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죽음 - 살아가면서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것에 대하여
장 아메리 지음, 김희상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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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은 대부분의 사회에서 금기시되어 왔다.

우리는 어떻게든 죽음을 대체할 단어를 찾아 죽음을 표현한다. 

그중에서도 자살은 어떤 죽음보다 더 폄하되고, 비난받는 죽음의 방식이다. 


사고사나 사회에서 말하는 자연사의 경우 대부분은 죽은 자를 폄하하고, 깎아내리지 않는다.

하지만 자살 시도 자는 곧바로 치료해야 할 병을 가진 사람이 된다.

책은 이런 문제의식을 다루고 있다.


책 제목이기도 한 '자유 죽음'은 저자인 장 아메리가 주장하는 자살의 다른 이름이다.

(모든 자살이 자유 죽음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스스로를 살해한다는 뜻이 아니라 개인에게 스스로의 삶의 끝, 없음(무)을 향할 자유가 있다는 것에 대한 명칭이다.


5장으로 구성되어 있는 책은 나에게 계속해서 질문을 던지며 죽음과 자살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라 말한다. 자살자의 죽음은 현실에서 도망친 겁쟁이의 행동이자 나약한 사람의 포기가 아니라 존엄성과 자유를 가지고 죽음을 선택한 것(P.120)이지 않은가? 하며 묻는다.


이 책이 자살을 옹호하고 합리화한다는 오명에 대해서 나는 책을 천천히 다 읽고 난 뒤에 전혀 그렇지 않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개인마다 책을 읽고 느끼는 바가 다르듯, 자살자가 자살을 마음먹고 실행할 때 겪은 사건과 경험 그리고 그때 느끼는 감정은 자살자 외에는 아무도 정확하게 알 수 없다. 

그래서 저자는 누구보다도 자살을 논할 때 그의 마음을 들여다보아야 한다는 것을 계속해서 강조한다. 그들을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지켜보는 데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p.265)고 말하기도 한다.

타인의 마음을 이해해보려고 노력하는 일이, 따뜻한 것이 아니라고 누가 말할 수 있을까.


또한 저자는 무엇보다 자유를 위해 결정한 죽음의 결말은 자유가 아님을 명백히 밝히고 있다.

죽음과 더불어 자유로운 삶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게 되는 순간이다.


쉬운 책은 아니었다.

아직 견문이 좁은 나에게는 책의 마지막 장을 덮을 때까지 저자가 말하는 것의 3할 정도라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를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많은 인용과 낯선 용어에 당황하며 다 읽는 데 많은 시간이 소요되었지만 그 시간이 헛되지 않았으며, 책과 함께 깊은 사유의 시간을 가졌음에는 후회가 없다.









전체적으로 볼 때 사회는 자살이 얼간이나 반미치광이가 저지르는 짓쯤으로 폄하한다. 단지 당사자의 닫힌 세계 안으로 사회가 들어가 볼 수 없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 P110

나는 다음과 같이 말할 자격이 있다. 너희에게는 별것 아닌 돌발 사건일 수 있다. 이를 부정하지는 않겠다. 하지만 나에게 있어 그것은 인생의 결정적 사건이다. 너무나도 결정적인 나머지 나는 나 자신에게 죽음을 선고한다. - P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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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여전히 삶을 사랑하는가
에리히 프롬 지음, 라이너 풍크 엮음, 장혜경 옮김 / 김영사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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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인 ‘우리는 여전히 삶을 사랑하는가’는 에리히 프롬이 던지는 물음이다.

에리히 프롬은 1950년대부터 삶을 사랑하며, 살아 있다고 느끼는 능력이 점차 줄기 시작했다고 보았다.

에리히 프롬은 많은 사람이 알고 있듯, 사랑의 기술이라는 저서로 유명한 철학자다.

작년에 <소유냐 존재냐>라는 제목의 책을 읽었는데, 이 책도 내용과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많았다.

차이점이 있다면, <우리는 여전히 삶을 사랑하는가>는 에리히 프롬의 미발표 작품을 엮어 출판된 책이다.

에리히 프롬은 당신은 삶을 사랑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생각해 보는 것이 우리가 함께 맞서야 넘길 수 있는 위험을 알리기 위함이라 했다.

그 위험으로, 우리는 과거와 모습만 다를 뿐 여전히 심각한 윤리적 문제가 있음을 지적한다.

책에서는 19세기에 악덕으로 다루어지는 5가지의 문제를 제시하고 그것이 지금 어떻게 다른 방식의 문제로 변모하였는지를 서술한다.

그중 내가 인상 깊었던 한 가지에 대해 이야기해 보자면,

19세기, 악덕으로 일컬어졌던 '착취'가 있다. 노예, 흑인, 어린아이의 노동력 착취와 같은 문제다.

현재에 이르러 그러한 착취는 거의 없어졌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오늘날에는 다른 대상을 향한 착취가 일어났다. 저자는 모두가 자기 자신을 착취한다고 보았다.

자기 바깥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자신을 이용해 우리는 우리 자신을 사물로 바꾸어 버린다고 하였다.


진정으로 삶을 사랑하는 것.

그것을 위한 방법으로 에리히 프롬은 '인간을 지성과 감성으로 가르는 것을 깨닫고 극복하는 것'과 '창조적 인간이 되어 소비와 수용의 태도를 극복하는 것'을 제시한다.

책을 읽으며 스스로에게 나는 삶을 사랑하는지에 대해 자문해 봤지만 쉽게 그렇다고 답하진 못할 거 같다.

내가 간과한 생각들과 태도들이 많았다.


심리학에 해당하는 책이라

쉬운 내용은 아니지만 그만큼 깊이 있어서 스스로를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개인적으로 철학도, 심리학도 좋아하는 편이라서 끝까지 읽어내려갈 수 있었던 것 같다.

심리학적 용어도 종종 등장하는 편이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들도 분명 있겠지만 나에게는 흥미로운 내용이 굉장히 많은 책이었다.

심리학과 철학에 관심이 많고, 삶에 대한 생각이 많은 사람이라면 유익한 책이 될 것 같다.

※이 서평은 김영사 대학생 서포터즈 활동의 일환으로 김영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사랑의 조건은 혼자서도 제정신을 유지하며 외로움을 견딜 수 있는 자아의 강인함과 독립성, 온전함을 갖추는 것이다. ···자아가 불안하고 나약하면 자기 안에 뿌리를 내릴 수 없고 사랑할 수 없다
- P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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