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이 그리 친절한 편은 아니라서
평소에 읽던 소설보다는 한 자 한 자를 좀더 세심히 읽어나갔다.
그렇다고 너무 불친절한 편도 아니다.
예를 들어 유산경험이 여러번 있는 인물에 대한 이야기를 ‘지난 이 년 동안처럼 갓 구운 머핀 냄새에 헛구역질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사실이 슬펐다.(p.59)’ 와 같이 제시하지만, 책 장을 몇 번 넘기면 ‘…근데 자꾸 유산을 해서 슬퍼해.(p.66)’ 라며 명확하게 제시해주기도 한다.
그리고 현재에서 과거로의 회상이 자주 등장해서, 짧게 토막 토막을 읽고 끝내기가 어려운 소설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런 것들이 소설의 잔잔하고 현실적이며 내 어휘력으로는 설명하기 힘든 마을의 분위기와 사람의 분위기를를 표현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키터리지 가족과 그 주변인들은 모두 행복하기보다 불행하기에 더 쉬운 상황에 놓여있다.
여러가지 갈등과 유혹이 존재하고, 그 사이에서 방황하고 좌절한다.
나는 13편의 이야기들 중 올리브 키터리지와 그의 아들 크리스토퍼의 갈등이 드러난 [불안]이라는 제목의 이야기가 인상 깊게 남았다.
이미 어른이 되어 과거, 엄마에 대한 감정이 남아있는 아들과 나름의 방식으로 아들을 사랑한 엄마의 이야기.
그리고 노화를 받아들이는 올리브 키터리지의 이야기.
아들와 엄마의 갈등을 읽으며
아마 나이가 들수록 고집이 세지고, 사과를 하는 것이 어려운 이유는
그것이 자신이 살아온 것들이 부정당하는 것으로 느껴지기 때문일거라 생각되었다.
잘 늙는다는 것도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나는 아직 애송이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