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장군 나가신다 길을 비켜라 빨간우체통 1
김현태 지음 / 박물관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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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영아, 나영아, 커서 하고 싶은 일이 뭐야?"

"유치원 선생님. 난 변함없이 유치원 선생님이야"

딸 둘이 장래희망이 모두 같다. 유치원 선생님. 하지만, 엄마인 나는 반대하는 직업이다. 너무 힘든직업이기에 다른 것도 생각을 해보라고 이야기를 한다. 너희들이 꼭 하고 싶은 것을 하기 바라지만, 유치원 선생님은 너무 힘들어서 안했으면 좋겠다고 말하면서...

나의 말이 어패가 있다. 꼭 하고 싶다는 유치원 선생님은 하지 못하게 하면서, 꼭 하고 싶은 일을 하라고 말하고 있으니 말이다.

용호의 아버지는 똥퍼는 사람이다. 집집마다 다니면서 "똥퍼~~"를 외치는 그런 사람. 용호는 아버지가 너무도 창피하다. 아버지가 공원에 나타나면 용호는 친구들이 놀릴까봐 슬쩍 숨어버리기 까지 한다. 친구가 용호 아버지의 직업을 가지고 놀리자, 용호는 학교를 가지 않는다. 아버지도 싫고, 친구도 싫고, 학교도 싫다고. 오락실에서 하루 반을 있었던 용호는 그래도 친구가 그립고, 학교도 그립고. 아버지, 그리고 나의 집이 그리워 오후에는 집으로 발길을 돌린다.

천둥번개와 함께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데, 앞에 아버지가 똥수레를 끌고 가고 계신다. 달동네에 사는 용호네는 자전거를 타기도 힘든 아주 높은 달동네이다. 그 높은 언덕을 빗길에 힘들게 올라가고 계신 아버지를 보지만, 용호는 슬그머니 숨어버린다. 그러면서 마음속으로는 응원을 한다. "아버지 조금만 힘내세요. 그 언덕만 넘으면 괜찮아요"라고. 하지만, 용호의 바램대로 되지 않고, 아버지는 언덕길에서 점점 뒤로 밀려 똥수레는 뒤집어져서 똥이 모두 언덕아래로 흘러내리고 있었고, 용호의 아버지는 허리를 다쳐서 움직이지도 못하게 되었다.

아픈 아버지에게 죄송한 마음인 용호는 아버지를 위해 찜질을 해드리고, 마을 사람들은 다친 용호 아버지를 위해 조금씩 마음의 선물을 가지고 병문안을 찾아와 준다. 그러면서 용호아버지가 일을 하지 않으시니 우리집 똥이 넘쳐서 큰일 났다고 하시는 분들도 있고, "똥퍼~~~"라는 소리가 들리지 않으니 마을이 조용하다고 하는 사람도 있었다. 대통령도 할 수 없는 용호 아버지의 일. 누구에게도 부탁할 수 없는 일을 용호 아버지는 하고 계신 것이다.

아버지를 부끄럽게 생각했던 용호는 아버지께 진심으로 미안한 마음이 들었고, 용호의 생각은 바뀌게 되었다. 똥수레를 끌고 다니는 아버지의 직업은 절대 부끄러운 직업이 아니라는 것을 용호는 알았다. 최선을 다하시는 아버지의 모습이 자랑스럽고, 친구들 앞에서도 절대 창피함을 느끼지 않으며 공원에서 아버지를 만나면 "아버지~~~"하고 달려가 똥수레를 밀어 주는 용호로 변했다.

직업에는 귀천이 없다고 한다. 하지만, 요즘 시대는 귀천이 있다. 우리가 그렇게 아이들에게 가르치고 있는 것이다. 번듯한 직업을 가기를 바라고 있으니 말이다. 힘든 것보다는 좀 쉬우면서 너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그런 직업. 그러면서 네가 사는데 경제적으로도 풍족한 직업을 갖기 바란다. 아마 이런 마음은 어느 부모든 똑같지 않을까 생각이 된다.

책을 읽으면서, 내가 느낀 것은 직업에 대해 귀천이 있고, 없기 보다는 어떤 일이든 자신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한다면 그것으로 좋은 결과를 갖게 되지 않을까 하는 것이었다. 조금만 힘들면 그만 하겠다는 요즘 아이들에게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는 것만으로도 이 책을 읽는 의미는 있을 것이라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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