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시기 머시기 - 이어령의 말의 힘, 글의 힘, 책의 힘
이어령 지음 / 김영사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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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달 전, 근처에 있던 큰 교보문고가 문을 닫았다.

그 후로 나는 주로 온라인 서점에서 책을 구매할 수밖에 없었다. 대형 서점이 점점 사라지는 모습을 보며 책을 읽는 사람들이 줄어드는 것을 실감한다. 작년 여름에는 서울문고의 부도로 반디앤루니스가 문을 닫았다.

오디오북과 e북이 많아지는 와중에도 종이책을 선호하는 나로서는 조금 씁쓸하다.

책과 말, 글의 힘을 전달하는 책 [거시기 머시기].

문학평론가이자 초대 문화부 장관, 소설가, 시인인 이어령작가가 말과 글, 책을 주제로 한 강연과 대담을 모은 책이다.

이어령 작가님의 책을 읽어본 건 처음이지만, 다양한 강연자리에서 하신 말들을 글로 접하며 지혜와 생각을 조금이라도 들여다볼 수 있었다.

또한 글쓰기와 말의 중요성, 소중함을 다시 떠올리게 되었다.


다양한 사례와 예시로 전달하고 싶은 말을 전하면서 지루함이 느껴질 때쯤 은은한 유머러스함이 느껴지는 문장들도 있었다. 아래의 문장같은.

한국인은 기쁠 때도 슬플 때와 마찬가지로 ‘죽음’이라는 말을 사용합니다. … ‘죽음’이란 말은 어느 나라에서도 조금씩은 다 금기어로 되어 있습니다. 아침에는 "졸려 죽겠다"고 말하면서 일어나고, 저녁에는 "피곤해 죽겠다"고 말하며 직장에서 돌아오는 한국인들도 4층이 없는 아파트에서 사는 일이 많습니다.

실제 강연에서의 모습을 상상했을 때, 내가 그 강연을 듣고 있었다면 슬며시 미소가 지어질만한 말이다.


총 8편의 강연을 접하며 나는 책으로서 질 좋은 인문학 강의를 청강한 기분이 들었다.

강연은 메모나 녹음을 하지 않는 한 다시 듣기 어렵지만, 책으로 접하니 나중에 다시 읽어 보고 곱씹어 볼 수 있다는 생각에서 좋았다. 두고두고 읽어야 할 책이 될 것 같다.


※이 서평은 김영사 대학생 서포터즈 활동의 일환으로 김영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어떤 것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나‘의 세계를 노래하는 것이 시요, 문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정치, 법, 경제에서는 ‘베스트 원‘을 추구하지만 문학과 예술의 세계에서는 ‘온리 원‘을 지향합니다. 장미를 맨 먼저 미녀에 비유한 사람은 천재이지만 그것을 두 번째 말한 사람은 바보입니다. - P18

말이라고 하는 것은 이렇게 사람들을 선동할 수도 있고, 소동을 잠재울 수도 있어요. 언어가 병들고 잘못되었을 때, 잘못된 세계에서 잘못된 정보로 사는 거예요. - P1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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