던 가림막 담장을 볼 수 있었던 것은 커다란 바위, 길 한가운데를 떡하니 막은 바위 덕분이었습니다.

 

우리는 절망일 때 희망을 노래하고, 슬플 때 기쁨을 이야기하지요. 캄캄한 어둠일 때 별이 더 반짝이듯 길 한가운데를 막은 바위 덕분에 가로막은 긴 담장과 다른 세상을 볼 수 있었지요. 오또가 만난 바위는 골치 아픈 문제, 절망에만 해당했을까요. 오또가 커다란 바위, 움직이지 않는 바위를 만나지 않았다면 담장 너머로 슈우웅 할 수 있었을까요. 누구나 삶에서 편안함을 추구합니다. 저도 그렇습니다. 당신도 그렇지 않나요. 하지만 그 안락함에 젖어 보호막인 듯 가림막인 담장을 알아채지 못하지는 않은지요?

 

당신의 담장은 안녕하신가요?

 

이 그림책은 경쾌함으로 시작해 중간중간 오또의 감정을 여과 없이 비춰줍니다. 덕분에 오또의 표정만으로 여러 감정을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회색의 바위는 오또에게 더 묵직한 문제로 다가가기도 합니다. 오또보다 몇 배나 크게 그려진 크기 또한 오또가 처한 문제 상황을 두드러지게 보여줍니다. 그래서 작은 오또가 더 작게 보이고, 문제 앞에서 더 절망스러워하는 극적인 효과가 생기기도 합니다. 그림책 판형은 귀여운 오또와 참 잘 어울립니다. 하얀색의 여백과 간결한 그림은 작은 판형에서 올 수 있는 답답함을 느끼지 못하게 합니다. 간단한 색을 사용했지만 색감으로 읽을 수 있는 그림책. 귀여운 그림책이면서 생각거리를 던져주는 바위에 가로막힌 오또, 한동안 곁에 두고 자주 펼쳐 볼 듯합니다.

 

봄이 오면 오또는 담장을 따라 좁은 길을 달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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