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걸어갈 사람이 생겼습니다 - 비야·안톤의 실험적 생활 에세이
한비야.안톤 반 주트펀 지음 / 푸른숲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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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만 부나 팔린 책 그릿은 재능보다는 끈질긴 노력의 힘을 강조하는 개념이다. 최근에 읽은 덕에 그 개념이 생생하게 마음속에 살아있던 차 한비야 씨의 책을 읽자니 그릿이라는 말이 자꾸 튀어나왔다.

5년 만의 신작이지만 한비야 씨는 여전하다. 여전하다는 것은 책에서 느꼈던 5년 전의 한비야 씨가 그대로 느껴졌다는 뜻이다. 여전히 열심히 사시고, 긍정적이고, 신앙이 튼튼하고, 산을 좋아하고, 무엇보다 자신이 목표한 것을 향해 나아가는 끈기가 있다. 한마디로 뭐다? 그릿하다.

함께 걸어갈 사람이 생겼습니다는 네덜란드인 안토이우스 반 주트펀씨와 결혼 후의 삶을 한비야 씨 7 : 안톤 3의 비율로 작성한 에세이다.

두 부부의 결혼 후 삶은 보편적인 결혼생활이라고 생각되는 프레임에서 조금 비껴져 있다.

3:3:6 타임이라고 해서 3개월은 한비야 씨의 한국에서 함께 하고, 3개월은 안톤의 네덜란드에서 함께 살다가, 6개월은 각자의 고국에서 개인의 시간을 갖는 방식으로 지낸다. 어떤 삶의 방식이든 또는 선택이든 장단이 있기 마련인 만큼 두 분의 3:3:6 타임은 결혼 3년 차인 현재까지는 둘에게 꽤 잘 맞는다고 한다.

한 명은 50대, 한 명은 60대에 만나 어릴 때 만난 여타 부부들보다 서로에 대한 배려와 이해가 돋보이는 대목이 있기도 하고, 두 사람이 모두 국제 구호 기구에서 오랫동안 일한 만큼 삶의 목표나 지향점? 결? 이 매우 비슷한대서 오는 삶의 태도적인 부분에서도 본받을게 많다. 무엇보다도 결혼생활과 별개로 각자가 성취한 발자국이 삶을 열심히 살고 싶은 에너지를 준다.

이 책은 결혼 후의 삶이 다양할 수 있음을 받아들이는 또 하나의 케이스로서 훌륭하게 씐 에세이다. (10년 후에 또 써보면 재밌겠다고 말씀하셨으니 꼭 좀... 부탁드립니다 ㅎㅎ) 사실 결혼 여부를 떠나 삶을 사는 태도와 방식에 많은 영향을 줄 보약 같은 내용이기에 많은 사람들이 읽으면 하는 바람을 담으며 후기를 마친다.

사랑과 초콜릿은 나눌 때 더 달콤한 법. 이걸 나누는 사람이 비야라서 참 좋다. (p.90)

딱 30분 배운 걸로 30년은 써먹을 수 있으니 뭐든지 배울 기회가 생기면 일단 꽉 잡아야 한다. (p.119)

"아빠 돈은 아빠 소유가 아니라 하느님의 것이라고 생각하면 되지 않을까요?" (p.134)

"Why not?(안 될 거 없지?)" (p.250)

순례를 마친 순례자가 대성당에 도착해 촛불을 켜고 한 가지 소원을 빌면 그 기도가 이루어진다고 한다. (p.262)

안톤과 나를 과일로 비유하면 우리는 고유한 맛과 색깔을 가진 독립적인 과일이다. 이 두 과일이 섞였을 때 각자의 고유성을 유지하면서도 조화를 이루는 생활, 함께할 때 오히려 각자의 고유함과 존재감이 더욱 선명하게 빛나는 과일 칵테일식 공동생활! 이것이 바로 우리가 원하는 결혼 생활의 본질이자 핵심이다. (p.268)

부자는 아니지만 빚이 없고 평등하게 시작할 수 있으니 젊은 신혼부부에게 이보다 가벼운 출발이 어디 있을까. (p.297)

"차가운 손보다는 따뜻한 손으로 주어라." 일상사에서도 그렇지만 특히 유산은 살아 있을 때 따뜻한 마음으로 잘 나눠주라는 뜻이다. (p.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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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분 완성 수프 도시락 - 쉽고 간편한 수프 레시피 60가지
아리가 카오루 지음, 이은정 옮김 / 푸른향기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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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제비를 해먹고 남은 자투리 야채를 보며, 다음 주 아침은 수프로 해결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머릿속에 그린 수프 이미지는 시중에 파는 수프 가루를 사 와서 남은 자투리를 넣고 보글보글 끓이는 정도였지만 우연히 텔레파시처럼 수프와 관련된 책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겨 제대로(?) 조리해서 섭취했다.

쉽고 간편한 수프 레시피 60가지를 담은 [10분 완성 수프 도시락]

직장인들의 도시락에 초점을 맞추고 작업한 레시피로 아침에 잠깐(10분)의 시간을 투자해서 할 수 있는 초초 쉬운 조리법의 수프로 채워져 있다. 사실 수프라고 하지만 흡사 탕이나 국 같은 느낌이 드는 레시피들이 꽤 된다. 자투리 야채로 해먹을 수 있는 레시피는 많이 봐줘야 3개 정도이고 대부분은 약간씩 재료 쇼핑이 필요하다. 한마디로 조리법과 재료는 쉽고 구하기 쉬운 종류인 게 맞지만 꼭 집에 구비해두는 재료들만은 아니라는 거.

저자는 2011년부터 10년간 약 2800일 동안 매일 아침마다 수프를 만들어왔단다. 그만큼 수프 관련 저서도 꽤 낸 걸로 파악된다. 직접 오랫동안 해서 먹은 것도 신뢰 가지만 계속해서 책을 낼 수 있다는 건 그만큼 이 분의 콘텐츠에 힘이 있다는 뜻이겠다.


마침 영하로 떨어진 오늘 아침, 더없이 수프가 그만이라는 생각이 들어 바로 조리해봤고, 레시피는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ㅋㅋ

10분여만에 완성했다.

소금과 후추와 버터뿐이었는데......

남편이 너무 맛있다며 내 것까지 뺏어 먹었다.

(이건 솔직히 예상하지 못했던 그림이라 더 당황?)



레시피에는 2분의 1 양파로 표기되어 있었지만 난 2분의 1.3 정도 된 듯 ㅋㅋ (30초 소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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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을 자작하게 뿌리고 수분이 휘발될 때까지 기다렸다. (4분 소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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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g의 버터를 넣으라 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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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션을 통째로 넣느라 12.5g ㅋㅋ

양파도 레시피보다 약간 많아서 맛에 영향을 끼치지는 않은 것 같다. (30초 소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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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러멜화(책에 표기된 요령을 뒤늦게 읽어...^_ㅜ 쬐금 애매하고 쬐금 바닥도 태우며 완성) (3분 소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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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붓고 가열! (2.5분 소비)

그리고 흡입 🥰

양파를 약간 오바해서 넣는 바람에 11분 정도 걸려서 완성했다.

다 먹고 가장 만족하는 부분은 조리에 들어간 도구가 냄비와 도마,칼,국자 뿐이라는것이고, 시중 가루를 이용했다면 좀 물렸을 것 같은데 속이 깔끔(개운)하고 물리지 않는 점을 꼽겠다.

다음에는 자투리 야채가 아닌 5인분 정도를 미리 해놓고 냉동실에 쟁인 뒤 해동하면서 먹어도 좋을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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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네스 세계기록 2021 (기네스북) 기네스 세계기록
기네스 세계기록 지음, 신용우 옮김 / 이덴슬리벨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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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딱 이렇다.

"난놈(것) 들의 향연"

소위 '난놈'이라 부를 수 있는 사람들과 물체와 현상이 12가지 챕터로 나뉘어 소개된다. 각자 가장 궁금하거나 관심 가는 챕터를 먼저 읽으면 된다. 구분되어 있을 뿐이지 순서는 없는 그런 책이다.

12가지 챕터는 다음과 같다.

[태양계, 자연계, 동물, 인간, 시간과의 싸움, 기록 마니아, 문화&사회, 모험가들, 테크놀로지, 게이밍, 팝 컬처, 스포츠]

태양계는 우주의 행성들에 대한 기록을 다룬 챕터이고, 자연계는 물, 공기, 빛 등의 주제를 다룬다.

동물과 인간 챕터의 주 기록은 존재 자체에 대한 기록이다. 가령 키가 가장 큰 사람, 크기가 가장 큰 담수어 같은 것을 말한다. 시간과의 싸움은 특정 시간 안에 무언가를 해낸 행위가 주를 이루고, 기록 마니아는 시간과 별개로 또한 다른 주제와 겹치지 않는 최고의 기록들을 담았다. 가장 큰 쿠키, 가장 긴 달걀국수 이런 거.

문화&사회는 문화&사회 전반에 걸친 좀 역사적인 기록이 주를 이루고, 모험가들은 모험(또는 여행)과 관련된 기록들이 담겨 있다. 테크놀로지 역시 제목에서 어느 정도 유추되듯 공학적인 부분에서 나온 기록을 추렸다. 게이밍은 게임과 관련된 기록이고, 팝 컬처는 문화생활에 대한 기록이라고 보면 된다. 우리나라에서도 몇 번 기사화된 만큼 BTS 자료가 있지 않을까 기대하며 봤는데 2가지 항목에 등재되어 있더라.

마지막 스포츠 역시 제목 그대로 스포츠와 관련된 기록을 묶은 파트다. 여기서도 한국과 관련된 기록이 좀 나온다. 양궁이나 골프.

사실 책의 특성상 모든 항목을 꼼꼼히 보기보다 관심 가는 항목을 주로 꼼꼼히 봤기 때문에 내가 놓친 한국과 관련된 기록이 더 있을 수도 있다.

이런 책의 장점은 어느 때고 아무 장이나 독서를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이다. 독서를 꾸준히 하기 어려운 사람들은 이런 책부터 시작하는 게 도움 된다.

마지막으로 책의 표지는 윌리를 찾아라를 아는 사람들이라면 비슷한 느낌을 받을 것 같은데 비슷한 것 맞다. 윌리만 없을 뿐 기네스북에 등재된 사람들이 그려져 있고 책의 마지막 장에 보면 그중 20명을 찾아보라고 한다. 단언컨대 가장 키 큰 분을 찾기가 제일 쉬울 것이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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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페의 음악
장자크 상페 지음, 양영란 옮김 / 미메시스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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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 때가 있다.

너무 좋아서 살아생전 마주하지 못한 게 아쉬워지며 울적해지는 순간.

장자크 상페의 전시회를 볼 때 그랬고,

몇 권의 책을 읽으며 그랬다.

무척 오랜만에 미메시스에서 발간한 그림 에세이 '상페의 음악'을 읽으면서도 역시나.

마지막 장을 덮기 아쉬우면서 울적한 감정이 올라왔다.

상페의 음악은 [뉴욕의 상페]와 [상페의 어린 시절]에서 함께 대담을 나눈 저널리스트 마르크르카르팡티에와 음악에 대해 인터뷰한 것을 엮은 책이다. 책에서 S로 표기되는 사람이 상페다.

둘의 대화는 소위(?) 프랑스적이다. 시니컬하다고 해야 할까? 풍자적이라고 해야 할까? 책 전체적으로 그렇다.

가령 저널리스트는 반복적으로 상페가 좋아하는 음악의 종류를 구분 지어 말하지만 상페는 그냥 나에게는 클래식이고 재즈고 구분 필요 없어. 저스트 음악이야. 음악이라고! 정정해 준다. 또 음악이 그렇게 좋으면 그것을 위해 노력해볼 만하지 않냐고 지적하니깐 음악을 하는 걸 꿈꿀 순 있지만 그걸 위해 노력은 안 한다고 되받아 치고 ㅋㅋ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가와 곡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만 경외와 감탄의 멘트가 나오는 편이고 그 외에는 시니컬 시니컬한다. 근데 그게 또 매력인 거.

누가 일부러 그렇게 하라고 해도 못할 패턴으로 둘이서 핑퐁을 주고받는 게 참 재밌었고 무엇보다 그 속에서 빛나는 문장과 음악가와 곡들을 참 많이 주워 담았다. 악기를 연주하고 싶은 욕구도 스멀스멀 올라오고.

물론 가장 나의 마음을 뒤흔든 건 상페의 그림이다. 상페의 그림은 저널리스트가 말한 것처럼 유쾌하다. 상페가 그린 음악과 관련된 스케치를 보고 있으면 '유쾌'라는 단어가 떠나질 않는다. 고로 기분 좋아질 수밖에 없다.

겸손함이 아니라...... 부끄러움이죠! 재능이 없을 땐 겸손해지기가 아주 쉽죠. (p.20)

사람들은 언제나 영감을 말하지만, 사실 연습과 노력의 문제인 거죠. (p.20)

부모님이야 계속해서 살림살이를 죄다 깨부수건 말건, 라디오가 있는 한 내 인생은 구원받은 거니까....... (p.30)

그제야 나는 세상엔 아주 단순한 것으로도 너무나 아름다운 것을 만들어 내는 재주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p.30)

네, 나한테는 그저 다 '음악'이었어요. (p.37)

더는 고집부릴 필요가 없음을 깨닫는 데에는 한 번으로 충분했지요...... (p.55)

단언컨대 레이 벤투라는 나의 인생을 구원해 주었습니다. (p.61)

난 무엇이든 거짓말을 했어요. 난 정말이지 사람들이 내가 아주 힘들게 살고 있다는 걸 알게 되는 게 싫었다고요!(p.81)

내가 몹시 좋아했던 사람들이 있고, 그들이 나의 삶을 구원해 줬죠. 그래요, 그 사람들은 유쾌한 사람들이었어요.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은, 비록 이따금씩 비극적인 짓을 한다고 해도, 대체로 유쾌한 사람들입니다. (p.87)

...그런 그가 '나는 선의를 믿는다'라고 말하면서 생을 마감했습니다. 선의는 모든 것입니다. 그냥 그런 거예요. (p.102)

몸이 저절로 덩실거려지다니 대단한데, 머리 안 망가지게 조심해! (p.115)

드뷔시는 듀크 엘링턴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음 두 개만 있으면 '달빛'이 나오니까요. (p.129)

나는 뭐든 시도해 보는 사람들에 대해 크나큰 애정을 갖고 있습니다. (p.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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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식
장량 지음 / 제니오(GENIO)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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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술을 힘없이 터뜨리며 싱겁게 한 번 웃을 때 나는 소리 [피식]

어처구니없어서,

뻘하게,

또는 유치해서,

또는 당황하며,

피식 피식 웃다가 약간 오버해서 지하철에서 대성통곡했다.

피식은 무슨.... 웃음 코드 맞는 이야기는 몇 분이고 멈추지 않는 웃음까지도 선사하는 장량의 [피식]

요즘 같은 시기에 마스크 쓴 여자 한 명이 갑자기 지하철에서 낄낄 거리며 웃고 있으면 어떻게 보일 것 같나? 딱 미친년 되기 좋다. 더 읽다가는 미친년 낙인이 오래갈듯해서 책장을 덮었음에도 이미 터진 웃음이.... 눈물이 찔끔 나올 때까지 멈추지 않았다.

반면에 성적인 유머는 내 코드에 맞지 않는 분야인지라 때때로 눈살을 찌푸리면서 넘기기도 했다. 그렇게 온탕과 냉탕을 번갈아가며 읽다 보면 끝이 난다.

비율로 따지면 온탕(피식거리고 웃긴, 코드 맞는!, 감동적인) 이야기가 7이요. 냉탕(코드 안 맞음. 피식 대신 썩소)이 3이었다. 각각의 유머 코드 취향에 따라 100점짜리 책일 수도 있고 0점짜리 책이 될 수도 있겠다. 그렇지만 확실한 건 샛길로 빠지는 글 없이 '피식'이라는 주제(맥)를 벗어나지 않는 밸런스가 훌륭(?)한 책이란거.

어릴 적 할머니가 해주던 옛날이야기 듣던 느낌도 나서 특별히 더 좋더라. 요즘도 부모님이나 할머니 할아버지가 자녀나 손자 손녀에게 쌈짓돈 꺼내듯 옛날이야기 들려주나?

아무쪼록, 웃음과 감동의 엔도르핀 면역 효과를 가볍게 생각하지 말고 피식 피식 자주 웃어 밝고 따뜻한 삶을 살아가기 바란다는 저자의 말이 오롯이 녹아있는 [피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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