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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 버스데이
아오키 가즈오 지음, 홍성민 옮김 / 문학세계사 / 2008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이제는 나이가 들어서 그런가, 생일이 되어도 별다른 느낌이 없다. 축하를 받아야 한다는 생각도 없고, 그렇다고 불행하다고 느끼지도 않는, 그냥 하루하루의 일상중 생일도 그런 하루에 불과하다. 학교를 다닐때는 친구들이 축하한다며 주는 생일선물에 기분이 좋았고, 엄마가 끓어주는 미역국이 좋았는데, 결혼을 하고 나니 생일날 미역국 끓여 먹는 것도 하지 않게 된다. 내 생일날 내 손으로 끓여 먹어야 하는 것이 싫어서 점점 별 의미가 없는 날로 변해 가는것 같기도 하다.
아스카의 11번째 생일날은 불행한 날이었다. 너무 큰 스트레스로 인해서 아스카는 말을 잃어 버렸고, 그로인해 힘든 시간을 보냈다. 가족 모두가 아스카의 존재를 인정해 주지 않는 분위기, 엄마의 천정벽력같은 이야기. "너는 태어나지 말았어야 했어..." 11살 소녀가 감당하기에는 너무도 힘든 시간이었다.
말을 잃어간 아스카를 보면서 오빠 나오토는 불안을 느끼고, 부모님을 설득해 아스카를 할아버지 댁으로 보낸다. 할아버지 댁으로 간 아스카는 할머니, 할아버지의 사랑을 받으면서 조금씩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고, 스스로 상처를 치료하고 있다.
어린 아스카의 목에 보라색 피멍이 든 상처를 발견한 할아버지는 아스카에게 이런 말을 해 주었다."화가 날 때에는 네 맘껏 화를 내거라. 슬플 때에는 실컷 울고. 애써 참을 것 없다. 감정을 죽이는 것은 살아갈 에너지를 잃어버리는 거란다. 이 할아버지가 다 받아줄 테니까, 안심하고 진짜 너를 표현해 보렴." 할아버지의 말을 듣고 아스카는 따뜻함을 느끼면서 상처를 이기게 된다.
따뜻한 사랑덕분에 말을 다시 되찾게 된 아스카는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이야기 할 수 있는 아이로 변하고, 전학 간 학교에서 일어나는 왕따문제도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고 친구들과 문제해결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적극적인 아이로 변하게 되었다. 부모에게는 아무런 존재가치가 없던 아스카가 다른 사람들에게는 소중한 가치를 지닌 아이가 되어 있었다.
아스카가 부모에게 존재가치가 없는 아이로 되어 있었던 것이 아스카의 문제였을까? 아니었다. 아이의 문제가 아닌 엄마에게 상처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읽었는데, 부모에게 문제가 있었던 것이다. 아스카의 변하는 모습을 통해서 그리고 나오토의 모습을 통해서 아이들이 아닌 내 자신에게 문제가 있다는 것을 깨달은 엄마가 상담센터를 찾아가 상담을 받으면서 아스카에게 미안하다는 눈물을 보이고, 아버지도 출장가는 도중에 나오토에게서 받은 편지를 읽으면서, 아스카의 장점을 보지 않았던 것을 후회하게 된다.
아이는 부모의 소유물이 아니라는 사실을 모르는 부모가 있을까? 그런데 가끔, 그것을 잊어버리고 산다. 내가 원하는 대로 모두 해 주어야 하고, 내 아이가 로보트처럼 움직여주기를 바라고 있지는 않는 것인지, 내 아이가 솔직하게 얘기하는 감정을 나는 쉽게 생각을 하고 있지는 않았는지, 그냥 무시해 버리지는 않았는지 생각을 돌이켜 보게 만들어준 책이었다.
아이의 잘못된 문제는 아이가 아닌 부모의 모습이라는 것을 다시 깨닫게 해 준 해스버스데이. 나는 나의 감정을 솔직히 이야기 하고 살고 있는지, 아스카의 엄마처럼 살고 있지는 않은 것인지, 아이의 장점을 발견하지 못하고 단점만을 꼬집어내는 아스카의 아빠같은 부모는 아닌지 반성하고 생각을 하게 해 준 책이다.
스스로 자신의 문제를 이겨낸 아스카의 용기에 박수를 보내고 싶고, 12번째 맞는 아스카의 생일을 진심으로 축하해 주고 싶다. "해피버스데이 아스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