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호수의 에세이 클럽 - 진짜 내 이야기로 에세이 쓰기
임수진(밤호수) 지음 / 엑스북스(xbooks)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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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는 별 하나 안은 채 조용하다

- 모윤숙의 ‘밤호수’에서


밤호수. 모윤숙 시인의 시 제목이기도 하고 ‘밤호수의 에세이 클럽’ 대장이자 최근 같은 제목으로 책을 출간한 저자 임수진의 블로그 별명이기도 하다. 저자는 자신의 별명 ‘밤호수’는 모윤숙의 시 제목에서 따왔다고 밝혔다. 어린 시절 추억이 깃든 한옥집 마당에서 올려다 본 까만 밤하늘은 저자에게 그대로 밤호수였다고. 누군가에게는 무용하기 짝이 없는 그 밤하늘은 저자의 미국 생활을 견딜 수 있게 하는 그리움의 밤호수였고, ‘영원한 국어교사’였던 그에게 ‘가르침’이란 별을 품게 한 또 다른 밤호수였을 것이다. ‘밤호수의 에세이 클럽’은 그렇게 탄생하지 않았을까.


『밤호수의 에세이 클럽』은 3년 동안 진행했던 에세이 클럽의 진수를 그대로 보여준다. 책은 총 5부로 에세이란 무엇인가에서부터 에세이 쓰기의 구체적인 방법과 ‘나만의 콘텐츠’를 만들고, 함께 글을 쓰며 글쓰기 모임을 지속하는 에세이 클럽의 이야기까지, 에세이로 삶을 꾸려온 저자의 ‘진짜 내 이야기로 에세이 쓰는 법’을 들려준다.


나는 나르시시스트다.

41쪽


밤호수, 그녀는 고백한다. 나르시시스트라고. 에세이는 내 이야기라고. 이 책의 부제도 ‘진짜 내 이야기로 에세이 쓰기’이지 않은가. 내 이야기를 굳이 왜 드러내면서까지 할까. 우리는 왜 “지극히 사적인 글을 타인과 공유”(23쪽) 하는 에세이를 쓰고 싶어 할까. 누구나 자신의 이야기를 쓰고 싶어 한다. 설령 타인의 이야기를 쓰더라도 결국 그 에세이의 주인공은 나인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이야기가 내 이야기이지 않은가. 우리가 소설이나 에세이를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것도 타인의 이야기에서 나를 발견하기 때문은 아닐까. 소설 속 등장인물에 감정 이입을 하는 것도 그가 나 같기 때문이고 에세이 속 이야기에 몰입하는 것도 타인의 이야기에서 교감을 하기 때문이리.


저자는 “내 세상에 담긴 타인의 세상을 이해하고, 타인의 세상에 담긴 그들의 마음을 이해하기 때문”(45쪽)에 나의 이야기를 하면서 타인에게 전달할 수 있다고 한다. 이처럼 나와 타인이 서로 교감하고 공감하는 지점이 없다면 에세이라 할 수 없을 것이라고. 하여, 에세이는 나 혼자만의 내밀한 공간에 누군가를 초대하는 것, 그곳에서 마음을 전하고 공감을 나눌 수 있어야 한다고.


필자가 에세이를 쓰기 시작한 것은 아마 어느 해 100일 글쓰기를 하면서 이지 않을까. 당시 나는 100일 동안 유년 시절 이야기를 70-80% 정도 썼던 것 같다. 그 이후에도 종종 어린 식이 이야기를 불러오곤 했었다. 이처럼 과거를 에세이로 쓰기는 비교적 쉽다고 한다. 하지만 이 책에서 저자는 ‘시간’의 장치를 글쓰기의 매우 중요한 도구로 말한다. 과거 시점에서의 에세이뿐 아니라, 오늘, 미래의 에세이, 하지 않은 이야기, 앞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를 쓰라고 권한다. 과거·현재·미래, 그 모든 순간의 정서를 불러오라고 한다. 그러면 좀 더 풍부한 에세이가 되지 않을까.


책은 에세이 클럽에서 과제로 제시하는 6가지 글쓰기 소재를 이야기한다. 그중 형용사를 찾으라는 저자의 제안은 흥미롭다.


우리의 모든 순간을 꽉 짜면 감정으로, 결국 한 방울의 형용사로 떨어진다.

100쪽


저자는 모든 에세이는 형용사에서 시작하며, 형용사로 남는다고 전한다. 참으로 참신하지 않은가. 대부분의 글쓰기 작법서에서는 부사, 형용사를 남발하지 말라고 한다. 물론 저자가 말하는 것이 문장에 형용사 남발을 하라는 뜻은 아니다. 행위, 동사의 영역이 에피소드라 한다면, 이를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감정’은 ‘형용사’라고 한다. 에세이는 각자가 겪은 행위, 일(동사)에서 시작해 결국은 글에서 감정, 형용사로 치환된다. 여기서 독자와 공유되는 형용사가 있다면 그 지점이 공감이고 에세이지 않을까.


책은 이 외에도 에세이 책 쓰기에서의 공저, 나만의 콘테츠 만들기에서 편집회의를 이야기한다. 편집회의는 그야말로 여타 어느 글쓰기 책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이야기이다. 또, 5부에서 펼쳐 보이는 에세이 클럽 이야기는 밤호수, 그녀의 이야기이자 우리들의 이야기로 뭉클하기까지 한다. 240여 페이지의 두껍지 않은 책은 알차다. 이 책이 얼마나 단단한지는 목차만 봐도 알 수 있다. 꼼꼼한 목차는 초보 운전자에게 친절히 길을 가르쳐 주는 내비게이션처럼 에세이를 어떻게 써야 할지 섬세하고 은은한 불빛으로 밤바다의 등대 역할을 한다. 앞부분에서 에세이 쓰기 방법을 이야기하고 뒷부분에 에세이 클럽 이야기를 배치한 구성 또한 유연하다.


『밤호수의 에세이 클럽』 ‘진짜 내 이야기로 에세이 쓰기’는 제목과 부제가 안성맞춤이다. 에세이 클럽 이야기를 하면서 에세이를 어떻게 써야 하는지 방법론과 그 안에서 일어나는 이야기, 밤호수 자신의 이야기. 에세이 클럽에 참여한 참여자들의 이야기. 그야말로 진짜 내 이야기로 에세이를 쓰고 있지 않은가. 저자가 이 책에서 말하고 있는 것을 실천하며 그대로 보여준다. 여타 다른 글쓰기 책에서 말하는 글을 잘 쓰기 위해서는 무조건 쓰는 수밖에 없다(물론 맞는 말이다. 그럼에도 누구나 할 수 있는 원론적인 말은 식상하다)는 등의 말을 남발하지 않는다. 밤호수, 그녀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로 기존의 다른 글쓰기 작법서와는 분명 차별성이 있다. 『밤호수의 에세이 클럽』은 진짜 밤호수 이야기로 에세이를 쓰고 있으니. 밤호수, 그녀는 천상 이야기꾼이자, 선생님이시다.


에세이라는 별 하나 안고 싶은가. 『밤호수의 에세이 클럽』 읽기를 권한다. 읽는 도중에 에세이를 쓰고 싶을 수도. 읽고 나면 적어도 일기와 에세이를 구분해서 쓰는 나르시시스트가 되어 있을 수도.


이 책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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