칵테일, 러브, 좀비 (리커버)
조예은 지음 / 안전가옥 / 2020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몇주 전에 읽은 [스노볼 드라이브]를 읽고

조예은 작가의 소설이 궁금해서 찾아 읽은 책.


총 4편의 짧은 단편 소설들은 어디서 읽어본 것 같으면서도 조금씩 다르다.

첫 이야기 <초대>는 남자친구에게서, 가족들에게서 존중받지 못하는 개인의 이야기를 다루고

<습지의 사랑>은 자연 개발로 죽어서도 자리를 찾지 못하는 유령의 이야기를,

<칵테일, 러브, 좀비>는 가부장적인 아빠가 종비가 된 이야기를 다루며,

<오버랩 나이프, 나이프>는 가정폭력에서 벗어나려고 발버둥 치는 인물의 이야기를 다룬다.

단편집이라 내용이 짧고, 책 두께도 얇으며

유령과 좀비, 타임 루프 같은 판타지적인 요소들과 현실적인 이야기가 뒤섞여 흥미진진하게 읽었던 책이다.

(실제로 하루 만에 완독했다.)

첫 번째 이야기인 <초대>가 가장 으스스하게 느껴졌고,

<칵테일, 러브, 좀비>가 가장 공감하며 읽은 이야기였다.

[스노볼 드라이브]를 읽고 이 책을 장바구니에 넣었을 땐, 판타지 성장 소설쯤을 생각하며 넣었던 것 같은데 읽다 보니 호러라서 조금 당황했지만

나름 재미있게 읽은 책.

다만, 다 읽고 나서 머릿속에 남는 이야기가 없어서 조금 아쉬웠다.


결국 그 모든 증오의 밑바닥에 깔린 건 애정이었다. - P8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올리브 키터리지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지음, 권상미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책 제목이기도 한 소설의 주인공은 소설의 전면에 등장하기보다 마을 사람중 한명으로, 그녀의 주변에서 맴도는 이야기를 다루는 연작 소설이다.

아무 배경지식 없이 읽었다가 단편 소설집인 줄 착각할 뻔 했다.



소설이 그리 친절한 편은 아니라서

평소에 읽던 소설보다는 한 자 한 자를 좀더 세심히 읽어나갔다.

그렇다고 너무 불친절한 편도 아니다.

예를 들어 유산경험이 여러번 있는 인물에 대한 이야기를 ‘지난 이 년 동안처럼 갓 구운 머핀 냄새에 헛구역질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사실이 슬펐다.(p.59)’ 와 같이 제시하지만, 책 장을 몇 번 넘기면 ‘…근데 자꾸 유산을 해서 슬퍼해.(p.66)’ 라며 명확하게 제시해주기도 한다.

그리고 현재에서 과거로의 회상이 자주 등장해서, 짧게 토막 토막을 읽고 끝내기가 어려운 소설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런 것들이 소설의 잔잔하고 현실적이며 내 어휘력으로는 설명하기 힘든 마을의 분위기와 사람의 분위기를를 표현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키터리지 가족과 그 주변인들은 모두 행복하기보다 불행하기에 더 쉬운 상황에 놓여있다.

여러가지 갈등과 유혹이 존재하고, 그 사이에서 방황하고 좌절한다.

나는 13편의 이야기들 중 올리브 키터리지와 그의 아들 크리스토퍼의 갈등이 드러난 [불안]이라는 제목의 이야기가 인상 깊게 남았다.

이미 어른이 되어 과거, 엄마에 대한 감정이 남아있는 아들과 나름의 방식으로 아들을 사랑한 엄마의 이야기.

그리고 노화를 받아들이는 올리브 키터리지의 이야기.

아들와 엄마의 갈등을 읽으며

아마 나이가 들수록 고집이 세지고, 사과를 하는 것이 어려운 이유는

그것이 자신이 살아온 것들이 부정당하는 것으로 느껴지기 때문일거라 생각되었다.

잘 늙는다는 것도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나는 아직 애송이지만 말이다



다른 길. 이제는 그 다른 길에 익숙해져야 한다. 하지만 정신은, 혹은 마음은, 둘 중 어느 것인지 모르겠지만 그것은 요즘 좀 느려서 보조를 맞추지 못했고, 그녀는 점점 더 빨리 도는 공 위에 올라가려는 뚱뚱한 들쥐가 된 기분이었다. 그녀는 공을 네 발로 긁을 뿐 그 위에 올라가지는 못했다
- P22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스노볼 드라이브 오늘의 젊은 작가 31
조예은 지음 / 민음사 / 2021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너무 하얘서 눈이 시린, 나는 잘 본적 없는 그런 풍경을 떠올리며 읽었던 책.


오늘의 젊은 작가 시리즈 31의 [스노볼 드라이브].

오늘의 젊은 작가 시리즈는 어떻게 이렇게나 잘 어울리는 작가니의 그림을 고르는지 신기할 따름이다.

스노볼 드라이브는 어디선가 추천글을 읽고, 장바구니에 넣어놨다가 지금에서야 구매해 2일만에 다 읽은 책이다.


2017년 6월 12일, 백영중학교 2학년인 ‘모루’는 하늘에서 눈이 내리는 것을 본다.

그리고 그 눈은 평범한 눈이 아니라 녹지않고, 살아있는 것들의 수분을 빼앗아가며 알레르기반응을 일으키는 눈이었다.


소재자체가 신선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녹지않는 눈의 풍경, 마치 스노볼 안의 세상과도 같은 곳에서 발견되는 동물의 사체와 붉어지는 피부.

내용이 재미있는 것은 물론이고 책의 장면 장면을 많이 상상해보게 되는 소설이었다.

조예은 작가님의 [칵테일, 러브, 좀비]도 읽어보고 싶다.

구병모 작가님의 소설을 많이 좋아했던 터라,

청소년때 읽었던 구병모 작가님의 소설이 많이 생각났다.

판타지적 소재, 비극적인 상황의 청소년 주인공 그리고 등장인물들 사이의 우정…

영화<델마와 루이스>와 책의 결말부가 비슷하게 느껴져서, 글 제목을 서늘한 델마와 루이스로 적어보았다. 여성 주인공들의 끈끈한 연대와 함께 가는 도피가 배경이 달라진 델마와 루이스로 읽혔다.

더운 여름, 눈이 쌓인 서늘한 백영시를 상상하며 시원함을 느꼈다.

이상하게 변해 버린 세상에서 사람이 살아가는 과정 같은 건 아주 별 볼 일 없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중요한 건 지금 숨을 쉬고 있느냐, 그뿐이며 아무도 숨을 뱉어 내는 인간의 속을 세세히 들여다보려 하지 않았다. 궁금해하지 않는 인간의 삶은 지루하다. - P3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디자인 트랩 - 당신을 속이고, 유혹하고, 중독시키는 디자인의 비밀
윤재영 지음 / 김영사 / 2022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엄마가 두어 번 이용했던 쇼핑몰에서 새 상품이나, 새로운 세일이 시작될 때마다 알림이 온다며 이것을 해제하는 방법을 물었던 적이 있다.

그때마다 당연하게 여러 단계로 되어있는 해지방법을 찾고, 회원 탈퇴를 하던 알림 설정을 해지했다.


나 또한 이메일을 지우지 않고 쌓아두는 것이 환경오염에 일조한다는 것을 알게 된 후로

다른 것들에 회원가입을 할 때 모든 약관에 동의하지 않고 이메일 광고를 해지하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회원가입 때 동의를 구하지 않는 사이트도 많고, 환경설정에서 광고 수신을 거부하는 것도 여간 귀찮은 일이 아니다.

(책의 내용과는 조금 관련이 없지만 전혀 읽지 않는 메일을 이렇게나 보내야 하는지 의문이 드는 순간이다.)


UI와 UX디자인에 관심이 없는 사람도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책 [디자인 트랩].

책은 교묘히 사용되는 디자인 트랩을 분석한다.

그리고 이러한 디자인을 사용하는 sns와 스트리밍 앱 등은 우리와 전혀 무관하지 않다.

인스타그램, 구글, 유튜브, 페이스북, 넷플릭스 등 많은 기업들이 사람들의 삶을 더 편리하게 만듦과 동시에 더 중독되도록 하는 디자인을 사용한다.


책 제목이기도 한 '디자인 트랩'은 디자인 중에서도 디자인이 적용되지 않은 실체를 디자인으로 가린, 적정선을 넘은 나쁜 디자인을 일컫는다.

여기서 문제는 1단계인 미숙한 디자인과 3단계인 나쁜 디자인의 구분이 모호하다는 것이다.

나쁜 디자인은 디자이너의 악의가 판단의 맹점인데, 그것은 확인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다양한 SNS와 그것의 디자인, 서비스가 어떻게 발전하게 되었는지 살펴볼 수 있어 흥미롭고

내가 이용하고 있는 것들에 얼마나, 어떻게 중독되어 있는지를 되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인스타그램과 유튜브의 자동 재생 기능, 넷플릭스와 유료 음악 재생 앱들의 구독/1개월 무료 구독 기능.

기업은 수익을 위해 사람들을 끌어들여야 한다.

이에 대한 규제를 어디까지 해야 될지에 대한 것이 해결해야 할 과제가 되겠지만

중독에 빠지지 않고 이것이 나를 끌어들이기 위한 수단임을 인식하는 개인의 노력이 더 중요해지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제공된 서비스를 어떻게 잘 이용할 것인지는 개인의 몫이니까 말이다.

책을 읽으며 책 속에 나온 디자인 트랩들이 다 나름대로 계산된 디자인이며,

개인이 불편함을 느껴야 한다고 생각지 못한 디자인이 많았다.

디자인 전공자가 아님에도 많은 사진 자료와 쉬운 설명으로 재미있게 읽었던 책.


※이 서평은 김영사 대학생 서포터즈 활동의 일환으로 김영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일상에서 많이 경험하고 익숙해졌기 때문에 이런 기만술을 온오프라인에서 사용하는 것이 괜찮은 걸까? ···· 이러한 질문에 세세한 답을 내리기보다는 현 상황을 이해해보고 논의를 시작하자는 취지가 더 크다. - P32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닿고 싶다는 말 - 공허한 마음에 관한 관찰보고서
전새벽 지음 / 김영사 / 2022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특별한 경험이 담긴 에세이는 그것을 읽고 있는 내게 지금의 나와는 전혀 다른 경험을 하게끔 만들어 준다.

독특하고 남다른 것 없이, 책장이 술술 넘어가는 에세이 <닿고 싶다는 말>.


책의 표지는 전새벽작가님과 인연이 있는 안소현작가님의 그림이다.


우울증와 공황장애를 경험하고 그것을 극복한 저자의 솔직한 이야기가 담겨있는 책이다.

나에게는 친한 삼촌(?)혹은 형의 인생 이야기를 듣고있는 것 같기도 하고, 누군가의 일기를 들춰보고 있는 것 같기도 한 책이었다.

우울을 극복하기 위한 방법을 제시하기보다 그저 담담하게 스스로의 마음을 털어놓는 글들이라 가볍고 조금은 유쾌하다.


가끔 잠들기 전에 떠오르는 작은 생각들과 과거 회상같은 비슷한 경험들이 생각나기도 했다. 소소하고 작은 일상이라 공감되고 위로를 받았다. (나의 착각일 수도 있지만 내가 한번쯤 생각해본 적 있는 내용이거나, 뭔가 닮은 부분이 많았다.)

기분이 안좋을 때 위로가 되는 것은 거창한 말도, 유명한 명언도 아니라 언제나 소소한 것들이다.

나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이 가장 어려운 나는,책을 읽으며 작가님의 솔직함이 계속 부러웠다.


※이 서평은 김영사 대학생 서포터즈 활동의 일환으로 김영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인생은 살 만하다. 그러나 이 같은 결론을 내기 위해 우리는 무수히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 그 중 하나는 닿고 싶다는 말을 하는 것이다. - P22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