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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산더와 장난감 쥐 - 1970년 칼데콧 아너 상 수상작 ㅣ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261
레오 리오니 지음, 김난령 옮김 / 시공주니어 / 2019년 6월
평점 :
품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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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악!"
누군가 나를 보고 비명을 지르며 도망을 친다면...
알렉산더는 새앙쥐다. 사람들은 알렉산더만 보면 비명을 지르고 기겁을 한다. 그저 배가 고파 음식 부스러기를 조금 주워 먹으려고 한 것뿐인데 말이다. 반면 윌리는 애니가 좋아하는 장난감 쥐다. 사람들이 태엽을 감아 줘야만 움직일 수 있다. 어느 날 윌리를 본 알렉산더는 사람들이 사랑해주는 장난감 쥐가 되고 싶다.
레오 리오니의 <알렉산더와 장난감 쥐>(시공주니어, 2019)의 원제는 Alexander and the Wind-Up Mouse이다. 1969년에 미국에서 출간된 <알렉산더와 장난감 쥐>는 1970년 칼데콧 아너 상을 수상했다. 국내에서는 1999년 11월 '마루벌'에서 <새앙쥐와 태엽쥐>로 번역되었으며, 2019년 6월 '시공주니어'에서 원제에 가까운 제목으로 새롭게 옷을 입었다.
❙너는 무엇이 되고 싶으냐?
알렉산더는 "나도 윌리처럼 장난감 쥐여서 사람들이 안아 주고 사랑해 주면 얼마나 좋을까!"생각한다. 사람들에게 매일 쫓겨 다니는 고단한 삶에서 벗어나고 싶다. 사랑만 받는다면 사람들이 태엽을 감아줘야 움직일 수 있는 장난감 쥐여도 괜찮다. 해서, 누구든 원하는 동물로 변신 시켜준다는 마법사 도마뱀을 찾아간다. 도마뱀은 둥근 달이 뜨는 밤에 보라색 조약돌을 찾아서 오라고 한다. 간절한 소망을 품은 알렉산더는 날마다 정원을 뒤지며 보라색 조약돌을 찾아다닌다. 하지만 보라색 조약돌을 쉽게 찾을 수가 없었다. 마치 간절한 소망을 이루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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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라색 조약돌을 찾다 지쳐 집으로 돌아 온 알렉산더는 상자에서 망가지 인형들 사이에 껴 있는 윌리를 본다. 그리고 그 상자 옆에서 그토록 찾던 보라색 조약돌을 발견한다. 알렉산더는 보라색 조약돌을 가지고 도마뱀을 찾아간다. 도마뱀은 "너는 무엇이 되고 싶으냐?"고 묻는다. 잠시 생각에 빠진 알렉산더는 "윌리를 저 같은 진짜 쥐로 만들어 주시겠어요?"라고 주문한다. 알렉산더는 윌리의 삶을 위해 자신의 소망을 내려놓는다. 결코 쉬운 선택이 아니다. 하지만 알렉산더는 자신의 고단한 삶보다 친구의 곤경을 먼저 생각한다. 레오 리오니는 이 둘의 우정과 알렉산더의 내면을 섬세하게 그린다. 이에 독자들은 행간에서 느껴지는 알렉산더의 마음을 놓치지 않을 수 있다. 우화의 거장이라 불리는 레오 리오니, 그가 그림책을 끌고 가는 힘이지 않을까.
❙너 누구니?
그림책은 질문한다. 알렉산더와 윌리, 그리고 독자들에게. 우리는 고달프고 지치는 상황일 때 자기 자신을 잃어버리기도 한다. 행복한 삶을 영위하기 위해 일을 하지만 자발적 노예가 되기도 한다. 자신은 어디로 갔는지 흔적도 모른 체 말이다. 알렉산더는 쫓겨 다니는 자신의 삶에서 벗어나고픈 마음이 컸기에 자신의 모습을 바꾸고 싶어 한다. 정체성은 자기 자신에 대한 수용적 자세와 현실에 대한 진지하고 긍정적인 자세를 형성하는 내면적 상태를 의미한다.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수용하지 못하고 장난감 쥐의 삶을 추구했던 세상의 알렉산더에게 정체성은 먼 나라 이야기다. 심리학자 칼 로저스는 "정체감을 인식하려면 자신을 알고 있는 타인의 존재가 필요하다"고 했다. 알렉산더가 자신과 윌리의 정체성을 찾아 줄 수 있었던 건 윌리라는 거울이 있었기 때문은 아닐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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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이 훌쩍 넘은 그림책이다. 반세기를 지난 그림책이지만 레오 리오니의 삶에 대한 철학적 질문은 21세기에 사는 독자들에게도 유효하다. 우화의 거장답게 생쥐라는 캐릭터로 작가의 메시지를 명확하게 전달하고, 전통적인 회화기법을 탈피한다. 레오 리오니는 손으로 찢어 붙이거나 가위로 자르는 콜라쥬 기법으로 시각적 입체감과 촉감을 느끼게 한다. 생쥐의 몸 부분을 옷 패턴처럼 자른 단순한 선과 형태, 색상과 레이아웃은 풍부하면서도 절제된 색채와 조화를 이룬다. 1960년대에도 2020년 현재도, 현대인들이 삶에서 놓쳐서는 안될 본질적인 질문을 던지는 <알렉산더와 장난감 쥐>는 늘 새롭게 읽히는 그림책의 고전이다.
“너 누구니?”
https://blog.naver.com/rkh0918/2218315230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